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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20년 03월 04일 수요일 비옴 (雨は降ってるし、私は面倒くさいし)

by 스틸러스 2020.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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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면증이라고 하면 보통 제대로 잘 수 없는 병이라 생각하지만, 불면증도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고 한다. 자려고 누웠지만 30분 넘게 뒤척거려도 잠들 수 없는 것도 불면증이라 하고, 나처럼 푹 자지 못하고 수시로 깨는 것도 불면증이라고 하더라. 여러 종류의 불면증 중 가장 몸에 나쁜 게 찔끔 자다 깨고, 또 찔끔 자다 깨고를 반복하는 것이라는데, 딱 내 증상이다. 국민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된, 아주 오래 앓고 있는 병이다.

  • 한국에서 고용 노예로 살 때에는 출/퇴근 시간이 들쭉날쭉하는 데다 일정한 생활 패턴을 가질 수가 없어서 하루에 몇 시간 자야겠다고 욕심내지 않았다. 아예 불가능했지. 하지만 일본에 와서 똑같은 패턴으로 사는 게 가능해지면서 될 수 있으면 여덟 시간을 자려고 노력했다. 보통 21시나 22시쯤 눕는데 그렇게 누워도 태블릿 붙잡고 있다가 2~3시간 정도는 금방 까먹게 되거든. 자정에 잠이 들면 어김없이 세 시에 깬다.

  • 어제, 아니 오늘이고나. 오늘 같은 경우는 새벽 두 시에 잤다. 학교에 안 가도 되니까 마음이 편해서 피곤함도 못 느낀다. 그렇게 두 시에 잤는데 눈이 반짝! 떠져서 시계를 보니 다섯 시다. 하아... 이 놈에 몸뚱아리. 세 시간 이상을 내리 잘 수 없는 건가?

  • 비몽사몽 간에 눈이 살짝 떠진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반짝! 하고 떠져버렸다. 회사나 학교 다닐 때였다면 엄청 피곤했을텐데, 하루종일 놀아도 뭐라 할 사람이 없으니 피곤하지도 않다. 태블릿으로 쓰잘데기 없는 영상들 보면서 시간 까먹다가 한숨 자려 했는데 어영부영 열한 시가 되어버려 그냥 일어났다.

  • 생각해보니 오늘은 병원에 가야 한다. 16시 40분인가 50분에 예약했던 것 같다. 내 우울증은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인데 휴교하게 되면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져버렸다. 그런데 이미 예약을 했으니 갑자기 취소하기도 뭐하고, 일본 정신과 체험 삼아 가볼까 싶다.
    한국에서야 우울증을 비롯해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병을 앓고 있다 하면 그저 미친 놈이라 깔아뭉개는 분위기지만 일본에서는 확실히 '마음의 감기' 라는 인식이 있다. 수십 년을 동네 정신과 다니면서 같은 선생님에게 상담 받는 환자들도 많다 들었고. 아무튼, 그래서인지 바로 예약하는 게 불가능하다. 최소 일주일은 기다려야 한다.
    정신과 진료는 내가 속에 담아둔 얘기를 꺼내면서 화를 풀고, 상담해주는 의사 선생님의 뻔하지만 그럴싸한 조언을 들으며 마음에 위로해주는 게 가장 큰 데 언어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돈만 버리는 게 아닐까 싶지만, 일단 가봐야지.

  • 그나저나, 그렇게 사람 스트레스 받게 만들던 ○○○의 인사 담당자는 아무 연락이 없네. 내가 그냥 돌아가겠다고 하는 게 뭔가 나쁜 일 하는 것처럼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병원 가서 진단서 끊는 게 좋겠다고 또 사람 겁 주더니만.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기껏 휴직 연장 신청해놓고는, 정작 연장 승인이 나니까 기존에 휴직 신청한대로 그냥 3월에 졸업하고 돌아가겠다고 하면 짜증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휴직 연장에 대해 언급한 게 지난 해 9월부터고, 휴직 연장에 대한 결과 통보가 늦어질 경우 늦어질 것 같다고 미리 언질이라도 달라 했는데 아무 말 없다가 등록금 납부 마감일 아침에 연락주는 건 엿 먹으라는 거 아니냐? 갑자기 변덕 부려서 그런 걸로 몰아간다면 그저 '죽을 죄를 지었소~' 하고 입 다물고 있을 리 없지, 내가.

  • 어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하루카스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더라. 40대 여성이라는데,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감염 확진자가 적은 건 검사 인원이 적은 이유에 있음을 확신한다. 우리나라처럼 줄줄이 검사하면, 줄줄이 나오기 시작할 거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보다 중국인 유입이 더 심한 나라가 일본인데.

