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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20년 01월 18일 토요일 맑음 (안 돼, 나는)

by 스틸러스 2020.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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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당에 살 때에는 출/퇴근 시간이 들쭉날쭉 했더랬다. 정오 무렵에 출근해서 남들보다 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았기에 아홉 시부터 두 시간 동안 배드민턴을 칠 수 있더랬지. 대회에 나가서 입상할 생각도 없고, 그저 재미있게 운동하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쳤었다.

  • 일본은 동호회 문화가 엄청 발달해 있어서 프로 급 아마추어가 넘쳐나는 곳이기에 유학하는 동안에도 배드민턴을 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는 체육관 임대 문제 때문에 고정적으로 운동하는 클럽이 없더라. 날마다 운동하는 클럽은 대부분 학교의 시설을 빌려서 하고 있었는데 들어가는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웠다. 그나마 말랑말랑한 곳은 한 달에 한 번이나 운동할까 말까.

  • 아르바이트도 안 하고 있으니까, 학교 외의 장소에서 일본인을 만나려면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봉사 활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더라고.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가는 클럽에서라도 운동하려고 했다. 그렇게 지난 11월에 운동을 한 번 했고, 12월에는 아이슬란드에 가는 일정이랑 겹쳐서 못 갔다.

  • 일본에 와서 본 모든 사람들 중 가장 예쁜 처자가 모임을 주최하고 있었기에 1월과 2월에는 무조건 가겠다 생각했고 1월에 운동하는 날이 오늘이었다. 가야 하는데, 가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꼼짝도 못하겠다.

  • 결국 빵꾸를 내고말았다. 나로 인해 한국인은 약속을 잘 어긴다는 이미지가 생길까봐 걱정이 됐지만 몸이 무거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열 시 쯤 되니 '온다더니 어떻게 된 거냐' 고 묻는 메시지가 왔더라. 정말 미안하다고, 깜빡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미안하다고, 내 잘못이라고, 사과하는 메시지 보내고. '늦게라도 갈까요?' 라고 물어보니 '다음 번 모임 때 보자.' 고 답장이 왔다. 오라고 했음 피곤할 뻔... ㅋㅋㅋ

  • 빈둥거리다가 세탁기 돌리고, 샤워를 한 뒤 빨래 널고 학교로 갔다. 며칠 전에 신청한 서류를 오늘 준다고 했으니까.

  • 서류를 받은 뒤 편의점에 가서 M 누나로부터 부탁 받은 콘서트 티켓 구입비를 입금했다. 처음 해보는 거였는데 의외로 간단했다. ㅋ

  • 교실로 돌아가서 작문 숙제를 끝내고. 공부 좀 하려고 했는데... 결국 가방 싸서 돌아왔다. 강제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공부하는 게 너무 어렵다. 하아... 분 단위로 바뀌는 망할 의욕. 나처럼 의지가 약한 사람은 K 선배처럼 강하게 끌고 나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하아...

  • 집에 와서 낮술 마시며 빈둥거리다가 일기 쓰려고 블로그 열었는데 방문자가 100명을 넘었다. 이런 날이 드물어서 뭔 일인가 싶어 봤더니, 누군가가 일기를 정주행하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작년 이 맘 때에 지독한 감기로 고생했다는 걸 알았다.

  • 기억난다. 진짜 아팠고, 진짜 힘들었는데. 다행히 올 해에는 멀쩡하다.

  • 유학 전에도, 유학을 온 이후에도, 여러 가지로 걱정되는 것들이 있었지만 결국 잘 해결되어 오늘에 이르르고 있다. 지금 걱정하는 것들도 잘 풀릴 거라 생각한다.

  • 앞에 큰 벽이 있어서 일본어에 있어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답답하지만, 내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인 걸 아니까, 결국 내 문제인데 염병할 의지 박약 때문에...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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