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니 일곱 시. 다시 보기로 『 그것이 알고 싶다 』 보다가 세 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으니 더 자야 한다. 하지만 머리맡에 굴러다니던 태블릿 붙잡고 게임하느라 두 시간을 까먹었다.
아침부터 푹푹 찐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풍기 만으로 버틸 수 있었는데, 지구가 더워진 건지 몸뚱어리의 열 방출 시스템에 장애가 생긴 건지, 이제는 에어컨이 없으면 숨이 넘어갈 것 같다.
슬슬 머리 밀 때가 된 것 같아 가볍게 밀어주시고, 샤워를 마친 뒤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 티셔츠를 입기 전에 선크림을 바르는 바람에 결국 옷에 묻혀 버렸다. 바보 같은...
마츠이 아울렛 갔다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산 아디다스 티셔츠인데 아무래도 여자 옷인 것 같다. 크기라도 넉넉하면 그냥저냥 입겠는데 작아가지고... 누구 주기도 그렇고, 집에서 잠옷 대용으로나 입어야 할랑가봉가.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걸었지만 교류 센터에 도착했을 때에는 앞 판(?)과 뒷 판(?)이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어지간해야 에어컨 바람 쐬면서 진정을 시키고 들어가지, 이건 뭐, 나이아가라 폭포 쏟아지듯 땀이 흘러버리니...
빈 자리가 애매해서 적당히 자리 잡고 앉았는데 명당 자리를 차지하고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던 처자가 전화 받더니 이내 짐 싸서 나간다. 쫌만 빨리 갈 것이지. 옮기는 게 귀찮아서 그대로 계속 앉아 있었다.
맞은 편에는 신문 빌런 셋이 쪼로록~ 앉아 있다. 그 중 가운데 있는 녀석은 한숨 스킬 만렙.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쉬어 댄다. 남들한테 제발 들어달라 하는 듯 큰 소리 내어 휴우~
발로 정강이를 팍! 차고 '혼자 사냐, ㅺ야!!!' 하는 상상을 했다.
옆에 앉은 참하게 생긴 처자는 조느라 정신이 없다. 그 심정 잘 알지. 나도 책만 펴면 졸리거든. ㅋㅋㅋ
미사키 선생님은 한자 시험 문제를 미리 가르쳐주지도 않거니와, 히라가나 쓰는 문제와 한자 쓰는 문제가 마구 섞여 나오고, 심지어는 밑줄 그어지지 않은 것도 문제로 내기 때문에 난이도가 가장 높다. 그래서 모르는 건 다 외워야 한다. 귀찮다고 그걸 안 하니까 미사키 선생님이 낸 한자 퀴즈는 점수가 잘 나와봐야 8점.
내일은 수업이 없지만 1교시는 한다고 하니까 한자를 조금이라도 미리 봐둬야겠다 싶어서 한자부터 외웠다. 아는 한자를 제외하고도 30개 넘게 외워야 한다. 노트를 절반 정도 채워가며 외우다보니 잠이 오기 시작. 안 자려고 기를 써보지만 무리다.화장실에 가서 볼 일 보면서 정신 좀 차리고 커피 하나를 사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마저 한자를 외운 뒤 노트북을 꺼내어 여행 자료 검색할 준비. 터치 패드는 불편하니까 마우스를 챙겨 갔는데 블루투스가 연결되었다고 나옴에도 불구하고 커서가 안 움직인다. 연결 해제했다가 다시 연결하니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하는 사람은 왼쪽의 참한 처자 뿐이고, 나머지는 다 들락날락. 오늘은 전반적으로 센터가 조용한 편이지만 그 와중에도 신문충들의 종이 넘겨대는 소리는 요란하다. 그리고 새로운 빌런의 등장!
맞은 편에 앉은 신문충. 머리가 히끗히끗한, 아저씨와 할아버지의 경계에서 살짝 할아버지 쪽으로 치우쳐 보이는 냥반이었는데 신문 보다 말고 덥다고 중얼거리더니 가방에서 뭘 부시럭거리며 꺼낸다. 뭐하나 싶어 슬쩍 보니 과자를 꺼내고 있다. 과자를 봉지째 들어 입에 털어 넣고, 다시 부시럭거리며 과자를 가방에 집어 넣는다. 그 와중에 입으로는 오도독~ 오도독~ 요란하게 과자를 씹는다. 처먹충이라니. 처음 보는 유형의 빌런이다.
잠시 후 다시 가방에서 과자를 꺼낸다. 아쉬웠는지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 조용~ 한 센터 안에 오도독! 소리만 요란하다. 하아... 전세 냈냐, ㅽ!
여행 정보도 알아보고 경로도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도저히 처먹충을 버텨낼 재간이 없어서 포기. 짐 싸서 나왔다.
곧장 집으로 오지 않고 큐즈몰의 도큐핸즈에 들렀다. 방향제 사려고. 일요일답게 미어 터진다. 관광지나 쇼핑몰 같은 곳은 일요일이면 바글바글. 대신 거리는 한산한 편이다. 예수쟁이들 때문에 온통 막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쉬는 날은 확실히 쉬는 날 분위기가 난다.
아무튼, 도큐핸즈에서 방향제를 사고 미처 못 산 게 있어서 오아시스에 갔다. 사려고 했던 게 없어서 포기하려던 찰라 눈에 딱 띄어서 제대로 사고. 군것질거리도 사들고 왔다.집에 와서 티셔츠를 벗었더니 다 젖어 있다. 지독하게 흘렸다, 진짜.
사들고 온 방향제를 여기저기 풀고(?) 샤워를 한 뒤 빨래. 배 고파서 밥그릇에 카레를 껍데기 째 넣고 전자 레인지에 넣었더니 불꽃이 막 튄다!!! 화들짝! 놀라 잽싸게 빼고. 밥그릇에 부은 뒤 다시 넣었다. 즉석 밥 두 개 돌려서 같이 먹고. 마사미 님이 보내주신 복숭아도 하나 먹고.
빨래 널러 베란다에 나갔더니 어제까지는 안 보이던 바퀴벌레 사체가 보인다. 등빨은 어찌나 좋은지. 발이 이미 오그라들었으니 크게 걱정은 안 되는데 혹시라도 알 깐 건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되긴 한다.
흰 색 모자라서 때가 너무 잘 타는데 야구 모자 빨았다가 모양이 다 망가진 경험이 있어서 세탁기를 돌릴까 말까 엄청 고민했더랬다.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세탁기에 넣고 빨았는데, 다 마르고 나니 모자에서 섬유 유연제의 좋은 향기가 계속 은은하게 풍겨 온다. 엄청 좋다. 그래서 모자를 또 빨았다.
한 것도 없는데 벌써 18시. 여행 관련해서 좀 더 알아보고, 맥주 일 잔 하고, 일찌감치 자야겠다. 내일은 수업이 없으니 덜 피곤할 것 같다. 하지만 학교에서 공부를 하든, 여행 계획을 세우든, 뭐라도 해야 한다. 집에 바로 돌아오면 망삘이다.
벌써 7월도 다 지나갔다. 일본 온 게 엊그제 같은데 주택 보증료 또 내라고 지로 용지가 날아왔다. 그나저나... 전기 요금은 얼마나 때리려고 아직도 안 보내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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