  • 아무튼, 생각해보면 정말 어렵고 힘든 시기에 유학 왔다가, 어렵고 힘든 시기에 돌아간다. 환율은 오를대로 오르고, 한일 감정은 최악이고, 돌아가는 시기에는 코로나 19 때문에 난리. 잠시이긴 하지만 돌아가는 곳도 5,000명 넘는 감염자 중 4,000명 이상이 살고 있는 대구 근처의 동네. 박복한 걸까?

  • 어제는 그렇게 맑았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다. 쏴아~ 하고 쏟아지지는 않고, 조금씩 내리는 것 같다. '쏴아' 가 나와서 말인데 보통의 단어는 우리와 비슷한 게 상당히 많은데 의성어, 의태어는 아예 다르다. 언어의 출발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공부 좀 하긴 해야 하는데, 결국 어제도 짐을 다 싸지 못했다.

  • 원래 『 은하영웅전설 』 전 권을 다 사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게다가 지금은 일본어 책을 원어로 읽을 실력이 안 되니 사봐야 짐이 될 뿐이다. 슬슬 송장도 쓰고, 나머지 옷들도 포장하고 해서 돌아갈 준비를 마저 해야지.

  • 일본에 오기 전에 LG 그램 노트북을 사들고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어댑터에서 전원을 못 끌어오더라고. 충전이 안 되는 건 아닌데, 어댑터를 꽂아둔 상태에서도 배터리에서 전원을 끌어 쓰는 거다. 고객 센터에 물어보니 고장인 것 같으니 수리 맡겨 보라대?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어제부터 갑자기 전원을 어댑터에서 끌어다 쓰기 시작한다. 뭐야, 이거. 가전 제품이 속 썩여서 수리 기사 불렀더니 갑자기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꼴이잖아. -ㅅ-

  • 아무튼... 오늘이 벌써 수요일이다. 휴교 통보를 받은 게 금요일이니까 토, 일, 월, 화, 수,... 벌써 5일째 놀고 있네. 진짜 공부 좀 해야 하는데. 아니, 하다 못해 공부 안 할 거면 여행 계획이라도 좀 세워야 하는데, 만날 빈둥거리며 놀고만 있고나. 에효...



  • 오늘이 병원 예약한 날인 줄 알고 있었는데 어제였다! 어제 16시 50분이네. -ㅅ-
    왜 안 오냐고 전화라도 한 통 줄 것이지... 라고 생각하는 건 적반하장이겠지. 예약해놓고 잊고 있었던 내 잘못이다. 그나저나... 다시 예약하려면 또 일주일 기다려야 하는데. 그냥 가지 말아야 할까보다. 어차피 지금은 학교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도 없고.

  • 졸지에 개념없는 노쇼 한국인이 되어버렸네. T^T

  • 구입한 상자 다섯 개 중 두 개는 포장 완료. 세 개 남았는데 조금 이따가, 조금 이따가, 이러면서 하루를 다 까먹고 있다. 해야 하는데, 너무 귀찮아. ㅠ_ㅠ

  • 일단 라인 모바일은 해지를 했다. 다음 달까지 요금이 나온 후 해지가 될지도 모른다고 하기에 혹시 모르니까 요금제를 가장 저렴한 걸로 바꿨다. 500MB 짜리가 1,100円으로 가장 저렴하더라. 지금 7GB짜리 쓰고 있는데 그 상품은 없어져버렸네.
    원래 5GB 짜리 상품을 썼었는데, 일마존 프라임으로 노래 듣는 게 은근히 데이터를 많이 먹는지, 여행 다녀오면 부족해지더라고. 그래서 7GB짜리로 바꿨는데 그 후 장기간 여행한 적이 없어서 만날 전 날 데이터가 고스란히 남아 이월되곤 했다. 해지 신청하면 우편으로 USIM 보내라고 한다는데, 나는 그런 안내도 안 뜨네. 그냥 알아서 해지 되는 건가? 라인 카드에 남아있는 돈은 어떻게 되는 거지? 한국에서 쓰던 라인 계정도 있고, 일본에서 쓰던 라인 계정도 있는데, 어찌 해야 할랑가. 일단 엑스페리아는 한국에 돌아간 뒤에도 와이파이 전용으로 계속 쓸까 싶긴 한데.

  • 아무튼. 꾸리꾸리한 날씨다. 일찌감치 맥주나 마시고 자야겠다 싶긴 한데, 안주 할 게 없네. 밖에 나가는 건 귀찮고. 우버 이츠로 배달 시켜 먹자니 마땅히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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