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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前

11월 13일의 삽질

by 스틸러스 2017.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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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을 했다. 휴게실에서 커피(향이 나는 물) 한 잔을 마시고 사무실에 들어갔다. 모니터 앞에 앉는 순간 숨이 막혀 온다. 누군가가 목을 조르는 것 같다. 그냥 단순히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로 숨을 못 쉴 것 같은 기분이다. 친구 녀석이 와서 저녁에 있을 회식 끝나고 맥주나 한 잔 하자고 하기에 지금 술 마시면 사고 친다며 거절했다.


아홉 시 넘자마자 밖에 나가서 전화를 하기 시작. 일단 오카야마 이과 학원이 소속된 카케 학원의 한국 지사라는 세한 아카데미에 전화했다. 필요한 서류가 맞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등등 물어볼 것이 가장 많은 데가 여기인데... 녹음된 목소리만 반복되고 전화를 안 받는다. 세 번 정도 내리 전화하다가 포기하고 근처 초등학교 행정실에 전화. 다른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생활 기록부와 성적 증명서 발급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된다고 한다. 감사하다 인사하고 통화 끝. 그 다음은 출신 고등학교다. 사이버 대학을 4학년 올라가자마자 그만뒀기 때문에 최종 학력은 고등학교. 오카야마 이과 대학에서는 최종 학교장의 추천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게 가장 문제였다. 지금의 교장 선생님은 내가 학교 다닐 때 계신 분이 아닐 뿐더러, 내가 졸업한 후 과가 없어져서 담당 선생님도 다 안 계시다. 홈페이지 통해 선생님들 쭈욱~ 보니 윤리나 사회 같은 과목 선생님만 남아계시고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거기 계시더라(같은 교육 재단이라 선생님들이 순환함.).


행정실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취업 지원 센터에 물어보라고 한다. 거기 선생님과 통화하니 교장 선생님께 말씀드릴테니 잠시 후 교장 선생님과 직접 통화해보란다. 응? 뭐지? 되는 건가? 잠시 후 교장 선생님과 통화. 오래 전에 졸업한 사람인데 여차저차해서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다행히 어느 정도 신뢰가 가는 직업군(?)인지라 안 된다고 거절하지는 않으신다.

좀 놀랐다. 가장 어려울 거라 생각해서 이번 서류 접수는 사실 상 포기하고 있었는데 바로 가능한 것처럼 얘기가 진행되니까. 다만... 아무래도 학교에 한 번 찾아와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지금 있는 곳에서 포항까지는 멀어도 너무 멀다. 그렇다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한테 추천서 써달라고 징징거릴 수도 없는 노릇. 가긴 가야 하는데... 하필이면 같이 일하는 후배가 휴가를 내고 쉬는 중이다. 둘이 같이 쉴 수 없는 환경이라 고민하다가 상급자에게 이야기를 꺼내니... 다녀오라고 한다. 일이 이렇게 술술 풀려도 되나?


일단 추천서는 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다음은 건강 진단서. 올 해 초에 직장 건강 검진 받았던 병원에 전화해서 건강 진단 받으면 결과가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니 다음 날 나온단다. 응? 예전에 건강 검진 받았을 때에는 보름 넘게 걸렸던 거 같은데?   그건 보험 공단 관련해서 받는 직장 어쩌고 하는 검사라 그렇다고, 일반 채용 검진 받으면 다음 날 바로 나온단다. 호오!


골치 아픈 일이 될 거라 걱정했던 서류 두 개가 순식간에 해결되는 분위기다.


상급자에게 학교 문제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데 잠시 나갔다 와도 괜찮겠냐고 물어보니 그러라고 한다. 점심을 굶고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와 추천서 양식을 찾아봤다. PDF 문서에 추천서 양식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결국 홈페이지에서 한참을 방황하다가 2016년 양식을 구해 일단 학교 담당자 분께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나서 병원에 가서 건강 검진을 받았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서류 양식대로 발급이 가능하냐고 하니 그건 안 된다고 한다. 혹시 몰라서 영문 검진 결과도 같이 받겠다고 했다.



잠시 후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졸업생 검색을 했는데 안 나온다는 거다.


이게 뭔 소리인가 해서 들어봤더니... 이름의 ㅈ이 ㅅ으로 입력이 되어 있다. 오래 전 자료를 옮기고 옮기고 하는 과정에서 흐릿하니까 ㅈ을 ㅅ으로 입력한 모양. 아무튼... 졸지에 개명 당할 뻔 했지만 잘 말씀드리고... 다음 날 학교에 방문하겠다고 약속을 잡은 뒤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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