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여러 번 깨고 아침에 눈을 뜨니 여섯 시. 일곱 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뒤척거리다 잠 들면 일곱 시가 될 게 뻔한지라 그냥 포기했다. 그렇다고 바로 이불 밖으로 나가기도 귀찮아서 눈만 감고 뒤척뒤척. 한 30분을 꼼지락거리다가 일곱 시에 이불로부터 탈출을 감행, 커피 일 잔 마신 뒤 뭐라도 먹을까 하다가 그냥 샤워하고 출발했다. 평소보다 약~ 간 이른 시각.
교실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항상 M군(이 자식, 엄청 나이들어 보였는데 스물 한 살 밖에 안 됐어!)이 나보다 먼저 와 있었는데 겨울 방학 끝난 뒤에는 어째 늦게 오는 듯.
어제 조금 외워놓은 덕분에 한자 외우는 건 수월했다. 1교시가 끝난 후에는 냅다 2층으로 뛰어 내려가 서류를 신청. 빨리 보내달라고 재촉하던데, 한국처럼 신청한다고 바로 턱! 턱! 나오는 게 아니올시다. 아무튼, 괜히 기다리게 해봐야 좋을 게 없으니 빨리 보내주고 말아야지.
예정된 2과 테스트를 2교시에 보는 줄 알았는데 3교시라네? 2교시의 수업은 미리 예습한 덕분에 어렵지 않았다. 화요일의 선생님은 수업 중에 떠들거나 하면 바로 주의를 주는 분인데, 수업 중에도 뒤를 보며 중국어로 떠드는 게 일상이 된 Cさん과 한국어로 떠들어대던 H군이 주의를 받았다. 수업 중에 중국어로 처 떠드는 걸 엄청 싫어하는데, 따지고 보면 한국 애들도 한국 애들끼리 붙여 놓으면 똑같은 듯.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지만, 젊으니까. 나도 젊었을 때에는 저랬겠지. 떠드는 거 좋아하고, 공부에 관심 없고, 그랬지. 지금이야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게 칼이 되고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는 걸 아니까 입 닫고 살려고 노력하는 거지만. 아무튼.
드디어 2과 시험. 과연, 시험의 결과는?
폭망!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괴발개발 갈겨댔는데도 시간이 부족해서 제대로 된 답을 쓰지 못했다. 종이 친 후 5분 동안 더 붙잡고 있었음에도 한 문제는 아예 못 썼고, 두 문제도 틀렸을 게 분명하다 생각하면서 썼다. 70점도 안 나올 것 같은데. 하아...
한국에서는 남들보다 읽는 속도가 배 이상으로 빠른 편인데 일본어는 대체 왜 이 모양인지. T^T
점심 시간에 맥도날드 갔다 와서 선택 과목 수업을 들으러 갔다. N2 수업인데 교실이 7층. 아니, 대체 왜? 게다가 태국 애들인지 베트남 애들인지 동남아 애들이 잔뜩이다. 수업 종이 울렸는데도 킥킥거리고 처 떠드는데다 한국인 한 명이 담배 냄새 팍팍 풍기며 앉아 있고. 하아... 피곤하게 생겼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경험한 적이 있는 선생님이라는 것 정도일까?
수업 끝나고는 곧바로 뛰쳐나가 영사관으로 갔다. 오랜만에 가는 거라 어색. 좀 헤매다가 도착해서 쓰라는 거 쓰고, 갖다 내고, 인지 뽑아다 드리고, 서류 받아 왔다. 예전에는 사실 증명 발급 신청서만 썼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공증 촉탁서인가 뭔가도 같이 쓰라고 해서 써서 냈다.
다시 전철 타고 학교로 돌아오니 한 시간 20분 정도 지났네. 교류 센터는 어쩌다 한 번 가고 말아야지, 맘에 안 드는 일들이 많아서 자꾸 집에 갈 궁리만 하고 있어서 안 되겠다. 내일 2층에 들러 스케쥴 표 하나 달라고 하던가 해야지.
교실에 가니 처음 보는 한국인 아저씨가 자식과 통화하는 것 같았다. 애들 두고 유학 온 건가? 내가 들어가니까 복도로 나가는데 통화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서 문을 닫았더니 바로 들어와 가방 가지고 나가네.
교실에는 아무도 없고. 내일 수업할 부분 한 번 들여다 보고 한자 좀 외우다가 마사미 님과 통화했다. 만날 공부한답시고 통화한다, 통화한다 해놓고 처음 하는 거. 모르는 거 여쭤보고 틀린 거 수정도 받고,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 오늘부터는 NHK 뉴스 읽는 연습도 좀 하고, 정신 차리고 공부해야겠다. 만날 나이 먹어서 젊은 애들 따라가는 게 어디냐고 자위하지만 애들은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러는데, 나는 만날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공부도 안 하고. 반성하고 있다.
17시 30분이 조금 넘어 학교에서 나왔다. 4층에는 아무도 없더라. 로프트에 가서 폴더 두 개 사고 노트도 한 권 샀다. 공부도 안 하면서 학용품 욕심은 더럽게 많은지라 꾸역꾸역 사들이는데 이번에는 간신히 참았다. 딱 필요한 것만 샀다.
집에 와서 M쨩이 준 라면을 먹었다. 한약 냄새 나고, 뭔가 붉은 색을 띤 알맹이 같은 게 여러 개 들어 있는데 맛도, 식감도 별로라서 건져냈다.
그렇게 밥 먹고 나니 19시가 넘었네. 사들고 온 폴더에 공부할 자료부터 냉큼 정리하고, 공부해야지. 교류 센터 그만 다니고 교실에 남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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