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하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니까 그닥 피곤하지 않다. ㅋㅋㅋ
이 날은 L군과 같이 나라에 가기로 약속한 날. 열 시에 만나자고 해서 시간 맞춰 나갔다. JR 중앙 출입구에 있다고 하기에 동쪽 출입구로 오라고 했는데 올 때가 한~~~ 참 지났는데도 안 온다.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했는데 동쪽 출입구를 전혀 못 찾고 있었다. 막 설명을 하다가 '내가 가면 되잖아?' 싶어 중앙 출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만나고 나서 얘기해보니 내가 학교 가까운 쪽에 있다고 해서 킨테츠線 타는 곳까지 갔다 왔단다. 길이 엇갈려 나는 나대로, L군은 L군대로 헤맨 거다. 중앙 출입구에서 동쪽 출입구 가는 거, '한글 안내도 있고 걸어서 1~2분이면 충분한데 그걸 못 찾나' 싶어 답답했는데 멀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미안한 맘도 들더라.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역이니 JR 텐노지駅은 당연히 알 거라고 내 기준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거다. L군은 평소에 텐노지 역에서 JR 탈 일이 없으니 모르는 게 당연한데 말이다.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라고 그렇게 되뇌인들, 어쩔 수 없나 보다.
어쨌든 만났으니까 됐지. 플랫폼으로 이동해서 들어오는 열차의 맨 앞 칸에 자리 잡고 앉았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나라에 도착. 스타 벅스에 들러 음료 한 잔씩 들고 고후쿠지 쪽으로 걸었다. 고후쿠지는 유료 관람 시설이 두 군데나 있는데 딱히 돈 내면서까지 볼 필요가 있겠나 싶어 바깥 쪽에서 탑만 보고 토다이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 번 갔던 곳이니까 굳이 지도 안 봐도 된다 생각하고 걸었더니 토다이지 정문 쪽이 아니라 후문 쪽으로 이동하게 됐다. 하지만 그게 전화위복이 됐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았다.
골든 위크 때에 비하면 확실히 사람이 많지 않다. 대불전과 박물관 통합 입장권이 1,000円이기에 그걸 사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이 진짜 크다. 놀라울 정도. 사람이 많으니 망정이지, 이 정도 규모의 건물에 혼자 있다 생각하면 뭔가 굉장히 무서울 것 같았다.
크다, 크다,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그저 와~ 소리 밖에 안 나오더라.
불상 주위를 한 바퀴 빙~ 돌며 구경을 했다. 정말 크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참... 밖으로 나가 박물관으로 들어갔는데 국보, 중요문화재인 건 알겠지만 한글 안내가 없어 잘 모르겠다. 기를 쓰고 일본어와 영어를 번갈아가며 읽어보지만 금방 지친다. 결국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밖으로 나갔다.
시장 골목으로 들어가 밥 집을 찾다가 텐동 집을 발견. 대기가 있기에 잠시 기다리다가 밥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이제 원래의 목적인 술 사기로 돌입할 차례. ㅋㅋㅋ
하지만 술 파는 가게를 그냥 지나쳐버렸다. 이렇게까지 내려오지 않았는데? 지나친 것 같은데? 싶어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이 땡볕에. ㅠ_ㅠ
다행히 술 파는 가게를 다시 찾긴 했지만, L군이 원하는 사이즈의 유자 술은 매진. 훨씬 크거나 훨씬 작은 사이즈 밖에 없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아예 큰 사이즈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나의 사랑 風の森도 집어들었다. 사장님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집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본다. 40분 걸린다고 했더니 바로 냉장고에 넣으라고 강조하신다. 세 시간 내에 넣어야 한단다.
병에 붙은 라벨 색깔이 빨강, 초록, 파랑, 보라,... 참으로 다채로운데 전부 쌀이 달라 맛도 다르단다. 빨간 색이 약간 탄산 끼가 있어서 좋았던지라 그걸 샀는데... 에? 가격이 다르네? 다른 건 1,600円 조금 넘는데 빨간 건 2,700円이다. H군이 한 병 사달라고 부탁하기에 빨간 거 샀는데 1,600円이라 했기에 가져 갈랑가 모르겠다. 날 더운데 학교에 가져가면 냉장 보관이 안 되니까 그것도 안 될 것 같고. 그냥 H군 한가하다고 할 때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같이 간단히 일 잔 하고 술 줘서 보내던가 해야겠다.
다시 역으로 돌아가 전철을 타고 텐노지駅으로 돌아왔다. L군은 역 근처에서 볼 일이 있다고 하기에 역에서 헤어졌다. 집에 와서 바로 샤워하고, 빨래해서 널고, 간단히 청소하고...
그렇게 빈둥거리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눈 뜨고 정신 차려 축구 본 뒤 또 졸다가... 자야겠다 싶어 자정 무렵 드러누웠다. 자기 전에 실내 온도를 보니 28℃에 가깝다. 미쳤... 에어컨 켜고 나니 금방 24℃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에어컨을 켜고 자기에는 전기 요금이 무서우니까, 에어컨 끄고 창문을 열었다. 뉘 집 개새끼인지, 집에서 담배를 쳐 피워서 창문 열어두면 담배 냄새가 난다. 짜증나 숨지겠다. 어디인지 잡아야 질알 염병이라도 할텐데 담배 냄새 나자마자 뛰쳐나가도 당최 안 보인다. 옆 집은 아닌 것 같고, 아랫 집인가? 엄청 짜증난다.
식당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중 L군이 손전화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그만... 파삭...
└ 괜시리 미안했다. JLPT N2 시험 앞두고 액땜한 셈 치겠다는 L군의 멘탈이 대단.
└ 그 나이에 그러기 쉽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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