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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3월 14일 목요일 맑음 (기말 테스트 / 학기 종료)

by 스틸러스 2019.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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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잠깐 자고 일어나 공부를... 공부를...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안 했다. -_ㅡ;;;




빈둥거리다 시간 다 잡아먹고 그냥 잤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대체 뭘 했는지조차 모르겠다. 공부하기 싫어 몸부림을 치면서도 점수 잘 받고 싶은 마음은 있는지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자!' 라고 마음 먹었다. 세 시 반에 깼지만 너무 이른 것 같아 더 잤고, 다섯 시 반에 다시 깼다. 슬슬 이불과 작별하고 책상 앞에 앉아야 하는데, 하다 못해 교과서 본문이라도 읽어봐야 하는데, 춥기도 하고 만사 귀찮기도 해서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결국 태블릿 붙잡고 두 시간을 그냥 까먹었다. 그렇지. 이게 나야. 지독한 의지 박약. 공부 따위와 거리가 먼 캐릭터. 어쩌다가 내가 공부하는 캐릭터가 되어가지고. ㅠ_ㅠ   이미지 안 깨려고 팔자에 없는 공부한답시고 바둥거리고 있는 건지. 아오... ㅋㅋㅋ   뉴스에서 베트남 브로커가 짭퉁 재류 카드 만든다는 내용을 방송하기에 그거 보면서 커피랑 계란 먹고, 호다닥 씻은 뒤 학교로 출발.


교실에 도착하니 책상이 시험 대형(?)으로 펼쳐져 있다. '자리가 따로 지정되어 있나?' 싶어 칠판을 봤지만 자리 안내 같은 건 없었다(그러고보니 클래스 멘토 테스트도 자리 지정 같은 건 없었지.). 그래서 원래 자리에 앉았다. 샤프랑 지우개만 달랑 들고 가기 민망해서 가지고 간 교과서를 보고 있자니 G군이 왔다. 만날 수업 전에 아슬아슬하게 등장했는데, 오늘은 시험이라 그런가 빨리 왔다. 일찍 왔다고 살짝 농담 던져준 뒤 어제 부리람이 전북 이겼다고 하니까 알고 있다면서, 정말 놀랐단다. ㅋㅋㅋ   더블한다고 설치더니 쌤통이다.

잠시 후 담임 선생님이 입장. 금방 아홉 시가 됐고, 시험이 시작됐다.




네 장이 하나로 묶여서 주어졌는데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40분까지인 줄 알고 서둘러 썼는데 종이 울리지 않기에 다시 생각해보니 오전 수업은 50분까지. 시간이 남은 셈이니 시험지를 천천히 다시 훑어봤다. 그랬더니... 틀린 게 눈에 들어온다. 서둘러 고쳐쓰고, 쉬는 시간에는 멍 때리고 앉아 있었다. 시험 전에 손전화 끄라고 해서 꺼버리는 바람에 달리 할 게 없다. 쉬는 시간 10분이 금방 지나고 두 번째 시험이 시작. 이번에도 네 장이다. 먼저 받은 문제는 고딕체라 만만했는데, 두 번째 시간의 문제는 궁서체다. 제기랄. 확실히 난이도가 1교시보다 높아졌다.

기말 테스트는 처음이라서 잘 몰랐기에 클래스 멘토 테스트처럼 모두 같은 시험지를 풀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시험지에 반과 담임 선생님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다른 선생님들이 수업 중에 농담한답시고 선생님이 공부 못하면 막 때리냐고, 1C 학생들 성적이 아주 좋다고 그러던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놀랄 정도의 점수를 받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나는 그나마 나쁘지 않은 축에 속하는 것 같지만 그런 내 점수도 딱히 놀랄 수준은 절대 아니고.

아무튼, 시작부터 글씨를 막 갈겨 썼는데도 시간이 부족해서 나중에는 아예 막 날려 썼다. '선생님이 제대로 읽을 수 있으려나' 싶을 정도로. 試驗(しけん, 시험) 같은 한자는 획이 많더라도 알고 있는 한자니까 금방 쓸 수 있는데, 모르는 한자는 보고 따라 그려(!)야 하니까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죄다 히라가나로 써버렸다. 아슬아슬하게 내긴 했는데 그래도 한 문제는 못 풀었다. '지금 곤란한 것에 대해 쓰라' 는 문제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건너 뛰었거든. 가까스로 마지막까지 다 풀고 나니 1분도 안 남았는데 안 풀고 건너 뛴 저 문제가 눈에 딱 들어오더라고. 안 풀고 비워두기가 영~ 그래서 'なんでもない(『 너의 이름은(君の名前は。) 』 덕분에 '아무 것도 아니다' 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별히 문제될 거 없다' 로 해석되기도 함.)' 라고 써서 냈다. 당연히 정답이 아니다. 부분 점수라도 받으려면 반드시 써야 하는 표현이 있는데 그 표현을 안 썼으니까. 선생님이 체점하면서 좀 어이 없어할지도. ㅋ


그렇게 기말 테스트가 끝났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완전히 방전.




