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⅓이 지나갔다며, 시간 빠르다 생각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⅔가 지나가고 있다. 시간 진짜 빠르다. 10월 19일. 오늘로부터 딱 한 달 전이 일본에 입국한 날이다. 여행은 여러 번 다녔지만 살러 온 건 처음.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난바에 있는 숙소에 짐을 던져놓은 뒤 근처 텐동 가게에서 밥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다음 날인 20일은 비가 왔다. 아침 일찍 부동산에서 픽업하러 온 차에 실려 어딘가로 이동했고, 계약서 쓴 뒤 휑~ 한 방에 혼자 남겨진 기분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그 때의 허~ 한 기분은 아직도 끄집어내는 게 가능하다. 아무튼... 한 달이 지난 지금, 기본적인 생활 도구와 가전 제품은 나름 갖추었고 학교도 잘 다니면서 살고 있다.
지금의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면 '아직도 23개월이나 남았어!' 라고 투덜거릴텐데,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서 '벌써 한 달이 가다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일단 학교 얘기부터. 다른 학교보다 공부 빡쌔게 시킨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진짜 빡쌔다. 막 주구장창 공부만 시키는 것도 아니고, 발표도 하게 하면서 최대한 많이 말하게 하는 재미있는 수업인데... 희한하게 내용이 많다. 형용사, 동사의 시제 변환부터 헤매기 시작했는데 급기야 연결형 나오고 막 그러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다.
아침 아홉 시부터 수업을 시작하는데 1교시는 항상 전 날 배운 거 테스트하고, 발음 위주의 공부하는지라 사실 상 진도는 안 나간다. 제대로 뭔가를 배우는 건 2교시부터. 그렇게 하루 네 시간 정도를 공부하고 오니까 한 달이면 스무 시간 정도 밖에 안 되는데, 그걸 못 따라가겠다. 고등학생들 공부하는 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데 말이다.
처음에는 그냥저냥 할만 하다 싶었는데 이번 주에는 5교시 되면 정신이 멍~ 해져서 수업 따라가는 게 힘들다.
일본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같아서 공부하기 좋다고, 초급은 금방 뗀다고 했는데... 머리 좋은 사람들한테나 먹히는 얘기인 것 같다. 나는... 엄청 어렵다. 가장 어려운 게 조사인데, 우리 말의 ~에가 여러 개의 조사로 변형되기 때문에 머리 아파 숨지겠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선생님 코 앞에 앉아서 고개 마구 끄덕거리며 적극적인 리액션으로 모범생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오늘 시험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선생님이 채점하면서 그럴 거다. 얘는 코 앞에 앉아서 엄청 열심히 듣는 것 같더니 왜 이 모양이야? -_ㅡ;;;
집에 오면 어떻게 마음을 먹더라도 공부가 안 된다. 지독한 의지 박약이라 아무리 집에 가서 공부하자, 공부하자, 해도... 들어오는 순간 놀자 판이 된다. 일단 밥부터 먹어야 하고, 배 부르면 만사 귀찮고, 뭐 그렇게 된다. 그래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참 필요한데... 학교는 수업 끝나면 땡. 더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 학교 1층에 자습실이 있긴 한데 17시까지 밖에 안 한단다. 거기에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 한국어 할 수 있는 스태프에게 물어봤음 좋겠는데 갈 때마다 사무실에 없다. -ㅅ-
집 근처 도서관은 학교 마치고 가면 빈 자리가 없고... 유료로 운영하는 자습실도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쉬어 버리니... 한국의 도서관이 그립다. 진짜, 각 잡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간절하다. 에휴...
살 뺀답시고 항상 점심을 굶고 있는데 오늘은 맥도날드 가서 해피밀 세트 먹었다. 오늘부터 『 슈퍼 마리오 』 피규어를 주는 해피밀의 판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고를 수 있는 건 아니고 랜덤으로 주더라. 오늘 받은 건 요시! 같이 간 친구와 몇 번 더 가서 부지런히 피규어 모으기로 했다. 이런 것도 일본 유학의 재미 중 하나다. 계속 한국에서 일하고 있었다면, 첫 사랑에 성공했을 때 딸이랑 동갑 정도가 됐을 친구와 같이 햄버거 먹으러 다닐 수 있었을라고. -ㅅ-
학교 마치고 부동산에 가서 계약서 받아왔다. 없어도 되는 건데... 어찌 되었든 받아놔야 하니까. 전철 타고 가서 1분도 안 걸려 용무 끝. 지난 번처럼 바로 왔던 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부지런히 걸었다. 일부러 JR 난바駅까지 걸어서 전철 타고 집에 왔다. 열흘 지나면 11월인데 아직도 반 팔 티셔츠 입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지독하게 덥다.
땀도 흘렸겠다, 집에 와서 욕조에 잠시 들어갔다 나왔다. 일본 여행 다닐 때에는 욕조를 보고 한숨 밖에 안 나왔었다. 이런 코딱지만한 곳에 뭔 몸을 담궈...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 그런데 매 달 수도 요금 ¥2,000씩 내니까 아까워서라도 물 받아서 들어가야겠다 싶더라고. 한국에 있을 때 수도 요금 5,000원 넘게 낸 적이 없는데 20,000원 넘게 나가는 거니까 본전 생각이 나지. 그런데... 뜨거운 물 받아서 쪼그리고 앉아 있어보니 의외로 괜찮다.
그래서... 여자, 여자스러운 입욕제도 샀다. -_ㅡ;;; 들어가서 땀 흘리고 나와 샤워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ㅋ
내일은 오카야마에 간다. 오카야마의 유명한 곳은 이미 가봤기 때문에 딱히 할 게 없다. 적당히 시간 보내다가 숙소 체크인하고, 마사미 님 만나서 운동하고... 일요일 오전에 간단히 근처 구경하고, 오후에는 축구 보고 돌아오면 된다. 집에 와서 공부 좀 해야 하는데 피곤해서 안 하게 될 게 분명하다. 숙제 없어서 천만 다행이다. 그렇다고 해도... 공부 좀 해야 한다. 슬슬 수업이 힘겨워진다. 못 따라가게 되기 전에 부지런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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