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잡다

일본 가서 우동 먹고 온다는 된장×처럼 호다닥 다녀온 한국 2

by 스틸러스 2019. 6. 3.
반응형
  • 목요일까지만 해도 4교시 수업까지는 듣고 나서 공항에 가려고 했다. 16시 45분 비행기니까 두 시간 전에 도착한다고 치면 14시 45분까지는 공항에 가야 한다. 텐노지 駅에서 공항까지 한 시간 정도 잡으면 되는데 마침 13시 55분에 출발하는 한와線이 있다. 그걸 타면 14시 46분에 도착한다. 4교시가 끝나면 13시 40분이니까 천천히 걸어가도 탈 수 있다. 딱이다. 하지만...



  • 금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한 G 형님께 드릴 먹거리를 사지 못했다. 목요일에 사러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귀찮아서 못 샀다. 점심 시간에 장 보러 가면서 생각했다. '4교시 수업도 쨀 수밖에 없겠고나.'
  • 이 것 좀 사다 줘, 저 것 좀 사다 줘, 하면 차라리 편할텐데 그런 게 없는 상태에서 적당히 알아서 선물 사가는 게 더 힘들다. 물론 공항에 가면 '도쿄 바나나'나 '히요코 만쥬' 같은, 선물하기 좋은 과자들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오사카에 살면서 도쿄의 명물을 선물로 사간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맘 같아서는 風の森 한 병 사들고 갔음 싶은데 실온에서 세 시간 이상 보관하면 큰 일 난다고 하니 절대로 무리다. 캐리어에 넣고 가면 100% 깨질 것이 분명하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에 まる 작은 걸로 한 팩 샀다. 10,000원 정도면 사고도 남는 보급형(?) 사케지만 한국에서는 30,000원 넘게 받아 먹는 것도 봤다. 하긴, がんばれ お父ちゃん도 20,000원 넘게 받고 그러더만. 일본에서 사면 7,000원인데. -_ㅡ;;;
  • 집에 와서 허겁지겁 짐을 챙겼다. 금요일에 가서 일요일에 오는 일정이라 딱히 짐도 없다. 갈아입을 옷 정도만 챙기면 된다. 잠시 망설이다가 24인치 캐리어를 두고 20인치 캐리어에 짐을 담았다.
    백팩에 넣어도 충분할 정도의 짐이지만 구입한 항공권에 무료 수하물 15㎏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돌아올 때 한국 음식 좀 사들고 오려면 캐리어를 가지고 가야 한다. 작은 캐리어를 가지고 가는 대신 통조림처럼 무거운 것들로 꽉 채워서 15㎏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니 진에어 부스 앞이 바글바글하다. 수학 여행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단체로 놀러 왔다가 돌아가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모바일 체크 인을 하기로 했다. 손전화를 꺼내어 간단하게 체크 인을 한 뒤 캐리어만 위탁 수하물로 맡겼다. 별로 든 것도 없는데 7㎏ 조금 넘더라.
  • 자그마한 가방만 들고 비행기에 탔으니까 내릴 때에도 금방 내릴 수가 있다. 맨 앞 열부터 차례차례 내리면 금방 내릴 수 있을텐데 서로 내리겠다고 좁아터진 복도에 서서 짐 꺼내고 난리도 아니다. 비행기 탈 때마다 보는 꼬라지지만 참 한심하다. 저 꼴 보기 싫어서 보통은 창가 쪽에 앉아 사람들 다 빠지면 느긋하게 내리는데, 이 날은 통로 쪽에 앉는 바람에... -_ㅡ;;;
  • 입국 심사 마치고 캐리어 찾으러 갔더니 더 가관이다. 바닥에 넘지 말라고 선이 그어져 있으니까 거기에 맞춰 섰는데, 나중에 온 사람들이 죄다 선을 넘어 내 앞으로 간다. 컨베이어 벨트 바로 앞에 개떼처럼 몰려든 사람 같지도 않은 것들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캐리어가 보이지도 않는다. 어린 것들이나, 늙은 것들이나, 하나 같이 똑같다. 반대 쪽은 텅 비어 있는데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가까운 쪽에 바글바글 몰려 있다. 그렇다고 먼저 와서 자리 잡고 서 있었던 내가 반대 쪽으로 넘어가는 건 뭔가 지는 것 같은 기분이라서 싫다. 잔뜩 인상 쓰고 있었더니 내 앞을 지나가던 외국인이 자기 때문에 그런가 싶어 미안하다면서 지나가더라. 아, 그게 아니고...



