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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11월 08일 금요일 맑음 (어영부영 바빴던 하루)

by 스틸러스 2019.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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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하고 있으면 17시에 종이 울린다. 그러면 집에 가고 싶어진다. 의욕이 아예 사라져. 어제도 결국 공부하다 말고 집에 돌아와버렸다. '잠깐만 쉬다가 공부해야지~' 하고 마음 먹었지만 지금까지 1년 넘게 살면서 저런 다짐을 지킨 적이 . 없다.

  • 결국 그냥 드러누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해야지!'


마음대로 살면 돼


  • 잠들기 전에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더랬다. 늘 가는 맥도날드가 24시간 영업하니까, 아침 일찍 거기에 가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한 시간 정도 공부하면 되겠다 싶더라. 그리고... 잠든 지 두 시간 만에 깼다. 변기와 다정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잤는데 네 시에 또 깼다. 또 변기 만나러 갔다. 처먹은 것도 없는데 대체 왜...

  • 바로 자도 모자랄 판에, 한 시간 정도를 빈둥거리며 까먹고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난 게 일곱 시 넘어서. 일찌감치 개뿔. 원래 가던 시간에 가면 다행이다.




  • 결국 시험 준비는 1도 안 하고 교실에 도착. 일단 한자부터 외우자 싶어 노트에 끄적거리며 머리에 구겨넣고 있는데 Mさん이 대뜸 시험 1교시에 보냐고 물어본다. 지금까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선생님이 단어 모르면 안 되니까 미리 검색해보고 알아두라며 나눠준 종이에 시험 시간이 09:00 ~ 09:50 으로 나와 있단다. 어라?

  • 확인해보니 진짜다. 그리고... 이 선생님이라면 쉐도잉과 한자 수업을 2교시로 미루고 1교시에 시험 치고도 남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단톡방에 1교시부터 시험 친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 부랴부랴 한자 외우던 걸 그만두고 교과서를 펼쳐 들었다. 본다고 보는데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나름 선생님 취향 파악한답시고 분석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담임 선생님은 틀림없이 조사 쓰는 문제를 낼 것이다, 구두 시험은 어딘가에 전화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상황을 부여할 것이다, 나름 합리적인 예측이었다.







  • 어림 반 푼 어치도 없었다. 하나도 안 맞았다. 조사 맞추는 문제는 단 하나도 없었고, 구두 시험 역시 평범했다. 예측이 모조리 빗나갔다.

  • 시험이 끝나니까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 마저 풀어도 된다고 한다. 더 붙잡고 있을까 하다가 그냥 냈다. 내지 않고 계속 풀고 있는 친구들도 있으니까 조용히 하는 게 상식이잖아? 그게 당연한 거잖아? 그런데 옆 자리 꼬맹이 ㄴ이 중국 녀석에게 말을 걸며 킥킥거린다. 뒷 자리의 대만 ㄴ도 가세한다. 미친 것들이다. 결국 선생님이 주의를 줬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처 떠든다. 맘 같아서는 의자로 찍어버렸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했다가는 추방 당할테니... 꾹꾹 눌러 참으며 "어이!" 했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스윽~ 나간다. 하여튼 재수없는 것들이다.




  • 날이 선선해져서 걷기에 참 좋다. 점심 시간에는 맥도날드에 가면서 종종종종 걸었는데 시원하니까 좀 빨리 걸었더니 일과 측정(?)하는 프로그램이 자전거 타고 이동한 걸로 인식한다. ㅋㅋㅋ

  • 오후 수업은 두 시간 동안 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짧다. 결국 선생님이 준비한 내용으로 시간을 때워야 했다. 힌트를 보고 나라 이름을 찾는 게 문제였는데, 나는 옆 자리의 꼬맹이 ㄴ과 뒷 자리의 대만 ㄴ, 바로 뒤에 앉은 베트남의 Q군과 같은 조가 되었다. 말 섞기 싫은 것은 물론 얼굴 보는 것도 짜증나는 판에 같은 조라니. 프린트 물 넘겨주고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더니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한 마디 한다.

