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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20년 03월 11일 수요일 맑음 (既に疲れた)

by 스틸러스 2020.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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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해 3월 28일에 휴지를 샀더랬다. 스물네 개가 들어있는 패키지 상품인데 그걸 또 두 개, 세 개 묶어서 팔더라고. 그러니까, 스물네 개가 있는 걸 두 개 사면 휴지는 전부 마흔여덟 개가 되는 거다.
    자세히 보지도 않고 질러버린 덕분에 스물네 개 패키지가 다섯 개 왔다. 휴지가 120개. 하루 세 번 × 싸도 남아돌 분량이다.

  • 결국 일본에서 사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휴지가 잔뜩 남게 됐다. 어제 술 마시다가 Lさん에게 연락해서 혹시 휴지가 필요하냐고 하니까 주면 고맙게 받겠단다. 오늘 오전에 학교에서 만나기로 했다.

  • 학교에 휴지를 들고 가는데 은근히 무겁다. 교실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무거우니까 1층에서 기다렸다. Lさん을 만나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텐노지駅까지 걸어갔다. 그냥 와도 되는데 커피랑 이것저것 챙겨 와서 건네 주더라. 보면 볼수록 정말 인성이 갖춰진, 진짜 어른이다. 나와는 다르지.

  •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진이 났다던가 뭔가 재난이 생겼다고 하면 일본은 휴지와 티슈부터 사더라. 필요하니까 사는 거겠지. 아무튼 재난이 있고 나면 꼭 휴지 사재기하는 모습이 뉴스에 나온다.

  • 교실에 자리 잡고 앉아 책을 한 번 훑어 봤다. 휴교하고 나서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지만 다행스럽게도 꽤 많은 부분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공부를 좀 하다가...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해서 카카오 톡을 실행했는데, 톡이 와 있었다. 알람이 전혀 없어서 몰랐다.

  • 회사 담당자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바로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정오가 다 되어 가고 있더라. 점심 시간에는 밥 먹고 나서 죄다 자고 그러니까 전화하는 건 민폐다. 13시 넘어서 전화를 하겠다고 답장을 한 뒤 공부하며 기다렸다.

  • 이후 국제 전화로 통화를 했다. 처음 통화하는 분이 있었는데 함부로 대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는 달리 시종일관 정중하게, 친절하게 말씀해주시더라.

  • 그리고나서는 내가 ○○ ○○○이라 생각하는 A氏, 그리고 ○○에서 같이 생활했던 B氏와 통화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 두 사람 다 내게 호의적이지 않다. 일면식도 없는 A氏야 그렇다 쳐도, B氏는 나와 같이 일한 사람이고 나한테 악의적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 서로 일을 미루는 꼴을 보니 짜증이 났다. 여전하고나. 아직도 변하지 않았고나. 역시나고나.    A氏는 B氏한테 연락하라 그러고, B氏는 A氏한테 연락하라 그러고. 에휴, ㅽ

  • 번갈아가며 통화하고, 톡 보내고 해서, 3월 31일까지 학교에 속해 있다는 서류를 A氏에게 보내기로 했다. 바로 2층에 내려가 서류를 신청하는데 몇 번 보기만 했던 분이 한국 분이었네. ㅋ   가장 낯이 익은 분이 스윽~ 지나가며 EMS 종이를 주기에 봤더니 졸업증 받을 주소를 쓰라고 한다. 3월 31일에 졸업증이 나오니까 우편으로 받는 수밖에 없다. 그 전에 귀국하니까.

  • 일 처리하고 다시 교실로 올라와 공부를 하려는데 당최 손에 잡히지 않는다. 다시 카카오 톡을 보니 DB 손해 보험에서 톡이 와 있네. 카드 결제가 안 되어 보험 계약이 일시 정지되었다고. 29일까지 보험료 내면 유지가 된다고. 이게 20일에 온 거였다. 카카오 톡으로는 만날 광고 메시지 따위나 오니까 안 봤더니 이 사단이 났다. 에휴...

  • 국제 전화로 고객 센터에 전화해서 새로 발급 받은 카드로 바꾸고, 주소도 평택으로 되어 있기에 포항으로 바꿔 놨다.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미납된 거 납부하면 보험 계약은 그대로 간다더라. 일본 오기 전에 해약할까 잠시 고민했던 보험 계약인데, 해약해봐야 건지는 게 없어서 그대로 둔 거. 운전자 보험이라 저 보험 혜택은 안 받는 게 최고다.

  • 그렇게 스마트 폰 붙잡고 시간을 보내다 공부하려고 책을 펼쳤더니 바로 잠이 쏟아진다. 앉아서 졸다가, 엎드려 자려고 했는데 엎드리니 또 잠이 깬다. 엎드려 자는 게 허리에 엄청 안 좋다는데, 그냥 가자고 마음 먹고 짐 싸서 일어났다. 나란 인간, 핑계 거리만 생겼다 하면 바로 포기하는, 지독한 의지 박약자.

  • 노란색 펜이 더 이상 안 나오기에 버리고, 로프트에 가서 펜을 사들고 왔다. 마음 같아서는 사고 싶은 펜이 잔뜩이지만 한국에서 펜을 못 사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것만 샀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전화 달라는 메시지를 받아서 다시 전화를 했다.

  • 일본어를 공부했으니 공부한 이력을 살렸으면 해서 다른 파트로 옮기고자 했는데,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만약 이게 가능한 걸로 처리가 되면 다음 달부터는 ○○으로 출근하게 된다. 당장 거처할 곳도 없어서 집부터 구해야 하는데, 빨리 결정되었으면 좋겠다. 일단 학교에 신청한 서류가 금요일에 나온다고 하니, 금요일에 서류 받으면 스캔해서 보내야겠다. 오늘은 미리 사유서부터 써놓고. 맘 같아서는 A氏가 일 처리를 하도 똑 부러지게 잘해서 스트레스 받았다 쓰고 싶지만 참아야지. 애써 무능하려고 노력하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 일본에 와서도 작문 숫하게 했는데, 사유서 쓴답시고 또 작문하게 생겼네. 에휴.



  • 며칠 동안 Z2 태블릿이 무선 인터넷을 못 잡더라. 따로 설치한 어플도 없는데 갑자기 왜 이러나 싶더라고. 껐다 켰다 해봐도 마찬가지. 버리고 가야 하나 잠시 고민했더랬다. 일단 방치해뒀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인터넷에 연결이 되어 있네. 역시나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말이다. 당최 알 수가 없다.

  • 컴퓨터를 켰는데 인터넷 접속이 안 된다고 에러가 뜬다. 어제 저녁까지 잘 썼는데 말이다. 무선 공유기 전원을 껐다가 켜니까 다시 잡힌다. 별에 별 게 다 속 썩이고 있네.

  • 오늘은 어제와 달리 무척이나 화창한 날씨지만 바람이 엄청 강하다. 빨래 날아갈까봐 걱정했다. 밖에 다녀오면 코로나 19 때문에 꼬박꼬박 세탁기 돌리는 편인데, 세제가 네 개 밖에 남지 않았다. 돌아갈 때까지 써야 하니까 몰아서 빨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졸업식은 안 하게 될 것 같고, 13일 이후 2주 동안 할 게 없다. 일단 코마츠 쪽으로 가서 자동차 박물관은 보고 올까 싶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마침 카나자와 근처라고 하니 그 쪽도 좀 보고 올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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