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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19년 04월 18일 목요일 맑음 (치사량의 국뽕을 들이켰다!!! ㅋㅋㅋ)

by 스틸러스 2019.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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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FA컵 32강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은 수원을 상대로 거지 발싸개 같은 경기를 한 끝에 0 : 1 로 졌다. 32강에서 탈락. 자판기는 코레일에 0 : 2 로 발려 버렸고, 전북도 탈락했다. 하지만 다른 K1 팀이 탈락했다는 게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지난 해에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김지민은 불과 한 시즌 만에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K3에서 득점왕 했다는 최용우도 별 활약이 없었다. 외국인 선수를 어찌나 못 뽑는지 데이비드는 레오가말류만도 못한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였고, 그나마 낫다 싶은 완델손은 윙으로 세워 아무 재미도 못 봤다. 윙백으로 세워 오버 래핑 부지런히 하게끔 만들어주는 게 좋다니까. 아오.




원래는 느긋하게 앉아서 맥주 마시면서 볼 생각이었는데 불 다 꺼놓고 누워서 보다 보니 잠이 마구 밀려 온다. 포항도 더럽게 못하는데 수원도 거기 걸맞는 수준인지라 진짜 재미가 없었다. 졸린 거 참으면서 간신히 봤다. 이 따위 경기를 했는데 감독 인터뷰가 참... 혼자 다른 세상에서 살다 왔나 싶더라. 처음에는 경기 보면서 그저 짜증나고 속 터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형편 없는 팀을 응원하는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대구와의 경기에서도 엉망진창으로 처 발리고 남은 경기에서도 탈탈 털려서 제발 쫓아내버렸으면 좋겠다. 쓰잘데기 없이 체면 차려 준답시고 스스로 나가네 어쩌네 하지 말고 '못해서 잘랐다!' 고 하면서 내쫓아버렸으면 좋겠다. ㅽ




그렇게 축구를 다 본 뒤 유튜브로 다른 영상을 좀 보다가 잠이 들었다. 한 시에 한 번 깼다가 금방 다시 잤고, 네 시 넘어서 깼다. 회사로 돌아간 꿈을 꿨는데 업무 새로 배워야 한다며 텃새 부리는 거, 개만도 못한 ㅺ가 어깨에 힘주고 거들먹거리는 거, 너무 실감나서 소름 끼쳤다. 작은 차에 올라타 퇴근하다가 물에 빠져 죽는 걸로 꿈이 끝났다. -_ㅡ;;;

시계를 보자마자 잽싸게 태블릿을 집어들고 네×버에 접속, UCL 8강전을 봤다. 켜자마자 느린 화면으로 포효하는 스털링. 응? 이게 뭐야? 경기 시작하기 전에 두 팀이 그동안 골 넣었던 장면들 편집해서 보여주는 건가?

아니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진짜 골 넣은 거였다. '어이, 토트넘. 대체 어떻게 하려고 벌써 골 처먹냐?' 하며 혀를 차고 있는데... 그러고 있는데... 손흥민이 벼락 같은 동점 골에 이어 역전 골까지 터뜨려버린다. 허... 허허... 허허허... 저 선수가 국제 대회에서 대한 축구 협회 앰블럼을 가슴에 달고 뛴다니... 하지만 좋아하는 것도 잠시, 실바가 이내 동점 골을 넣어 버렸다. 10분만에 네 골. 정신이 없다.

엎치락 뒤치락 엄청 재미 있었다. 그 새벽에 가슴 졸여가며 다 뭉개진 화질로 경기를 봤다. 요렌테의 골 가지고 VAR 할 때 계속 조마조마했고, 추가 시간에 터진 스털링의 골이 VAR로 오프사이드 판정 받았을 때가 절정이었다.

결국 맨체스터 시티가 이겼지만 원정 경기에서 득점이 있었던 토트넘이 4강에 진출했다. 아... 이러니 해외 축구 빨아대는고나 싶더라. 불과 몇 시간 전에 봤던 포항과 수원의 FA컵 경기는 감히 언급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 차이가 심했다. 케빈 데 브라위너는 진짜, 엄청난 선수고나 싶더라. 감탄하면서 봤다.




경기 끝나니 여섯 시. 한 시간 정도 잘 수 있었지만 안 자고 빈둥거렸다. 어제 축구 보면서 먹으려고 오아시스에서 샀던 닭꼬치를 아침 삼아 먹고, 커피 한 잔 마신 뒤 학교로 출발.


