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의 경우 특히나 심한 것이, 말하기 껄끄럽거나 어려운 것에 대해서는 얼버무려버린다는 거다. 다른 사람 앞에서 싫은 소리를 좀처럼 하지 못하는 것이 일본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고, 이런 성향은 국가 전체적인 부분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나치 시절의 과오를 인정하고, 수 차례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독일과는 달리, 일본은 제국 주의 시절의 반인간 범죄를 감추기에 급급하다.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고 인정조차 하지 않으니 사과는 요원한 일.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 파괴로 인한 방사능 피해도 마찬가지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감추려 든다.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에게 돈 내고 방사능 처먹으러 가냐고 비아냥대는데,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후쿠시마 근처에서 키우고 잡은 농, 수산물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으니까.
뜬금없이 뭔 소리인가 하면, 일본은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 결코 책임지는 나라가 아니라는 거다. 원인도 있고, 결과도 있다. 그런데 그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집권당 총리인 아베 ㅺ가 책임져야 하는데, 권력욕 때문에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일본의 언론은 철저하게 정권의 눈치를 보는 쪽인지라, 예능은 다양한 방면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탐사 보도는 한국만도 못한 수준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 19의 대처를 보자. 대형 크루즈 선박에서 감염자가 나왔다. 그런데 그들이 상륙해서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이유로 상륙 자체를 막아버렸다. 배에 가둬버린 거다. 크루즈가 아무리 크다 한들 제한된 공간이다. 거기에 가둬놨으니 병이 퍼지는 건 안 봐도 비디오. 게다가 감염자 확인과 병원 이송 등의 업무를 여기저기에서 차출된 공무원에게 맡겼는데, 일이 끝난 후 그냥 복귀 시켰다. 격리나 검사도 하지 않고 말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홋카이도 쪽에서 감염자가 날마다 나오는 상황이고,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적극적인 감염 확인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왜 그럴까?
일본은 올림픽이라는 전 지구적 행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올림픽 때문에 투자한 세금이 이미 엄청나다.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어찌저찌 복구한 상황이긴 하지만 일본도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지쳐 있는 상태다. 그걸 대책없이 돈 찍어내는 걸로 간신히 막고 있는 게 지금의 일본이다. 그런 상황에서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있었던 일본인데, 코로나 19가 터졌다. 집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상황인데, 일본에서 코로나 19 감염자가 급증한다는 뉴스라도 터진다면? 올림픽 특수는 물 건너 가는 거다.
그러니까 언론 보도를 막으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만 버티자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퍼지는 전염병에 대해 그저 나 몰라라 할 수가 없을 거다. 달리 대책이 없었겠지. 그래서 들고 나온 게 한국이다. 아베 ㅺ와 자민당 놈들에게 한국은 전가의 보도 같은 것이거든. 항상 불리할 때 확실하게 먹히는 카드거든.
기존에는 대구, 경북 지역 방문자만 입국을 막았는데 한국에서 오는 모든 사람을 2주간 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4박 5일의 일본 여행을 하려면 19일 동안 휴가를 내서 14일 동안 갇혀 있은 뒤 코로나 증상이 없다고 확인이 되면 4박 5일 동안 여행하고 돌아가야 한다. 제 정신이면 저렇게 할 사람이 없지. 결국 회사 업무 등으로 피치 못해 일본에 방문해야 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일본에 갈 사람이 없는 거다.
타는 사람이 없을 게 뻔한데 비행기를 운항하겠는가? 아시아나를 시작으로 줄줄이 편성을 없애버리기 시작했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만 항공편을 남겨둔 상황이고, 그 외에는 전부 사라져버렸다.
나는 29일 오전에 관리 회사 사람들이 와서 집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13시 비행기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인천에서 내려 차를 빌린 뒤 포항에 가서 당장 필요한 짐을 조금 챙기고 ○○에 가서 한 달 짜리 방을 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예약한 29일 항공권이 날아가버렸다. 편성 자체가 없어졌다.
진에어도 이미 전멸.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결국 렌트카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은 표 자체가 없는 상황. 부랴부랴 배를 알아봤다. 지금까지 오사카에 열 번 가까이 왔지만 배 타고 온 적은 한 번도 없다. 한국으로 갈 때도 마찬가지. 그런데 내 의사와 무관하게 배 타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배라도 있어서 망정이지, 그 마저도 취소된다면... 아아... 상상하기도 싫다.
오사카 항에서 타는 배는 부산까지 열일곱 시간 반이 걸린단다. 미친 것 같다. 2층 침대 두 개가 있어 네 명이 쓰는 방을 예약했더니 15만원 가까이 나오더라. 그게 어디냐라 생각하고 일단 예약까지 하긴 했는데 카드 결제가 안 된다. 한국으로 국제 전화를 걸어봤지만 통화도 안 되고.
일단 관리 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하고 집 상태 확인하러 오는 걸 27일로 당겼다. 그리고 27일 오후에 출항하는 배 표 값을 입금했다. 제대로 됐는지는 월요일에나 확인이 될 것 같다.
환율은 오를대로 오르고, 한일 관계는 최악인 때에 유학을 했다. 그리고 코로나로 난리인 시기에 돌아간다. 이것만으로도 평생 기억에 남을 유학이 되었는데, 양국이 갑작스럽게 입국 금지에 나서면서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최악이다.
일단 27일에 배가 뜬다면, 28일 낮에 부산 도착이다. 포항에 가서 짐을 챙기고, KTX를 이용해서 올라가던가 해야겠다. 계속 안 좋은 일만 이어지고 있는데, 기적처럼 차라도 나와주면 얼마나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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