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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2월 22일 금요일 흐림 (면담 / 2019 J1 리그 개막전)

by 스틸러스 2019.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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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22일. 2, 2, 2가 계속되는 날. 일본에서 2는 '니' 라고 말한다. 고양이가 우는 소리를 표현할 때 '냐' 라고 하는데 비슷하기 때문에 니, 니, 니 = 냐 냐 냐 = '고양이의 날' 이란다. -_ㅡ;;;

  • 나에게 있어 2월 22일은 선생님과의 면담이 있는 날일 뿐. 우리 학교는 3개월에 한 번씩 테스트를 하고, 그 전에 면담을 한다. 지난 면담에서 나는 '수업 중에 시끄러워서 불편하다' 는 이야기를 했었다. 선생님이 '주의를 주겠다' 고 하기에 '그러고 싶지 않다' 고, '나 한 사람 참으면 다른 여러 사람이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된다' 고 얘기했었다.
    그 후 선생님들의 떠드는 상황에 대한 검증(?)이 며칠 동안 있었고, 이후 떠드는 녀석들을 찢어놓는 자리 개편(?)이 있었다. 그래서 좀 살만 했는데... 얼마 전에 다시 자리가 바뀌면서 또 난장판이 됐다.

  • 3개월만의 면담.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 이번 주의 나는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몸이 지쳐 있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멘탈이 깨진 상태였다. 그냥 모든 게 귀찮았다. 손에 빳따 하나 들고 압박 붕대 감은 뒤 그 붕대가 피로 물들 때까지 뭐든 때려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의 스트레스로 가득한 한 주였다.




  • 그 스트레스의 원인은 역시나 대만 녀석들 때문이다. M군과 L양 떠들어대는 것도 짜증스러운데 새로 온 W양까지 미쳐 날뛰고 있어서 죽을 맛이다. 학교 와서 반가우니까 떠들어대는 거야 그렇다고 치자. 내 기준에 실례인 짓을 아무렇지 않고 계속 해대니까 그게 너무 짜증난다. 앞에서 선생님이 수업하고 있는데 떠들어대고, 수업 종 쳤는데도 하던 얘기 마저 한답시고 자리에 돌아가지 않고, 선생님 몰래 뭐 처먹고. 다 큰 성인이라는 것들이 저러고 있다. 거기에다 사람 가려가면서 저 질알을 하고 있으니 환장하겠다. 무서운 선생님 시간에는 찍 소리 못하고 가만히 있는다. 만만한 선생님 시간에는 미쳐 날뛰는 거다. 그게 너무 짜증나는데 뭐라고 하지 못하고 그저 참고 있으니까 짜증이 자꾸 쌓인다. 대만에서 온 M군에게 '시끄럽다' 고 한 마디(진짜 딱 한 마디) 했더니 삐져서 꽁~ 해 있다. ① 그 꼴을 보고 미안해짐 → ② 'ㅆㅂ 저 ㅅㄲ가 잘못했는데 왜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해?' 라는 생각에 짜증이 남 → ③ 그 짜증을 누구에게도 풀 수 없으니 결국 술로 해결함   이렇게 일주일을 술로 보냈다.




  • 아침에 학교 갈 때까지만 해도 평소와 별로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수업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기분이 언짢아졌다. 왜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할 수도 없다. 그냥 기분이 더러웠다. 금요일은 다섯 시간 내리 담임 선생님 수업이고, 나는 담임 선생님이 좋으니까, 즐겁게 수업 듣고 싶었지만 그게 맘대로 안 된다. 어떻게든 '나는 즐거워요' 라고 연기하고 싶었지만 나라는 인간은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스타일. 그래서 도박하면 100% 망하는 쪽. 결국... 그냥 인상 쓰고 앉아 있었다.

  • 그렇게 스스로 '평소보다 기분이 안 좋다', '나는 오늘 × 같다', 따위의 생각을 계속하다보니 점점 나빠진다.

