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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1월 08일 화요일 흐림 (오늘은 '처음'의 날이냐?)

by 스틸러스 201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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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뭔가 처음인 게 많은 날이었다. 여기서 벌떡! 일어서는 소수의 언제나 발기충들은 빽 버튼 눌러 꺼져주시고. -_ㅡ;;;   ① 가스 · 건강 보험 · 전기 요금을 한 번에 낸 것도 처음이고, 우체국에서 택배를 보낸 것도 처음, ③ 치과에서 치료 받은 것도 처음, ④ 국제 교류 학교에서 처음 수업 받은 날이기도 하고, ⑤ 편의점에서 닭튀김 산 것도 처음, ⑥ 트위터 해킹 당한 것도 처음이다.


저게 뭐 대단한 거냐고? 엄마가 다섯 살 먹은 애한테 세제, 수세미, 물 사오라 했는데 혼자 편의점에 간 애가 세제랑 과자 잔뜩 사들고 와도 감동하는 거 못 봤냐? 못 봤어? 응. 나도 못 봤어. 그냥 어거지 쓰려고 막 지어내봤네. -_ㅡ;;;   아무튼... 조선 땅에서 우리 말로 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나는 이 나라의 다섯 살 만도 못한 언어 능력으로 저걸 다 해냈단 말이야! 아오, ㅆㅂ   글 쓰다 말고 울컥! 해서 육수가 뿜어져 나오네.



어제 친구들과 헤어진 뒤 곧바로 집에 돌아와 퍼져버렸다. 뽈뽈거리고 돌아다니느라 힘들었던 것도 있지만 날마다 술 마셔댄 게 크지 않았을까 싶다. 나폴레옹이나 캡틴큐 처먹는 거 마저도 즐거웠던 10대 후반을 지나, 전봇대 밑에 피자 몇 판을 부치더라도 쌘 척 해야 했던 20대가 지나가고, 나름 점잖은 척 염병하던 30대마저 끝난, 그저 체력으로 술 처먹는 40대. ㅠ_ㅠ   낮에도 한 시간 조금 넘게 잤고 저녁에도 쪽잠을 잤다. 그렇게 쪼개서 잠을 잔 덕분인지 새벽 한 시가 넘어서까지 잠이 오지 않아서 유튜브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여덟 시 넘어 일어났지만 추워서 이불 밖으로 나갈 생각도 안 했다. 한 뼘 이불 속에서 뒹굴다가 아홉 시가 넘어서야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 앞에서 뭔가 할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눈 뜨면 당연하다는 듯이 컴퓨터 앞으로 가게 된다.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씻고 나가야 하는데, 귀찮다. '곧 나갈 거니까...' 라 생각해서 히터도 안 켰는데 결국 오후 한 시 넘을 때까지 빈둥거렸다.




가스 요금, 건강 보험, 전기 요금을 내야 한다. 한 달 밀린다고 끊기는 건 아니지만 내야 할 돈 늦게 내는 건 몹시 싫어하는 일 중 하나니까.   보통은 가스 & 전기, 또는 보험 & 전기 하는 식으로 같이 냈는데 세 가지를 한 방에 낸 건 오늘이 처음이다. 이런 요금 낼 때 1円 짜리를 처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円 짜리가 대책없이 쌓인다.


어제 자기 전에 고민을 하다가 일단 요금 고지서에 맞춰 돈을 올려놨다. 그런데 그걸 담아갈 봉투 같은 게 없는 거다. 섞이면 편의점 카운터 앞에서 한참을 꾸물대야 하니까 미안하기 짝이 없다. 어쩌지? 어쩌지? 잠시 생각하다가... 빤쓰 껍데기(?)가 떠올랐다. 한국에서 올 때 아디다스 새 빤쓰를 몇 장 들고 왔는데 그 빤쓰가 들어있던 지퍼 백을 안 버리고 가지고 있었거든. 거기에 고지서랑 돈 넣으면 되겠다 싶더라고. 역시... 안 버리면 언제, 어디서든 쓰게 되어 있다.




집 근처 편의점에 가서 봉투 세 개를 꺼냈다. 차례대로 고지서와 돈을 주고, 화면을 터치(술 살 때처럼 화면의 'OK'를 터치해야 한다.)했다. 그렇게 금방 낼 돈을 냈다. 별 거 아니지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


그리고 나서 학교 근처의 우체국으로 향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우체국은 데라다초駅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우체국이지만, 처음 간 곳 & 늘 가던 곳이 학교 근처 우체국이라서 거기가 편하다.

