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이름이 클래스 어쩌고 하기에 Class Mate Test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일정표 보니 クラスメント라고 되어 있네. 뭐, 아무튼. 순식간에 끝내고 왔다.
어제 학교 마치자마자 집에 와서 빈둥거리다가 퍼질러 잤고, 자다 깨서는 인터넷으로 한국에 가지고 갈 것들을 질러댔다. 시간이 훌쩍 지나 23시가 넘었기에 자려고 누웠고, 자정이 되기 전에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여러 번 깼다. 신경 안 쓴다고는 했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였는지 테스트 관련된 꿈도 꾸고.
그렇게 여러 번 깨면서 잠을 설치긴 했는데 오늘은 수업 없이 테스트만 하면 되니까 마음은 편하더라. 평소 같으면 아침에 일찍 가서 한자 벼락치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여덟 시 조금 넘어 출발했지만 오늘은 조금 여유를 부렸다. 평소보다 20분 정도 늦게 나갔다.
수업 받던 교실이 아니라 5층의 큰 교실에서 1A, 1B, 1C가 모두 평가를 치르기에 바로 5층으로 갔다. 한국인 L군과 L양은 이미 와 있더라. 간단히 인사를 하고 창 쪽에 자리 잡고 앉아서 노래 들으면서 스도쿠를 했다. 그 어수선한 아침에, 부랴부랴 책 좀 본다고 뭔가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스마트폰 쳐다보고 있는데 옆에 뭔가 스윽~ 나타나서 봤더니, G군이 종이 가방을 내민다. 아! 지난 번에 부탁한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이었다.
색깔도 그렇고, 심플한 디자인도 그렇고, 예쁘다. 평소에도 입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맥콜 성남 유니폼도 입고 다녔는데, 뭐.)
단추를 채우는 부분이 특이하게 생겼다. 이 디자인도 맘에 든다.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앰블럼. 앰블럼도 예쁘네. ㅋ
이 로고는 어떤 의미인지 친구에게 물어봐야겠다.
포항의 검빨 유니폼만 스무 벌 넘는 상황에서, 어찌 하다보니 강원 FC, 대구 FC, 성남 FC의 유니폼도 한 벌씩 갖게 됐다. 포항 이외의 팀 유니폼을 일부러 모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살 수 있다면 여러 팀의 유니폼도 샀으면 좋겠다 싶더라고. 세레소 오사카 유니폼은 조금 망설여져서 아직 안 샀지만 40,000원 가까이 주고 핑크색 티셔츠 한 벌 사기는 했다. 그리고 태국에서 온 G군에게 부리람 FC 유니폼을 방학 끝나고 돌아올 때 사주면 좋겠다고 부탁했었다.
그런데 G군의 친구가 태국에서 놀려오면서 유니폼을 사들고 온 거였다. 얼핏 듣기로는 내년 시즌 유니폼이라고 했던 것 같다. 거기에다 지금은 품절이란다. ㄷㄷㄷ 유니폼 가격도 말도 못하게 착하다. ¥2,500도 안 된다. 죄다 ¥15,000 가까이 하는 J 리그 유니폼에 비하면 말도 못하게 싼 거다. K 리그 유니폼도 싼 편이라 생각했는데, 더하다. ㅋㅋㅋ
그렇게 기뻐하며 유니폼을 받고, 옷 값을 주고, 어제 울산 져서 기쁘다고 몇 마디 나누고, 그러고 있는 와중에 교실이 학생들로 차기 시작했는데, 오질라게 떠든다. 아니, 수업 시간 아니니까 떠드는 거야 그렇다 치자. 선생님 들어온 후에도 떠드는 건 무슨 경우냐. 기본적인 예의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일본어고 나발이고 예절 교육부터가 시급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시험이 시작되었다. 1A, 1B, 1C 반이 모인 거니까 사실 상 내가 속한 반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문제 받아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100%라 자신하면서 답을 쓸 수 있는 문제가 단. 하. 나. 도. 없었다. 엄살이 아니다. 진짜, 한 문제도 없었다. 전부 모르겠더라.
이 상황을 예상했었다. 그래서 공부 안 한 거고. 공부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던 거지. ㅋ
백지 낼 수는 없으니 꾸역꾸역 답을 쓰긴 했지만 쓰면서도 '이게 맞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고 여기저기서 먼저 나가는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인터뷰 차례가 와서 교실에 들어갔다. 뭔가 물어보시는데 당최 못 알아듣겠다. 뮝기적거려봐야 갑자기 들릴 리도 없고. 모르는 건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 하고 말았다. 아는 건 아는대로 말하고. 생각보다 훨~ 씬 빨리 인터뷰도 끝나버렸다.