  • 마지 못해 뒤로 돌아 앉았더니 꼬맹이 ㄴ과 대만 ㄴ이 둘이서 중국어로 처 떠들면서 뭐라 뭐라 하고 있다. Q군과 둘이서 속닥거리며 궁시렁거리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같이 하라고 또 한 마디 한다. '둘이 중국어로 떠들고 있어서 뭐라는지 알 수가 없다' 고 했더니 그럼 너희 둘이 따로 하라며 종이를 더 주시더라. 그래서 Q군과 같이 했는데... 그 덕분에 알게 됐다. 그동안 스멀스멀 풍겨오던 아가리 똥내의 근원지를.

  • 점심 먹고 양치하는 사람을 거의 못 본 것 같은데, Q군은 확실히 안 하는 모양이다. 교류 센터의 그 냄새가 고스란히 풍겨 온다. 아아... 엄청나게 괴로운데 티는 못 내겠고. 힘들었다, 마지막 시간.




  • 꼬맹이 ㄴ한테 '어린이!' 라 부르며 나름 친해지려고 노력했는데, 중국어 가르쳐 달라고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최고의 성의를 보였는데, 이제 안 되겠다. 저런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는 것들한테 내가 뭐 아쉽다고 그렇게 한단 말인가. 이제는 그냥 무시하려고 한다. 하필 옆 자리, 뒷 자리라서 계속 파트너 내지는 같은 조로 묶이겠지만 그럴 때 빼고는 말도 안 섞으려고 한다. 진짜... 스무 살 넘게 처먹었으면 성인이잖아. 아니, 성인이고 자시고가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갖춰야 할 기본적인 인성도 못 갖춘, 진짜 되먹지 못한 것들이다. 사람 취급할 필요가 없어. 지난 학기에는 M ㅺ가 지랄이더니 이번 학기에는 Lㄴ이 꼴값 떨고 질알이다. 일기 쓰면서도 짜증나네. ㅽ




  • 수업 끝나자마자 튀어나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 짧은 시간에 땀이 좀 나서 식히고, 양치한 뒤 병원에 갔다. 크게 돈 나갈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통증이 있다고 하니까 ○○○ ○○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한다. 보험된다고. 뭐... 어차피 내는 보험료, 뽕을 뽑자 싶어 하겠다고 했다. 자면서 이러저러하지 않을까라 생각한다는데 딱이다. 최근에 자면서 그런 적이 좀 있었거든. 아무튼...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2,000円 안팎으로 내고 있는데 생각해보면 매 번 2만원 정도 내는 셈이다. 한 달이면 10만원 가량? 하아...

  • 유학 마쳐도 얼추 1,000만원 정도는 통장에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100만원 남겨 가면 다행이겠다 싶네. 그 와중에 아이슬란드 여행 계획은 전혀 진도가 안 나간다. 일기 다 쓰고 카페에 동행 구한다는 글 남겨야겠다. 혼자 렌트 카 부담하는 것도 무리, 에어비앤비로 숙소 빌리는 것도 무리. 아껴서 다녀와야 한다.

  • 원래는 내일 오카야마에 다녀올까 했는데 마사미 님이 바빠서 다음에 가기로 했다. 내일 할 게 없는데. 심심한데.

  • 아마존에서 지른 즉석 밥이 오전에 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그냥 갔다. 당연히 메일 박스에 넣어둘 거라 생각했는데 거기 보관하면 안 되는 품목이란다. 그래서 내일 오전에 다시 갖다 달라고 했다.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리고 싶지 않은데...

  • 병원에서 바로 교류 센터에 가서 공부하고 왔다. 말이 공부지, 다음 주에 수업할 부분 예습하는 것 뿐이다. 새 교과서는 후리가나가 거의 없어서 진짜 모르겠다. 예습 안 하면 바로 똥망이다.

  • 중학생으로 보이는 것들 둘이서 쉬지 않고 떠들기에 짜증스러웠다. 두 시간 정도 책 보다가 돌아왔다. 집에 와서는 파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였다. 처음 해보는 거다. 예전에 샀던 파김치가 푹 익었기에 시도해본 건데... 나쁘지 않았다. 다만 양이 많아서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매 끼니 먹어도 될 것 같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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