한국에서 사들고 온 보잘 것 없는 선물과 리가 로얄 호텔에서 산 초콜릿을 보내려고 갔는데 한국처럼 택배 포장하는 장소가 없다. 아마도 지역의 작은 우체국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여자 직원 분이 계셔서 테이프 없냐고 하니 못 알아들으신다. "스카치 테- 프가 아리마스까?" 하니까 알아들으셨는지 가져다 주시더라. 뒤 쪽에 무게 재고 우편 처리하는 창구 안 쪽에 테이프가 있더라.


가장 편한 건 집에서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거다. 미리 신청하면 그 시각에 와서 찾아가니까 가장 편하다. 하지만 일본 우체국에서 뭔가 보내본 적이 없으니까, 한 번도 안 해봤으니까, 해보고 싶다 생각했다.


마땅한 상자가 없어서 축구화 상자를 썼다. 테이프로 몇 차례 감은 뒤 택배 용지에 주소를 썼다. 전화 번호를 써야 하는데 마사미 님 전화 번호가 소니 스마트 폰에는 저장이 안 되어 있어서 클라우드에 있는 파일 열려고 하니까 hwp 파일이라 안 된다. -_ㅡ;;;   급하게 뷰어 다운 받아서 파일 내용을 보고 전화 번호를 적었다.


창구로 가지고 가니 내용물이 뭐냐고 물어본다. "과자랑..." 이라고 하니까 "먹을 거?" 라고 해서 맞다고 했다. 그것 뿐이냐고 물으시기에 컵도 있다고 하니까 깨지지 않게 포장했냐고 물어본다. 괜찮다고 했다. 요금은 1,000円 조금 안 되게 나왔다. 히~


보내고 나오면서 뭔가 뿌듯했다. 다섯 살 수준도 안 되는 일본어로 이것 저것 잘도 하고 다닌다는 생각이 들어서. ㅋㅋㅋ




다음은... 최대의 난관. 치과 가기.

지난 해 12월 24일에 한국에서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다. 그 때 봉합한다고 실로 꿰맸는데 2주 후에 풀러 오라 하더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그렇게 오래 머물 수 없었기에 일본에 가서 병원에 가겠다고 했다. 다음에 한국에 가는 건 5월이나 되야 하는데, 그 때까지 봉합용 실을 방치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일본의 치과에서 해결을 해야 했다.


예전에 L양이 갔던 치과에 가서 "일본어를 못합니다." 라고 말한 뒤 미리 번역해서 인쇄한 종이를 보여줬다. 일본은 예약 문화가 일반적이라서 바로 안 될 줄 알았는데 가능하단다. 일본어 못한다고 하니까 영어로 된 문진 같은 걸 주더라. 외국인도 많이 오나봉가. 알레르기 있는지, 마취하는 데 문제가 있는지 같은 걸 묻고 있었다. 어떻게 병원을 알게 됐는지 묻는 것도 있더라. ㅋ


들어가서 번역기 돌린 뒤 의사 선생님에게 보여줬다. "양치질을 싫어해서 입 안이 엉망진창" 이라고 했더니 웃더라. 일본의 치과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까 조금 불안하긴 했는데, 금방 실 제거하더라. 그리고 나서 이게 잘라낸 실이라며 보여주더라.

그게 끝인 줄 알았는데 가글 시키더니 다시 눕힌다. 그러더니 플라그 제거해준다면서 양치질을 해준다. 우리나라는 기계로 하던데 여기는 칫솔로 직접 한다. 민망해 죽는 줄 알았다.




그 뒤 엑스레이까지 찍었다. 찍은 사진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간단히 설명해주는데 적당~ 히 알아들었다. 치아 상태가 엉망인데 여기에서 치료 받을 거냐고 묻기에 한국에서 받겠다고 했다. 그럼 한 달에 1, 2회 클리닝하러 와야 한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스켈링 대신 직접 칫솔질로 플라그 제거해주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병원비는 4,100円 나왔다. 치료 받기 전에 접수하면서 일본 의료 보험 보여줬으니 적용이 된 것이겠지. 한국에서 유학생 보험 들어놓고 왔는데 치과 치료도 보상 되는지 알아봐야겠다.



