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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5월 03일 금요일 맑음 (백수의 삶)

by 스틸러스 2019.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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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늘 그렇듯,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교류 센터에 가는 게 원래의 계획이었다. 눈을 뜬 건 여덟 시였지만 잠이 깨지 않았다. 여전히 졸린 상태. 이 상태에서 억지로 일어나 교류 센터에 가봐야, 앉아서 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더 잔답시고 안 일어났다.


열 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 라면을 먹고, '이제라도 준비하고 가면 다섯 시간 정도는 공부할 수 있을 거' 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몸이 나른했고, 피곤한 상태에서 공부한답시고 자리 잡고 앉아봐야 100% 존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다시 드러누웠다.


낮에 또 한 시간 반 정도를 잤고, 일어나서는 '지금 가봐야 왔다갔다 시간만 까먹고 공부도 못할 거' 라는 생각으로 결국 집 밖에 안 나갔다.



지난 학기까지는 학교 수업만 제대로 해도 충분했는데, 이번 학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당장 선택 과목 수업만 해도 그렇다. 죄다 N2 듣고 있는데 나만 N4, N3 듣고 있다. N4 수업이 달랑 하나여서 그렇지, 만약 N4 수업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었다면 선택 과목 전부 N4 듣고 있었을 거다.

유학 동기 자체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엉망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상 현실 도피였으니까. 도망 가려고 선택한 유학이었고, 장기 여행 개념으로 생각하고 왔던 거니까. 한 달 살기가 유행일 때 2년 살기(?) 계획하고 온 거니까.

지난 해까지는 초급자 of 초급자 과정이었으니까 그런가보다 했는데, 슬슬 주변에서 타오르는 사람들이 나오다 보니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뭔가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 7월의 시험도 JLPT N4다 보니 건방 떠는 것도 있고... 고단 기어로 변속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RPM을 올려야 하는데 나는 엑셀러레이터에서 발 뗀 지 오래다. 그러면서도 속도가 느려지는 걸 불안해하고 있다. 하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찰스가 일본에 돌아왔기에 겸사 겸사 식사 겸 음주 자리를 가질까 했는데 예상한대로 얼음장 같은 반응. 결국 선생님, 찰스, 나, 이렇게 세 명만 참석하는 꼴이 됐다. 대만 ㅺ들이 참석할 거라는 기대는 아예 안 했다. 그냥 한국인 모임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H군과 L양은 아르바이트 때문에 참석이 어렵다 하고, L군도 참석할 수 없다고 한다. 본인이 담임을 맡았다는 이유로 끝까지 찰스 챙기려는 담임 선생님에게 미안하고, 찰스에게도 미안하다. 뭐... 찰스도 아싸고 나도 아싸고, 이런 결말이 예상되긴 했는데... 선생님 보기가 민망하다.


농구 모임에서 언제, 어디에서 농구할 건데 참가할 건지 묻는 투표가 올라왔었다. 그런데 G군이 일일이 참석 여부 물어보고 다니더라. 단톡방에 올렸는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제대로 안 읽는단다. 응답이 없단다.

이번에 나도 같은 경험을 했다. 메시지 자체를 안 읽는데다, 읽었다고 해도 응답이 없다. 이게 민족성이나 개인의 성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에게 이득될 게 없는 모임이니 그냥 씹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선생님이 참가하니까 몇 명은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제는 사케 먹고 퍼질러 자고. 오늘은 낮부터 유자 술 마셨다. 낮잠 찔끔 잔 뒤 저녁부터는 맥주 마시기 시작. 몇 시 안 된 줄 알았는데 벌써 22시가 다 되어 간다. 학교 다닐 때에는 잔다고 누워도 두, 세 시간 정도는 태블릿 붙잡고 까먹는다는 걸 아니까 21시에 불 끄고 잘 준비했는데 지금은... 다음 날 학교 안 간다 생각하고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다.

지금 꼬라지라면 내일도 공부하러 가는 건 틀렸다 싶은데. 열흘 연휴 중 제대로 공부한 날이 단 하루도 없다. 적어도 연휴 끝난 후 20과 시험이랑 수업할 내용 예습 정도는 해야 한다. 내일은 꼭 공부하러 가야 하는데... 그냥 아무 말 안 하련다. 의지 박약의 나에 대해 어떤 확신도 할 수 없다.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나를 추월해서 슝~ 슝~ 지나가는 차들이 보인다. 나보다 훨씬 비싸고 좋은 차니까 추월해서 가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는 차도 있지만, '저런 쓰레기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망진창인 차가 추월하는 것도 보인다. 일말의 자존심으로 그 따위 똥차에게는 추월 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고단 기어로 바꿔가며 속도를 높이고 싶은데... 엑셀러레이터 위에 올려놓은 오른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마음은 빨리 가고 싶다인데 몸이 안 따라준다.

연휴 때 느는 건 자괴감과 체중 뿐인 것 같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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