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생활

일본 상륙 후 열흘, 한국과 일본에서의 차이

by 스틸러스 2018. 9. 29.
반응형
  • 일본에 오기 전, 평택에서 2년 살았다.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4층 빌라의 2층이 내 집이었다. 1층은 주차장이어서 마음 놓고 쿵쿵거리며 다녔다. 지금은 11층 맨션의 11층에 산다. 뒤꿈치 들고 다닌다. 그런데도 바닥이 뿍뿍 눌리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 내가 살던 202호 윗 집인 302호에는 가족이 살았던 걸로 추정된다. 안방이 침수되어 혹시 윗 집에 무슨 문제가 있나 찾아간 적이 있는데 집에 있으면서도 없는 척 했었다. 밖에서 보니 불 꺼진 거실에서 텔레비전 불빛이 번쩍번쩍하기에 다시 찾아갔더니 문도 안 열어주고 자기들은 상관 없다며 짜증을 담아 얘기하더라. '참~ 못 배워처먹은 년이로고나' 라고 생각했다. 자정이 지나 새벽 두 시가 되어서도 뒤꿈치로 쿵쿵 찍고 다녔다. 쫓아 올라가면 싸움 날 것 같아서 그냥 참고 살았다. 2년을 참고 산 내가 기특하다. 지금은 내가 사는 1104호 위에 아무도 없다. 평온하다.
  • 윗 집에서 질알하는 것도 힘든 마당에 가끔 옆 집에 이상한 것들이 들어왔다. 내가 살던 빌라에는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 3~4명이 같이 사는, 기숙사처럼 사용하는 집이 많았다. 그래서 수시로 사람이 바뀌곤 했는데 가끔 방음이 전혀 안 된다는 걸 모르는 건지 자정까지 노래 부르는 미친 ×이 오곤 했다. 뭐, 얼마 못 가 사라졌다. 하지만 저런 것들이 떼로 집을 빼고 나면 청소할 때 활짝 연 문 밖으로 담배 냄새가 엄청나게 났다. 다음에 집 얻을 때에는 저런 식으로 사는 이웃이 없는 집을 얻어야 한다. 무조건!
  • 평택의 4층 빌라에도 엘리베이터는 있었지만 2년 동안 열 번도 안 탔을 정도로 거의 이용을 안 했다. 계단으로 다녔다. 지금은 항상 엘리베이터를 탄다. 계단으로 다녀야겠다 생각하긴 하지만 엄두가 안 난다. 날씨가 좀 더 추워지면 그 때부터 계단으로 다닐 생각이다.
  • 평택에 살던 집은 번호를 눌러 문을 열 수 있었다. 지금은 열쇠로 열고 잠궈야 한다. 한국에서는 열쇠를 쓴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일본은 아직도 열쇠를 많이 사용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열쇠 하나로 문, 1층 출입문을 모두 열고 닫을 수 있다는 거다. 그렇지 않았다면 열쇠 몇 개를 주렁주렁 달고 다녀야 했을 거다.