다음에 방문할 날짜와 시간을 예약한 뒤 밖으로 나왔다. 우체국에서 택배 보낸 것보다 열 배는 뿌듯하고, 그 것의 열 배는 민망했다. 한국의 치과에서 입 벌릴 때마다 쪽 팔려 죽을 것 같았는데 일본에서도... ㅠ_ㅠ   뭐, 본인이 양치를 게을리 해서 그런 거니까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볼 일 다 봤다. 살 게 있어서 코난에 들렀다. 코난 2층에 스포츠 매장이 있는데 L양이 내가 좋아할만한 것들이 많으니 가보라 하더라고. 항상 1층만 이용했었는데, 오늘은 바로 2층에 올라갔다. 그랬더니... 와아~ 신세계다. 어중간한 브랜드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 아머,... 엄청 많다. 거기에다 가격도 착하다. 내가 신사이바시에서 면세 받아 13만원 주고 산 가방이 8만원도 안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났으니 가격이 떨어진 것도 있겠지만.


모자 사러 간 거라서 한 바퀴 대충 둘러보다가 르꼬끄 거 하나 사고 푸마 꺼 하나 샀다. 두 개에 6,000円 정도? 나이키랑 아디다스 모자는 하나에 4만원 넘으니까 못 사겠더라. 나이키 쌕도 1,200円 조금 더 주고 샀다. 간단한 차림에 들고 다니기 좋은 가방이다.


1층에 내려와 교토 니시키 시장에서 산 검은 콩 차 끓여먹을 용도의 주전자를 하나 사고, 끓인 물 담을 병도 하나 샀다. 살림 안 늘리려고 하는데 안 늘릴 수가 없다. 벌써부터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라면도 몇 개 사고, 과자도 조금 샀다. 일본 과자는 질소보다 과자가 많아서 작아 보여도 양이 꽤 된다. 에비센(새우깡) 작은 거 샀는데 한국 큰 봉다리에 든 것 못지 않다. 집에 와서 장 본 걸 정리하고, 밥 먹고, 호다닥 차 한 잔 마셨다.




저녁에는 오사카 국제 교류 센터에서 일본어 수업이 있다. 구글 지도로 미리 알아보니 3㎞ 정도 떨어져 있고 30분 걸린단다. 수업 신청할 때 한 번 가보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일찌감치 출발했다. 언더 셔츠 위에 달랑 나이키 후드 한 벌 입고 있어서 추울 줄 알았는데 걷다 보니 땀이 슬슬 올라온다. 고장난 체온.


한 번 가봤다고 나름 익숙하다. 교류 센터에 도착을 했는데... 응? 정문의 LED에 일본어 수업이 18:00 ~ 20:30 이라고 나와 있는 거다. 이게 뭔 소린가 싶어 서둘러 1층의 안내 센터로 갔다. 일본어 수업이 여섯 시부터냐니까 일곱 시부터란다. 뭐야? 낚인 거야?


수업료와 책 값을 지불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문의 LED에는 수업이 3층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레벨마다 다른 모양이다. 레벨 1부터 4까지 있는데 내가 듣는 4는 1층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두 명이 앉아 있다. 살짝 떨어져 앉았다. 간단한 안내를 받은 뒤 자기 소개하는 내용을 썼다. 다행히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서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염병할 중국어가 문제였다. 아오, ㅆㅂ!




수업 시작할 때가 되니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앞 단계 수업부터 차근 차근 올라온 거 같더라고. 다 알고 지내는 사람 같더라. 새로 온 사람은 나 말고는 없는 듯.

학교에는 대만 애들이 많았지만 여기에는 온통 중국 애들이다. 열두 명이 수업 듣는데 오늘은 전부 다 오지 않았다. 한국인이 나를 포함해서 두 명, 영국인이 한 명, 홍콩 사람이 한 명, 나머지는 다 중국인이다.




