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도착하면 불이 꺼져 있거나 중국인 처자 한 명만 와 있다. 거의 대부분 1, 2등으로 교실에 도착한다. 예전에는 한자 외우다가도 애들 올 때마다 고개 들어 눈 마주치면서 인사했는데 지금은 헤드폰 끼고 노래 들으면서 한자 외운다. 노이즈 캔슬링 덕분에 바로 코 앞이 아닌 이상 누가 왔는지 알 수도 없으니 그저 한자만 끄적거리고 있는 거다. 대만 녀석들이 아침부터 엄청 시끄럽게 중국어로 떠들어대는 게 짜증스러워서 헤드폰을 벗지 않는다. 며칠 됐다.
어제 나한테 시끄럽다는 소리를 들은 녀석은 오늘 누가 봐도 이상하다 생각할 정도로 조용했다. 평소 엄청나게 시끄러운 녀석인지라 다들 무슨 일이 있나 걱정할 정도였다. 내 옆 자리가 비어 있는지라 항상 거기에 외투를 벗어두곤 했는데 오늘은 근처에 오지도 않더라. 'ㅄ 같은 게 꼴값 떨고 있네' 싶더라. 맘 같아서는 'ㅆㅂ 안 닥치냐!' 고 쌍욕을 날려주고 싶었지만 그저 "시끄러워!" 정도로 끝냈는데, 삐진 척 하고 앉아가지고. 맘대로 해라, ㅆㅂ 조용하니 좋고만.
세상 무너진 것처럼 축 쳐저 있는 꼴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다. ㅆㅂ 내가 왜!
수업 시간에 처 떠드는 게 잘못이잖아! 수업 시작한 지 한참 됐는데도 계속 처 떠드는 게 비정상이잖아! 애도 아니고 결혼까지 한 ㅅㄲ가 저 따위 짓거리 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잖아! 그걸 가지고 시끄럽다는 말 한 마디 했는데 꽁~ 해서 사방팔방 나 삐졌다고 광고질하고 있다고? 뭘 잘 했는데? ㅆㅂ
(이렇게 궁시렁거려놓고 생각해보니 떠들면 떠든다고 질알, 조용히 있으면 조용히 있는다고 질알, 이런 말 할 것 같다. 그도 그러네. 음... 조용히 닥치고 있는 쪽이 훨씬 낫다. -_ㅡ;;;)
대체 왜 가는 곳마다 트러블인지 모르겠다. 역시 내가 문제인 거야?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나쁜 거야? 못된 놈한테 너는 못된 놈이라고 하는 게 문제인 거야? 적당히 참고, 적당히 못 본 척 하고 살아야 하는 거야? ×도... 내 딴에는 엄청나게 참은 거라고. 폭력 썼다고 강제 출국 당할까봐 쫄아서 멱살 잡고 싶은 맘 간신히 눌렀고만은. ㅆㅂ ㅆㅂ ㅆㅂ
진짜... 단체 생활과는 전혀 안 맞는 모양이다. 어디 무인도에라도 들어가 풀 뜯어 먹고 생선 잡아 먹으면서 살아야 하려나. 남한테 피해 안 주려 하고, 하라는 거 하고 하지 말라는 거 안 하면서 얌전히 살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는데, 왜 만날 나만 나쁜 놈이 되고 나만 마음 불편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씨앙.1A 교실 가니까 거기는 학생들끼리 모여서 일 잔 하기도 하고 그러는 모양이던데 우리 반은 그런 것도 없다. 단톡 방이 있긴 한데 어지간하면 대화가 오고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인 C군이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서 회식(?)을 하기로 했다. 언제 하는 게 좋은지 의견을 모으기에 화요일은 안 된다고 표시했다. 교류 센터의 수업을 들어야 하니까. 수업이 다 끝나고 선생님이 미국인 C군을 포함해서 가장 많은 학생이 참석할 수 있는 날이 월요일이니 그 때 하자고 하던데, '월요일부터 술 먹고 괜찮으려나?' 뭐, 적당히 조절해가며 마셔야지. 만날 술 먹는다고 떠들어댄 덕분이 술 엄청 쌘 줄 알고 있을텐데. 정신 놓고 먹었다가는...
학교 마치자마자 1등으로 교실을 나섰다. 남아서 공부할 맘도 없었다. 당장 다음 주 월요일이 시험이지만 15과는 그닥 난이도가 높지도 않고 숙제하면서 공부한 것도 있고 그래서. 집에 와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빈둥거리다가 불닭볶음면 세 개를 한 방에 끓여서 다 먹었다. 짜증날 때에는 매운 게 짱이다. 잠시 누워 있는다는 게 잠이 들어버렸다. 하지만 20분도 채 못 자고 깼다. 멍~ 한 상태로 누워 있는데 이틀 전에 주문한 것들이 도착했다.
일단 얇은 서류 봉투부터 개봉한다. 여기에는 연고가 들어 있다. 아마존의 배송용 봉투는 이렇게 뜯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저 손잡이를 잡고 당기면 소세지처럼 빨간 띠가 딸려 나오며 쭉~ 찢어진다. 손쉽게 봉투를 열 수 있다. 당장 도입할 필요가 있다.
화요일처럼 오랫동안 밖에 있다 들어오면 바짝 졸라맨 허리띠 때문인지 피부가 빨~ 갛게 올라온다. 거기 바르려고 샀다.