그나마 아쉬운대로 이런 집이라도... 하지만 현실은 신축 맨션의 맨 꼭대기 층. -ㅅ-

  • 일본 유학을 상상했을 때, 기온이나 후키야 마을 같이 한~ 적~ 한 곳의 작은 도로에 접한 2층 집을 떠올렸다. 그 2층 집에서 창문을 열면 마을과 길이 내려다보이는 거지. 거기서 커피나 맥주를 홀짝거리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정작 일본 와서 살고 있는 집은 11층 고층 맨션이다. 주변은 온통 빌딩. '이래서야 한국보다 더 도시 같은 풍경이잖아?' 라고 생각한다.
  • 평택의 집에는 베란다가 없었지만 일본의 집에는 베란다가 있다. 샤시로 막힌 구조도 아니라서 밖을 내다볼 때 좋다. 다만 옆 집들과 얇은 칸막이 하나로 접해 있는 구조라서 혹시라도 마주치면 민망할 수 있다.
  • 평택의 집은 맞은 편의 빌라가 보였고 일본의 집은 아베노 하루카스를 비롯한 고층 건물이 잔뜩 보인다. 지진 때문에 고층 건물이 드문 일본인데 사방에 빌딩이다. 여러 가지로 연구한 끝에 지었을테니 지진은 없는 동네겠고나~ 하는 생각은 하지만... 좀 더 시골스러운 풍경을 바랐기에 아쉽긴 하다.
  • 평택의 집에서 1㎞ 정도 가면 통복 시장이 나온다. 주차하는 게 번거로워서 차를 가지고 가지 않았을 뿐이지, 마음 같아서는 차로 가고 싶었다. 일본의 집에서 1㎞ 정도 가면 텐노지 역이 나온다. 차가 없으니 당연히 걸어간다고 생각한다. 버스나 전철로 간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 일본에서는 3㎞ 정도 걷는 건 아무렇지 않게 생각된다. 한국에서는 지독하게 안 움직였는데 여기에서는 하루에 10,000 걸음 이상은 꼬박꼬박 걷고 있다.
  • 평택의 집은 15평, 일본의 집은 3평 남짓. 평택 집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건 책장과 책이었다. 종종 꺼내 보긴 했지만 사실 상 인테리어 같은 개념이었기 때문에 일본에 책이 없다고 해서 아쉽거나 하지는 않다. 어찌 보면 한국에서 너무 큰 집에 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 평택에서는 3구 짜리 가스 레인지를 사용했다. 일본에서는 2구 짜리 IH. 아직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다. 마사미 님이 냄비를 주시긴 했지만 모든 식사를 편의점 도시락 내지는 인스턴트 라면으로 하고 있어서 쓸 일이 없다.
  • 싱크대도 엄청 작다. 한국에서 쓰던 것의 ⅓ 크기 밖에 안 된다.
  • 커피 포트 물이 늦게 끓는다. 한국에서는 상당히 빨리 끓었는데 여기는 세월아~ 네월아~ 한참 걸린다.
  • 인터넷이 종종 느려진다. 속도 측정하면 유선의 경우 다운로드가 60Mbps 정도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100Mbps는 나왔었다. 오전에는 괜찮은데 저녁에는 종종 느려진다. 그래도 유튜브 스트리밍 끊기지 않고 볼 정도는 된다.
  • 한국에서는 집 바로 앞에도 하나 있었고, 사방이 교회였다. 일본 와서 교회 딱 한 번 봤다.
  • 한국에서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그닥 많지 않았는데 일본은 정말 많다. 자전거들이 얌전히 다니는 게 아니라 쌩쌩 달려서 꽤 위험하다. 젊은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나이든 할아버지, 할머니도 빠르게 달리고 심지어 아기 태운 엄마들도 사람들 사이로 막 달린다. 걸어가다가 조금 옆으로 가는데 뒤에서 끼익! 하고 브레이크 잡은 자전거를 본 적도 있다. 이어폰 끼고 걸어다니는데 그게 참 위험하다고 느낀다. 지금은 그나마 적응이 되서 걷던 방향에서 조금이라도 옆으로 움직여야 하는 경우라면 무조건 뒤부터 본다. 모자에 달린 사이드 미러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 일본 여행 다닐 때 거리가 참 깨끗하다는 생각을 했다. 버려진 쓰레기도 없고. 그나마 난바 같은 곳은 워낙 관광객으로 넘치는 곳이라서 쓰레기나 담배 꽁초도 있고 오바이트 흔적도 있었고. 그런데 살아보니... 똑같다. 여기도 화단 같은 곳에 담배 꽁초 버려져 있고 쓰레기도 눈에 띈다. 사람 잘 안 다니는 한적한 곳에는 자전거도 버려 놨더라.