교실로 돌아와 풀던 문제 마저 풀다가... 붙잡고 끙끙거려봐야 답 못 쓴다 싶어 그냥 포기하고 나왔다.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밖에 나오니 L양이 기다리고 있더라. 같이 커피라도 한 잔 하러 가자고 할까 하다가, 그냥 L군이랑 둘이 먹어라~ 하는 마음으로 계단 내려와버렸다. 1층 로비에 우리 반 애들 한 무리가 서성거리고 있던데 못 본 척 하고 그냥 나갔다.
오후부터 비 온다고 해서 우산 안 들고 갔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더라. 그냥 맞으면서 쫄랑쫄랑 걸어서 편의점으로 향했다. 전기 요금 나와서 내야 했다. 그리고. 1円 짜리 동전 53개를 한 방에 처분했다. ㅋㅋㅋ
우리나라에서는 1원, 5원 짜리는 사실 상 소멸됐다. 안 쓴다. 보는 것 자체가 힘들다. 1원, 5원 단위로 뭔가 파는 것도 없고. 그러나 일본은 아직도 1円, 5円을 쓰고 있다. 0 하나 더 붙여야 우리나라 화폐 가치랑 비슷해지니까 10원, 50원 아직 쓰고 있는 거라 생각하면 우리도, 뭐... 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동전 쓰는 사람 거의 없지 않나? 최근에는 다 카드잖아?
아무튼, 일본에 있다 보면 저 1円, 5円 짜리가 골치 아프다. 자판기에도 안 들어가서 쓰는 것 자체가 일이다. 일본 사람들은 동전 지갑 따로 들고 다니면서 딱딱 맞춰서 내곤 하던데, 나는 번거로워서 그렇게 못한다. 그랬더니... 야금야금 쌓인 1円 짜리가 수십 개가 됐다. 얼굴에 철판 깔고 처분해야겠다 마음 먹고 전기 요금에 맞춰 1円 짜리를 준비했다. 그랬더니 53개. '민폐인가?' 하다가도 '내가 나쁜 짓 해서 가지고 있는 돈도 아니고, 왜!' 하고 당당하자고 마음 먹었다.
편의점 가서 카운터에 '1円 짜리가 많은데 괜찮냐'고 하니까 괜찮단다. 훗. 53개나 꺼낼 줄은 몰랐겠지. 미리 가지고 간 유리병에서 1円 짜리 53개를 꺼냈더니 천천히 세어 본다. 손님 없는 오전이니까 그나마 덜 미안했다.
그렇게 전기 요금을 내고, 근처 할인점에 가서 옷걸이랑 라면을 잔뜩 사들고 왔다. 스스로 라면 사면서 '밖에 안 나갈 계획인가?' 라고 생각했다. ㅋㅋㅋ 한 3일은 집 밖에 안 나가도 세 끼 다 챙겨먹을 수 있을만큼 사들고 왔다.
이제 진짜 방학이다. 얼마나 바랐던 삶이었는가. ㅋ 문제는, 방학 때 뭐라도 해야 한다는 거다. 학교 안 다니고 노는 동안 혼자 공부하자고 마음 먹었지만 수업이 시작되기 전의 그 수많은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공부한 적이 없다. 나는 강제성이 없으면 공부 안 하는 학생인 거다. 고로... 마음 독하게 먹고 계획 짜서 방학 때에도 학교에 가야 한다. 당장 내일부터 학교에 가야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그냥 다음 주부터... 하고 마음이 약해진다.
한국 다녀오면 연말이라 흐지부지 될 것이고, 친구들 놀러오면 또 노느라 정신 없을 거고,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다. 방학 동안 발전은 못 하더라도 퇴보는 하지 말아야지. 마음 단단히 먹고 공부해야 한다.
그나저나... 입학 때의 테스트는 150점 만점에 13점 나왔다. 한국인 L군은 80 몇 점이었다고 하던데. 이번 시험 점수도 10점 언저리일 것 같아 불안하다. 그동안 한 과, 한 과 끝나면서 본 시험 점수랑 수업 태도 같은 게 있으니 설마 유급 시킬까 싶기도 하지만... 시험 점수 자체가 워낙 형편 없을 게 분명하니 조금 걱정되긴 한다. ㅠ_ㅠ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고작 두 달 남짓 공부해서 일본어가 확~ 늘어날 리가 없지 않은가? 실제로 나 뿐만 아니라 갑자기 안 쓰던 가타가나 쓰라 그러면 기억 못해서 어버버~ 하고 있기도 하고.
스스로를 너무 쥐어 짜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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