  • 질서 의식은 개나 줘버린 저런 것들이 나중에 친구들 만나거나 하면 일본인들은 질서 의식 쩌네 어쩌네 하며 빨아대겠지. 한심한 것들.
    내 캐리어는 쓰레기 같은 것들이 우르르~ 빠져 나간 뒤에야 나왔다. 천천히 밖으로 나가 자동 판매기를 통해 버스 표를 사려고 보니 매진. 그 다음 시간대도 매진. 다음 버스는 한 시간 뒤에나 있다. 일단 아쉬운대로 버스 표를 샀다. 그 얼마 안 되는 짧은 와중에 아줌마한테 새치기 당하고. 하, 진짜.
  • 시간은 남는데 할 건 없고, 배는 고프고. 그래서 KFC에 햄버거 먹으러 갔다. 인천 공항에서 제일 지저분하다 싶은 곳이 1층의 KFC 매장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간만에 닭 같은 닭 먹으니 맛있다. 일본에도 KFC가 드문드문 있긴 한데 치킨 맛이 한국을 못 따라간다. 이유를 모르겠다.
  • 햄버거를 다 먹은 뒤 빈둥거리며 시간 까먹고 있다가 버스가 도착해서 올라탔다. 내 자리에 가니 아저씨 한 명이 열심히 통화 중. 내가 앞에 서니까 스윽~ 올려다본다. "제 자린데요." 라고 했다. 보통은 '저기...' 라던가 '실례합니다.' 로 시작하기 마련인데 짜증이 많이 난 상태였나보다. 나도 모르게 툭! 내뱉었다. 20번 표 사놓고 21번 자리에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바로 비켜주기에 그 냥반이 뜨~ 끈~ 하게 덥혀 놓은 의자에 앉았다. 아, 이래저래 짜증나는고만.



  • 한 시간 걸린다고 쓰여 있어서 그렇게 금방 가는가 싶었는데 정확하게 한 시간만에 도착했다. 야탑 역에 내려 우체국 앞에 갔는데 아직 G 형님이 오시지 않았다. 일단 숙소에 전화해서 체크 인이 조금 늦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금요일 밤이라 기를 쓰고 대실 돌리려고 체크 인 시간을 22시로 해놨더라. 그런데 그 늦은 시각보다 더 늦게 들어간다. 일 잔 마시면 자정 다 되야 들어갈 것 같았다.
    금방 오신 G 형님을 만나 근처 전 가게로 이동. 회사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동네라서 혹시라도 아는 얼굴 만날까 싶어 긴장했다.
  • 햄버거 세트 때문인지 배가 적당히 부른 상태였는데 형님이 전에 이어 김치찌개까지 시키셔서 배 터지게 먹었다. 지하철 막 차 타야 하니까 적당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신 차려보니 어느 새 소주 네 병이 사라졌다. 다섯 병째 주문하면서 '이게 마지막.' 이라 했는데 결국 한 병 더 시켜서 여섯 병 채웠다. 한 사람이 세 병씩 마신 셈인데, 이건 결코 주량이 강해서가 아니다. 소주가 예전보다 훨씬 약해져서 그런거다.



  • G 형님이랑 축구 얘기로 시작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맞은 편의 테이블에 앉은 젊은이들이 술 마시다 말고 물고 빨고 난리도 아니다. 좋을 때고만. 그나저나 흡연 인구 줄어든다고 하더니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특히나 술 마시는 젊은 처자들 상당수가 담배도 같이 먹는 듯. 요즘 USB로 충전하는 향기 좋은 전자 담배가 나왔네 어쩌네 하던데, 그래서 그런가. 그러고보니 담배 쉰 지 10년이 넘은 것 같다. 물론 술 마시고 한 대 피우고 다음 날 침 뱉어대며 후회한 게 몇 번 있긴 하지만서도. 아예 안 피운 걸로만 따져도 최소 5년은 넘은 것 같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냐.
  • 지하철 타기 귀찮은데다 서울 택시가 많이 돌아다니기에 한 대 잡았는데 형님이 5만원 짜리 두 장을 손에 쥐어 주신다. 이미 택시 뒷 문 열고 있을 때라 안 받는다고 실랑이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받았다. 약 값이랑 사들고 간 거 다 합쳐 봐야 5만원도 채 안 될텐데 술까지 얻어 먹고, 매 번 이렇게 신세를 진다. 다음에 들어갈 때에는 미즈노 축구화라도 하나 사들고 가야 할까보다. 은혜랑 원수는 칼 같이 갚아야지. ㅋ



