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저녁에 아마존에서 필요한 것들을 주문할 때 최우선이 되는 조건이 하나 있었다. 9월 22일 배송이 그것이다. 아마존 프라임 가입하면 배송 날짜를 지정할 수 있다는데 한 달은 무료라고 해서 냅다 가입부터 하고... ① 9월 22일 도착 예정 ② 싼 거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것들만 질러댔다. 일본 휴대 전화가 없으니 전화나 문자 메시지 다 기대할 수 없기에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데, 열 한 시가 조금 못 되어 도착했다. 아저씨 한 분이 상자를 한~ 참 꺼낸다.
상자를 받아 문 앞에 대충 놓은 뒤 배송 확인증에 싸인을 하고 기사님을 보냈다. 바로 정리하기 시작. 하아~ 엄두가 안 난다. 이럴 경우 나는 '반들반들한 대리석 바닥에 말린 콩 수백 알을 흘렸다'는 상상을 한다. 한 알, 한 알을 통에 담으면서 어느 세월에 치우나~ 하고 한숨을 쉬지만 한 시간 단위로 사진 찍으면 바닥에 흩뿌려진 콩이 줄어드는 게 확~ 확~ 보인다. 결국 깔끔해질 것을 알기에 마지막에는 내가 이긴다는 생각으로 치우기 시작. 그렇게 정신없이 정리를 해서... 정오가 조금 지났을 무렵 대충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역시, 하고 나니까 뿌듯하다.
일단 러그. 니토리에 러그 주문해놨는데 받아놓고 나서야 아마존에서 이미 질렀다는 걸 알았다. 생각도 못했네. 결국 니토리 주문은 취소했는데, 바로 취소되는 게 아니라 메일로 취소해달라고 하더라. 월요일에 처리 결과 확인해야 한다. 이미 아마존에서 지른 러그만으로 방이 꽉 찼기에 취소 안 되면 깔지도 못하는 러그가 한 장 추가될 것 같다. 접어서 통로(?)에 깔까?
└ 마사미 님이 알려주셨는데... 월요일도 휴무란다. 뭐라고?!?!
다음은 수건. '수건이 다 거기서 거기지' 라는 생각으로 도톰해 보이는 걸 골랐는데... 일반 수건보다 크다. 사용해보니 샤워하고 나와 몸 전체 닦을 때 쓰는 사이즈다. 뭐, 알고 고른 건 아니지만 잘 샀다 싶다. 보통은 새 수건 사면 한 번은 빨고 쓰는데 세탁기가 없으니 그럴 수 없다. 그냥 써야지.
노트북을 올려두고 쓰려고 주문한 책상은... 너무 작다. 높이도 낮고, 크기도 작다. 이래서 사이즈 확인했어야 했는데... 귀찮다는 이유로 대충 질렀더니 결국 후회할 일이 생긴다. ㅠ_ㅠ 그것도 두 개나 질러놔서... 결국 두 개를 포개어 2층 구조로 만든 뒤 위에는 노트북 올리고 아래에는 키보드 놓은 형태로 쓰고 있다.
이번 지출 중 냉장고, 세탁기보다 비싸게 준, 가장 비싼 녀석인 34인치 모니터. LG 제품인데... 가로로 오질라게 길다. 하지만 해상도는 기대 이하. 거기에다 설정이 다 제대로 된 상태인데 모니터에서 소리가 안 난다. 이유를 모르겠다. 일단 방치. 아직은 적응이 안 되는데, 일본에서 잘 쓰다가 한국에 가지고 갈 거다. 그래서 상자도 안 버렸다. ㅋㅋㅋ
좌식 의자는 좁아터진 방에서 괜히 샀다 싶다. 검은 러그 위에 빨간 의자라서 나름 검빨이긴 하지만 안 사는 게 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니토리에서 매트리스도 질렀는데 그냥 맨 바닥에 요 깔고 자도 되니까 매트리스 안 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유로 니토리 주문을 취소한 것도 있는데... 과연 취소가 될런지.
정신없이 치우고 있는데 또 호출이 와서 봤더니 다른 상자가 도착했다. 뭔가 싶어 확인해보니 냉장고. 설치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두고 그냥 간다. 세탁기도 이런 식이면 피곤한데. -ㅅ- 아무튼... 냉장고도 놓고, 전자 레인지도 놓고,... 이제야 사람 사는 집 같다. 다만... 청소는 더 자주 해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욕실 쪽에서 자꾸 엄청 시큼한 냄새가 올라오는데 뭔지 모르겠다. 방향제도 효과 없고. 에휴.
원래 비 온다고 했었는데 해가 쨍쨍하다. 슬슬 동네 한 바퀴 돈 뒤 텐노지 역에 가서 이코카 카드 충전하고, 난바 가서 비꾸 카메라 들러 필요한 것 좀 사들고 와야겠다. 머리가 덥수룩해서 자르고 싶은데 일본은 비싸기도 하거니와 예약 안 하면 어렵다고 해서 그냥 이발기 사서 내가 밀어버릴 생각이다. 모자도 하나 사야겠는데... 돈을 그렇게 쓰고도 살 게 아직도 수두룩 하다. 짐 더 늘리면 안 되는데...
