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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6월 05일 수요일 맑음 (중급 1과 테스트 / 쪄 죽겠다)

by 스틸러스 2019.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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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원자로를 품고 있는 로보트인지도 모른다. 머리에 뿔은 없지만, 엉덩이에서 발칸포가 튀어나오거나 하지는 않지만, 실은 아톰이었는데 메모리를 빼서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진짜 그런 거 아냐?



지구 온난화 운운하면서 봄! 여~르~음! 갈! 겨~우~울! 이 됐다고들 하지만 나는 진작부터 여름 아니면 겨울이었다. 이르면 11월, 늦으면 12월까지는 반팔 차림이고 패딩 입는 건 1년에 한 달이나 되려나? 3월부터 땀 흘리기 시작해서 그게 최소한 9월까지는 간다. 사람 몸에서 나는 열을 전기로 바꿀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한전에 전기 팔아 서민 갑부가 될 수도 있을텐데. -_ㅡ;;;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는 당장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시커맸다. 햇볕이 없어서 그나마 덜 더우니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점심 시간에 나가보니 해가 쨍~ 하다. 그리고는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가 되니 푹! 푹! 찐다. 이 더운 날씨에도 반바지 입고는 학교에 가지 않는 게 나 스스로 정한 룰.



회사 다닐 때 소위 기지 바지라 부르는, 양복 바지 같은 걸 입지 않는다고 왱알거리는 영감들 보면서 속으로 엄청 씹어댔다. 니들이나 실컷 입으라고. 그렇다고 회사에 반바지 입고 갈 수는 없으니 내 기준에서는 그나마 점잖은 면 바지 같은 걸 입고 다녔더랬다.

지금 다니는 학교에는 수업 중에 모자를 쓰지 말라거나, 바이크 or 차를 타고 등교하지 말라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규정도 있지만 반바지 입지 말라는 규정은 없어서 일부 학생은 반바지 입고 다니기도 하더라. 여학생 같은 경우는 등 다 파진 옷 입고 다니는 애들도 간혹 보이고. 하지만 나는 반바지를 입고 학교에 가자니 뭔가 선생님에게 실례를 범하는 기분인지라 스스로 자제하게 된다.


나 혼자 그러고 말면 괜찮은데, 남한테 '너도 반바지 입지 마!' 라고 하는 순간 꼰대가 된다. 나이 먹었다고 꼰대가 아니다. 자기가 생각했을 때 옳다 싶은 일이나 자기가 해왔던 일을 남에게 강요하면 그 순간 꼰대가 되는 거다. 고로, 꼰대에는 나이가 없다.

항상 꼰대가 되지 말자 다짐하는데, 내가 살아온 것과 다르게 살려 하거나 내 기준의 정의가 어그러지면 나도 모르게 꼰대로 변신하게 되는 것 같다. 그나마 일본에 와서는 좀 덜하긴 한데, 한국에 돌아가면 꼰대 소리 안 듣고 살 수 있을지... 뭔 얘기하다 이리 왔나. -ㅅ-



00:30에 일본과 U-20 월드컵 16강전이 있다고 해서 보려고 버티고 있다가 텔레비전을 켰는데, 지상파에서는 중계를 안 한다. VPN으로 우회해서 네×버 접속했더니 문자 중계 밖에 안 하는 상황. 한국의 지상파 3사에서 다 중계한다고 나와 있기에 SBS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중계를 한다. 로그인하지 않아도 되고 플러그 인 같은 것도 설치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더럽게 느리다. 찔끔 나오다 버퍼링, 또 찔끔 나오다 버퍼링. 도저히 못 보겠다 싶어 KBS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안 끊기고 잘 나온다. 간만에 이제후 아나운서가 중계하는 축구 보고 있자니 뭔가 옛날 생각도 나고. 서기철, 이용수 콤비가 최고였는데.

전반에 하도 밀려서 이러다 두 어 골 먹고 질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후반전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자다 깨서 확인해보니 1 : 0 으로 이겼네. ㅋ


축구 본답시고 잠을 설친 덕분에 엄청 피곤하다. 아껴두었던 말레이시아 커피를 마신 뒤 학교에 가서 한자 벼락치기. 오늘은 외울 분량이 많지 않으니까 시험 볼 1과 내용도 좀 보고 선택 과목도 슥~ 훑어 봤다. 2교시에 복습을 하고 시간이 잠시 남아 자습할 수가 있었는데 머리 속에 한 글자도 안 들어온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 생각하고 문제지를 받아 들었는데 1번부터 막힌다. 방금 전까지 보던 내용인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멘붕!

