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인쇄물을 자주 나눠준다. 하루에 받는 인쇄물이 여러 장인데, 받고 나면 가장 먼저 위쪽 한 귀퉁이에 날짜를 쓴다. 그래야 복습할 때 순서를 잊지 않으니까. 그렇게 날짜를 쓰면서 깜짝 깜짝 놀란다. '벌써?' 라는 생각이 들어서. 2019년의 어색함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1월이 다 지나가버렸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직장 다닐 때에 비하면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알람 없이 항상 같은 시각에 일어나 남들 학교 가고 직장 가는 시간이 같이 움직인다. 세 시간 공부한 후 한 시간 쉬고 두 시간 공부하면 하루 일과 끝. 물론 성적에 대한 압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직장 다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천국에 있는 것과 같다. ×× 같은 것들 안 봐도 되고, ××만도 못한 것들이 설쳐대는 꼴을 안 봐도 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물론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서 힘들긴 한데, 다른 친구들 보면 투덜거릴 입장도 아니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슬슬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나오고 있다. 성실한 C군은 오늘 지각. 늦잠 잤단다. 하긴... 23시까지 일하고 집에 가면 오죽 피곤할까. 나는 학교 갔다가 교류 센터 가서 수업하고 와도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은데.
모아둔 돈 까먹고 유학 마쳤을 때 알거지가 된다는 조건으로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돈을 떠나서 경험이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아르바이트는 하고 싶다. 문제는 바이크를 사서 일본 여행도 하고 싶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일단 올해 여름까지는 아르바이트 할 생각이 없다. 앞으로 또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학비 내고 생활하는 것도 빠듯한지라 바이크 구입은 무리다. 만약 일본 면허를 발급 받게 된다면 한국에 가서 퇴직금 담보 대출을 받던, 생활 자금 대출을 받던, 1,000만원 정도 빚 내서 가지고 올 생각이다. 유학 끝나고 돌아가면 차 사고 월세 집 얻느라 또 은행 빚 얻어야 한다. 뭐... 한 1억 빌려서 살아봤더니 대출 별 거 아니다. 죽기 전에 갚겠지. ㅋㅋㅋ
오늘 마사미 님과 라인으로 대화하다가 봄 방학 때 걸어서 이네까지 가겠다고 해버렸다. 생각해보니 '왜 지금까지 그 생각을 못했지?' 싶더라. 한국에 있을 때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던, 걷던, 조금은 힘든 여행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2, 3일만에 되는 것도 아니고 길게 쉴 수 없으니 늘 생각만으로 끝났었다.
지금은... 방학이 있다. 아무리 짧아도 2주를 내리 놀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그렇다는 것은... 조금 무리하면 걸어서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단 이네까지 가는 걸 목적으로 하되, 사전에 구글 지도로 갈 수 있는 거리를 잘 가늠해서 중간에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팔 청춘이 아니니까. 그렇게 여러 곳에서 숙박하면서 여행하면 결국 전철이나 버스 타고 가는 것보다 돈이 더 들겠지만, 이 쪽이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언제 이런 경험 해보겠어? 구글 지도에서 대충 검색해보니 160㎞가 채 안 된다. 34시간 걸린다고 나온다. 한 시간에 4.5㎞ 걷는다는 얘긴데... 내 걷는 속도면 한 시간에 8㎞ 정도도 가능하다. 하지만 계속 그 속도로 걸을 수 없는데다 오래 걸으면 속도가 느려질테니 구글 예상에 맞추는 게 좋을 것 같다. 하루에 여덟 시간 걷는다고 잡으면 아무리 늦어도 5일이면 이네에 도착한다는 얘기.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천천히 계획을 잘 세워서 숙소 예약해버리고 저질러야지. 봄 방학이 기다려진다. ㅋㅋㅋ
집에 돌아오니 21시가 넘어버렸다. 배가 고프긴 한데 이 시각에 밥 먹기는 꺼려지고... 생 라면에 맥주나 조금 마시고 자야겠다. 내일은 13과 테스트가 있는 날이다. 교과서 한 번 정도는 훑어 봐야 하는데 그마저도 못했다. 내일 복습 시간에 바짝 봐야지. 또 다시 70점대를 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카와 선생님이 문제를 또 얼마나 꼬아놨을지. -_ㅡ;;;
일본은 한국에 비하면 저녁이 조용하다. 번화가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고만고만하지만, 제법 큰 거리도 해가 지고 나면 조용~ 하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고. 무엇보다도 길가에 차가 없으니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우리나라도 빨리 지정 주차제 도입했으면 좋겠다. 이번 주는 간사이 스루 패스 이용해서 와카야마, 고야산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스루 패스도 단기 체류자만 사용할 수 있단다. 뭐, 누가 그런 거 일일이 검사할까 싶긴 한데... 일단 경로랑 예산 짜보고, 차비가 너무 비싸다 싶음 그냥 스루 패스 사서 가야지. ㅋ
이번 주는 여행이다!!!
P.S. 학교에서 다른 사람한테 '죠즈데스까?' 라고 묻는 건 실례라고 배웠는데, 교류 센터에서는 친구끼리는 괜찮단다. 하긴... 반말 쓰는 사이에 '너 이거 잘하냐?' 정도가 실례는 아니겠지. 오전에 수업 듣다가 뭔가 궁금해져서 선생님께 여쭤 보면서 '어디서 주워 들었더라?' 싶었는데, 선택 과목 수업에서 배운 거였다. 여러 선생님한테 배우는 게 도움이 된다. 재미도 있고. 시간도 잘 가고. 내일은 JLPT N4 수업. 단어가 도통 안 외워지는 거 빼고는 재미있다. ㅋ
'포장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년 01월 31일 목요일 비옴 (컨디션이 바닥) (0) | 2019.01.31 |
---|---|
2019년 01월 30일 수요일 맑음 (13과 테스트) (0) | 2019.01.30 |
2019년 01월 28일 월요일 비옴 (12과 테스트 결과 / 드디어 자동사와 타동사를...) (0) | 2019.01.28 |
2019년 01월 26일 토요일 흐림 (집에서 빈둥) (2) | 2019.01.26 |
2019년 01월 25일 금요일 흐림 (배구 대회) (0) | 2019.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