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장일기

2020년 03월 10일 화요일 비옴 (本当に帰るね)

by 스틸러스 2020. 3. 10.
반응형
  • 휴교 기간에도 학교에 가는 것과 같은 스케쥴로, 아홉 시까지 교류 센터에 가서 하루에 다섯 시간 정도는 공부를 하자고 다짐을 했더랬다. 다짐만 했더랬다. 3월이 되고 열흘이 지났는데 교류 센터는 커녕, 교과서 한 번 펴보지 않았다. 정말, 한 글자도 안 봤다. 뭔 개 깡인지. 히라가나, 가타가나도 잊어버리고 있다. -_ㅡ;;;

  • 회사와 학교에는 돌아가겠다고 이미 말했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내심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모양인지 지금까지 짐을 꾸리고 돌아갈 준비하는 걸 소홀히 하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상자를 사들고 와 대충 짐을 꾸리긴 했지만 여전히 보내지는 않고 있었다.

  • 그러다가 더 지체하면 안 되겠다 싶어 어제 우체국에서 상자 두 개를 더 사들고 와 결국 일곱 개를 쌌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픽업 신청.

  • 저녁에 우체국에서 사람이 오긴 했는데, 상자 안의 물품 개수와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본다. 그게 왜 필요하냐면, 모두 한 집으로 가는 거라면 물건의 총 합이 200,000円을 넘으면 안 된단다. 택배 같은 걸로 보따리 장사라도 하는 걸 막기 위함일까? 상자 안에 옷이 몇 벌 들었는지, 가방을 몇 개 던져 넣었는지, 신발이 몇 켤레인지,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가격을 어떻게 알겠냐고. 대충 쓰면 안 되겠냐고 하니까 했던 말만 반복한다. 그러면서 상자 일곱 개의 내용물 갯수와 가격을 쓰려면 대략 20분 정도는 걸릴텐데, 그러려면 내일 오전에 다시 오는 게 낫겠단다. 우체국으로 전화해서 신청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전화 번호 달라니까 한~ 참을 찾는다.
    아무래도, 일하기 싫어서 핑계 대고 도망간 것 같다. 일본 사람이라고 해서 다 성실한 건 아니다, 분명히.

  • 자기 전에 대충 끄적거려 놓고 인터넷으로 다시 픽업을 신청했다. 그러자 열한 시에 두 명이 집으로 방문. 무게를 재고 이런저런 확인을 한 뒤 돈 내고 끝. 어제처럼 괜한 트집 잡는다는 인상도 없고, 시원시원하게 일 처리한다. 일본 우체국에서 가장 큰 상자(라고 해봐야 한국 우체국의 5호 상자 정도 될까 싶다.)를 일곱 개 보낸 금액이 32,500円 정도. 우리 돈으로 35만원 정도일까나? EMS로 보냈다면 세 배 가까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배로 갈 경우 운이 좋으면 2주 만에 도착하지만 보통은 한 달 예상해야 한다는데, 지금은 비행기 편이 죄다 사라져서 모든 물류가 배로 몰리는 바람에 더 걸리면 더 걸렸지, 단축은 안 될 거다. 잊고 사는 게 낫다.

  • 짐을 줄이고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집 안이 난장판이다. 일단 배터리가 들어 있는 건 우편으로 보낼 수 없으니 내가 가지고 가야 한다. 카메라, 스마트 폰, 태블릿, 휴대용 선풍기, 보조 배터리, 전동 칫솔, 바리깡, 면도기,... 수두룩~ 하다. 게다가 24인치 캐리어와 20인치 캐리어 두 개를 들고 갈 계획이었는데 모니터를 한국으로 가지고 가기로 마음을 바꾸면서 캐리어 하나를 줄여야 한다. 멀쩡한 캐리어를 버릴 수 없으니 20인치 캐리어에 짐을 넣고 그걸 다시 24인치 캐리어에 넣은 뒤 한 손에 캐리어, 한 손에 모니터 박스를 들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중.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짐을 한~ 참 더 줄여야 한다. 아무래도, 상자 하나 더 사서 떠나기 전에 EMS로 보내야 할 것 같다.

