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다 써서 올리는 게 몇 분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15시 하고도 5분. 수업이 끝나자마자 칼 같이 돌아왔다는 말씀 되시겠다. 과장으로 흔히 하는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모레가 시험인데 말이지. 내가 이 정도로 깡이 좋은 사람이시다, 엣헴!
1년에 두 번 밖에 없는 JLPT 시험인데 긴장이 1도 안 된다. N4 볼 때에는 일본에서 처음 보는 시험이었던지라 조금은 긴장했던 것도 같은데, N3 시험을 앞두고는 아무 생각이 없다. 미친 건가?
오늘은 지난 주에 치렀던 8과 테스트 결과가 나온 날. 시험지 나눠주고 이의 있으면 얘기하라고 한 뒤 그냥 넘어가버리는 쿨한 선생님도 있었고, 1번부터 차례차례 문제를 풀어주느라 한 시간 까먹는 선생님도 있었다. 지금의 담임 선생님은 가히 역대급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모두의 답을 모아 감점 없이 완벽한 정답, 약간의 감점, 점수를 줄 수 없는 답 등을 구분해서 알려준다. 프로젝터와 노트북까지 동원. 저 자료를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지 상상도 못하겠다. 자기 일에 열정이 없다면 절대 못할 일. 담임으로 만나기 전에도 뭔가 포스가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진짜 대단하다.
아무튼. 내가 쓴 답은 줄줄이 감점 사례에 들어가 있다. 게다가 야심차게(?) 쓴 답은 0점 처리 됐다. 일본인의 생활은 어떤 것 같은지 묻는 문제였는데 내 일본 생활에 대한 것으로 잘못 읽는 바람에 기껏 쓴 답이 0점 처리. 제기랄.
구두 시험의 경우 완벽한 점수는 못 받았고, 각각 2점씩 까였다. 점수표가 떴을 때 구두 시험 점수를 보고 내 점수를 찾아봤더니... 공동 2등 했네. 평균 점수가 60점이라는데 1등이 83점이다. 단연 독보적이다. L상이 아닐까 싶다. 그 뒤로 나랑 다른 한 명. 필기 시험 점수는 내가 2점인가 높은데 구두 시험에서 까먹는 바람에 공동 2등 했다. 파릇파릇한 애들 사이에서 나름 분전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지만 점수 자체만 놓고 보면 별로 맘에 안 들었다.
나 빼고는 모두 이번에 N2 시험을 본다. 내가 N3 본다니까 왜 N3냐고 묻는 친구들도 많았다. 내 성격 자체가 어려운 일에 도전해서 성취감을 느끼기보다 쉽고 간단한 도전을 부담없이 하는 쪽인지라 그런 것도 있지만, 실제로 나는 내 실력이 N3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N3 단어의 경우 ⅓이나 읽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엉망진창이고 문법 역시 절반이나 기억하고 있으면 다행이나 싶을 정도. 그러니 내 수준에 맞는 시험을 본다고 생각한다. 교과서에서 이미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치른 시험에서 나보다 한참 모자란 점수를 받은 녀석들도 N2 시험을 본단다. 합격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저 시험이 일본어 능력을 검증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거.
어떤 언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때 노트 던져주고 무슨 단어 써 봐, 이럴 경우 뭐라고 표현하는지 문법에 맞게 작문해 봐, 이러지 않잖아? 실제 언어 능력은 말하고 듣는 게 가장 우선이라 생각한다. JLPT 시험에 청해, 즉 듣고 푸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말하는 건 전혀 없으니까... 그냥 무작정 외우기만 해도 합격이 가능한 시험이다. 한국에서 N2 따고 왔는데 일본 식당에서 음식 주문 못해서 손가락으로 고레, 고레 하는 식으로 주문했다는 글도 본 적이 있다.
고로. 나는 N3 보는 게 쪽 팔리다거나 하향 지원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지금의 내 일본어 실력은 N3도 안 된다, 분명히.
뭐...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선택 과목 수업 시간에 문제를 풀어보면 어찌저찌 합격 수준의 점수는 나온다. 그래서인지 전혀 긴장이 안 된다. 그냥 지금 이대로 시험을 봐도 합격은 하겠는데 싶은 거다. 그러니 오늘도 공부 안 하고 그냥 돌아왔지. ㅋ
오늘 간단하게 일 잔 하고, 내일 교류 센터에 가서 벼락치기나 할까 싶다. 그래도 명색이 시험인데, 문제는 좀 풀어봐야지. 일요일에 시험 끝나면 낮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가니 뭔가 하고 자시고 할 수 없을 거다. 히로바 가서 라면이나 사들고 올까 싶다. 다음 주 수요일에 1과 테스트까지 끝나면 남는 건 클레스 멘토 테스트 뿐. 어지간하지 않는 이상 아랫 반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거고, 윗 반으로 올라갈 수준도 절대 안 될테니 적당히 풀고 나오자는 생각이다.
1과 테스트는 전 날 벼락치기 열심히 하는 걸로 하고... 이제는 정말 아이슬란드 여행에 집중해야 할 때... 라고 하지만 아무 것도 하기 싫어. 아, 귀찮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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