  • 숙소에 들어갔는데, 배가 고프다. 미쳤나보다. 그렇게 처 먹었는데. '배달의 민족' 실행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탕수육과 쟁반 짜장 두 개가 포함된 세트 메뉴를 시켰다. 당연히 다 못 먹겠지만 하루, 이틀만에 상하지는 않을 거니까 천천히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회용 그릇이 아니라 플라스틱 그릇으로 가져다 줬다. 꽐라 of 꽐라가 됐는데 그 와중에 혼자 짜장면 두 그릇을 먹고 탕수육은 손도 안 댄 채 뻗어 잤다. 그리고는 새벽에 목이 말라 깼는데 물 마시다가 시계를 봤더니 축구할 시간. 텔레비전을 켰더니 2 : 0 으로 이기고 있기에 내가 술이 어지간히 취한 모양이라 생각하고 다시 잤다. 아침에 일어나 확인해보니 진짜로 아르헨티나한테 두 골 넣고 이겼네. ㄷㄷㄷ



  • 숙취 때문에 꼼짝도 하기 싫지만 그럴 수는 없다. 병원에 가야 하니까. 무거운 몸을 일으켜 대충 씻고 밖으로 나갔다. 지하철 타는 것도 귀찮아서 택시를 탔다. 카 쉐어링이나 카풀, 타다 같은 새로운 플랫폼 때문에 택시가 죽네 마네 하던데, 난폭 운전이라던가 담배 냄새라던가, 전혀 나아진 게 없다. 저러니 대부분의 국민들이 택시 기사들이 들고 일어나거나 말거나 관심도 안 주는 거다.
  • 병원에 들어가 이름을 말하니 곧바로 내 차례. 2주 전에 봉합한 실밥 제거하더니 끝났단다. 응? 뭐라고?
  • 어이가 없었다. 고작 실밥 제거하는 게 오늘 진료의 전부였다고? 일본에서 해도 되는 건데, 이거 하려고 돈을 그렇게 까먹고 온 거야?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하!"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오해였다. 내가 이겨내야 할 고난과 역경은 앞으로 한~ 참 남아 있었다. 하도 입 벌리고 있었기에 치료해주시는 분(은 의사가 아닌 듯 했다. 의사가 바쁘니까 경력 있는 간호사들이 치료도 하고 막 그러는 것 같더라. 추정이다. -ㅅ-)이 턱 아프겠다고 걱정해줄 정도. 아무튼, '언제 끝나냐.' 라는 생각만 한 시간 넘게 하며 누워서 힘들어 한 끝에 치료가 끝났다. 이제 2주 후에 한 번만 더 가면 된다. 원래는 여러 번 더 가야 하는데 내가 외국에 있으니까 사정을 좀 봐달라고 징징거려서 그 덕에 방문 횟수를 확 줄인 것 같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하더라. 뭐, 나중에 보정(?)이 가능한 것 같으니 그 때 다시 방문하던가 해야지.
    수업 빠지는 것도 그렇지만 자꾸 한국 들락거리는 걸로 틀림없이 딴지 걸텐데, 이러저러해서 그랬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진이 빠진다. 담당자가 좀 생각이 있어서 빠릿빠릿하게 일하면 좋을텐데 전혀 그런 걸 기대할 수 없는 사람이라. 유학 기간 6개월 연장한댔더니 필요한 서류는 언제까지 내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연장 안 될지도 모르니 학비 내지 말라고 초나 치고 자빠졌으니. ㅽ
  • 아, 그리고... 원래 받기로 한 치료를 안 받아도 된단다. 처음에 진단한 의사와 지금의 의사가 다른데 서로 판단이 다른 모양이다. 어쩌면 일본에서 치료를 받은 덕에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게끔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받기로 한 치료를 안 받아도 되는 덕분에 100만원 넘는 돈을 돌려 받게 됐다. 바로 돌려주는 게 아니라 2주 정도 걸린단다. 하긴, 벌어들이는 돈이 어지간한 중소 기업은 우습게 넘어갈텐데 받을 때야 잽싸도 돌려줄 때에는 오래 걸리겠지.



