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기를 건너뛰었으니까 어제 있었던 일부터 끄적거려야겠다. 어제의 특별한 일은 학교에서 피자 먹은 거.
방학 전에 M쨩, S쨩과 '날 잡아서 피자 시켜 먹자!' 고 했던 게 발단이다. 며칠 전에 피자 시켜 먹으면서 받은 쿠폰을 S쨩 책상 위에 올려놨더니 언제 먹냐면서 바람을 잡기 시작하더라고. 언제든 좋다고 하니까 추진력 쩌는 S쨩이 W상과 몇 마디 나누더니 바로 다음 주(이게 지난 주에 있었던 일)에 먹자고 하더라. 금요일은 배구 대회가 있으니까 월요일이 좋겠다 싶어 월요일을 D-Day로 잡았다.
우리끼리 먹기 미안하니까 주위에 있는 친구들에게 묻기 시작했는데 누구한테는 묻고 누구한테는 안 묻고 하기가 좀 그렇잖아? 결국 일이 커져서 반 단위의 행사(?)가 되어버렸다. 대체 왜 학교에 오는 건지 알 수가 없는 A상과 결석한 Y상은 참가 여부를 알 수가 없어서 일단 빠지는 걸로 했고, 내가 경멸해 마지 않는 Lㄴ과 저 ㄴ의 충실한 꼬봉인 꼬맹이가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담임 선생님을 포함하여 전부 열일곱 명이 참가하는 걸로 결론을 내리고 최대한 싸게 먹을 수 있는 쪽으로 머리를 굴렸다. 누군가에게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꽤 큰 돈이 될 수 있으니까.
적은 돈으로 부족하지 않게 시키려는 몸부림. 옆자리에 앉은 L상이 열심히 계산해줬다.
그런데 월요일에 학교에 가니 칠판에 붙여놨던 찌라시와 쿠폰이 사라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교실에 혐오 발언을 적은 종이 나부랭이가 붙어 있었던 모양이더라고. 그걸 떼어내면서 학교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되지 않은 종이는 다 떼어낸 것 같더라.
쿠폰이 없어서 할인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손전화로 크롬을 실행하니 전에 입력했던 내용이 살아 있어서 다행히 30% 할인 쿠폰을 써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주문하기 전에 S쨩이 50% 할인 쿠폰을 찾아내서 알려준 덕분에 더 싸게 주문이 가능했다. 2교시 끝나고 주문했는데 점심 시간이 되기 전에 도착해버렸다.
수업 중에 슬그머니 나가 피자를 받아들고 와야 했다. 교실에 도착해서 쫘아악~ 펼쳐 놓고 먹기 시작. 참가 여부를 알 수 없어서 불참으로 처리했던 A상이 자연스럽게 한 자리 차지하고 먹는다. 하아... 먹지 말라 할 수도 없고.
아, Lㄴ은 이 날 결석했다. 아프다는데 다음 날인 오늘은 바로 온 걸 보면 모두 모여서 피자 먹는데 자기랑 꼬맹이만 안 먹기가 껄끄러우니 결석한 게 아닌가 싶다. 내가 한 사람을 타겟으로 왕따 시키는 것 같아 기분이 몹시 더러웠는데, 따지고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묻지는 않았지만 다른 친구가 저 ㄴ에게도 같이 먹겠냐고 물어봤고, 저 ㄴ이 (아마도) 내가 싫어서 같이 안 먹겠다고 한 거니까.
아무튼. 열일곱 명으로 예상했는데 열여덟 명이 됐다. 게다가 남자는 다섯 조각, 여자는 세 조각 정도로 예상했는데 피자가 쥐알만 해서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그 와중에 다른 사람은 배려하지 않고 혼자 내키는대로 집어먹는 사람도 있었고.
대략 세 조각 정도 먹었는데 가만히 보니 G상이 안 보인다. 콜라 사러 편의점에 갔더라고. 에휴... 이 어리숙한 친구야. 기를 쓰고 집어 먹어도 모자랄 판에. 게다가 C상과 S상도 안 보인다. 피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콜라를 사들고 온 G상을 보자마자 빨리 먹으라고 재촉했다. 잠시 후 나타난 C상과 S상에게도 뭐하다가 이제 왔냐고, 빨리 먹으라고 했다. G상은 몇 조각 먹었는지 모르겠다. 많아야 세 조각이었을 거다. C상과 S상도 마찬가지. 두 조각 먹은 거 봤는데 남은 피자도 두 조각. 한 조각은 C상이 잡았는데 나머지 한 조각이 문제다. 누가 먹을 거냐면서 서로 눈치 보는 분위기이기에 내가 잽싸게 잡아서 S상 앞에 가져다 놨다. 그거 먹어봐야 세 조각이다.
