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 인사도 드릴 겸 해서 오카야마에 1박 2일로 다녀왔다. 오사카에서 10:50 버스를 탔고 돌아올 때에는 10:30 버스를 탔으니까 얼추 스물네 시간이지만, 실제 오카야마에 머무른 건 스무 시간이나 될까?
언제 갔었는지 기억도 안 나서 찾아보니 지난 해 6월에 갔었네. 6개월 만에 다녀온 셈이다.
자다 일어나서 빈둥거리다가 아홉시 반이 넘어서야 샤워하러 들어갔다. 대충 입고 출발. 여유있게 간답시고 천천히 걸었는데도 더워서 걸으면서 겉 옷을 벗어야 했다. 아이슬란드 다녀왔더니 일본의 겨울은 겨울 같지도 않다(시건방).
구글 지도로 전철 시간을 확인한 뒤 바로 17번 플랫폼으로 가니 전광판에 10:21 전철이 있다고 나온다. 응? 구글 지도는 10:27이랬는데? 아이슬란드에서 몇 번 당한(?) 뒤로 구글 지도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져서 의심부터 하게 된다.
자판기에서 차가운 커피를 사서 꿀떡꿀떡 마시고, 21분에 도착한 전철에 올라탔다. 이마미야에서 사람들이 엄청 올라타기에 뭔 날인가 싶었더랬지. 뭔가 쌔~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잘못 탔다.
이마미야에서 오사카 시내로 가는 전철과 오사카 북부로 가는 전철이 갈라지는데 멍청하게 북부로 가는 급행을 탄 거다. 이 동네 산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이 모양이라니.
결국 벤텐쵸에서 부랴부랴 내렸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전철을 타면 한 번 갈아타야 하고 도착 예정은 51분. 버스 놓치게 생겼다.
역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탔다. 일본에서 택시 탄 게 얼마만인지. 기본 요금을 보니 스스로의 멍청함을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다. 690円. 지금 환율로 7,000원이 넘는 금액. 한국은 절반 정도 아닌가?
전철로 한 정거장 거리를 갔을 뿐인데 850円이 찍혀 있었다. 하아... 로또 1등 당첨된다고 해도 일본 전국 일주를 택시로 하면 빚내야 할 판이다.
45분에 난바 OCAT에 도착했을 때가 1,490円. 그나마도 완전히 멈추기 전에 기사님이 멈춰주신 덕분이다. 조금 늦게 눌렀다면 1,500円 넘어갔을 거다. 마침 가지고 있는 잔 돈이 있어서 천 円 짜리 한 장과 동전으로 요금 지불하고 내렸다.
호다닥! 뛰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 예전 경험으로 집에서 인쇄해 간 표가 있으면 굳이 매표소에 들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아니까, 바로 버스로 갔다. 기사님에게 보여준 뒤 자리에 앉았다. 뒷 자리에는 아줌마인지 처자인지 애매한 일본 여자 두 명이 앉아 있었는데 숨도 안 쉬고 수다, 또 수다.
태블릿으로 유튜브 영상도 보고, 미리 저장해둔 만화도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 이내 오카야마 역에 도착. 버스에서 내려 역으로 올라가니 바글바글하다. 미어터진다. 마사미 님은 만날 오카야마가 시골이라 하시지만, 역을 보면 절대 시골이 아니다. 사람들이 엄청나다.
바로 구라시키로 가는 전철에 탔다. 전철 안도 바글바글. 구라시키에 내려 곧장 미츠이 아울렛으로 향하는데 거기도 바글바글하다. 연말연초 내리 쉬는 기간이라 그런가보다.
곧장 아디다스로 갔다.
삼각형이 이어진 가방. 그 삼각형이 맞닿는 부분이 접히는 디자인. 몰랐는데 이걸 바오바오 백이라 한단다. 중국어처럼 들리는데 일본 브랜드라네? 그러고보니 친구 녀석이 일본 여행 왔다가 돌아갈 때 자기 부인 준다고 그 가방 알아보는 걸 봤던 기억이 났다. 아무튼. 아디다스에 비슷한 디자인의 가방이 있었더랬다. 혹시나 해서 아디다스 바오바오 백으로 검색하니 나오네. ㅋ
아무튼. 전에 오카야마에 갔을 때 그 디자인의 쌕이 1,000円 하는 걸 보고 살까 말까 고민했더랬다. 하지만 이미 가방은 잔뜩 가지고 있는데다 유학 동안 짐 늘리지 말자고 생각해서 안 샀다. 그 뒤로 계속 그 가방에 맘에 걸리는 거라. 그래서 이번에 사려고 했지. 하지만... 1,000円 하는 쌕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같은 디자인의 백 팩이 있더라. 문제는 가격. 아울렛인데도 5,500円이나 하더라. 가방 크기가 20ℓ 정도 됐더라면 바로 집어들었을텐데 엄청 작았다. 게다가 손으로 들 수 있게 디자인 된 손잡이 부분도 너무 컸다. 결국 포기.
모자도 예전에 샀던 것 뿐이라서 안 샀다.
