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자마자 '그냥 돌아갈까?' 라 생각했다. 호흡이 가빠지는 일은 없었지만 팔과 다리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오전에는 교외 수업이 잡혀 있어서 밖으로 나가야 했다. Hさん과 YJさん이 일부러 기다리고 있다가 목요일에 결석한 것에 대해 걱정해주었는데, 거기다 대고 너희 둘이 요즘 너무 떠들어서 참을 수가 없다는 말을 결국 해버렸다. 그냥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하면 좋았을 것을, 내뱉고 나서 후회했다. 하지만 내가 짜증스럽게 말을 내뱉는 걸 들으면서 Hさん이 "저요?" "우리요?" 라고 몇 번을 되묻는 게 짜증났다. 마치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튼, 참지 못하고 내뱉은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쓰나미 방재 센터에 가서 대충 둘러 보고 돌아왔다. '점심 시간에 쨀까?' 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1교시가 끝나자마자 K군에게 메시지가 오는 바람에 도망 가지 못했다.
어찌 저찌 오후 수업을 들었다. 모토조노 선생님은 내가 참 좋아하는 선생님인데...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 시간이랍시고 신나서 쳐 떠들면 뭔가 바보 같아 보일 것 같아 그냥 찌그러져 있었다. 그 와중에 계속 걱정해주고 말 걸어주는 Lさん에게 말도 못할 정도의 고마움을 느낀다. 정말... 어른스러운 사람이다.
수업을 마치고 바로 돌아왔다. 마사미 님이 모레 유럽 여행을 떠난다. 최악의 시기. 동양인 혐오가 만연한 유럽 아닌가. 부디 나쁜 기억 같은 거 만들지 않고 즐겁게 보내다 오셨으면 좋겠다.
잠시 누워있는 동안 스으~ 잠이 들었다. 하지만 잘 수 없었다. 오늘은 나카모토 선생님을 만나기로 한 날이니까.
자신이 담당했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 꼬박꼬박 찾아가는, 정말 친절한 선생님이다. 그 분이 학교의 다른 선생님과 함께 K군이 알바하는 가게에 방문하는 거다. 나도 꼽사리 끼고.
어색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선생님들은 능숙하다. 그 와중에 K군의 자기 자랑은 끝이 없다. 중간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려고 하는데도 전혀 못 느끼는 것 같다. 그래. 그 나이 때에는 그렇지. 주변에서 다들 잘 한다, 잘 한다 하니까 붕붕 떠오를 거다. 그럴수록 겸손해야 하지만 그런 걸 알기 어려운 나이지. 나도 그랬었고.
평소 같으면 부지런히 떠들었을 건데, 오늘은 말을 좀 아꼈다. 그래도... 나카모토 선생님은 확실히 편한지라 다음 달에 유학 끝내고 돌아갈까 한다고 말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항상 2년 동안 유학할 거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3월에 그만두고 돌아갈 거라고 하니까 선생님도 좀 놀라신 모양이다.
1년 6개월 만에 유학을 끝내면 틀림없이 후회할 테지만, 지금 심정으로는 그러고 싶다. 결국... 돌아가자는 마음이 더 커지고 말았다. 이게 일시적인 걸로 끝나면 다행인데... 글쎄... 나도 나 자신에 대해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우울증의 여파로 한 번 마셨다 하면 냅다 들이부은 탓에, 맥주 소모량이 말도 못하게 커졌다. 작은 거, 큰 거 모두 이미 끝나버렸다. 다시 주문해야 하는 상황이다. '없이 버텨볼까?' 라고 잠시 생각해봤지만 절대 불가능할 것을 아니까 그런 생각은 접었다. 강호동이 먹는 거에 비하면 엄청 날씬한 거라는 우스개가 있던데, 나도 맥주 마시는 거에 비하면 양호한 뱃살 아닌가 싶다.
아무튼, 모처럼 나카모토 선생님을 만나서 힐링이 됐다. 시끄러워서 선생님의 말이 잘 들리지 않은 게 아쉽다. 한국에 돌아간 후 선생님을 초대해서 같이 여행 다니면 얼마나 즐거울지 생각해봤다.
방학 때 어디 여행 갈 계획이라도 세워서 버텨야 하는데, 지금은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 알바를 하던가, 카드 현금 서비스라도 받아야 하는 지경이다. 일본에 와서 까먹은 돈이... 상당하네. 아무튼... 오늘 K군 일하는 가게에 가보니 나는 어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먹어서 겁만 많아졌다. 도전을 꺼려하고.
일하기는 싫고. 돈은 없고. 이미 대출 받은 게 있으니 추가 대출은 어려울 것 같고. 그 와중에 유학이 연장되면 힘든 생활 역시 길어지는 거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은 시기다.
학교 운동장만 한 종이에 점 하나 찍는 것도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우주 스케일에서는 하찮은 한 사람일 뿐인데... 머리 속이 그 우주 만큼이나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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