  • 가장 중요한 볼 일은 다 끝났고, 이제 태블릿 케이스를 사야 한다. 삼성 모바일 스토어 선릉점은 대종 빌딩에 있다고 나와 있는데 대종 빌딩은 뭔 범죄 현장처럼 노란 테이프로 둘러져 못 들어가게 되어 있더라. 근처에 포스코점이 있다고 하는데 뭔가 쌔~ 해서, 틀림없이 있을 거라 생각된 코엑스점으로 가자고 마음 먹었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걸어 가면서 구경하기로 하고 슬렁슬렁 걸었다. 덥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 가다보니 킥고잉이라고, 전동 킥보드가 엄청 많이 보이더라. 타볼까 싶어 방법을 알아보니 전용 앱을 설치하면 된단다. 앱을 설치하려고 보니... 다운로드가 안 된다. 한국에서 만든 앱이라도 외국에서 다운 받아 설치하고 쓸 수 있게 하는 경우도 많은데, 외국에서는 다운로드 자체가 안 되게 막아놓은 모양이다. APK 파일이라도 구해보려고 했지만 실패. 결국 그림의 떡으로 끝났다. 타보고 싶었는데.
  • 한참을 걸어 코엑스에 도착.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엄청 오랜만에 간 거라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데, 정작 삼성 모바일 스토어는 보이지도 않는다. 지하 2층이라는데 B2는 죄다 주차장으로만 표시되어 있더라. 한 시간 넘게 헤맸지만 결국 못 찾았다. 역시 코엑스는 코엑스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고 좀비가 되어 헤매다가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다는 던전다웠다.



  • 코엑스 근처에 있는 현대 백화점 무역센터에도 삼성 모바일 스토어가 있다기에 가봤지만 이번에도 허탕. 삼성 로고는 커녕 파란색 페인트 한 점 안 보인다. 결국 손전화로 홈페이지에 접속했더니 네×버에서 있다고 한 곳은 전멸. 그나마 가까운 곳이 강남 본점이기에 결국 택시 타고 거기까지 갔다. 이럴 거면 난 왜 압구정에서 코엑스까지 걸어가는 바보 짓을 한 것인가... -ㅅ-
  •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공사 중이네. 그래도 장사는 하는 모양. 2층으로 올라갔더니 손님보다 직원이 많은 분위기다. 착해 보이는 여직원 분께 태블릿 케이스 사러 왔다고 했더니 기종을 물어보신다. S5e라고 하니까 잠시만 기다려달라 하시고는 어딘가로 사라진다. 그리고 이내 케이스 두 개를 들고 오셨는데 하나는 그냥 케이스, 다른 하나는 키보드 내장 케이스. 그냥 케이스도 5만원 넘는 엄청난 가격이고 키보드 내장 케이스는 13만원이 넘는다. 5만원 넘는 케이스도 충분히 부담스러운 가격인데, 간이 부어가지고 키보드 내장 케이스를 질러 버렸다. 키보드 쓸 일이 거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만에 하나 쓰게 된다 하더라도 이미 돌돌 마는 LG 블루투스 키보드가 있으니 '굳이 키보드 내장 케이스가 필요하겠냐'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주둥이는 키보드 있는 걸로 달라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하여간에 이 놈에 주둥이는 뇌의 컨트롤을 벗어나 지 맘대로 놀아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큰 일이다.
  • 케이스를 사고 나와 근처 PC방에 갔다. 간만에 『 블레이드 & 소울 』 하는데,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복귀 유저한테 주는 아이템이랍시고 쓰잘데기 없는 것만 주고. 그 쓰잘데기 없는 거 정리하다가 멀쩡한 보패 하나 깨먹어버렸다. 제기랄. 다시 살릴 수도 없는데.
    다행인 건 전멸기 같은 것도 없고 굳이 파티 맺지 않아도 되는, 생각없이 그냥 때려 잡아도 되는 사냥터가 생겼다는 거다. 거기에서 주구장창 사냥하면 최소한의 아이템은 맞출 수 있겠더라. 봄방학 때 한국 들어가면 한 이틀 PC방에서 살면서 아이템이나 좀 맞춰야겠다. 게임하다가 졸려서 시계를 보니 한 시간 반 정도 지났다. 게임으로 수십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한 시간 반 정도가 딱이다. 그 이상은 무리. 시간이 남았지만 자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 택시 타고 싶은데, 아니 하다 못해 버스라도 타고 싶은데, 그냥 걸었다. 그렇게 한참 걷다가 숙소 근처에서 꼬막 비빔밥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가게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갔더니... 오늘 임시 휴업이란다. 지지리 복도 없네. 바로 옆 건물 1층에 있는 설렁탕 가게에서 설렁탕을 먹었다. 설렁탕 맛이야 거기에서 거기지만 김치랑 깍두기가 진짜...