바로 푸마로 이동했는데 푸마에서도 맘에 드는 걸 보지 못했다. 그나마 운동복 괜찮아 보이기에 망설이다가 질러버렸다. 원래는 위에 입는 후드 티셔츠만 사려고 했는데 바지랑 세트로 되어 있어서 바지도 사버렸다. 돈 없다면서 이러고 있네.
마사미 님이 기다리고 계셨기에 서둘러 역으로 돌아갔다. 아울렛에 온통 중국어를 쓰는 사람들 뿐이어서 오래 있고 싶지도 않았다.
기타나가세駅에서 마사미 님을 만나 바로 밥 먹으러 이동. 내가 우동이나 라멘 같은 면 음식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계시지만 항상 미안해하신다. 더 좋은 거 먹어도 된다고 하시면서.
차로 꽤 먼 곳까지 가서 라멘을 먹었다. 카라아게가 들어 있는 라멘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맥주도 같이 일 잔 마시고.
그리고 나서 바로 옆에 있는 카페로 이동해서 수다 떨다가 슬슬 시간이 되어 운동하러 갔다.
체육관에서 옷 갈아입은 뒤 간만에 배드민턴을 쳤다. 운동할 때 머리에 뒤집어 쓸 것을 준비하지 않아서 가지고 간 비니를 썼는데 이게 격하게 움직일 때마다 내려와 눈을 가리는 바람에 불편했다. 예전에는 내 라켓이 아니어서 영 안 맞았다고 핑계를 댔지만, 이번에는 내 라켓이었는데도 엉망진창이었다. 오랜만에 쳤으니까, 뭐. 그나저나 신발에 구멍이 났다. 새 신발을 사야 하나? 하아...
운동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역시나 마사미 님이 뭔가를 또 한아름 안겨 주셨다. 베트남에서 사오신 맥주와 일본 술, 그리고 현금 10,000円. 올 때마다 10,000円씩 주신다. 거절하기도 민망해서 그냥 받긴 하는데, 이게 참... 게다가 해외 여행 다녀오실 때마다 그 나라의 맥주를 사다 주신다. 얼마나 무겁고 짐이 되는지 아니까 너무 죄송스럽다.
숙소에 가서 체크 인 하는데 한국에서 여행 왔냐고 물어보기에 일본에 산다고, 유학 중이라고 했더니, 일본어 정말 잘한다고 칭찬을 하더라. 하핫... 1년 넘게 일본어 배우고 고작 이 따위입니다만. ㅠ_ㅠ
리셉션이 있는 건물이 아니라 뒤 쪽의 건물로 안내를 해주더라. 돈 좀 벌었나? 아무튼, 이번에는 다행히 1층 침대였다. 자고 일어나서야 알았지만 그 쪽에 있는 2층 침대 두 개, 그러니까 네 명이 쓸 수 있는 공간에는 나 뿐이었다. 옆에 있는 침대는 세 명인가 네 명이 쓴 것 같고.
샤워하고 나와서 맥주 한 잔. 더 마실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나갔다. 자판기에서 물 산 뒤 방으로 돌아가니 좀 춥다. 그래도 잘만 했는데 새벽에 히터가 꺼져서 그런지 엄청 춥더라. 그래도 두꺼운 이불은 안 덥고 그냥 잤다.
아침에 대충 짐 챙겨 나와 여덟 시가 채 안 됐을 때 마사미 님을 다시 만났다.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면서 또 수다. 역시, 현지인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마사미 님이 전화할까 해도 내가 잘까봐 못하겠다고, 언제든 전화하라 하신다. 이제는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못 물어본 게 있거나 뭔가 할 얘기가 있으면 바로 전화 드려야겠다.
슬슬 버스 시간이 되어 터미널로 향했다. 마사미 님은 시간이 짧은 것에 대해 아쉬워하셨다. 2월에, 하다카 마츠리 때 다시 오겠다고 약속 드렸다. 다음 달에 마사미 님이 유럽으로 여행을 가실 예정인데 다행히 마츠리 전에 돌아오시니까, 그 때 가서 뵙기로.
버스에 타 태블릿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오사카에 도착했다. 난바 OCAT이라 안내가 안 되어 있고, 다음 목적지가 난바라 되어 있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분명 난바 OCAT.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 내렸더니 난바 OCAT이 맞았다.
전철 타고 텐노지駅에서 내린 뒤 ICOCA에 5,000円 충전하고. 패밀리 마트에 들러 안주로 먹을 매운 육포를 두 개 샀다. 야끼 우동이라도 살까 했는데 냉장고가 휑~ 하더라. 연휴라 그런가.
집에 와서 빈둥거리다가 일찍 자야겠다고 18시도 안 되어 누웠는데 23시가 넘어 잠들었다. 태블릿 바꿔가며 몇 시간을 까먹었네. -ㅅ-
집에 와서 아이다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가방을 검색해보니 두 종류인데 가격이 다르다. 뭐야? 무광이랑 유광 차이인데 가격이 이렇게나 다르다고?
아니었다. 크기가 다르다. -ㅅ- 흰 색과 검은 색 유광이 예쁘긴 하지만 금방 흠집 가고 더러워질 게 분명하니 검은 색 무광이 가장 나은 것 같다. 문제는 크기가 너무 작아. 그렇다고 큰 걸 사자니 유광 뿐인데다 비싸고. 결국 바로 포기. 가방은 이미 잔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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