벌써 세 시가 다 되어 간다. 슬슬 나가야겠다.
대충이나마 정리를 마친 상태. 일본 원 룸은 좁은 입구 양쪽에 주방과 화장실이 있고 거기를 지나면 방이 나오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베란다 쪽에서 현관 쪽을 바라보면 이런 모습이다. 누군가 놀러 온다고 한들, 재우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집이다.
저기까지 써놓고 나갔다 와서 쓴다. 걸어서 JR 텐노지駅까지 갔다. 바로 JR 타고 난바에 내려... 쭈욱~ 걸어서 비꾸 카메라에 들어갔다. 일단 3층 가서 멀티 돼지코 지르고, 혹시 모르니까 SE → A 타입 돼지코도 하나 더 질렀다. 멀티 돼지코에 일본에서도, 외국에서도 쓸 수 있다고 쓰여 있긴 한데 혹시 몰라서, 그리고 일본어 어디까지 알아먹으려나? 싶어 점원한테 물어봤는데...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총각인지 엄청 헤맨다. 아무튼... 계산 마치고 컴퓨터 관련 제품 있는 5층 갔더니, 멀티 돼지코 종류가 더 많다. 거기에다 싸기까지 하다.
멀티 돼지코 하나 더 사고... 대충 구경한다. 이것은 흡사! 용산에 처음 갔을 때 굴다리 지나던 그 기분!!! 온갖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와 일본 야겜을 팔던 그 던전... ㄷㄷㄷ 여기서 정신 놓으면 1년 생활비를 하루에 다 까먹는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잽싸게 빠져 나왔다. 그 와중에 로지텍 마우스, 하마터면 지를 뻔 했다. 후우~ 하아~ 잘 했다, 나놈아.
한국에서 머리를 자르고 왔어야 했는데 귀찮다고 미룬 덕분에... 덥수룩~ 하다. 학교 안 갈 때 미리 자를까 했는데... 일본은 이발소고, 미용실이고, 죄다 예약해야 하고 커트만 해도 3만원 돈이란다. 젠장! 안 되겠다 싶어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셀프로 해결하자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비꾸 카메라 간 김에 바리깡 파는 곳 찾아다녔다. 금방 찾았고... 한~ ~~ ~~~ 참을 고민하다가 브라운 제품으로 하나 사들고 왔다. ㅋ
살 거 다 샀고... 뭔가 미련이 남았지만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전철 타고 JR 텐노지駅에 내려 걸어서 집으로 간다. 가다가 코난 들릴 생각이었다. 코난 들어가서... 여기서도 한~ ~~ ~~~ 참을 헤매고 다녔다. 그래도 나름 즐겁더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지르면 다 못 들고 갈 것 같아서 일단 정리함은 포기했다. 내일 다시 가서 집어와야 한다. ㅋㅋㅋ
집에 와서 사들고 온 거 싹 다 정리하고... 프린터 연결하고... 그러다보니 벌써 이 시각이다.
내일은 집 근처의 조그마한 까페에 갈 생각이지만 일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내일도 휴일이고, 모레도 휴일. 당최 할 일이 없는데... 일단 일요일은 부근 탐사를 하고, 월요일은 공부 좀 해야겠다. 입학식 때 정장 안 입어도 된다고 했는데 지금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은 죄다 애들 옷이다. -ㅅ-
아, 그러고보니... 코난에서 봉다리 세 개에 나눠 담은 물건들을 끙끙거리며 가지고 오다가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샀다. 가리가리군 다섯 개 질렀다. 나 이제 냉장고 있어서 아이스크림 사서 쟁여놓을 수 있다고!!! ㅋㅋㅋ 그리고 나서 집으로 오는데... 뭔 차가 서 있다. 응? 뭐지? 지나면서 보니 분홍빛 경차에 〒 표시가 있다. 응?!?!
잽싸게 문 쪽으로 가면서 끙끙거리며 상자를 들고 있는 아저씨를 보니... 상자에 한글이 쓰여 있다. 내 꺼다! 아니나 다를까 내 방을 호출하고 있더라. 아, 그거 내 꺼라고... 얘기하고 나서 같이 올라가서 상자 받았다. 하마터면 배송 놓쳐서 귀찮은 일 만들 뻔 했다. ㅋㅋㅋ 천만다행!!!
사들고 온 거, 택배 상자, 다 정리하니 진이 빠진다. 옷을 너무 많이 가지고 왔다. 막 입고 버리거나 한국 갈 때 가지고 가야겠다. 아무튼... 별로 한 건 없는데 길게 느껴지는 하루가 지나간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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