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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7월 07일 일요일 맑음 (JLPT N4 시험)

by 스틸러스 2019.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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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LPT 시험은 1년에 두 번, 7월과 12월에 있다. 가장 어려운 N1 부터 가장 쉬운 N5까지 나뉘어 있고 한국에서도 응시가 가능하다. 나 같은 경우는 지금 다니고 있는 어학 전문 학교에서 원서 접수를 대행해주었기 때문에 접수가 어렵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는 인터넷으로 접수했었고.

  • 더워서 아무 것도 깔지 않은 맨 바닥에서 잤는데 새벽에 추워서 깼다. 잠결에 이불을 펼쳐 덮었다 차냈다 하다가 잠을 설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빈둥거렸다. 원래는 아침에 책이라도 좀 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이 집에는 공부를 못하게 하는 귀신이 붙어 있다. 책을 펼치는 것조차 막고 있다. 결국 올해 1월에 친구를 통해 받은 문제집은 절반도 채 풀지 못한 채 시험 보러 가게 생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만빵이로소이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N4 수준은 이미 배웠기 때문에!
    あゆみ가 N4 수준이라서, 이미 중급 교과서로 수업하고 있는 나는 N4 레벨을 넘어간 거다. 선생님들도 왜 N4를 보느냐고 의아해하고, 같은 반 친구들은 껍데기만 N4고 알맹이는 N1인 책을 보고 있을 거라는 농담을 하고 있으니까.




  • 시험장 입실은 열두 시 반까지. 집에서 대충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까 열한 시 반 전에는 지하철을 타야 한다.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보니 타니마치線을 타면 가장 가까운 역까지 갈 수 있다고 나온다. 미도스지線을 타든, 타니마치線을 타든, 어쨌든 텐노지駅까지는 가야 한다.
    슬슬 씻고 나갈 시간이 됐다 싶어 그 전에 몸무게를 좀 줄이려고 단전에 기를 모아 어딘가로 내뿜고 있는데 밖에서 땡그랑~ 땡그랑~ 종 치는 소리가 난다. 잽싸게 끊고(?) 베란다로 쫓아가니 엄청 작은 수레? 산거라고 하던가? 마츠리 때 끌고 다니는 거. 그걸 끌고 가면서 종 치고 그러더라. 동네 행사인가?



  • 씻고 텐노지駅까지 걸어가는 중에도 자그마한 수레를 끌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봤다. 이 더운 날씨에도 다들 싱글벙글. 우리나라도 동네마다 저런 아기자기한 축제 같은 게 많으면 좋을텐데. 죄다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이웃이고 나발이고 모르는 삶이 되어버렸으니.




  • 역에 가니 여름 분위기가 확~ 난다. 굳이 바다에 가지 않아도 백화점에만 가면 계절을 알 수 있다. 백화점 구경도 좋겠지만 시간이 없으니 바로 지하철을 타러 갔다. 맨 앞 쪽으로 갔음에도 불구하고 바글바글. 급기야 더 이상 탈 수 없을 정도까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이렇게까지 미어터지는 열차에 탄 건 한신 타이거즈 경기가 있는 날에 고베 쪽 가는 열차 탄 이후로 처음. 시험장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미어 터진다는 내용의 글을(쓴 사람은 도쿄의 경우였지만) 본 적이 있기에 'JLPT 시험 때문인가?' 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히가시우메다駅에서 우르르~ 다 내리더라. -ㅅ-


  • 목적지인 오카사 공업 대학 오미야 캠퍼스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센바야시 오미야. 역에서 내려 구글 지도를 보면서 걸어갔다. 길은 그닥 어렵지 않았다. 멀지도 않았고.
    누가 봐도 대학교 건물이고나 싶은 건물 옆을 걷고 있는데 저 앞에서 아줌마 세 명이 서서 뭘 나눠주면서 길 안내를 해주더라. 시간 다 됐다고 빨리 가라 재촉한다. 응?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 그나저나 뭘 나눠주기에 받았더니 명함 사이즈의 찌라시다. '일본도 학원이나 그런 곳에서 시험 보는 날 나와 광고질하는 모양이지?' 라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 하...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이 없어서 하하하~ 웃고 있는데 뒤에서 힘내란다. 뭘 힘을 내, ㅽ! 일본 경찰은 저런 것들 안 잡아가냐?




  • 시험장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1년 전에 한국에서 시험 볼 때(https://pohangsteelers.tistory.com/1683)와는 하늘과 땅 차이. 여기저기 안내도 잘 되어 있었고 스태프들도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주었다. 시험장이 있는 4층의 건물로 들어가려고 보니 이미 사람들이 잔뜩 앉아 있는데 문에 CLOSE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그 앞에 있는 문도 마찬가지. 응? 분명 열두 시 반까지라고 했는데? 못 들어가나?