  • 평택에서는 새벽마다 길 고양이가 울어댔다. 아기 우는 소리처럼 들려서 섬뜩할 때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의외로 고양이가 안 보인다. 대신... 까마귀가 많다. 새벽에도 울어대서 짜증스럽다. 덩치도 산만 해서 쫄린다. 한라산에서 봤던 까마귀 사이즈다.
  • 일본에 와서 가장 많이 이용한 곳이 근처 편의점과 대형 잡화점인데, 갈 때마다 어찌나 친절한지... 돈 쓰는 대접 받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게 가식일지라도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다운 태도라 생각한다.
  •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부터 켠다. 블레이드 앤 소울을 실행하고 네×버에 접속해서 뉴스 따위를 본다. 파격입네, 충격입네 하는 낚시 제목에 알면서 당한다. 그러다가 거실로 나와 텔레비전 보면서 빈둥거린다. 텔레비전 보는 것도 무료해지면 다시 컴퓨터로 가서 유튜브로 『 1박 2일 』 시즌 1 틀어놓고 게임을 한다. 일본에서는... 블레이드 앤 소울 하는 거 빼고는 똑같다. 집 밖에 안 나가고 있으면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헷갈릴 정도다. 학교 생활이 시작되기 전의 한가로운 시간은 그렇게 한국과 다를 게 없이 흘러가고 있다.
  • 일본에서도 블레이드 앤 소울이 가능할 거다. 다만... 한국 서버와 달라서 캐릭터를 새로 키워야 한다. 지금 노트북 성능으로는 옵션을 최대한 낮춰서 돌려야겠지만 해볼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안 하고 있다. 새로 키우는 게 귀찮은 게 가장 크다. 마음 같아서는 스위치 사서 『 스플래툰 2 』 해보고 싶은데 공부하러 와서 놀 궁리나 하는 것 같아 참고 있다.
  • 한국에는 아마존이 없지만 일본은 아마존이 정식 서비스 중이다. 확실히 오프라인보다 싸다. 배송도 빠른 편이다. 필요한 것들 대부분을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1개월 동안 프라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배송비 드는 제품도 무료로 보내주는 혜택이 가장 크다. 그 외에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하는데 자막이 일본어로 밖에 안 나와서 헐리우드 영화도 못 보겠다. 한국 영화 정도는 볼 수 있지만 서비스 중인 한국 영화 자체가 몇 편 안 된다.
  • 한국에서는 커트만 하면 7,000원인 미용실에 종종 갔다. 귀찮으면 집에서 혼자 이발기로 머리 밀었고. 일본은 커트만 해도 ¥3,000이다. 너무 비싸다. 거기에다 예약을 꼭 해야 한다고 들었다. 집 바로 앞에 미용실이 있긴 한데, 나중에 일본어가 좀 되면 그 때나 가볼까 싶다. 지금은 이발기 사서 혼자 밀고 있다. 요즘도 가끔 머리가 갑자기 많이 나서 앞머리 기르는 꿈을 꾼다. ㅠ_ㅠ