시험 끝나고 바로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M 패거리 빼놓고 몇 몇 친구들이랑 선생님 모셔서 같이 일 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나이 먹고 설쳐봐야 좋을 게 없다 싶어서 찍! 소리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 '이런 건 젊은 애들이 해야지' 가 꼰대 짓인지, 마구 설쳐대는 게 꼰대 짓인지, 알 수가 없다. 어찌 되었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짧지만,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한 후회는 오래 간다' 는 생각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말을 아끼려고 한다. 그 덕분에 아싸가 되어 학교에서 한 마디도 안 하는 날도 있고 그렇지만서도.

학교에 다른 좋은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우리 담임 선생님이나 이카와 선생님은 일본어 초급자에게 최적화되어 있는 분들이라 다음 학기에는 못 만날 듯. 영~ 아쉽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저 두 분 만큼은 한국에 돌아간 뒤에도 꼭 초대해서 단양, 영월에 모시고 가 제대로 가이드 해드리고 싶다.


아무튼, 학교에서 나와 집으로 가다가 편의점에 들러 80,000円을 인출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국민카드로는 인출이 안 되고, 유학 전에 만든 UNION PAY 카드로만 인출이 된다. 안 만들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집에 와서 빠져나간 돈을 확인해보니 얼추 3만원 가까운 돈이 더 빠져 나갔다. 1,000원이 넘는 환율과 수수료 때문이겠지. 속이 쓰리다. 피 같은 3만원. ㅠ_ㅠ   하루에 인출 가능한 돈은 600만원이지만, 한 번에 인출 가능한 돈은 100만원까지. 만약 학비도 내야 하고 월세도 내야 해서 600만원을 찾는다면 3만원 × 6 = 18만원, 무려 18만원이 헛되이 날아가게 된다. 12월에 한국 갔을 때 800만원을 바꿔 왔으니 나름 큰 돈이라 생각했는데, 수업료 내고 월세 내고 나니 남는 게 없다.




편의점에서 나와 코난에서 장을 봤다. 반드시 사야 하는 건 즉석 밥이랑 거름망 정도. 하지만 달랑 두 봉지 남은 에비센(새우깡)을 포함해서 이것저것 사들고 왔다. 나도 모르게 금, 토, 일요일 동안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갈 준비를 해버렸다. 그 덕분에 오늘 장 본 걸로 3일 동안 집구석에서만 살 수 있게 됐다. ㅋㅋㅋ

장 본 걸 집에 두고, 츠루하시의 한인 타운으로 향했다. 라면 사려고.   축지해서 금방 도착했는데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이 꽤 있다. 캐리어 끌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 뭘까?




비빔면 살까 하다가 팔도 거 팔아주고 싶지 않아서 진짬뽕이랑 진짜 쫄면인가 사고, 김도 조금 샀다. 계산하는데 가스 활명수 보이기에 두 병 사고. 나오니 여러 종류의 김치가 보여서 살까 하다가 '집까지 들고 오는 게 일이겠다' 싶어 안 샀다. 한국에서는 일본 라면 타령했는데, 일본에서 산 지 얼마나 됐다고 만날 한국 음식이 간절하다. 진짜... 파김치 먹고 싶다. 엄청 먹고 싶다. ㅠ_ㅠ

라면 사는 데 2분 정도 걸렸나? 더 볼 일 없으니 바로 복귀다. 보통 사람 두 배 정도 속도로 쉼 없이 걸은 거리가 대략 7㎞ 정도. 종아리가 살~ 짝 당긴다. 다음 주에는 하루에 30㎞를 걸어야 하는데... 25일은 무려 50㎞를 걸어야 하는데... 괜찮을까? ㅠ_ㅠ


이렇게 되는 건 아니겠지...