수업 들어오신 선생님이 아직도 머리가 길지 않았냐며 한 마디 하시기에 모자가 내 머리라고 했다. 수업에 모자 쓰고 들어오지 말라고 지난 시간에 얘기하기에 머리카락이 짧아서 그렇다고 하긴 했는데, 다음 주에도 뭐라 하시면 제대로 말씀 드려야겠다. 전생에 삼손이었던지라 모자 벗으면 쓰러지게 되어 공부를 못한다고.




점심 시간에는 맥도날드 가서 햄버거 세트 하나 먹고. 오후에는 선택 과목 수업을 들었다. '눈부시다'는 단어가 나왔을 때 선생님이 무엇에 눈이 부시냐고 물어보더라. '태양'이라고 했더니 그렇다면서, 그거 말고 또 뭐가 있냐고 물어보신다. 대답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다들 조용히 있기에 '예쁜 여자 봤을 때' 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엄청 격하게 리액션 하시면서 추켜 세워 주신다. ㅋㅋㅋ   그런 거에 강합니다.




수업 끝나고 교실에 남아 공부를 했다. L군이야 항상 남으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데, 우리 반 아닌 처자가 자꾸 교실에 남아 있다. 대체 왜 남의 교실에서 공부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일단 숙제부터 하고, 20과 예습을 했다. 20과는 겸양어, 그러니까 우리로 치면 존댓말 배우는 시간인데 이게 엄청 어렵다더라. 잔뜩 쫄아서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그럭저럭 할만 하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 이게 가능형 표현과 완전히 똑같다. 쿠크다스처럼 가녀린 멘탈이 파스스~ 부서지기 시작한다.

L군에게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한 뒤 1층에 내려가 음료수 마시면서 수다 떨고. 다시 올라왔다. 다시 공부한답시고 책 쳐다보고 있는데 라인 메시지가 온다. 당연히 광고라 생각하고 안 봤는데 L군이 유튜브 영상을 소개해준 거였다. 이미 알고 있는 영상이지만, '보내줘서 고맙다.' 고 하면 될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해버렸다. 아... 난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을꼬.



라떼는 말이야~ -_ㅡ;;;

결국 영상과 관련해서 몇 마디 하다가 공부 안 하고 또 수다 모드로 전환. 주로 내가 떠들고 L군은 듣는 쪽이었다. 그러면 안 된다, 안 된다, 항상 생각하면서도 결국 또 라떼 소환해서 꼰대 짓 했다. 아... 젠장... 나도 모르게 수시로 튀어나오는 꼰대 파워. 제기랄.



집에 와서 카레에 밥 먹고 일기 쓰는 중. 원래는 집에서 책 좀 더 보자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집에 오면 공부고 나발이고. ㅋ




그동안 뭔가 마음이 불편했는데 오늘 그 이유를 대충 깨달았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은 다들 N2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나만 N4 쪽으로 달려가고 있는 거다. N2로 가는 길은 아슬아슬한 낭떠러지인지라 위태위태하지만 다들 위험을 감수해가며 어떻게든 가려 하는데, N4로 가는 길은 16차선 고속도로다, 그것도 텅 빈. 나는 급할 게 없으니까, 딱히 쫓기지 않으니까 여유 부리며 N4 → N3 → N2 로 가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한 방에 N2로 부~ 웅~ 건너 뛰고 있으니 나만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던 거였다.

열심히 해야 한다, 남들보다 못하면 안 된다, 그런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편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다. 언제부터 내가 공부 잘 하는 학생이었다고. 생각해보면 공부 안 한다고, 공부 못 한다고, 욕 먹고 깨지던 시간이 훨씬 길었던 게 나다. 불과 몇 달 동안 칭찬 조금 받았다고 기고만장 해가지고.




남들이랑 비교하지 말고, 수업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만 유지하면서 내 페이스대로 가자. 일본 유학 마치기 전에 N2 따면 성공인 거고, 죽기 전에 N1 따면 만족할 만한 인생인 거다.


내일이 벌써 금요일. 오후에는 왜인지 알 수 없지만 엑스레이 촬영한단다. 오후 수업은 제대로 될 리가 없겠고만. 토요일은 ZARD 특별 방송 보러 예약한 캡슐 호텔에서 잔다. 일요일은 친구들이랑 같이 농구하고.

다음 주에는 4일만 수업하고 하이킹. 그러고나면 무려 열흘이나 쉰다. 골든 위크 기다리면서 버티자. 골든 위크 끝나면 한국 다녀와야 한다. 지난 겨울 방학 때 한국 다녀온 게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시간이 정말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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