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교 때문에 졸지에 방학이 2주일이나 앞당겨졌다. 방학 전에는 늘 '방학 때 이것도 공부하고, 저것도 공부하고,...' 라 생각하지만 어영부영 하다가 흐지부지되고, 늘 '대체 뭐하면서 피 같은 방학을 까먹은 거지?' 하고 후회하며 새로운 학기를 맞이했더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가 될 것 같다. 오늘부터 학교에 가는 일정과 똑같이 움직여서 하루에 다섯 시간 정도는 공부를 하자고 마음 먹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
어제 20시도 안 되어 드러누웠고, 자정에 깨서 두 시간 정도 빈둥거리며 까먹었다. 다시 잠이 들었고 여섯 시인가 일어나서 또 두 시간 까먹고. 여덟 시가 넘어 다시 잠이 들었다가 눈 뜨니까 열 시다.
라면 두 개 끓여서 배를 채웠다. 예전에 샀던 쌈장은 오늘 아침에 다 먹어치웠다. 아껴 먹는답시고 반 이상 남은 조미료 따위가 잔뜩인데 처분할 일이 걱정이다.
'적어도 정오 쯤에는 공부하러 가야 하지 않을까?' 라 생각했는데 오늘은 짐 싸야 한다는 게 떠올랐다. 컴퓨터 켜서 빈둥거리다가 15시가 넘어서야 씻고 밖으로 나갔다. 집에만 있으면 한국에서 노는 것과 다를 게 전혀 없다. 한국 유튜브 방송 보면서 한국 음식이나 먹고 있으니까 말이다. 밖에 나가야 그나마 일본 살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된다.
코난에 가서 박스 포장용 테이프를 두 개 사고, 상자를 사려고 했는데 상자에 사이즈만 쓰여 있고 몇 호 상자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최근에 후나빙 보낸 사람이 쓴 글을 참고해서 코난 5호 상자를 살 생각이었는데 몇 호인지 표시가 없으니 살 수가 없는 거지. 가장 확실한 건 우체국에서 상자를 사는 거다. 시계를 보니 16시가 넘었기에 문 닫았을 것 같긴 했지만 일단 가보자 싶어 슬렁슬렁 걸어갔다.
다행히 우체국은 아직 문 닫지 않은 상태였다. '후나빙을 보내고 싶다', '상자를 사고 싶다' 고 말하니까 사이즈를 물어본다. 가능한 한 가장 큰 상자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쬐끄만한 사이즈의 상자를 보여주며 이게 가장 큰 상자라고 한다. 에? 한국에서 일본으로 보냈던 건 우체국 6호 상자였는데 거기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작다. 아쉬운대로 보내야지 어쩌겠어. 일단 다섯 개만 사들고 왔다. 상자 하나에 380円. 상자 값만 벌써 1,900円이나 썼다.
집에 와서는 코난에서 사들고 온 포장용 도구를 바로 테스트 해봤다. 그, 왜, 플라스틱 같은 끈인데, 한 번 넣고 조이면 다시 안 빠지는 거 있잖아? 수백 개 들어있는 게 몇 천원인가 밖에 안 해서 심심하면 친구들 손가락 묶고 그러면서 장난치던 거. -ㅅ- 도구를 사용해서 그런 식으로 묶는 건데 이번에 포장하면서 쓰면 좋지 않을까 싶어 질렀다. 리필용 끈과 잠금 부분까지 샀더니 얼추 4,000円. 학교 등록금도 굳었겠다, 일본에서 생활할 돈도 남았겠다, 전부 은행 빚인 걸 까먹고 뭔가 부자가 된 느낌이다. 미쳤나보다.
실은... 코난에서 하마터면 가방 살 뻔 했다. 진한 주황색 가방이 엄청 예쁘더라고. 하마터면 지를 뻔 했다. 간신히 참긴 했는데... 며칠 내로 지를 것 같다. -_ㅡ;;;후나빙은 최대 20㎏까지라고 한다. 하지만 집에서는 무게를 측정할 방법이 없잖아? '코난에서 휴대용 저울 사올 걸...' 하고 후회하다가 일마존에서 검색해보니 1,000円 조금 넘게 주면 살 수 있다. 배송도 내일까지고. 그래서 저울까지 질렀다. 내일 저울이 오면 비닐 봉지에 책 넣어서 무게 달아봐가면서 상자에 넣을 생각이다. 책 아니면, 뭐... 20㎏나 나갈 일이 없지.
그나저나, 책이랑 옷만 해도 다섯 상자는 충분히 가득 찰 것 같은데.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이것저것 쓰다가 상자 하나 정도는 EMS로 또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상자 하나를 20㎏ 채운다고 치면 다섯 개에 100㎏인데, 20㎏ 상자 하나가 6,000円 넘으니까 다섯 개면 30,000円이네. 30만원... ㄷㄷㄷ
집 안이 난장판이다. 짐 싸면 어디에 보관해둬야 하나도 고민이고. 책 둔 곳을 치워서 거기에 차곡차곡 쌓아놔야겠다. 냉장고, 텔레비전, 세탁기는 언제 팔아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텔레비전은 거의 안 보니까 지금 당장 팔아도 될 것 같지만 냉장고랑 세탁기는 아직 좀 더 써야 하는데. 대략 10일 쯤에나 올리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안 팔리면... 처분하고 가야지, 뭐. 에휴...
내일까지 상자 다섯 개 채우는 걸 마무리하고, 4일부터는 공부 좀 해야겠다. 말만이 아니라 정말로. 기말 고사 점수는 좀 잘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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