어찌저찌 풀긴 했는데 위험하다. 80점 못 넘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후의 선택 과목 시험은... 한 문제 틀렸다. 다 안다고 건방 떨다가. 그래도 나쁘지 않다. 수요일 선택 과목의 선생님은 처음에 너무 어색했는데, 자꾸 겪다 보니 정말 좋은 선생님인 것 같다. 뭐 하나 허투루 설명하는 경우가 없다. 확실하게 알아듣게끔 정말 잘 설명해주신다. 수업 들어오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딱히 숙제도 없고, 내일 선택 과목은 예습 안 해도 될 것 같아서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편의점에 들러 먹을 것을 좀 사고 한국 식료품 가게에서 신라면도 한 뭉텅이 사들고 왔다. 한국에서 수십 년 사는 동안 먹은 신라면보다, 일본에서 6개월 동안 먹은 신라면이 더 많다. 나는 신라면보다 안성탕면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한국에서는 신라면 먹은 게 열 손가락으로 셀 정도 밖에 안 된다.


집에 오니 어제 아마존에서 지른 것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도착했다면 방에 던져놓고 옷만 갈아입은 뒤 교류 센터에 공부하러 갈 생각이었는데. 뭐, 내심 도착하지 않은 덕분에 집에서 빈둥거릴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긴 했다. 집에 없으면 택배함에 넣어두고 갈테니 집을 비운다고 문제가 될 건 없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1층부터 들고 와야 한다. 이번에는 딱히 무거운 걸 시키지도 않았으니 상자가 크지도, 무겁지도 않겠지만, 이 더위에 뭔가 들고 낑낑거리고 싶지 않다. -ㅅ-




어제 세탁기를 돌리지 않았기 때문에 '볕 좋은 오늘은 빨래나 하자.' 싶어 세탁기 돌리고, 간단히 바닥 한 번 닦고. 저녁에 택배 오면 받아서 정리 좀 하고, 공부 좀 했음 싶은데... 집에 있으면 100% 안 한다. 교류 센터에 가야 하는데, 코딱지만한 방이 미노타우르스가 살던 던전과 같은지라, 한 번 들어오면 당최 나갈 수가 없다.


금요일은 제니퍼 송별회 하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갈 것 같고, 토요일은 이불 빨래 좀 하고 교류 센터에 가서 공부할 계획. 일요일은 그냥 빈둥거리면 좋겠다 싶은데 어찌 될랑가 모르겠다.

월요일은 체육 대회고, 곧 테스트. 그리고 일주일 짜리 방학. 주말에 오카야마 갔다 와서 한국 가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봄 학기가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 정말 정신없이 간다. 너무 휙휙 지나가버린다.











  • 가위 바위 보도 지면 안 된다는 한일전, 전반에 엄청 밀려서 질 줄 알았는데 이겨 버렸네. 대단하다.
  • 추신수 선수가 메이저 리그 통산 200 홈런을 달성. 대단하다, 진짜. 놀라운 선수다. 음주 사고만 없었다면 완벽했을텐데. 그래도 상습범인 누구와는 다르니까. 앞으로도 계속 활약해주기를.
  • 류현진은 무실점으로 9승을 챙겼다. 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중계를 보지는 못했지만 무실점이라니, 그저 놀랄 따름. 놀랍다, 놀라워.
  • 모 테크 유튜버가 극찬한 무선 이어폰. 살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또 매진되고 말았다. 초도 물량이 15,000개였는데 열두 시간만에 다 팔려 버려서 다른 나라에 팔 5,000개를 추가로 가지고 온 거라는데 그것마저 매진된 듯. 구독자 몇십 만의 유튜버 영향력이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다.
    정가는 119,000원인데 이벤트 가격은 79,000원. 살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냥 안 샀다. 지금 쓰고 있는 소니나 JBL의 제품에 만족하고 있기도 하고, 어차피 한국에 들어갔을 때 받아올 수 없는지라 몇 달 후에나 쓰게 될텐데 그럼 굳이 안 질러도 된다 싶어서. 소니에서 1000X M2 내놓을 때가 된 것 같기도 하고.
  • 에어컨을 꽤 썼는데 전기 요금이 2,000円을 못 넘긴다. 이제 더울 때에는 걱정하지 말고 빵빵 틀어야겠다. 물론 22℃로 설치해놓고 마구 틀어대는 짓은 절대 무리지만, 26℃ 정도로 몇 시간씩 트는 건 괜찮을 것 같다.
  • 오카야마 가려면 숙소부터 예약해야 한다. 어차피 게스트 하우스가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히바리 하우스 쪽이 낫지만 마사미 님에게는 캄푸 호우칸초가 다니기 편하니까 또 그 쪽으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예 다른 게스트 하우스를 알아볼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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