  • 점심 시간에는 맥도날드에 가서 데리야키 햄버거 세트를 시켜 먹었다. 간에 기별도 안 간다. 빅맥 세트(버거만 말고 세트!)를 세 개는 먹어야 배가 부를까 말까한 사람이 나인데 쥐알만한 데리야키 버거. 하지만 살 찌우고 싶지 않아서 참는다. 이제는 맥도날드에서 자주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께서도 익숙한지 내가 커피 달라고 하면 '설탕이랑 크림 줄까요?' 라고 물어본다. 안 받아가는 거 알면서 물어보는 티가 난다. 나는 당연히 '안 줘도 된다' 라고 말하고. ㅋ

  • 밥 먹고 나서 오후 수업. '우리 반이 어떻냐' 고 묻는 게 있더라. 솔직하게 쓰고 싶었다. '일본어보다 중국어를 더 많이 듣는 반입니다.', '쉬는 시간마다 수업 시간 이상의 중국어를 듣습니다,', 등. 하지만 다 쓰고 나면 발표하라고 할 건데, 지금도 아싸 of 아싸인데, 저렇게 발표했다가는 아예 묻혀버리겠지. 그래서 '그저 그렇다' 라고 썼다. 선생님이 지나다니며 검사하다가 보고 나서 놀라기에 '내가 이런저런 장점을 늘어놓을 수 없는 질문이다 ' 라고 했다. 나중에 앞에 앉은 어린 처자가 내가 쓴 걸 보더니 '나쁜 사람' 이라 하더라. 그래, 내가 나쁜 ㅅㄲ다.




  • 수업 마치고 면담. 면담은 하루에 두 명만 한다. 지난 면담은 내가 먼저 했지만 오늘은 중국 처자가 먼저 하게끔 밖에 나가 있었다. 공부도 안 하면서 만날 남아있는 대만 ㅅㄲ들이 교실 앞 벤치(?)에 쪼로록~ 앉아 처 떠들고 있었기에 그들을 피해 창가에서 스마트 폰 쳐다보고 있었다.

  • 한참 지나 내 차례. 선생님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그냥 '괜찮다', '좋다', 성의 없이 대답했다.

  • 우리 담임이 바보가 아닌 이상 평소보다 가라앉아 있는 나를 봤기에 뭔가 이상하다 싶었을 거고... 그래서 자꾸 캐내려고 하더라. 여기서 끝까지 괜찮아요, 나는 괜찮습니다, 이렇게 나갔어야 하는데... 결국 나도 욱! 해서 하고 싶은 말을 꺼내고 말았다.

  • 나는 일본어를 배우러 왔는데 중국어를 더 많이 듣고 있습니다. × 같아요. → 하지만 우리는 초급이니까, 당연히 자국어가 편합니다. 이해합니다. → 그런데, 내가 옛날 사람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염병할 ㅅㄲ들이 기본적인 예의도 안 지키는 게 너무 싫어요. → 수업 종이 울렸는데도 계속 떠들고, 수업 중에 몰래 군것질하고. 실례라고 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고. 얘들이 고등학생도 아니고 다 성인인데.

  • 뭐, 저런 얘기를 했다. 그 와중에 개뿔 쓰잘데기 없이 '학교 옮기고 싶어서 다른 학교도 알아봤다' 같은 얘기도 했고.

  • 선생님이 '주의를 주겠다' 라거나 '그런 건 옳지 않다' 고 얘기를 해서, '다들 괜찮은 것 같으니 나 한 사람 참으면 된다' 고 했더니 그건 아니란다. 다른 사람도 불만을 얘기했단다. 그리고 면담 도중에 다른 반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




  • 나는 지금의 담임 선생님이 정말 좋고, 수업에 들어오는 선생님들도 다 좋다. 그래서 굳이 다른 반으로 넘어가고 싶지 않다. 거기에다 대부분 1년만 공부하고 그만둘 사람이잖아. 나는 2년인데. 그러니까 월반 같은 거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분명히 그렇게 얘기했는데, 나중에는 월반 얘기로 넘어가고 말았다. 클래스 멘토 테스트 성적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열심히 해서 윗 반으로 넘어가라는 식으로 얘기하더라. 하긴... 면담 때마다 궁시렁거리고 있으니, 얘를 이 반에 두면 안 되겠다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 지금의 나는 스마트 폰 덕분에 간신히 수업 따라가고 있는 건데, 선생님들이 나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튼... 옮기고 싶은 맘이 반, 그냥 있고 싶은 맘이 반, 그렇다. 일단 클레스 멘토 테스트는 열심히 쳐야겠다고 생각한다.