돌아오는 길에 학교를 두 개인가 세 개를 지나쳤는데 오늘이 졸업식하는 날인 모양이다. 한국은 새 학기가 시작되어 슬슬 친구도 사귀고 할 타이밍이지만 일본은 4월부터 학기가 시작이라 3월에 졸업식을 한다. 그러고보면 나도 오늘 마지막 시험 치고 한 학기 졸업한 거나 마찬가지지. 월요일의 클래스 멘토 테스트가 남아있긴 하지만.

집에 와서 라면 두 개를 끓여 호다닥 먹어치우고 빨래 넌 뒤 숨 좀 돌리려고 하는데, 본사의 인사 담당자한테 전화가 왔다. 세상 무너지는 목소리로, 감사를 받았는데 휴직 시작이 빠른 이유를 소명하란다.




지난 번에도 썼지만, 휴직 신청은 내가 했지만 승인은 저들이 했잖아? 아니, 저들이 승인해놓고 왜 나한테 소명하라고 해? 감사를 진행한 쪽에서는 분명히 '이 사람, 유학 시작에 비해 휴직이 빠른데 왜 그런가요?' 라고 물어봤을 거다. 왜 휴직의 시작이 빠른데 승인을 해줬냐고 물어봤을 거라고. 그럼 승인한 이유를 소명해야 하잖아. 그런데 나한테 소명하란다. 허... 허허... 허허허...

내가 이러저러해서 휴직 신청을 빨리 했다고 하면 그걸 고스란히 옮겨서 '이 사람에게 이런 사정이 있어서 승인해줬습니다.' 라고 하겠지. 그런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기 일을 나한테 떠넘기는 게 짜증스러울 뿐이다. 자기 징계 받을지도 모르니까 소명서 좀 빨리 써달란다. 징계 받거나 말거나 나랑 무슨 상관이야, 솔직히. 내가 휴직 신청한 게 기준보다 이르다(기준도 없다, 사실은.) 싶으면 승인을 안 하면 되잖아? '유학이 언제부터 시작인데 이 때부터 휴직하는 건 너무 빨라서 안 되니까 요 때로 다시 신청하세요.' 하면 되는 거잖아? 승인 다 해놓고 감사에서 문제 되니까 나한테 앓는 소리 한다고?


짜증이 확 났지만, 분쟁 없는 인간 관계를 추구하는, 노벨 평화상 받아도 아무 문제 없는 몸이시라 얌전히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고분고분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지난 번에 얘기하려다가 말았는데, 승인은 본인이 해놓고 왜 나한테 책임 지라는 식으로 말하냐' 고 한 마디 하긴 했다. 그리고 서둘러 소명서 작성해서 보냈다. 나는 할만큼 했으니까 수정을 하라고 한다던가 더 뭔가 하라고 하면 배째라다. 못 한다, 나는. 외국 나와서 없는 살림에 헐떡거리며 공부하는 사람을 어찌 이리 괴롭혀대냐. 돈 없어서 대출 받아 살아야 할지도 모를 사람한테.




라고 썼는데... 염병할... 내용 추가해주면 안 되겠냐고 전화가 왔다. ㅆㅂ   어째 예상에서 1도 안 벗어나냐. 아오, 짜증나. 잽싸게 고쳐서 다시 보내준 시각이 15시 50분. 그런데 16시 30분 넘어서 빨리 좀 보내달라고 재촉하는 메시지가 왔다. 염병. 메일 확인도 안 하나봉가.


오늘 테스트 때문에 일찍 끝나서 망정이지, 정상 수업이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아무튼... 툴툴거리며 소명서 작성하고, 인쇄해서 사인하고, 그걸 다시 스캔하고,... 그 질알을 하다 보니 17시가 넘어버렸다.


원래는 인생 술집 가서 '바람의 숲' 일 잔 하고 올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짜증스러운 마음으로 소중한 인생 술집 카드를 쓰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냥 집에서 맥주 깠다. 슬슬 맥주 주문할 시기가 되었다. 조금 싸다고 아사히 시켰지만 나는 역시나 산토리. 이번에는 주문하는 김에 호로요이도 한 박스 시켜볼까 싶다.


일요일에 세레소 경기 보러 가고 싶은데... 갔다 오면서 인생 술집에서 일 잔 하면 딱 좋은데... 일요일은 쉬는 날일 게 분명하다. 내일은 교류 센터 가서 공부해야겠다 싶긴 한데, 귀찮다면서 안 갈 게 분명하다. 공부도 안 할 거고 집에서 시간 보내느니 어디라도 다녀오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일단 이네 후나야 알아보고 있다. 와카야마나 고야산도 괜찮고. 1박 2일로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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