  • 방금 전 지나쳐 온 처자에게 못 들어가냐고 물어보는데 마침 앨리베이터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도 교실을 못 찾아 그 처자에게 다가가면서 난리가 났다. 세 번째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을 알아 듣고 안 쪽으로 더 걸어가니 문이 또 있고, 거기는 열려 있더라. 문 세 개짜리 강의실이라니. 실제로 본 가장 큰 강의실이었다. 진짜 크더라. 사람도 엄청나게 많고. 한국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 내 자리는 앞 쪽인지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의지가 특이한 구조였다. 뒤에 있는 책상에 접이식 의자가 붙어 있는 형태. 자리 잡고 앉아 시험 볼 준비를 했다. 대충 둘러 보는데... 응? L군이 왜 여기 있어? 쟤는 N2 볼텐데? 급수와 관계없이 한 교실에서 다 보나? 그럼 듣기 평가는 어떻게 하는 거야? (나중에 보니 다른 사람이었다. 나와 같은 시험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 N4 보는 사람들이었음. -ㅅ-)


  • 그 와중에 시험이 시작되었다. 책상 위에 있는 투명한 봉투에 휴대 전화를 끄고 넣은 뒤 가방에 넣으라고 한다. 그 가방은 바닥에 내려 놓으라 하고. 지우개도 커버를 벗기라고 한다. 지독하다. 지우개에 써봐야 몇 자나 쓴다고. 나는 이미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대충 알고 갔기 때문에 알아서 지우개 커버를 벗겼다.


  • 시험은 어렵지 않았지만 당연히 전부 정답을 쓰는 건 불가능. 한국과 또 다른 점은, 시험 중간에 쉬는 시간이 30분씩 있다는 거다. 시험은 세 덩어리(?)로 구분이 되는데 그 사이에 두 번의 쉬는 시간이 있다. 첫번째 과목은 시간이 빠듯해서 다 풀고 나서 쉬는 시간에도 그냥 멍 때리고 앉아 있었다. 두 번째 과목은 20분이나 일찍 끝내는 바람에 앉아서 졸다가 쉬는 시간에 화장실 다녀와서 스마트 폰 붙잡고 있었고. 듣고 푸는 문제는 생각보다 할만 했다.

  • 두 번째 과목 마치고 앞에서는 연필 놓으라고 하는데 내 왼쪽 대각선 앞에 앉은 ㅺ가 내 쪽을 힐끗 보더니 잽싸게 답안지를 고친다. 응? 저거 뭐하는 놈인고? 간이 배 밖에 나왔네? 한 번 그러면 그런가보다 할텐데, 두 번, 세 번,... 그 짧은 시간에 참 많이도 고친다. 아니, 대체 내 어디를 믿고 저러는 거야? 내가 개뿔 아는 것도 없이 N4 시험 보는 사람이면 어떻게 하려고?



  • 마지막 과목을 마치고 책상 위에 문제지와 답안지를 올렸는데 이 ㅺ가 또 쳐다본다. 그럴 줄 알고 답안지를 문제지 밑에 숨겨 놨지. ㅋㅋㅋ   감독관이 그 ㅺ 답안지를 걷어간 뒤 보란듯이 답안지를 문제지 위에 올려놨다. 수험 번호 270540099번. 뭐하는 ×인지 모르겠지만 그러면 안 돼~


  • 시험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바글바글하다. 시험 급수에 따라 장소가 달라지는 모양인데 N4 같은 경우는 한국 사람이 거의 없다. 서양 애들 간혹 보이고 그 외에는 거의 다 동남아 애들. 중국어 쓰는 애들도 꽤 보이고. N2 같은 경우 전문 학교나 대학 수업을 듣기 위한 기본 조건이기 때문에 응시자가 많다지만 N4를 요구하는 곳도 있나? 나 같은 경우야 내 실력을 체크하기 위해 보는 거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 걸까?


  • 저 많은 사람들이 개떼같이 우르르~ 몰려가기 전에 잽싸게 돌아가자 싶어 발걸음을 재촉해서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노래 들으면서 가려고 했는데 이어폰 배터리가 방전 됐다. 케이스 배터리까지 방전되었는지 충전도 안 된다. 제기랄...

  • 결국 지하철 소음 그대로 들으면서 앉아서 태블릿으로 책 보다가 졸았다. 다행히 텐노지駅에서 잘 내렸다. 휴일이라 그런지 미어 터진다. 곧장 집 쪽으로 향했다. 편의점에 들러 맥주 안주랑 군것질 거리를 좀 샀더니 3,000円 훌쩍 넘어간다. -ㅅ-


  • 집에 와서 컵라면이랑 교자 먹고,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나서 빈둥거리다 보니 이 시각이 되어 버렸다. 내일 수업할 거 예습 좀 해야 하는데 이러고 있네. 이미 21시 넘었으니까 내일의 예습은 학교에서 부랴부랴 하는 걸로. ㅋㅋㅋ





  • 학교 앞에서 받은 명함 찌라시, 생체 적출이라는 말을 보고 장기 파는 미친 것들이라 생각했는데 뒤에 파룬따파 어쩌고라 적혀 있더라. 파룬따파? 파룬궁 관련된 건가? 찾아보니, 맞네. 파룬궁 홍보하는 사람들이었나보다. 파룬궁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찾아봤더니 수련 단체인데 덩치가 커지니까 중국 정부에서 정치력을 갖게 될까봐 탄압하기 시작했단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뭐, 잘 모르니까. 아무튼 나는 관심 없다.




  • 쉬는 시간에 손전화로 검색해봤더니 11일 날씨가 엉망이다. 오사카는 80% 확률로 비 예보되어 있는데, 후지산도 비 올 것 같다. 우비 입고 올라가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니 비 맞고 올라갈 것 같은데, 다녀와서 골병 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날씨가 좀 좋아져야 하는데...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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