  • 숙소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이것저것 먹을 것들을 샀다. 뭔가 잔뜩 산 것 같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유학이 끝나면 일본에서 살 날이 두 번 다시 안 올 가능성이 높은데, 있는 동안 일본의 먹거리 실컷 먹어야지 왜 자꾸 한국 음식 찾고 있는 건가 싶어 스스로가 바보 같기도 했다.



  • 숙소에 들어가 태블릿을 꺼냈는데... 어! 어어!! 어어어!!! 아랫 쪽이 깨져 있다. 이게 뭔 일이냐!!! 산 지 얼마나 됐다고!!! 케이스 샀는데, 그 날 깨지다니! 『 운수 좋은 날 』 의 김 첨지도 아니고, 이게 무슨.
    놀란 가슴 부여 잡고 다시 천천히 보니... 액정이 아니라 보호 필름이 깨진 것 같다. 천~ 천~ 히 다시 보니, 맞다. 깨지고 금이 간 건 보호 필름이었다. 아마존에서 900円 주고 산 건데 말랑말랑한 재질의 필름인 줄 알았는데 딱딱한 타입의 유리 같은 거라 실망하면서 붙였더랬다. 그 녀석이 액정을 살린 거다. 보통의 필름 재질이었더라면 액정이 나갔을지도 모른다. 십년 감수했다.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아 아마존에서 똑같은 제품으로 다시 질렀다. 일요일에도 배송하는 아마존이니까, 토요일에 주문하면 일요일에 도착이다. 깨진 거 떼어내고 다시 붙여야지.



  • 그렇게 먹고 싶었던 교촌치킨 레드콤보를 배달료 2,000원 줘가면서까지 시켜서 먹었다. 맥주 2,000㎖를 같이 시켰는데 절반 마시니까 배가 부르더라. 결국 먹던 거 그대로 내팽개치고 침대로 올라가 잠들었다. 자다가 눈 뜨니 네 시. 축구 봐야 한다.
  • 텔레비전을 켠 뒤 바닥으로 내려가 먹다 남은 치킨과 남은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봤다. 시작하마자마 토트넘이 골 처먹기에 이게 뭔 일이냐 싶더라니... 결국 졌다. 아쉽게 됐다. 토트넘 역사에 손흥민 이름 석 자 제대로 박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 에어컨 켜놓은 채 이불 덮고 자다가 아침에 일어났다. 제대로 못 자서 엄청 피곤하다. 적당히 짐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 어제 태블릿 케이스 산답시고 헤매다가 본 도심 공항 터미널을 이용하면 되겠다 싶더라고. 마침 숙소 근처에 빈 택시가 많아서 곧바로 탈 수 있었다. 숙소에서 도심 공항 터미널까지 4,000원 나왔다.
  • 처음 이용해봤는데 내부는 완전 한적하다. 모바일 체크 인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캐리어만 위탁 수하물로 맡겼다. 모바일 체크 인 하면서 지정한 좌석이 비상구 앞이라서 시트가 뒤로 안 넘어가는데 바꿔 드릴까요? 하고 물어보기도 하고 무척 친절했다. 공항은 뭔가 시간에 쫓기고 사람에 치여 일한다는 인상이라면 도심 공항 터미널은 한적해서 그런지 여유로워 보이고 친절하게 느껴졌다. 2층으로 올라가 공항까지 가는 버스 표를 샀다. 15,000원. 출국 심사도 바로 할 수 있기에 거기에서 해버렸다.
  • 버스 타는 곳 앞에 4분 전부터 승차한다고 쓰여 있고, 시계는 출발 3분 전을 가리키고 있는데다, 전광판에는 탑승 중이라 나오는데, 버스 타는 곳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는다. 저기인가 싶은 곳은 굳게 문이 닫혀 있고. 안내 센터에 가서 물어보고 있는데 버스 타라는 방송이 나오더라. 방송하기 전에 전광판에 탑승 중이라 띄우면 안 되잖아. -ㅅ-