물건을 꺼내고 난 후 봉투에 붙은 스티커를 제거해야 한다. 개인 정보가 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전용 도장(?)으로 해결.
이렇게 개인 정보를 덮어버릴 수 있다. 파쇄기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이 도장 쓰는 게 훨씬 낫다. 한국에서도 팔 거다.
다른 상자에는 세제가 들어 있다. 싼 맛에 사서 계속 쓰고 있다. 뭐, 세탁이 잘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겠다. 그냥 싸니까.
아사히 슈퍼 드라이 500㎖ 스물네 캔. 보냉용 가방이 들어 있는 게 그렇지 않은 제품에 비해 1円 비싸다. 당연히 이 쪽을 선택.
가방 색깔도 검정, 빨강. 제대로 취향 저격이다. 검빨 성애자인 건 어떻게 알아가지고. ㅋㅋㅋ
전형적인 보냉 가방이다. 4월이면 꽃구경 한다고 난리일 건데 그 때 이 가방 들고 나무 아래로 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이건 발포주. 산토리 꺼 산 줄 알았는데 아사히 꺼 산 모양이다. 정신이 없네. ㅋ
편의점에서 술 살 때 싸다고 덜컥! 집어들면 열에 아홉이 발포주다. 맥주와 똑같이 생겨서 착각하기 쉬운데 가격은 반 or 반 이하다. 맥주와 발포주는 무슨 차이냐? 그걸 여기 끄적거려 보려고 이리저리 뒤적거려 봤는데... 잘 모르겠다.
일단 확실히 아는 것부터 끄적거려 보자. 많은 사람들이 발포주를 가짜 맥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아니다. 발포주의 정의가 워낙 애매하다 보니 간단히 설명할 수가 없어서 대충 설명한답시고 한 말이 퍼지고 퍼져 그렇게 알려진 것 같다. 가장 큰 차이는 맥아의 함량이다. 원료의 ⅔가 맥아일 경우 맥주로 분류, 그 이하는 발포주라 한다. 그런데 단순히 맥아 비율만 따지는 게 아니라 혼합물로 어떤 게 들어갔는지도 따진다고 한다.
이렇게 애매한 기준으로 분류하게 된 건 세금 때문이다. 맥주의 주류세를 어떻게든 덜 내보려고 머리 굴리다 나온 게 발포주다. 처음에는 맛이 형편 없었단다. 하지만 노하우가 쌓이고 쌓이면서 지금은 맥주와 거의 같은 맛을 내는 수준에 이르렀단다.
단순히 맥아 비율이 높다고 맛있다고 할 수 없는 게, 우리가 오줌맛이라고 까는 국산 맥주 중 하이트 프라임, 맥스가 맥아 100%로 만들어진다. 그런 맥주도 맛 없다고 깐다. 그러니 맥아 비율이 전부는 아니다. 유명한 얘기 중 하나가 '호가든도 일본에서는 맥주가 아니라 발포주가 된다' 는 건데, 일본에서 호가든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아무튼... 맥주와 발포주를 나누는 기준은 당최 모르겠다. 여러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봤지만 애매하기 짝이 없다.
나는 그동안 발포주를 먹지 않았다. 내 머리 속에도 발포주는 가짜 맥주라고 정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500㎖ × 24 = 6,000円 정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는 더 비싸다. 한 번 마실 때 다섯 캔 정도 마신다고 하면, 다섯 번이면 끝이다. 문제는... 한 달에 다섯 번 먹을 정도로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아무튼... 금전적인 사정도 있고 해서 현실과 타협했다. 내 인생 최초의 발포주다. 나는 입이 워낙 저질이라 어지간하면 맛의 차이를 못 느끼니까 괜찮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마셔 보고 나쁘지 않다 싶으면 앞으로는 발포주 위주로 마시고 특별한 날에만 프리미엄 몰츠를 드실까 한다.
참고로 국산 발포주도 있다. 필라이트가 하이트에서 나온 발포주다. 아직도 열두 캔에 만 원인지 모르겠다. OB에서 부랴부랴 따라 만든 게 필굿이다. 이것도 열두 캔에 만 원에 팔았었다. 아직도 그러고 있지 않을까 싶다.
냉장고에 대충 맥주와 발포주를 정리. 오른쪽에 있는 빨간 캔은 산토리와 삿포로의 한정판이다. 당분간 모셔두려고 한다. ㅋ
'오후의 홍차' 와 남은 발포주를 정리해서 한 상자에 담았다. 신발장 위에 고이 모셔두었다.
이번 주는 월요일에 쉬었기 때문인지 무척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어디든 놀러 가야 하는데... 싶은데 비와 호 말고는 당최 내키는 곳이 없다. 그런데 비와 호를 알아보니 난젠지에서 멀지 않다. 당일치기로 다녀올까 하고 이래저래 알아보는데, 막상 알아보려고 하니 또 귀찮다. 결국 포기. 다음 주에 조금씩 알아본 뒤 금요일에 학교 마치고 가서 토요일에 구경하고 돌아오는 걸로 해야겠다. 당일치기는 뭔가 아쉽다.
오늘 학교 마치자마자 집에 와서 실컷 빈둥거렸으니, 내일은 아침에 교류 센터 가서 공부해야겠다. 학교 간다 생각하고 오전 열 시 쯤에 도착하도록 아침에 나가야겠다. 그리고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와야지. 일요일은 컨디션 봐서 공부하던가 쉬던가 하고.
발포주 하나 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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