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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8년 11월 01일 목요일 흐림 (일본 유학 후 최악의 날)

by 스틸러스 2018.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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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21시도 안 되어 자려고 누웠더랬지. 그러면서 생각했다. '영감도 아니고, 이 시간에 자려고 눕냐.' 그래놓고 태블릿으로 유튜브 본다고 두 시간 넘게 까먹었다. 딱히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본 거 또 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시간 까먹는 거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긴 한데... 어쩔 수 없다. 스트레스 푸는 방법 중 하나인 거다. 진짜 자야겠다 싶어 태블릿 내던지고 시계 보니 23시가 넘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새벽에 몇 번 깨고, 마지막으로 눈 뜬 게 여섯 시.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실내 온도를 봤더니 20도다. 하루 전에 22도였을 때에는 괜찮았는데 2도 내려가니 춥다는 생각이 드네. 하루 전의 서울은 1도 찍었다는데... 10월이고 11월이고를 떠나 추우면 패딩 입는 거지.


바로 일어날 것도 아니고 이불 속에서 좀 뒹굴어도 될 시각인데 아무래도 춥다 싶어서 사들고 와놓고 묵혀(?)두고 있던 전기 장판을 꺼냈다. 요 위에 놓을까 아래에 놓을까 잠시 망설이다가, 러그도 깔아놨으니 이불 밑에 놔도 되겠다 싶어 그렇게 펼쳐 놓은 뒤 전원 연결. 컨트롤러에 떠~ 억 하니 220v 라고 쓰여 있는데 돼지 코 끼워서 전원 켜니 잘 된다. ㅋㅋㅋ


잠시 후 뜨끈뜨끈해지기 시작. 가장 높은 온도에 놨지만 바닥에 둬서인지 뜨거워서 못 자겠다 정도는 아니다. 니토리에서 얇은 이불 하나 사서 요 위에 전기 장판 깔고 그 위를 덮던가 해야겠다. 아무튼... 일찍 일어나서 빈둥거리다 보니 뭔가 에너지가 용솟음친다. 컨디션이 말도 못하게 좋다. 최고다. 아침부터 트위터에 미친듯 지껄여대며 잘 놀았다. 그리고 학교 갔는데... 학교 가자마자 방전됐다.




뭔가 기운도 없고 아침 먹은 게 체했는지 머리도 아프면서 배도 영...   점심 시간에 편의점 가서 오징어 안주 사오면서 음료수랑 빵 쪼가리 사들고 왔다. 그걸로 대충 점심 때우고. 오후 수업은 제대로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으로 왔다. 남아서 공부해야 하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그냥 왔다.


교실에서 듣는 중국 말 자체가 스트레스. L 군에게 중국어 가르치고 그대로 따라하니 까르르~ 웃고 난리도 아니다. 보통 이런 경우 가르친 말이 욕이나 비속어인 경우가 많지. 중국어를 모르니까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시끄러운 중국어 듣고 있는 게 너무 싫다. 일본어 배우고 있으니 최대한 일본어로 떠들어야 하는데 죄다 중국어로 떠들고 있으니... 점심 시간은 아주 가관이다. 낮은 목소리로 할 말만 하는 게 불가능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부끄럼 타면서 내숭 떨던 여자 애도 중국어로 저들끼리 떠들기 시작하면 아주 기차 화통이다.


하긴, 나도 한국 사람이랑 한국어로 쫑알쫑알 떠드는 쪽이 편하긴 하지만서도. 에휴. 아무튼. 컨디션이 안 좋으니 평소에는 그냥 저냥 참을만 하던 일이 다 짜증스럽다. 이럴 때에는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다가 오아시스 들렀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집은 엄청 작으니까... 한국에서처럼 잔뜩 사서 쟁여놓는 짓은 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간 김에 산 게 좀 있다. 베이컨이랑 라면. 한 잔 먹으려고 맥주도 샀다. 아사히 맥주 500㎖ 여섯 개 짜리와 기린 이찌방이 똑같은 가격이라 잠시 망설이다가, 얼마 전이 오카야마의 기린 공장 갔던 게 생각나서 기린 맥주 사들고 왔다. ¥1,600 조금 넘는 가격이었는데 그 앞에서 움찔! 하고 망설이는 내가 싫다. 한국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사먹던 맥주인데... 지금은 수입이 없으니까. ㅠ_ㅠ


잔 돈 생기는 게 싫어서 ICOCA 카드로 결제했다. 라인 페이 카드보다 훨씬 많이 쓰는 듯. ICOCA에 얼마까지 충전 되려나? ¥20,000 이라는 글 본 것 같긴 한데... 남은 돈 다 ICOCA에 넣을까 싶다. ㅋ




오늘의 교훈. 아침부터 컨디션이 엄청 좋다 싶으면 그 날은 위험하다. 조심하자.   이게 '술이 단 날이 위험하다' 랑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사람이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정해져 있는데 아침에 컨디션 좋다고 마구 써대서 하루 치 에너지를 다 써버린 탓에 오늘 하루가 힘든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집에 와서 사들고 온 도시락 후다닥 먹고, 세탁기 돌리는 중. 빨래 널고 나서 맥주 먹고 일찌감치 퍼질러 자야겠다. 내일 하루만 지나면 주말이다. 토요일은 학교에서 공부 좀 하고, 오후에 도자기 박물관 갈까 싶다. 일요일은 아직 계획이 없고.   아직까지는 5일 일하고 2일 쉬는, 너무나도 평범한 생활에 익숙하지 못하다. 거기에다 돈 쓰는 것도 관광객 모드가 살짝 남아있어서 스스로 경계하고 또 경계하는 중.


감기 기운도 살짝 있는 것 같은데, 오늘 푹 쉬고 내일 컨디션 회복할 수 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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