  • 버스는 지정 좌석제가 아니라서 선착순으로 앉아야 한다. 만석이 아니어서 여유가 있는 편. 공항까지는 막힘 없이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지난 번에도 갔었던 중국집에 가서 짬뽕밥 한 그릇 먹고 나와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런 쇠붙이도 없는데 보안 검색대 통과할 때 소리가 나더라. 앞에 있던 직원이 뭐라 뭐라 하는데 못 알아들어서 "네?" 라고 하니까 손으로 수색해도 되겠냐고 물어본다. 된다고 하니 손으로 몸을 여기저기 더듬고는 보내주더라. 법 없이도 살 사람을 뭘 그렇게...
  • 안으로 들어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면세품을 찾은 뒤 일찌감치 탑승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면세품 파는 가게 안 쪽에 김치 판다고 써붙여 놓은 게 보인다. 응? 김치를 판다고? 에이, 설마~ 등산 가서 먹는 건조 김치 같은 거겠지. 아니면 통조림이거나. 둘 다 더럽게 맛 없으니 안 먹는 게 낫다.
    그런데... 앞으로 가다보니 김치 판다는 가게(?)가 또 있다. 혹~ 시나 하고 들어가봤더니... 어라? 진짜(?) 김치를 판다. 맛살로 유명한 한성에서 만든 김치다. 살까 말까 고민하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니 갑자기 중국어로 말을 걸더라. 예전에는 일본인 취급 받는 일이 많았는데 나이 먹으니 중국인 취급 받게 된다. -ㅅ-
  • 김치랑 오징어 젓갈, 끓이기만 하면 되는 육개장을 사들고 계산하려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아줌마가 이건 필요 없냐면서 속사포 랩을 발사! 아웃사이더 빙의하신 줄 알았네. 어찌나 다다다다 쏴대시는지. ㅋㅋㅋ   폭풍처럼 쏟아지는 멘트에 나도 모르게 그 쪽을 보니... 응? 종갓집? 종갓집도 있어? 내가 원래 먹던 김치가 종갓집 김치인데. 그렇다고 계산대로 들고 간 한성 김치를 되돌려놓고 종갓집 김치를 집어들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그냥 계산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웃사이더를 무릎 꿇리고도 남을 것 같은 아줌마는 포기하지 않았다. 플라스틱 포장에 들어 있는 갓김치를 들고는 갓김치와 파김치도 있다는 멘트를 날려버린다. 안 넘어갈 수가 있나. 갓김치랑 파김치라면 환장을 하는 사람인데. 결국 그것도 사고 말았다. 면세품이 든 봉다리가 가볍기 그지 없었는데 김치 덕분에 훅! 무거워졌다. 그래도 마음은 든든~ 하다. 편의점에서 산 쥐알만한 볶음 김치 세 개가 전부였는데. ㅋ



  • 비행기에 올라타 태블릿으로 책을 읽다 보니 잠이 솔솔 온다. 턱을 괴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승무원이 나눠주는 입국 심사 종이를 받았는데... 응? 일본어?
    내 옆에 앉은 아주머니 두 분이 일본 분이셨는데 나도 일본 사람인 줄 알았나보다. 세레소 오사카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한국 사람이라 말하고 바꿔 달라 할까 하다가 그냥 쓰기로 했다.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 간사이 공항에 도착. 천~ 천~ 히 나갔다. 입국 심사에서 아무 일도 없었고, 일본어로 된 세관 신고서 역시 아무 문제 없었다. 세관에서 일하시는 분이 들고 있던 면세품 봉다리를 좀 보자고 해서 슥~ 하고 밀어줬더니 대충 만지는 둥 마는 둥 하더니 OK 사인을 보낸다.
  • 공항에서 한와線 타고 편하게 앉아서 텐노지駅에 도착. 캐리어 끌고 걸어서 집까지 갔다. 중간에 코난 들려서 옷걸이 사고.
  • 집에 와서는 면세품 정리하고 어쩌고 하다가... 시간이 훌떡~ 지나가서 퍼질러 잤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