  • 면담이 끝난 후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옷만 갈아입고 나가려고 했는데 경기장 가려니까 귀찮아져서 빈둥거렸다. 세탁기 짧게 돌려 빨래 넌 뒤 옷 갈아입고 나갔다.

  • 축구 보고, 게임 끝나기 4분 전에 경기장에서 빠져 나왔다. 축지해서 인생 술집에 갔다. 몇 개월만이냐. ㅋ




  • 들어가기 직전에 처자 두 명이 가게에서 나왔다. 들어가려다 사장님과 딱 마주쳤다. 한 명이라고 했더니 자리를 치우겠다며 잠시만 기다려 달란다. 기다렸다가 바 자리에 앉았다. 항상 시키던 거 시켰고.
    아... 이게 얼마만에 마시는 '바람의 숲' 이냐. T^T   슈퍼마켓에서는 당최 안 보이더라고. 인터넷으로 사려 해도 술값이랑 똑같은 배송비 때문에 못 사겠고. 한 모금 홀~ 짝 마시는데... '왜 지금까지 안 왔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진짜... 인생 술이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가 손님도 많고, 원래 시간이 좀 걸리는 안주라서 거의 반을 마시고 나서야 안주가 나왔다. 버섯 먹고 개감동. 눈물이 짜르르~ 새우 먹고 초감동. 눈물이 와르르~   진짜... 엄청나게 행복했다.





  • 23시까지 영업이라서 22시 30분 전에 일어나자고 마음 먹었다. '바람의 숲' 을 하나 더 시켜서 기분 좋게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3,500円 쬐끔 안 되게 나온 것 같다. 이 행복을 저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일주일에 한 번은 가자!' 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계산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한다. 헉! 난 하도 오랜만에 가서 잊어버리신 줄 알았다. 그 얘기를 했다. 오랜만이라서 나를 잊었다 생각했다고. ㅋㅋㅋ   오사카에서 일본어 공부하고 있다, 오늘은 축구 보러 갔다 오면서 들렀다, 그동안 바빴다, 그런 얘기를 잠깐 사이에 나눴다.

  • 가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데... 내가 좋아하는 가게의 사장님이, 3개월만에 갔는데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고 있다는 게 희한하게 기뻐서... 실실 쪼개면서 폴짝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ㅋㅋㅋ



  • 기분이 잔뜩 업 되니까 평소 쪽 팔리다고 못 찍은 동네 사진도 막 찍게 된다. ㅋㅋㅋ   모처럼 기분이 좋다. 집에 도착한 후 맥주 한 잔 더 했다. 마시고 있는데 같이 농구하자고 한국인 L군에게 메시지가 왔다. 나는 내일 감바의 경기를 보러 갈 거니까 안 되겠다고 했다. 직접 하는 농구 vs 태어나서 처음 보는 감바 오사카의 경기.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내일은 감바 오사카의 경기를 보러 갈 거다.

  • 오늘 경기장에 가서 세레소 유니폼을 지르려고 했는데, 마킹 안 된 것 밖에 없더라. 어차피 살 거라면 선수 마킹 있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양동현은 아무래도 경기 못 나올 것 같아서 김진현 걸로 사기로 했는데... 말도 못하게 비싸다. 가지고 있는 카드로 결제하려고 해도 계속 에러 나면서 안 되기에 라인 카드로 했더니 한 방에 결제 성공. 무려 17,540円. 풀 마킹한 포항 유니폼 두 벌 살 돈이다. 퀄리티 끝내주는 부리람 유니폼 여섯 벌 값. ㄷㄷㄷ
    내일 스이타 스타디움 가면 감바 유니폼도 살까 싶은데... 이번 달 지출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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