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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만 있으면 일본에서 산 지 만 1년이 된다. 만날 시간이 빠르다, 빠르다 했는데, 정말 정신없이 지나가는 것 같다.
- 이틀 전인가? 잠시 한국에 들어갔는데 그대로 복직이 되어 버려서 일본 생활을 정리한답시고 난리법석을 떠는 꿈을 꿨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인데 꿈이라는 걸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하긴, 하늘을 난다고 해도 꿈인 줄 모르니까. 아무튼. 잠에서 깨고 나서도 한참 동안 기분이 더러워서 아무 것도 못했다.
- 처음 유학을 시작했을 때에는 기대도 되지만 걱정도 되고 불안한 것도 있는지라 마냥 즐기지 못했지만 지금은 돈 걱정 말고는 딱히 나쁜 게 없기 때문에 유학이 끝나는 걸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답~ 답~ 하다.
-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후 두 번의 긴 방학이 있었다. 매 번 방학이 시작하기 전에 했던 다짐들을 주욱~ 열거해보자면,
- 학교에 가는 것과 똑같은 스케쥴로 공부하러 다니겠다! 삐~ 익! 실패!
- 교류 센터에 가면 최소한 17시까지는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겠다! 삐~ 익! 실패!
- 말하기가 됐든, 듣기가 됐든, 방학 동안 확~ 업그레이드 하겠다! 삐~ 익! 실패!
- 유튜브 영상이나 다운 받아놓은 음성 자료를 차례로 다 듣겠다! 삐~ 익! 실패!
- 뭐, 대충 이 정도다. 마음은 이런데 몸이 안 따르니 문제. 수염이 많이 자랐기에 생각해보니 여행 다녀와서 제대로 밖에 나간 적이 없다. 무려 열흘을 방구석에서 굴러다니다 까먹은 거다. 오늘도 마찬가지. 아침 일찍 교류 센터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세월아~ 네월아~ 하다가 결국 14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 교류 센터에 도착하니 빈 자리가 마땅치 않다. 모서리 쪽에 빈 자리가 있긴 한데... 빌런이 앉아 있다. 교류 센터에 여러 번 가다보니 여러 번 만나는 빌런이 있다. 오늘의 빌런은 여러 가지 스킬을 종합적으로 보유한, 『 덴마 』 의 세계관으로 따지면 하이퍼 퀑 같은 존재. 일단 오지랖이 넓어서 책 펴면 옆에서 힐끗 보고 뭐라 뭐라 말 걸고, 뭣 좀 하려고 하면 또 한 마디 하고, 귀찮다. 그나마도 잘 들리면 괜찮은데 어디가 불편한 건지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를 정도로 심각하게 안 들린다. 외모는 동남아 어디 께 사람 같은데 일본어로 말하는 것 같기는 하고.
오늘도 내 앞에 있던 서양 남자한테 뭐라 뭐라 하던데 서양 남자도 못 알아들어서 난감한 모양. 내가 자리 잡고 앉은 뒤 교과서를 펴니까 나한테도 뭐라 뭐라 하던데 당최 못 알아듣겠다. 아예 대꾸를 안 했다.
- 하지만 저 스킬은 약과다. 정말 심각한 스킬은 냄새 공격이다. 입에서 나는 건지, 몸에서 나는 건지, 옷에서 나는 건지 모르겠다. 열흘 넘게 양치 안 했을 때의 입냄새(그 냄새를 어떻게 아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말도록 하자.)가 계~ 속 난다. 계~~ 속 난다. 계~~~ 속 난다.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말, 오늘 처음 몸으로 느꼈다. 정말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서양 남자 애 옆에 옆 자리가 비어 있어서 그 쪽으로 옮길까 말까 마음 속으로 500번 쯤 망설였던 것 같다. 가방에 차량용 방향제가 있어서 그걸 코 밑에 끼우고 있으니 그나마 살 것 같더라.
- 게다가 오늘 처음 본 스킬, 눈치 없음. 영어가 유창한 교류 센터 직원이 있었는데 퇴근하는 걸 붙잡고는 뭐라 뭐라 하는데, 누가 봐도 빨리 가고 싶어 하는 게 뻔~ 히 보이는데 적당히 할 기미를 안 보인다. 딱히 중요한 대화가 아닌 것 같은데 붙잡고 계속 떠든다. 결국 그 직원이 '미안한데 시간이 없다. 가 봐야 한다. 다음에 보자.' 라 하고 자리를 떠야 했다.
- 교류 센터에 도착한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빌런 핑계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결국 공부고 나발이고 때려 치우고 아이슬란드 가이드 북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보통은 비행기 표 사는 방법이라거나 환전 같은 것부터 안내되어 있지 않나? 가이드 북이 뭔가 중구난방이다. 아무튼, 12월이니까 4개월 정도 남았는데 시간이 워낙 빨리 가니 금방 오지 않을까 싶다. 벌써부터 두근두근이다.
- 오는 길에는 코난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사왔다. 삶이 윤택해지는 방법은 간단하다. 돈 쓰면 된다. 저금이고 나발이고 버는 족족 까먹던, 평택에 살던 시절에는 참으로 윤택했더랬지. 혼자 열다섯 평 짜리 방 두 개 빌라에 살면서 수입 차 굴리고 다녔으니까. 게다가 필요한 건 야금야금 다 살 수 있었고. 지금은 돈은 돈대로 없고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다 짐이라서 어떻게든 아쉬운대로 살려고 하니까 삶이 덜 윤택하다.
300만원 주고 조립한 컴퓨터에, 60만원 짜리 자전거에, 버는 족족 쓰느라 즐거운 삶이었다. -ㅅ-
한 쪽 벽에 책장을 세우고 이런저런 책들로 장식(?)하는 게 꿈이었는데, 그걸 현실로 만들어낸 집이었다.
군대 있을 때 『 H2 』 전 권을 책장에 꽂아놓고 꺼내어 보는 게 꿈이라고 떠들었었는데, 그 꿈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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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거실에서
안 방이 두 번이나 물바다가 되기도 했고, 같은 빌라 사는 것들이 수준 이하라 열 받는 일이 자주 있었지만.
- 교류 센터에서 돌아올 때에는 집에 가면 공부 좀 하다가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삐~ 익!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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