돈은 똑같이 내는데 누구는 잔뜩 먹고, 누구는 찔끔 먹고. 이게 참... 그렇다고 자로 잰 듯 딱딱 잘라 1인당 이거! 하고 무 자르듯 자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엄청 미안했다. 그나마 나는 피자 세 조각 먹고 치킷 너겟도 하나 먹었으니 다행이지만 그만큼도 못 먹은 사람이 있으니.
처음에는 1,000円 이상씩 내야 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돈이 덜 나와서 남자는 1,000円 받고 여자는 950円 받았다. 다음에는 그냥 맘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넉넉하게 먹을지언정 일 키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2과 테스트 결과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아직 시험을 안 본 사람이 있으니 다음 주에 알려주겠다고 하신다. Y상이 아직 시험을 안 본 모양. 쟤는 일본 대학교 다닌다는 애가 출석율도 엉망진창이고, 딱히 성적에 신경을 쓰는 것 같지도 않고,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걸까? 아무튼, 선생님이 다들 시험 전에 공부한 거 맞냐고 하는 순간 나랑 눈이 마주쳤다. 뜨끔! 했다. 이번 시험이 역대 최저 점수가 아닐까 싶은데. ㅠ_ㅠ
점심 시간에 K군과 같이 맥도날드 가서 햄버거 먹고, 선택 과목 수업을 들었다. 선택 과목 수업은 할 때마다 스스로의 부족함에 쪽 팔리게 되는 시간이다. 그건 그거고. 베트남인지 태국인지, 아무튼 동남아 어디에서 온 걸로 보이는 녀석이 엄청 떠든다. 출처는 알 수 없지만 교류 센터의 냄새 빌런이 풍기는 것과 같은 냄새도 나고. 험난한 3개월이 될 것 같다.
교실로 돌아가 공부 좀 할까 하는데 갑자기 꼬맹이가 다가오더니 말을 건다. 응? 네가 웬 일이냐? Lㄴ 꼬봉이라서 나와는 한 마디도 안 나눈 지 꽤 됐는데. 뭐라고 하는가 싶어 봤더니, 지난 번에 자기 생일에 선물준 보답이라면서 뭘 주더라고. 술 마실 때 같이 먹으라면서. 일단 고맙다 하고 받긴 했는데 '쟤 저래도 되나?' 싶더라. Lㄴ이 보고 있었거든. 왜 나랑 말 섞었냐고 Lㄴ한테 까이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됐다.
이런 생각하는 내가 나쁜 놈이긴 한데, 이거 사람 먹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_ㅡ;;;
└ 서로 말 한 마디 안 하게 된 지 한~ 참 됐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뭔가 준다는 게 좀... -ㅅ-
아무튼. 일단 오늘 선택 과목 수업에서 받은 교과서에 지난 주 수업한 걸 옮겨 적고, 그러다가 옆 자리의 L상과 한 시간 가까이 수다를 떨었다. L상이 얘기를 참 잘 들어주는 사람인지라 온갖 쓰잘데기 없는 얘기를 다 하게 된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L상이 돌아간 후 내일 수업할 부분을 예습하고, 내일 선택 과목도 찔끔 봤다. 원래는 한자까지 외워야 하는데 17시가 넘어버려서 슬슬 가방을 쌌다. 18시에 주문한 맥주를 받기로 했으니까.
집에 와서 옷 갈아입자마자 벨이 울려 주문한 맥주를 받고, 마사미 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오늘 수업 받으면서 궁금했던 것을 여쭤보고, 간단히 몇 마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남들은 현지인과 대화하는 걸로 돈도 내고 그러는데 나는 마사미 님 덕분에 무료로 현지인의 지도를 받을 수 있으니, 대체 얼마를 버는 건지. 진짜... 마사미 님께 신세 지는 게 이만저만 아니다. 어찌 다 갚을 수 있을꼬.
집에 오다가 들린 오아시스에서 닭꼬치를 사들고 왔다. 맥주랑 같이 먹고, 오늘도 일찌감치 자야겠다. 요즘 자꾸 뒷목이 너무 뻐근해서, 이러다가 돌연사하겠다 싶어서 일찍 자려고 한다. 어제도 일찌감치 누웠는데 저녁에 한 시간 남짓 자고 깨고 말았다. 한참만에 간신히 다시 잠들었는데 새벽 네 시에 또 깼고, 그 때부터 뒤척거리며 두 시간을 보냈다. 좀 더 제대로 자고 싶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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