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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정보

일본에서의 JLPT vs 한국에서의 JLPT (비교)

by 스틸러스 201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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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JLPT 시험 보고나서도 썼는데 또 씁니다. -ㅅ-


한국에서는 2018년 여름에 JLPT N5 시험을 쳤었습니다. 천안 선문대인가에서요. 일본에서는 2019년 여름 N4, 2019년 겨울에 N3를 쳤습니다. 시기나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비교는 안 될 겁니다. 그냥 이 정도의 차이가 있고나 정도로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일단 일본도, 한국도, 1년에 시험이 두 번 뿐인 것은 같습니다. 7월에 한 번, 12월에 한 번.


응시 인원은 일본 쪽이 훨~ 씬 많습니다. 오사카에서 봤으니까 부산에서 시험을 본 뒤 비교하는 게 정확할텐데 천안이랑 비교하자니 좀 그렇긴 하네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JLPT 시험을 보는 사람은 한국인 밖에 없는 반면, 일본에서는 전 세계의 온갖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다 보니까요. 동남아 애들이 가장 많이 보이긴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이나 중국, 대만 애들도 바글바글합니다.


응시 인원에서 오는 차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시험장의 분위기가 훨~ 씬 까다롭습니다. 한국은 제대로 된 안내도 없고, 교실에 책상조차 배열이 안 되어 있을 정도로 무성의 했었는데요. 일본은 시험장의 분위기가 굉장히 딱딱하고, 감독관들도 엄숙합니다. 매 시험마다 주의 사항을 반복해서 읽고, 연필 놓으라는 경고를 수도 없이 하며, 쉬는 시간이 끝나고 나면 일일이 얼굴 확인을 또 합니다.


시험 시간도 다릅니다. 한국은 시험 20분 전부터 입실해서 13:30부터 시험이 시작됩니다. 30분 동안 시험을 보고, 곧바로 2교시 시험을 봅니다. 5분의 쉬는 시간이 있다지만 화장실 이외의 용무로 나갔다 오거나 스마트 폰을 보는 건 안 될 겁니다. 사실 상 1, 2교시 시험을 내리 보는 셈입니다. 그리고 20분 쉰 뒤 청해 시험을 봅니다. 일본은 1교시 끝나고 30분, 2교시 끝나고 30분의 쉬는 시간이 있습니다. '뭔 쉬는 시간이 저렇게나...' 라고 생각했지만 시험 종료 후 문제지와 답안지를 걷어 가고 주의 사항을 또 반복한 뒤 다음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들어오라는 잔소리하는 시간이 포함되기 때문에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아, 그리고 일본은 12:30부터 시험이 시작됩니다.


뭐,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시험을 봤을 때에는 벽 쪽에 앉았는데 벽이 새카맣더군요. 시험을 앞두고 컨닝하려고 학생들이 뭔가를 잔뜩 써놨습니다. 그 사이에 단어 몇 개 써놓는다고 해서 티도 안 날 것 같고, 감독관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다릅니다. 책상 위에는 연필과 지우개, 손목 시계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두지 말라고 굉장히 강조합니다. 심지어 지우개의 종이 커버도 벗기라고 합니다. 지우개에 뭔가 쓰여 있으면 자세히 확인까지 합니다.


직접 목격한 적은 없지만 시험 중에 시계가 울리거나 손전화 진동음이 울려서 실격 당해 쫓겨난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보다 훨씬 삼엄하고 꼼꼼하게 시험이 진행됩니다.




개인적으로 JLPT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일본에 유학 오는 건 바보 짓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JLPT 고득점을 노린다면 한국에서 학원 다니거나 독학하는 게 낫습니다. 매일 꾸준히 공부할 수 있다면 혼자 하는 쪽이 가장 좋을 겁니다. 청해 같은 경우도 굳이 현지인에게 듣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문법의 경우 공부하다가 궁금한 게 생길 수도 있지만, 그냥 책째로 외우는 게 낫습니다.


그렇게 해서 JLPT N1에 합격하고,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합시다. 이게 일본어 실력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저는 JLPT 급수와 점수는 일본어 실력과 아무 관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흔히 식당에서 접시라도 닦으려면 N3 합격증은 있어야 합니다. 정말 접시만 닦는 일 뿐이라서 일본어로 떠들 일이 아예 없다면 N4나 아예 없는 경우도 가능할 겁니다. 접객, 즉 손님과 대화하는 일을 하려면 N2는 있어야 합니다. 뇌피셜이 아니라 실제로 일자리 구하는 곳에서 그렇게 써놓습니다. 'JLPT N2 수준 필요' 라고. 하지만 저는 N2를 가지고 있으면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사람도 봤고, JLPT 본 적이 없다는데 하고 싶은 말 줄줄줄 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JLPT 시험에는 말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단어를 외워서 한국어로 ○○가 일본어로 ●●라는 것도 알고 있고, 이런 경우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는 문법 역시 알고 있으며, 청해 연습을 열심히 해서 일본 드라마를 보면 대충은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말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걸 외국어로 말하는 게 결코 쉽지 않죠.



아무튼... 일본 유학의 가장 큰 장점은 현지인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게 될 겁니다. 또 궁금한 건 언제든 물어볼 수 있지요. 실제로 はずがない와 わけがない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물어보면 학원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제대로 대답을 못해줄 겁니다. JLPT 책에는 당연히 해당 부분의 설명이 없지요. なければならない와 なくてはいけない의 차이 같은 것도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일본인 선생님에게 그런 부분을 물어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본인과 대화할 수 있다 생각하고 유학 와서는 만날 한국인들끼리 몰려서 어울려 다니고, 쉬는 시간에 한국어로 떠들어대고,... 환경이 어떻든 결국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다니는 학교에 대만 애들이 엄청 많은데 당연히 모국어가 더 편하니까 쉬는 시간에는 항상 중국어로 떠듭니다. 그러다보니 일본어에서도 성조가 안 빠집니다. 일본어를 중국어처럼 하는 겁니다. 뭐, 저도 한국어처럼 일본어를 하고 있는 입장이라 누구 깔 수준은 못 됩니다만.




아무튼... 결론만 정리하자면, JLPT 시험은 한국의 경우가 훨씬 말랑말랑한 분위기입니다. 일본은 굉장히 딱딱합니다. 그거 말고는 큰 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째 쓰고 나서 보니 비교라기보다는 잔소리에 가까운 글이 되어버렸네요. 꼰대라 그런가봅니다. 젠장...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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