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생각했다. '내일은 쉬는 날이지만 학교 가는 날과 같이 아침 일찍 나가서 공부하고 와야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오히려 학교 가는 날보다 더 일찍 일어나진다. '휴일이니까 언제든 잘 수 있다' 는 생각 때문인지 잠을 덜 자도 그다지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오늘도 여섯 시가 채 못 되어 일어났다. 이불 속을 뒹굴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빈둥거렸다. 딱히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만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뭐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어제 먹다 남은 피자로 배를 채우고 딱히 하는 일 없이 시간 보내다가 이불 널고, '슬슬 나가야겠다' 싶어 씻고 나갔다. 언더 셔츠 위에 후드 티셔츠 하나 입고 반바지 차림으로 나갔는데 '반팔 티셔츠 입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웠다. 완전 봄 날씨다. 다음 주는 비 온다고 예보된 날이 많아서 모르겠지만 조만간 반 팔 티셔츠 차림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더워서 '10월인데도 왜 이렇게 덥지?' 라 생각하며 반 팔 티셔츠 차림으로 11월까지 잘 싸돌아 다녔더랬지. 그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일본에서 겨울을 보냈다. 시간 참 빠르다.
교류 센터까지 가는 동안 땀 내지 않으려고 천천히 걸었는데도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더운 날씨였다. 교류 센터는 항상 무슨 행사가 있어서 북적거린다. 오늘도 뭔 행사를 하고 있더라. 다행히 인포메이션 센터는 한적한 편. 내가 항상 이용하는 자리에는 아무도 없어서 만만한 곳에 가방을 두고 책을 꺼냈다.
그리고 나서 어제 받은 보험료 책정 안내문 들고 스태프들한테 가서 '한국어 가능한 분 계시냐?' 고 물었더니 아주머니께서 자기가 할 줄 안다고 하신다. 그 분께 '어제 이런 걸 받았습니다.' 하고 종이를 내밀었더니 천천히 읽어보시고는 직접 작성까지 해주신다. 역시, 소득이 있었던 사람이나 복잡하지, 나처럼 가지고 있는 돈 홀랑 까먹고 있는 사람은 어렵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혼자도 할 수 있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답안지 보고 나서 '쉬웠네!' 하는 거나 마찬가지. 나중에 다른 분과 대화하는 것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 분 같더라. 조총련 계열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하셨다. 한국 사람들은 조총련 계열이라 하면 무서워하는데 전혀 그런 거 아니라면서. 뿌리 깊은 반공 교육의 폐해지.
가장 중요한 일은 해결했고. 다음은 교류 센터의 숙제. 생각보다 쉬운데다 양도 얼마 안 되어 10분도 채 안 걸렸다. 그 다음은 담임 선생님의 작문 숙제. 역시나 오래 안 걸렸다. 다음 주에 수업할 내용을 미리 공부 좀 할까 하다가, 하야시 선생님이 준 인쇄물 풀어 보기로 했다. 자동사, 타동사 관련된 문제였는데... 역시 어렵다. 책 안 보면 아예 못 풀겠다. 자동사, 타동사는 외우는 수밖에 없는데 당최 외우고 싶은 의욕이 안 생겨서 거의 포기 모드다. 환장하겠다.
한참 풀다 보니 맨 뒷 장은 답안지. 아... 이래서 숙제 아니라고 하셨고만?
앞에 앉은 ×은 숨 쉬는 소리가 엄청 커서 자꾸 거슬리지, 옆에 앉은 영감은 앉자마자 엄청난 소리로 재채기해서 앞에 있는 꼬맹이가 놀랐는데 전혀 미안해하지 않아서 그 게 맘에 안 들었지, 이래저래 주위 사람 핑계 대기 시작하는 걸 보니 집에 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 상태다. 하지만 '풀다 말고 가지 말자' 고 계속 스스로를 다독여서 간신히 다 풀고 채점까지 마쳤다. 틀린 문제는 다시 한 번 봐야 하는데... 한계다. 도저히 더는 못 앉아 있겠다. 짐 정리해서 나가려는데... 같이 수업 듣는 중국인 처자를 만났다.
토요일에 일본인과 프리 토킹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것도 하고 있는 모양이더라고. '학교 숙제하러 왔다' 고, '졸려서 집에 간다' 하고, 인사한 뒤 밖으로 나왔다. 교류 센터에 갈 때까지만 해도 하늘이 온통 새파랬는데 두 시간 동안 구름으로 뒤덮였다.
집에 먹을 게 떨어져서 오아시스 가려고 하루카스 쪽으로 걸었다. 곧장 오아시스로 가서 먹을 거 대충 주워 담았더니 순식간에 3,000円. 뭐 산 것도 없는데.
집에 와서 사들고 온 돈카츠를 먹는데, 이게 돼지 고기 때려 편 걸 튀긴 게 아니라 뭔 수육 같은 걸 튀김 옷 입혀 만든 것 같다. 엄청 두툼하다. 되게 싸구려 고기겠지. 그냥은 못 팔 고기니까 튀긴 다음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파는 게 아닐까? 당장 크기만 봐도 300円은 말이 안 되는데. 뭐... 그런 거 안 따지고 산다. 검색해보니 원산지 일일이 확인해서 후쿠시마나 그 근처에서 나온 거면 안 먹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신경 안 쓰고 사는 편. 물론 일부러 후쿠시마 바닷물 정수해서 만들었다는 생수 사 먹는 미친 짓은 안 하겠지만 결국 인명은 재천이다 싶어서 그냥 적당히 살고 있다. 오래 살겠답시고 아둥바둥 해봐야 차에 받히면 한 방이라는 생각도 있고.
토요일이고 하니까 맥주 한 잔 할까 했는데 그닥 안 땡긴다. 끌리지 않는데 억지로 캔 따봐야 아까워 하며 버릴 뿐이라는 걸 경험을 통해 아니까, 오늘은 술 안 마시고 건너 뛰기로 했다. 사실은 인생 술집 가려고 했는데 뭔가 타이밍을 놓쳤다. 다음 주 수요일 쯤에나 한 번 갈까 싶다.
세탁기 돌려 빨래 널고, 대충 청소하고, 『 1박 2일 』 시즌 1 켜놓고 드러누워 잤다. 꽤 잔 것 같은데 한 시간 정도 밖에 안 지났더라.
내일 비 온다더니, 내 예상대로 비 오는 시간이 뒤로 야금 야금 미뤄진다. 처음에는 오전부터 온다고 했었는데 오늘 아침에 확인했을 때에는 오후부터 온다고 되어 있더라. 그러더니 저녁에 확인하니까 내일 밤부터 온단다.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은 진짜 아침 일찍 교류 센터 가야겠다. 공부 좀 하고, 13시 쯤에 돌아와야지. 14시에 포항 개막 경기 보고, 집에서 좀 쉬다가 하루 마무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3월 18일이 테스트니까 2주 정도 남은 셈이다.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걸어서 오카야마까지 가는 계획 짜는 것도 중요하다. 슬슬 디테일하게 계획 짜봐야겠다. 그나저나... 이번 테스트도 점수가 확 좀 올라야 할텐데. 입학 때의 테스트가 워낙 형편 없기도 했지만 두 번째 테스트는 처음의 테스트보다 여섯 배 이상 점수가 올랐었다. 이번에는 그 정도로 오르기는 어렵겠지만 두 배 정도는 올랐음 좋겠는데... 그 정도는 절대 안 나올 것 같다. ㅠ_ㅠ 아무튼...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 담임 선생님이랑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반으로 옮겨 가는 게 나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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