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교 기간에도 학교에 가는 것과 같은 스케쥴로, 아홉 시까지 교류 센터에 가서 하루에 다섯 시간 정도는 공부를 하자고 다짐을 했더랬다. 다짐만 했더랬다. 3월이 되고 열흘이 지났는데 교류 센터는 커녕, 교과서 한 번 펴보지 않았다. 정말, 한 글자도 안 봤다. 뭔 개 깡인지. 히라가나, 가타가나도 잊어버리고 있다. -_ㅡ;;;
회사와 학교에는 돌아가겠다고 이미 말했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내심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모양인지 지금까지 짐을 꾸리고 돌아갈 준비하는 걸 소홀히 하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상자를 사들고 와 대충 짐을 꾸리긴 했지만 여전히 보내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더 지체하면 안 되겠다 싶어 어제 우체국에서 상자 두 개를 더 사들고 와 결국 일곱 개를 쌌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픽업 신청.
저녁에 우체국에서 사람이 오긴 했는데, 상자 안의 물품 개수와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본다. 그게 왜 필요하냐면, 모두 한 집으로 가는 거라면 물건의 총 합이 200,000円을 넘으면 안 된단다. 택배 같은 걸로 보따리 장사라도 하는 걸 막기 위함일까? 상자 안에 옷이 몇 벌 들었는지, 가방을 몇 개 던져 넣었는지, 신발이 몇 켤레인지,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가격을 어떻게 알겠냐고. 대충 쓰면 안 되겠냐고 하니까 했던 말만 반복한다. 그러면서 상자 일곱 개의 내용물 갯수와 가격을 쓰려면 대략 20분 정도는 걸릴텐데, 그러려면 내일 오전에 다시 오는 게 낫겠단다. 우체국으로 전화해서 신청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전화 번호 달라니까 한~ 참을 찾는다.
아무래도, 일하기 싫어서 핑계 대고 도망간 것 같다. 일본 사람이라고 해서 다 성실한 건 아니다, 분명히.자기 전에 대충 끄적거려 놓고 인터넷으로 다시 픽업을 신청했다. 그러자 열한 시에 두 명이 집으로 방문. 무게를 재고 이런저런 확인을 한 뒤 돈 내고 끝. 어제처럼 괜한 트집 잡는다는 인상도 없고, 시원시원하게 일 처리한다. 일본 우체국에서 가장 큰 상자(라고 해봐야 한국 우체국의 5호 상자 정도 될까 싶다.)를 일곱 개 보낸 금액이 32,500円 정도. 우리 돈으로 35만원 정도일까나? EMS로 보냈다면 세 배 가까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배로 갈 경우 운이 좋으면 2주 만에 도착하지만 보통은 한 달 예상해야 한다는데, 지금은 비행기 편이 죄다 사라져서 모든 물류가 배로 몰리는 바람에 더 걸리면 더 걸렸지, 단축은 안 될 거다. 잊고 사는 게 낫다.
짐을 줄이고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집 안이 난장판이다. 일단 배터리가 들어 있는 건 우편으로 보낼 수 없으니 내가 가지고 가야 한다. 카메라, 스마트 폰, 태블릿, 휴대용 선풍기, 보조 배터리, 전동 칫솔, 바리깡, 면도기,... 수두룩~ 하다. 게다가 24인치 캐리어와 20인치 캐리어 두 개를 들고 갈 계획이었는데 모니터를 한국으로 가지고 가기로 마음을 바꾸면서 캐리어 하나를 줄여야 한다. 멀쩡한 캐리어를 버릴 수 없으니 20인치 캐리어에 짐을 넣고 그걸 다시 24인치 캐리어에 넣은 뒤 한 손에 캐리어, 한 손에 모니터 박스를 들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중.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짐을 한~ 참 더 줄여야 한다. 아무래도, 상자 하나 더 사서 떠나기 전에 EMS로 보내야 할 것 같다.
학교에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지난 주에 학교에 오기로 했는데 왜 안 왔냐고 한다. 그제서야 어렴풋이 생각났다. 정말이지, 새카맣게 잊고 있었다. 오늘 오후에 방문하기로 했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가면서 귀국하기로 결정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코딱지만한 방이지만, 빈둥거리며 살면 좋겠다.
아, 어제 책상과 좌식 의자, 전자 레인지를 팔았다. 살 때에는 10,000円 넘게 주고 샀는데 전부 3,500円 받았다. 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워킹 홀리데이로 왔다는 남자 분이었는데 부디 일본 생활 즐겁게 하고 돌아가시길.
방구석이 아주 그냥, 난장판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방을 다 치워놔야겠다. 깔끔하게 정리 좀 해놔야지, 지금은 정말... 난지도다.
오늘은 학교에 갔다가 교류 센터에 가서 책 좀 봐야겠다. 그냥 학교에서 할까도 싶고. 전기랑 가스도 끊어야 하고, 이래저래 할 일이 많은데 자꾸 미루고만 있다. 돌아가는 날까지 아직 2주일 이상 남아있긴 한데, 여행도 안 가면 만날 방구석에서 폐인처럼 이러고 있어야 하니 그것도 걱정이다. 에휴...
학교에 다녀왔다. 출입국 관리소에 신고하기 위한 서류 작성 때문에 오라고 한 모양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졸업식은 안 할 것 같지만, 아무튼 졸업을 하고 나서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3월 31일까지는 출국을 해야 한다. 졸업을 하는 순간 일본에 체류할 명분이 없어지니까.
교실에서 공부해도 되냐니까 된다고 한다. 굳이 교류 센터까지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그냥 돌아왔다. 엉망진창인 방 때문에 공부고 뭐고 손에 잡히지 않을테니까. 바로 돌아오지 않고 로프트에 들렀다(나, 자꾸 로프트를 니토리라 부르고 있다. -ㅅ-).
예전에 게임 센터에서 뭔 스티커를 사서 손전화 뒤에 붙였는데 이게 색도 안 바라고, 가장자리가 일어나지도 않아서 참 좋더라고. 그래서 그 스티커 사러 간 거. 같은 종류의 스티커가 로프트에도 있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거든.로프트는 언제 가도 신세계다. 특히나 펜들이... 정말 사고 싶은 게 많다. 공부도 안 하면서 필기구 욕심은 오질라게 많아서.
간신히 참고 네 개 정도 샀다. 쥐알만한 스티커가 하나에 4,000원이다. ㄷㄷㄷ집에 와서 바로 청소 시작. 버릴 거 버리고 부지런히 정리를 해서 얼추 치우긴 했는데, 주방과 화장실 쪽은 손도 못 댔다. 우체국에서 상자 하나 사서 EMS 보내면 될 것 같았는데 될까 싶다. 두 상자 보내야 하나 고민 중. 외풍을 막기 위한 비닐 커튼은 그냥 버리더라도 암막 커튼은 싸들고 가고 싶다. 물론 한국에서도 살 수 있는 거겠지만 저런 것들이 나중에 내 일본 생활을 추억할 수 있게 만드는 아이템이 된다는 걸 아니까.
시험까지 이틀 남았다. 내일은 진~ 짜 공부하러 가야 한다. 좋은 점수까지는 아니어도 망신은 안 당해야 하니까. 내일이랑 모레는 바~ 짝 공부를 하고, 돌아가기 전까지 뭘 해야 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과감히 여행을 가야할지, 방에서 뒹굴어야 할지.
13일은 기말 시험 끝나면 구약소 가서 퇴거 신청하고, 가스랑 전기 끊어야지. 할 일이 태산이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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