  • 학교에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지난 주에 학교에 오기로 했는데 왜 안 왔냐고 한다. 그제서야 어렴풋이 생각났다. 정말이지, 새카맣게 잊고 있었다. 오늘 오후에 방문하기로 했다.

  •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가면서 귀국하기로 결정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코딱지만한 방이지만, 빈둥거리며 살면 좋겠다.

  • 아, 어제 책상과 좌식 의자, 전자 레인지를 팔았다. 살 때에는 10,000円 넘게 주고 샀는데 전부 3,500円 받았다. 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워킹 홀리데이로 왔다는 남자 분이었는데 부디 일본 생활 즐겁게 하고 돌아가시길.

  • 방구석이 아주 그냥, 난장판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방을 다 치워놔야겠다. 깔끔하게 정리 좀 해놔야지, 지금은 정말... 난지도다.

  • 오늘은 학교에 갔다가 교류 센터에 가서 책 좀 봐야겠다. 그냥 학교에서 할까도 싶고. 전기랑 가스도 끊어야 하고, 이래저래 할 일이 많은데 자꾸 미루고만 있다. 돌아가는 날까지 아직 2주일 이상 남아있긴 한데, 여행도 안 가면 만날 방구석에서 폐인처럼 이러고 있어야 하니 그것도 걱정이다. 에휴...




  • 학교에 다녀왔다. 출입국 관리소에 신고하기 위한 서류 작성 때문에 오라고 한 모양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졸업식은 안 할 것 같지만, 아무튼 졸업을 하고 나서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3월 31일까지는 출국을 해야 한다. 졸업을 하는 순간 일본에 체류할 명분이 없어지니까.

  • 교실에서 공부해도 되냐니까 된다고 한다. 굳이 교류 센터까지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그냥 돌아왔다. 엉망진창인 방 때문에 공부고 뭐고 손에 잡히지 않을테니까. 바로 돌아오지 않고 로프트에 들렀다(나, 자꾸 로프트를 니토리라 부르고 있다. -ㅅ-).
    예전에 게임 센터에서 뭔 스티커를 사서 손전화 뒤에 붙였는데 이게 색도 안 바라고, 가장자리가 일어나지도 않아서 참 좋더라고. 그래서 그 스티커 사러 간 거. 같은 종류의 스티커가 로프트에도 있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거든.

  • 로프트는 언제 가도 신세계다. 특히나 펜들이... 정말 사고 싶은 게 많다. 공부도 안 하면서 필기구 욕심은 오질라게 많아서.
    간신히 참고 네 개 정도 샀다. 쥐알만한 스티커가 하나에 4,000원이다. ㄷㄷㄷ

  • 집에 와서 바로 청소 시작. 버릴 거 버리고 부지런히 정리를 해서 얼추 치우긴 했는데, 주방과 화장실 쪽은 손도 못 댔다. 우체국에서 상자 하나 사서 EMS 보내면 될 것 같았는데 될까 싶다. 두 상자 보내야 하나 고민 중. 외풍을 막기 위한 비닐 커튼은 그냥 버리더라도 암막 커튼은 싸들고 가고 싶다. 물론 한국에서도 살 수 있는 거겠지만 저런 것들이 나중에 내 일본 생활을 추억할 수 있게 만드는 아이템이 된다는 걸 아니까.

  • 시험까지 이틀 남았다. 내일은 진~ 짜 공부하러 가야 한다. 좋은 점수까지는 아니어도 망신은 안 당해야 하니까. 내일이랑 모레는 바~ 짝 공부를 하고, 돌아가기 전까지 뭘 해야 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과감히 여행을 가야할지, 방에서 뒹굴어야 할지.

  • 13일은 기말 시험 끝나면 구약소 가서 퇴거 신청하고, 가스랑 전기 끊어야지. 할 일이 태산이다. 하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