...... ...... ...... 학교에서의 악몽 같은 시간이 떠올랐다. 틈만 나면 중국어로 처 떠든다. 수업 중에 중국어로 떠드는 것까지 대만 것들이랑 똑같다. 거기에다 내 바로 옆에는 중국인 아줌마가 한 명 앉았는데 선생님이 수업 진행하다가 뭔가 묻는 식으로 말하면 본인만 안다는 듯이 소리 꽥 꽥 질러가며 대답한다. 선생님이 다른 학생한테 물어보는데도 그러고 있더라. 중국어를 쓰면 예의가 없어지는 건지, 중국어를 쓰는 족속들은 예의를 안 배우는 건지, 하여튼. 일본 와서 중국어를 가장 많이 듣는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면서도 중국어 쓰는 사람들이 싫어진다. 일본인이 한국인 혐오하는 걸 보고 질알하면서 스스로 중국어 쓰는 것들 미워하고 있다. 에휴...


한 시간 반 수업인데 55분 수업하고 5분 쉬더라. 그 쉬는 시간에 자리 옮겨도 되냐고 물어봐서 반대 쪽으로 넘어갔다. 그 쪽은 한국인이랑 영국인이 있었거든. 그 옆은 홍콩 사람이고. 선생님은 한국 사람과 가까이에 가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더라. 그래서 그게 아니라, 학교에서 대만 애들 때문에 중국어 엄청 많이 듣는데 여기에서도 그렇다고 했다. 차마 우루사이까라(うるさいから: 시끄러우니까)! 라고 하지는 못했다.


아무튼... 자리 옮겨서 나머지 30분 수업 듣는데... 여기서도 그 놈에 페어 렌슈가 나온다. 하긴... 언어 배우는데 둘이 짝 지어 말하는 게 중요하겠지.

나는 옆의 홍콩 처자와 얘기했는데, 수업이 어려운 모양이더라. 영어가 편하다기에 홍콩 사람들은 전부 영어 하냐고 하니까 대부분 한다더라. 한국에도 왔던 적이 있다 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나름 이런저런 얘기했다.


나 말고 다른 한국인은 김氏 성을 가진 주부였는데 목소리가 특이했다. 어린이 집 교사하면 딱 어울릴 목소리. 동화 구연에 최적화 된 목소리. 그런 목소리는 굉장히 매력적이고 한 번 들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멋진 목소리라 생각한다. 몇 마디 나눠볼까 하다가 찝적거리는 것 같아 보일까봐 참았다.




전철 타면 22분 걸린다고 나오는데 걸으면 33분. 축지하면 전철 타는 시간이나 별 다를 게 없겠다 싶어 그냥 걸었다. 데라다초駅 근처 상가를 지날 때 배가 너무 고파서 하마터면 라면이나 교자 먹을 뻔 했다.

간신히 참았지만 편의점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결국 들어갔고... 간만에 가리가리군(아이스크림) 사면서 닭튀김도 샀다. 예전에 선배랑 도쿄 여행 때 산 적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유학 온 뒤로는 처음이다. 지금 일기 쓰면서 맥주랑 같이 먹고 있다.



아, 트위터 해킹! 5분 짜리 쉬는 시간 중에 손전화를 봤더니 서울 구로에서 트위터 서브 계정에 로그인 됐다는 메일이 왔다. 화들짝 놀라 비밀 번호부터 바꿨다. 그리고 나서 보니 광고는 아니고 인사하는 멘션 하나 써놨더라. 어차피 서브 계정이고, 일본 AV 계정 팔로우 해서 사진 보는 용도로나 쓰는 거라 별 상관 없긴 한데... 희한하긴 하더라. 어떻게 알고 해킹 했을꼬? 일반적인 패스워드가 아닌데? 그러고보니... 저거 뚫렸다는 건 다른 것도 가능성 있다는 건가? 싹 다 바꿔야 하나?




오늘은 뭔가 처음 하는 일도 많고, 나름 알차게 보냈다. 내일 하루만 지나면 모레 개학. 학교에 가야 한다. 10일은 그나마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정도만 하고 끝날 거니까 관계 없지만 11일은 시험이 있다. 수업도 다 할 거고. 그리고 나서 12, 13, 14일은 또 쉰다. 실컷 놀았으니, 공부한다 해놓고 1도 안 했으니, 3일 쉬는 동안은 다 학교에 가야지. 12월 6일에 어이없는 문제 받아들어 풀고 나서 '진짜 방학인가?' 하고 갸우뚱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나버렸다니...


이제 봄방학만 보고 지내야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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