모처럼 구름 한 점 없이 파~ 란 하늘을 볼 수 있는 하루였다. 게다가 날씨까지 봄이라도 해도 좋을만큼(물론 이건 내 기준이다. -ㅅ-) 따뜻했다. 이런 날씨가 좀 이어졌음 좋겠는데 점점 흐려져서 내일은 비 온단다. 젠장.
아침에 학교 갈 때까지만 해도 수업 마치고 곧장 고베로 가서 냉면을 먹을 생각이었다. 고베에는 아주 오래된, 현존하는 가게 중 가장 원래의 맛에 가깝다는 평양 냉면 가게가 있다. 예전에 『 맛있는 녀석들 』 평양냉면 편 보면서 저 얘기를 했더니 평양 냉면 가게가 왜 일본에 있냐며 게거품 물던 돌대가리 ㅺ가 생각나는고만. 무식하면 입이라도 다물고 있어야 하는데 대개의 경우 무식한 것들이 말도 많다.
일제 식민 지배 시절에, 평양에 살던 사람이 일본으로 건너 와 먹고 살려고 냉면 가게를 열었고, 그게 자식들에 의해 분점까지 내며 유지되고 있는 거. 한국에도 피난민들에 의해 차려진 평양 냉면 가게는 여럿 있지만 대부분이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맛이 변했다고 한다. 그런데 고베의 저 가게는 원래의 맛에 최대한 가깝다는 것. 일본 사람들에게 냉면은 생소한 음식이니까 원래 이런 맛인가 보다 해서 맛이 밍밍하네, 싱겁네, 이런 얘기를 안 했으니 맞추려 할 필요가 없었던 것. 원래의 평양 냉면 맛에 가장 가깝다는 얘기는 박찬일 쉐프가 했는지, 다른 요리 전문가가 했는지 확실히 모르겠다. 아무튼 MBC 다큐멘터리에도 나오고, 나름 유명한 가게다.
얘기가 애먼 데로 샜는데, 아무튼. 내가 딱히 평양 냉면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아니, 나는 조미료 범벅으로 자극적인 맛을 내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저 평양 냉면은 가끔 생각이 난다. 보통 평양 냉면을 처음 먹은 사람들이 밍밍하다고, 아무 맛도 없다고 하는데, 저기는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 흔히 먹는 물냉면 같은 맛은 아니지만 국물도, 면도, 분명 매력적인 맛이다.
싸게 다녀오면 왕복 1,620円이 든다고 나온다. 냉면이랑 고기 덮밥 시키고 맥주도 일 잔 하면 대략 5,000円 정도가 깨지지 않을까 싶더라고. 하루 자고 올 생각이었으니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에 묵는 비용 3,000円을 포함하면 꽤나 지출이 있는 편이다.
점심 시간에는 오아시스에 갔다가 집에 들렀다. 오아시스에서 산 새우 튀김 김밥과 컵라면을 마시다시피 해서 요기를 하고 나니 딱히 고베에 갈 맘이 안 든다. 당일치기로라도 다녀올까 계속 고민하다가 그냥 안 가기로 했다. 조금 더 간절해지면 그 때 가자.
학교로 돌아가 오후 수업을 듣고, 종이 울리자마자 돌아왔다. 개념없는 대만 ㅽㄴ들에 Sさん까지 가세해서 미친듯 떠들어댄다. 진짜... 저 쓰레기 같은 ㄴ 둘이 잡아다 아가리를 찢어놨으면 좋겠다. 그나마 쬐끄만 ㄴ은 괜찮은데 골빈 ㄴ 저거는 일본어도 ㅄ 같이 하는 게. 아오, 진짜.
하여튼 저 ㄱㄴ들 덕분에 대만 사람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갖게 된 건 사실이고, 만나는 사람한테마다 저 개념없는 쓰레기들에 대해 까댈 거다. 그 사람들이 대만 사람에게 호감을 가질 리 없지. 국가 이미지 악화에 나름 공헌하고 있는 쓰레기들이다, 저 두 ㄴ은.예전에 Lさん이 자기 집에서 식사 겸 음주를 하려 하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초대한 적이 있다. Cさん과 Sさん이 멤버였는데 셋이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옆에 있으니 같이 가겠냐고 물어 본 것. 일단 사양하고 나서 나중에 '우연히 얘기를 들은 것 뿐인데 갑자기 초대 받은 것 같아 사양했다.' 고 했더랬다.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이번에는 미리 얘기를 하더라고. 하지만 나는 누군가의 집에 가는 게 무척이나 어려운 사람. 그래서 일단 어제 메신저로 미안하다고,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점심 시간에 집에 들러 술 몇 병 챙겨서 전해주면서 초대 받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얘기했다.
나만 없으면 중국어로 맘 편하게 얘기할텐데 나 때문에 일본어로 힘들게 얘기하게 되는 게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아무튼, 셋 다 좋은 사람들이고 Lさん을 봐서는 남편도 분명 좋은 사람일 게 분명한데, 아쉽다.학교 와서 만날 처 자는 Aㅺ는 오늘도 여전하더만. 저거랑 옆 반의 스웨덴 뻐킹 가이 ㅺ 꼬라지 좀 안 봤음 싶... 고 나발이고, 다음 달이면 땡인데, ㅽ.
오늘까지 2층 사무실에 학업 지속 여부를 알려줘야 한다고 분명히 메일에 썼건만 담당자 ×은 금요일 수업이 끝날 때까지 연락이 없다. 심의가 정상적으로 진행이 됐는지, 연기가 됐는지. 심의를 통과해서 휴직이 연장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
사무실 통보 기간은 지나버렸고... 다음 주 월요일은 휴일이다. 다음 주 수요일이 학비 납부 마감일인데 그 전까지 연락이 온다는 보장이 없다. 수요일까지 연락이 없으면 내 유학은 1년 6개월로 끝이다. 그렇게 되면 일단 볼보 영업 사원에게 연락해서 차 최대한 빨리 받게 해달라 연락하고, 관리 업체에 연락해서 집 뺀다고 해야 한다. 짐 싸서 배 편으로 부쳐야 하고,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일들이, 당장 해치워야 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답답하다. 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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