  • 평택 집의 화장실은 거실에 붙어 있었다. 턱이 있어서 그 턱을 넘어 들어가면 정말 작은 화장실이 있다. 일본은...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에 턱이 없다. 욕조가 있는 곳이 변기가 있는 곳과 분리되어 있는데 역시 턱이 없다. 그래서 실내화를 둬야 하나? 고민이 된다. 아직은 맨 발로 다니고 있다.
  • 남자가 서서 볼 일을 보면 눈에 안 보여서 그렇지 옆으로 엄청 튄다더라. 변기 주변에 매트를 깔아놨는데 자주 빨아야겠다.
  • 변기 수압이 엄청나다. 한국의 변기는 물 내리면 그냥 사방에서 물이 쏟아지며 그대로 내려가는데 일본의 변기는 소용돌이 치면서 내려간다. '저러다 넘치는 거 아냐?' 하고 걱정이 될 정도로.
  • 집 얻을 때 항상 수압을 체크한다. 일본의 집은 인터넷으로만 보고 얻은 거라 수압이 불안했는데... 싱크대도, 화장실도, 욕실도, 수압이 빵빵하다.
  • 욕조가 있긴 한데 정말 작다. 키 170㎝가 안 되는 나도 무릎을 굽히고 앉아야 한다. 서장훈 같은 사람은 무릎 꿇고 앉아도 다 못 들어갈 거다. 일본은 날마다 욕조에 담그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집에는 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일본 와서 딱 한 번 물 받아서 들어가봤다. 수도 요금이 ¥2,000 고정이라서 자주 하는 게 이익 아닐까 싶긴 한데... 막상 하려면 귀찮다.
  • 일본 와서 덜 먹고 많이 걸으니 살이 조금 빠진 것 같긴 하다. 체중계가 없어서 확인은 안 되지만.
  • 슬슬 일본어 좀 늘면, 그래서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해지면 근처 헬스장(일본에서는 '지무(Gym)'라고 해야 한다. 헬스장은 성매매 업소를 포함하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생각없이 여자들 앞에서 헬스장 간다고 하면 엉뚱한 오해를 살 수 있다.)에 가던가 킥복싱 체육관에라도 다녀야겠다고 생각한다.
  • 일본 하면 떠올리는 초밥은 아직 한 번도 안 먹었다. 라멘도 가게에서 먹은 적은 없다. 우동도 마찬가지. 밖에서 사먹은 게 두 번 밖에 안 되는데 전부 텐동이었다. 그 외에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고 있다. 점심에 편의점 도시락 두 개를 한 방에 먹고, 저녁에 컵 라면 하나 정도 먹는다. 몸 망가진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일단은 그렇게 살고 있다.
  • 집 근처 편의점에서 즉석 밥이 안 보인다. 인터넷으로 사려고 봤더니 유난히 싼 게 있어서 사려고 했는데... 댓글 보니 후쿠시마 인근의 쌀로 만들었다고 해서 안 샀다. 아마존에는 후쿠시마 농산물 특별 판매 페이지도 있다. 미친 ×들이다.
  • 이제 고작 열흘 지났을 뿐이라서 아직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 들지만 파 김치랑 삼겹살에 소주 생각은 한 번씩 난다.

  • 한국에서 가장 많이 먹은 아이스크림은 거꾸로 수박바인데 일본에서는 가리가리군을 가장 많이 먹고 있다. 오리지날인 파란 색을 계속 먹었고 그 옆의 초록 색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예전에 먹어봤더니 맛이 없었거든. 그런데 포장지에 포도가 그려진 것 같아 다시 보니... 청포도 맛이었다. 예전에 먹은 건 메론 맛이었고. 사들고 와서 먹어보니... 파란 색보다 낫다! 지금은 날마다 파란 색 하나, 초록 색 하나씩 먹고 있다.
  • 한국 있을 때에는 수시로 배달 음식 시켜 먹었는데 여기는 그러기가 어려우니까... 아무래도 저녁 늦게 뭐 먹거나 폭식하는 일이 없어서 좋다.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계속 있었더라면 나쁜 지 알면서도 시켜먹고 있었을 거다. 의지 박약이라... -ㅅ-

  • 한국은 온통 커피 파는 가게 뿐이지만 일본은 커피 못지 않게 차도 많이 마시는 나라. 편의점에서 차 음료를 구입하는 게 어렵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홍차 음료도 많은데, 티 백을 구입한 뒤 집에서 먹고 싶어 검색해봤다. 예전에 성남 까페에서 구입했던 브랜드가 제법 알아주는 거였고나~ 하는 걸 알게 됐고... 9월 11일에 성남 갔을 때 누나들이랑 간 까페에서 먹은 홍차 사려고 하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ㅠ_ㅠ   한참을 낑낑거리며 검색해서 겨우 알아냈다. 그 때 프랑스製 홍차라는 게 신기해서 기억에 남겨두고 있었기에 어제 '프랑스 홍차'로 검색했었는데 아무래도 아닌 거 같더라고. 그런데 다시 검색해보니 어제 본 게 맞네. marriage freres 라는 브랜드다. 종류가 여럿인 것 같은데 그 때 마셨던 게 뭔지 모르겠다. 마르코 폴로인가? 아무튼... 일본에서 차 매장 보이면 들어가서 찾아봐야겠다. ㅋ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