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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20년 01월 24일 금요일 흐림 (배구 대회)

by 스틸러스 2020.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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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수업 대신 체육관에서 배구를 하는 날. 지난 해에 이미 경험한 적이 있어서 생소하거나 하지는 않다. 다만, 지난 해에는 '대체 왜 배구인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올 해 한 번 더 치르고 나니 배구인 이유를 납득하게 됐다.

  • 일단 수업이 없기 때문에 마음은 편하다. 그런고로, 일단 마셨다. ㅋ   조금만 먹겠다는 생각으로 350㎖ 캔으로 시작했는데 마시다 보니 쭉쭉 들어가서(언제는 안 그랬냐만은) 결국 5,000㎖ 정도 마셔버렸다. 달랑 마른 오징어 하나 놓고 방구석에서 술 마시는 게 서러워서 술 처먹다 울고. -ㅅ-

  • 아침에 일어나니 그저 너덜너덜하다. 배구 대회고 나발이고 그냥 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믿음과 성실함의 상징인 이 몸께서 그럴 수는 없지. -_ㅡ;;;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켜 대충 씻고 나서 학교로 출발. 집에서 학교까지는 15분이면 충분한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게 44분인지라 딱 아홉 시에 도착할 것 같더라고. 최소한 5분 전에는 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축지 2 정도로 슉~ 슉~ 걸었더니 10분만에 도착했다.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걸었기에 달랑 츄리닝만 입고 있었음에도 땀이 나기 시작.

  • 담임인 치바 선생님은 학교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전체적인 진행을 위해 차출(?)되는 분인지라 우리 반의 숨은 담임, 모토조노 선생님이 와서 출석을 체크. 이후 우르르~ 몰려서 텐노지駅으로 갔다. 학교에서 뭔 행사할 때마다 몇백 명의 외국인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텐노지駅으로 몰려가니, 그런 광경을 처음 본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 행사 장소는 EDION Arena Osaka. M상에게 작년에 국가 대항전 했던 곳이라고 알려주니 놀란다. 그렇게 유명한 장소냐면서. 나는 M상 자네가 열아홉이라는 게 더 놀랍다만. -ㅅ-   서른아홉이라고 해야 간신히 동안 소리 듣지 않을까 싶은데.

  • 체육관에 도착해서 코트 바닥에 반 별로 주저 앉아 있는데 당최 시작할 기미가 안 보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철이 지연되어 1, 4학년이 도착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 와중에도 몸 속에 술이 돌아 엄청 피곤했다. 나중에 모든 사람들이 다 도착해서 대회가 시작됐다. 우리 반은 1 경기, 3 경기가 잡혀 있어서 초반에 줄줄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 처음이라 기대하고 온 친구들도 있었겠지만, 태어나서 배구라고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인, 랠리는 1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의 대회이다보니 배구를 통한 승부라기보다는 그냥 재미있게 뛰어놀면 그만인 행사인 것이다.

    • 대회 참가는 성별과 관계없이 아홉 명. 9인제 배구다. 네 면의 코트에서 각각 게임이 진행되는데 전 학년을 두 블럭으로 나눠 게임을 진행한다.

    • 20분 동안 경기를 치르는데 시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앞서고 있는 팀의 승리. 두 경기씩 진행이 되기 때문에 2승 하는 팀이 여럿 나올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득실을 따져 우승, 준우승을 가른다.

    • 서브는 등번호 1번부터 9번까지 순서대로 진행. 배구를 해본 적이 없는 학생이 열에 아홉이기 때문에 서브가 네트를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 자기 서브 차례에 상대방에게 점수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 운동 신경이 뛰어나거나 배구 경험이 있는 학생이 종종 있는지라, 그런 학생들의 서브는 네트를 훌쩍 넘어간다. 그럼 상대 쪽에서 리시브를 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어려운 일. 결국 서브에 성공하면 거의 득점이라 보면 된다.

    • 네트 자체가 낮게 걸려 있는데다 죄다 '아마추어 of 아마추어' 이기 때문에 네트 터치, 오버 네트 등은 전혀 잡지 않는다. 손바닥에 완전히 닿아 공이 머물렀다가 튕겨 나가는 것도 허용. 전문적으로 배구하는 사람들이 보면 그저 개판 5분 전인 상황인 거다. -ㅅ-

  • 첫 경기는 K군이 있는 반과 붙게 됐다. 나는 두 번의 서브를 시도해서 두 번 다 실패. 맘대로 안 되더라고. ㅋ
    경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부저가 울렸을 때에는 동점이었다. 하지만 동점으로 끝낼 수 없었기에 공격권을 갖고 있던 상대가 서브를 했는데, 그게 네트를 넘지 못하면서 우리가 득점. 결국 1점차로 이겼다.

  • 두 번째 경기는 우리가 15점 차로 대승. 에이스인 W상이 여전히 잘했고, 다른 친구들도 몇 명은 서브에 성공하면서 쉽게 이길 수 있었다. 상대 쪽의 서브가 거의 안 넘어온 이유도 있고.

  • 아무튼, 그리해서 2승에 득실차는 +16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준우승. 하지만 우승한 3A 반은 선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다른 반에서 도와준 거니까 우승이라 인정할 수 없다. 난 저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저 반의 학생 수가 아홉 명 이하라서 선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는 거다. 인원으로는 충분히 대회 참가가 가능한데 서로 하기 싫다고 빠져버리니 인원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 것. 뭐, 운동하는 걸 엄청나게 싫어할 수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스무 명 가까운 사람 중에 아홉 명 뽑는 게 안 된다는 건... -ㅅ-

  • 시상하고, 단체 사진 찍은 후 공식적인 행사 종료. 곧장 밖으로 나가 히로바에 갔다. 라면을 비롯해서 이것저것 산 뒤 신사이바시에서 전철 타고 집으로 복귀.
    사들고 온 게 잔뜩이니까 뭐부터 먹을까 하다가 떡볶이 떡과 어묵을 넣고 떡볶이 만들기에 도전했다. 맘 같아서는 파도 좀 있었음 좋겠고, 이것저것 넣고 싶지만 재료도 없고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뜨거운 물에 떡이랑 오뎅 좀 익힌 뒤 바로 팔×의 만능 비빔장 넣어서 졸였다. 불닭 소스도 좀 넣고.

  • 뭔가 휑~ 하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맛있게 됐다. 역시 소스가 중요하고만. 소스가 조금 남았기에 내일 밥 말아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그대로 방치.

  • 그리고 두 번에 나눠 세탁기 돌린 뒤 빨래 널고. 맥주 한 잔 할까 하다가 어제도 잔뜩 처먹었으니 오늘은 건너뛰자 싶어 안 마시고 그냥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다. 다시 일어나니 자정. 어지간히 피곤했나보다.
    (25일에 수정한 일기라서 포스팅 시간보다 일기에서 언급하는 시간이 더 늦다.)

  • 아둥바둥하는 20대들을 보니 뭔가 애매한 기분이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흘러 넘치는 게 바로 보인다. 내가 남들보다 운동을 잘한다는 걸 내색하려고 기를 쓰는 모습들. 축구나 농구를 했더라면 크게 다치는 사람들이 나왔을 거라 확신한다. 모두에게 어색한 배구를 선택한 게 신의 한 수 아니었나 싶다.
    잘 보이고 싶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려 하는 건 결국 국적이나 나이와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스스로가 학교의 누군가에게 호감을 사고 싶어 아둥바둥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게 뭔가 홀가분하기도 하고 나도 다 됐고나 싶어 아쉽기도 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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