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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12월 01일 일요일 맑음 (JLPT N3 테스트 / 울산 준우승 축하~ ㅋㅋㅋ)

by 스틸러스 201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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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늘은 일찍 집에 가서 술이나 퍼 마시고 늘어지게 쉬자. 그리고 내일 빡쌔게 공부하자!




토요일. 공부하러 가야ㅈ... 가긴 가야 하는데... 아아... 으으으... (결국 대문 밖에도 안 나감)




일요일. 명색이 시험인데, 책이라도 좀 보고 가야 되지 않나?




시험 전까지 전혀 긴장이 안 되었는데, 막상 시험 당일이 되니까 좀 쫄린다. '이렇게 공부 안 하고 시험 봐도 되나?' 하는 걱정이 되는 거다. 그래서 일주일 굶은 머슴이 먹을만한 양의 아침 밥을 뱃 속에 쓸어담은 뒤 N3 책을 펼쳤다. 올해 1월에 한국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받은 책인데 거의 새 책이다.


앞에서부터 차례차례 공부할 시간이 없으니 모의고사 문제부터 풀어본다. 풀어보는데... 풀어보는데... 큰일났다! 점수가 말도 안 되게 처참하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합격 기준을 찾아봤다. 시험 당일까지 합격하려면 몇 점이 필요한지조차 모르고 있었던 거다. 180점 만점에 95점 이상이면 합격이란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따지면 50점 살짝 넘으면 되는 거네. 내 점수를 보니 60~70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선택 과목 수업으로 듣고 있는 독해와 청해도 항상 70점을 넘겨 왔으니까, 어찌 되었든 합격은 하겠네 싶더라.


대충 씻고 나와 어슬렁거리며 출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앞에서 걷고 있는데 JLPT 수험표를 들고 있는 게 보인다. 시험 치러 가는 모양이다. 여덟 놈이 길 막고 걷는 건 그렇다 쳐, 한 놈이 길빵하고 있기에 인상 잔뜩 쓰며 지나갔다.




역에 도착해서 전철 기다리는 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 합격은 당연(?)한 거니까 내 실력이 몇 점이나 되는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는데, 열심히 공부해서 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좋지 않을까? 그걸 알면서도 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지? 그저 학교에서 공부한 것만으로 시험 봐서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싶은 건 아닌데. L상처럼 만 점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좋은 점수 받는 게 나을텐데. 왜 만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공부를 안 했을까?



그렇게 자괴감이 심하게 들어 반성하고 있는 사이 텐마駅에 도착했다. 역에서 나가 본능이 이끄는대로 우회전. 양복 입은 할아버지가 시험장 방면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좁은 골목 길로 걸어가고 있자니 어디에선가 풍겨오는 담배 냄새. ㅆㅂ   그리고 잠시 후, 찌린내가 엄청나게 풍겨 왔다.


동남아 애들로 보이는 패거리가 길바닥에 잔뜩 서 있기에 왜 저러고 있나 싶었는데 벌써 시험장 앞이더라.


계단을 이용해서 4층으로 올라갔는데 아직은 입실이 안 되는 상황. 계단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어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한자 단어 읽는 게 엉망이더라고, 내가. 부랴부랴 외우려 하는데 당최 머리에 안 들어간다. 게다가 동사는 반도 못 맞추겠다. 이러고 시험 본다고? 진짜?




그러는 사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간다. 시계를 보니 아직 정오가 안 됐다. 입실 시간이 안 됐으니 계속 계단에서 스마트 폰 쳐다보고 있었는데 어느 틈엔가 아무도 안 보이게 됐다. 그래서 시험장 쪽으로 가니 입실 10분 전인데 다들 들어가 있네. 나는 해당 시험장의 맨~ 끝에서 바로 앞 번호.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시험지를 받아 문제를 푸는데... 푸는데... 어? 이렇게 쉬워도 되나? 이거 N3 문제 맞나? N4 같은데? 너무 쉬운 거다. 금방 다 풀었다. 답안지 낼 때 보니까 앞에 있는 녀석은 나랑 답이 상당히 다르더라. 내 답이 맞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나와 답이 다른 동남아 녀석을 은근히 걱정했는데 쉬는 시간에 확인해보니 애매하다고 별표 친 문제는 다 틀렸네.


30분의 쉬는 시간 동안 화장실에도 다녀오고 커피도 한 잔 마셨다. 이내 2교시 시험이 시작. 2교시도 엄청 쉬웠다. 가장 많이 틀리는 독해 중문 역시 어렵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합격은 확실한데?




하지만... 역시나 세상은 녹록치 않다. 3교시 청해. 이게 문제였다. 보기가 네 개든, 세 개든, 일단 두 개까지 줄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 두 개 중에 뭐가 답인지 당최 모르겠다는 거다. 문제 별로 시간을 자유롭게 나누어 쓸 수 있는 다른 문제와 다르게 청해는 방송을 듣고 풀어야 하기 때문에 애매하다는 이유로 오래 붙잡고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저냥 찍었다. 찍고 나서 드는 생각은 '답만 피해가면서 찍은 것 같다!' 라는 것. 내가 엄살이 심한 편이라 평소에도 앓는 소리를 잘 하지만, 이번에는 엄살이 아니라 진짜다. 만약에 불합격한다면, 청해에서 과락 맞은 때문이다. 정말로 과락을 걱정할 정도의 점수가 예상되는 거다. 큰일이다, 진짜.




과락으로 불합격한다고 해도 N3를 다시 보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시험을 봤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 여름에는 N2 시험을 볼 거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간 뒤 계속 공부해서 언젠가는 N1 합격했다는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지.




하아... 청해를 풀기 전까지는 합격에 대한 확신이 잔뜩 있었는데, 청해 과락이 걱정되는 판이라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쩌겠어. 그런가보다 하고 말아야지.


전철을 타고 히로바에 가서 라면이랑 오이 고추를 사들고 왔다. 혼자 종종 걸음으로 걷는데 종아리가 찌릿찌릿하다. 최근에 운동도 안 했는데 왜 그러지?


편의점에 들러 먹을 것을 좀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들고 온 것들을 정리하고, 밥을 먹고, 고추 씻어서 냉장고에 넣고, 일기 쓰는 중.



내일 수업할 부분 예습도 해야 하는데, 술 생각이 나서... 그냥 맥주 마시고 일찍 자기로 했다. 내일 수업할 부분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맥도날드에서 하지, 뭐. 흠... 이렇게 말하지만 못 갈 확률이 90% 이상이다. 내일 비 온다는데 빨래나 걷고 맥주 마셔야겠다.



아! 빼먹을 뻔 했네.


K 리그 최고의 준우승 명가, 울산이 또 준우승했다. ㅋㅋㅋㅋㅋㅋ   울산에는 준우승 지박령이 있어서 세기 당 한 번 밖에 우승 못하는데 이미 20세기에 한 번, 21세기에 한 번 했으니까 우승 못한다고. 다음 세기나 바라봐라. ㅋㅋㅋㅋㅋㅋ







P.S. 대만 ㄴ들이 하도 떠들어대서 여차하면 '짖지마! ㅆㅂㄴ들아!' 라고 한 마디 해주려고 '짖다' 라는 동사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그게 문제로 나왔다. 짖다라는 뜻의 吠える(호에루)가 주어지고 제대로 사용한 문장을 찾는 거였다. 옆 집에서 개가 짖어서 시끄럽다는 내용의 문장이 답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염병할 ㄴ들 때문에 틀릴 뻔한 문제 하나 주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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