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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7월 06일 토요일 맑음 (방 내부 갈아 엎기)

by 스틸러스 2019.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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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광주에 살 때에도, 평택에 살 때에도, 처음 이사 간 뒤 1년이 채 안 되어, 대략 10개월 정도 살고 나서 내부의 가구나 집기들을 싹 다시 배치하곤 했다. 딱히 이유는 없는데 어쩐지 그렇게 하는 게 방을 보다 넓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일본에는 지난 해 9월에 왔는데 집이 워낙 좁은지라 구조 갈아 엎는 병이 도질 리 없다 생각했다. 그러나... 불치병인 모양인지 딱 10개월 지나자 갈아 엎어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 일본 집을 보기 전부터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건 '짐 늘리지 말자!' 였다. 2년 후에는 무조건 돌아가야 하는데 짐을 늘려 놓으면 죄다 버려야 하니 결국 돈질알이 되니까.



  • 하지만 짐을 늘리지 않으려고 필요한 것도 사지 않으니까 삶의 질이 무척이나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불편하게 살다가 결국 질러버리게 되면 '이렇게 살 거, 진작에 살 걸...' 하고 후회하기 때문에 바보 짓 했다는 자괴감이 커진다.
  • 책상도 마찬가지. 집에 딱 들어와서 보니 일반적인 책상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좌식 책상을 샀다. 그런데 좌식 책상에서는 당최 공부를 못 하겠더라고. 앉아서 30분을 못 버티겠다. 한~ 참을 불편하게 참다가 결국 저렴한 책상과 의자를 사들고 왔다. 그러나 그 책상과 의자에서 공부한 건 두 번 정도가 고작. 나는 집에서 절대 공부하지 않는 사람인 거다.
  • 그런 이유로... 공부할 때 쓴다고 비워둔 채 자리만 차지하는 책상에 컴퓨터를 올려 쓰기로 했다. 컴퓨터를 두었던 책상에는 텔레비전을 올리고. 그렇게 집 안 갈아 엎기 병이 도져 실행으로 옮긴 게 11시 30분.


  • 컴퓨터에 주렁주렁 붙어 있는 케이블이 수십 개. 정리하는 것도 일이다. 10개월 동안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부지런히 청소하고 옮기고. 방바닥에 좁쌀 한 바가지를 쏟아버린 걸 한 알씩 집어 줍는다 생각하고 하나씩, 하나씩 자리를 옮기고 정리한다.
  • 대충 바닥 닦는 것까지 끝내고 나서 시계를 보니 14시 30분. 세 시간 걸렸네. 바꾸고 난 후의 방 구조는 그럭저럭 맘에 든다. 병아리 눈꼽 만큼 넓어진 기분도 들고. 무엇보다도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가 덜 아플 것 같아 다행이다.


  • 아침에 컵라면 하나 먹은 게 전부인지라 간만에 우버 이츠 통해서 밥이라도 시켜 먹을까 싶은데, 한일 감정이 워낙 안 좋은지라 '한국 사람이라는 거 알고 음식에 못된 짓이라도 하면?' 하는 불안함 때문에 주문하는 게 쉽지 않다. 일본에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일본도 사람 사는 동네라는 걸, 사람 사는 거 결국은 똑같다는 걸 의외로 쉽게 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 내일 시험이라고 담임 선생님한테 메시지 왔더라. 대부분 N2 시험을 치는지라 긴장하거나 막판 스퍼트 하는 친구들이 많을텐데, 나는 N4라서 여유 만빵이다. N3였다면 조금은 긴장했을지도 모르지만.
  • 오전에는 잔뜩 흐렸지만 지금은 파란 하늘이 군데 군데 보이는 상황. 공부할 거 싸들고 교류 센터에나 다녀올까?
  • 빨래 널고 나서 가려고 했는데 막상 가려니까 귀찮아진다. 하지만 교류 센터에 가지 않으면 공부는 절대 하지 않을텐데. 이대로 집에 있으면...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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