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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9월 21일 토요일 흐림 (달랑 세 시간 공부하고 옴)

by 스틸러스 2019.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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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에서도 가끔은 공 차야겠다.' 싶어서 일본에 온 지 한 달... 아니, 한 달이 뭐야. 열흘만에 축구화를 샀었더랬다(https://40ejapan.tistory.com/58). 그리고 나서... 한 번도 신지 못했다.



  • 일본의 축구 동호회에 가입하고 싶었지만 일본어도 안 되는데다 방법도 몰랐기 때문에 아쉬운대로(?) 유학생 모임의 축구 동호회에라도 들어가려고 했다. 경기가 있다는 날 슬~ 쩍 한 번 가봤는데, 이건 뭐... 한국의 조기 축구회와 다를 게 전혀 없다. 전부 한국인이다 보니 당연히 모든 대화가 한국어로 진행이 되는데 다들 친한 모양인지 이 Baby, 저 Baby, 익숙한 말이 많이 들린다.
  • '최대한 일본인들과 어울려야겠다.' 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생각한 게 벌써 1년이나 지났다. 그 사이에 같이 운동할 사람을 모집하는 사이트를 알게 되어 몇 군데 둘러 봤는데, 여기다 싶으면 집에서 멀고, 집에서 가까우면 모집 나이대와 맞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 갱신일이 2017년 막 이러니까 가봐야 되나 망설여지더라.
  • 학교 선생님 중 풋살을 하시는 분(여자 선생님이다. ⊙ㅁ⊙)이 계셔서 은근슬쩍 끼면 안 될까 하고 농담 삼아 '(나는 나이가 있으니까) 같이 하면 죽을지도 몰라요.' 라고 했더니 너무 쉽게 수긍해버리셔서... 그 뒤로는 끼어달라 말도 못하고. ㅋ



  • 아무튼... 그렇게 축구화는 1년 동안 빛 한 번 못 보고 썩어가는 중이다. 그러던 중에 배드민턴이라도 쳐야겠다 싶어 동호회 사이트를 기웃거렸다.
  • 한~ 참 전에 여기다 싶은 사이트에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이 없어서 한 번 포기했더랬다. 마침 집 근처에서 운동한다는 클럽이 있어서 메시지를 보냈더니 가입할 수 있다는 답장이 바로 날아왔다. 야호!



  • 아침에 바로 회원 가입 신청을 할까 하다가 컴퓨터를 켜면 공부하러 못 갈 게 분명하다 싶어서 저녁에 하기로 하고 밥 먹은 뒤 빈둥거렸다. 그러고 있는데 아침부터 택배 도착! 어제 주문한 샴푸, 바디 워시 따위가 벌써 도착한 거다. 아마존 프라임, 당최 감을 못 잡겠네. 다음 날 바로 배송이 엄청 빠른 경우도 있고 한참 어두워져서야 오기도 하고. 아무튼 오늘은 빈둥거리기를 잘했다.
  • 대충 씻은 뒤 어슬렁거리며 출발했다. 베란다에 잠시 나갔을 때 느껴지는 날씨가 제법 시원하기도 했고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니까 덥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 몸을 너무 과소 평가 했다. 처먹고 만든 모든 에너지를 발열에 쓰는 게 분명하다. 움직이면 열 난다. 하긴 12월에 반바지 입고 다녀도 땀 흘리는 사람이니.
  • 교류 센터에 도착해서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공부하기 시작. 말이 공부지, JLPT N5 단어를 다시 한 번 보는 거다. 앞 부분의 단어는 어렵지 않게 금방 썼지만 뒤 쪽의 단어는 어려웠다. 교재에는 히라가나 밖에 쓰여 있지 않아서 사전 찾아 한자로 쓰고 외웠다.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초글링 두 마리가 와서 한 시간 반을 떠들다 간다. 누구도 조용히 하라고 제지하지 않는다.



  • 어제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자다가 왱~ 하는 모기 소리를 듣는 바람에 한국에서 가지고 왔던 플러그 형태의 모기 약을 급하게 콘센트에 꽂았는데 집에서 나올 때 그걸 안 뺏거든. 계속 꽂아놔도 문제가 없는 제품이긴 한데 혹시라도 불 나는 거 아닌가 싶어 불안한 거라. 그 핑계로 집에 갈까 말까 하고 있는데 초글링 두 마리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니 '그냥 집에 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 다행히 도저히 못 참겠다 싶을 무렵 초글링 두 마리가 사라졌다. 조금 더 한자를 외웠다. 아는 것도 있고 그래서 머리에 넣은 한자는 스무 자나 되려나? JLPT N5 수준의 단어인데 이제서야 외웠다는 건 지금까지 계속 히라가나로 써왔다는 거다. 지금 수업은 N3 수준이니까 당연히 쓸 줄 알아야 하는 단어들인데 이제서야 외우면서 은근히 뿌듯해했다. 오늘은 그래도 세 시간은 공부했다면서. -ㅅ-
  • 슬슬 아이슬란드 여행 계획을 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가이드 북을 뒤적거렸지만 당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짐 싸들고 나왔다.



  • 자전거 빌려 타고 코리아 타운 가니 바글바글. 사람들을 피해 늘 가던 가게에서 라면을 사고 코난 앞에 세웠더니 30분에서 3분 초과. 젠장. 신호 두 어번만 어겼어도 30분 되기 전에 반납했을텐데.
  • 집에 오다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이랑 군것질거리 샀다. 또 2,500円이 훅 나간다.
  • 아버지가 멀쩡히 잘 다니던 포항제철 때려치우고 갑자기 광주로 이사 간 뒤에 나한테 잔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포항제철 다닐 때에야 한 달에 300만원 버니까 300만원 써도 빚은 안 지지만 지금은 한 달에 50만원 밖에 못 버는데 왜 300만원 벌 때처럼 쓰냐고. 그렇게 쓰니까 빚만 느는 거 아니냐고. 따귀라도 한 대 맞을 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그냥 듣고만 계셨었지. 지금 생각하면 참 같잖은 소리였다. 지금의 나도 수입이 ⅓이 줄었는데 월급 따박따박 다 받던 때처럼 살고 있으니까.



  • 전자 레인지에 교자 데워서 라면이랑 같이 먹고, 컴퓨터 켜서 일기 쓰고 있다. 일기 다 쓰면 배드민턴 동호회에 가입 메시지 보내고, 아이슬란드 숙소랑 차 빌리는 것 좀 알아봐야겠다. 한국은 태풍 때문에 남쪽이 난리라는데 일본은 태풍 오른쪽에 있는데도 어째 잠잠한 것 같다. 내일 날씨가 어떻게 될랑가 알 수 없지만 어지간하면 공부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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