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와서 좋은 점은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는 점. 한국에 있을 때에는 5년 가까이 날마다 출/퇴근 시간이 바뀌는 생활이었다.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 샤워하고 나왔더니 일정이 변경되었다는 메시지를 받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날마다 같은 시각에 잠이 들어 같은 시각에 깨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러나 일본에 와서는 일곱 시 전에 일어나 빈둥거리다가 준비를 하고 여덟 시 반 전에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하지만 방학을 하는 순간, 그 규칙이 무너지면서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특히나 이번에는 귀국을 앞두고 있는지라 이삿짐 싼다는 핑계로 정리를 전혀 안 하고 있어서 방구석이 엉망진창이다.
아시아나 항공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전 노선을 폐지한다고 하는 등,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에 변동이 심하다. 나는 어제 피치 항공을 통해 돌아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저런 뉴스가 나오니까 불안하더라. 그리고... 안 좋은 예감은 또 맞아떨어졌다.
피치에서도 감량 편성 한다는 공지가 왔다. 감량 대상에 내가 예약한 비행기가 들어 있다. 예약한 비행기로는 못 돌아간다는 거다. 결국 다른 비행기를 잡아야 한다는 건데, 전체 편성이 줄어든 상황이라 가능한지 알 수가 없다. 당장 피치에서 확인해보니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자체가 없다. 배라도 잡아놔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살아와서, 나는 혼자 사는 게 편하다. 한국에 간다고 한들 돌아갈 집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일본 집에서 빈둥거리다 돌아가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돌아갈 비행기가 없어졌다. 헤엄쳐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일정을 조절해야 하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는 게 ○○일로 예정되어 있어 함부로 바꿀 수도 없다.
그냥 집주인한테 미리 나가겠다 말하고 나가면 땡인 상황이 아니다. 쓰던 가전 제품은 중고로 팔아야 하고, 짐은 한국으로 부쳐야 하며, 버릴 건 버려야 한다. 그리고 나서 관리 회사 사람들이 집이 망가졌는지 어떤지 확인을 해야 하고, 그 뒤에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비행기 편성이 줄어들면서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프게 됐다.
게다가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사람들을 별도로 14일간 격리하겠다고 한 것에 대응해서 우리나라도 일본 입국자의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단다. 하아... 나야 자국민이니 큰 영향이 없겠지만, 이래저래 골치 아프다.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가전 제품을 최대한 빨리 처분하고, 캐리어 두 개를 제외한 모든 짐을 한국으로 부친 뒤, 최대한 빨리 돌아가는 거다. 배를 타도 되니까 한국 땅 밟는 게 중요하다. 당장 3월 9일부터 항공편이 없어지는데 그 전까지 마무리 짓고 돌아가는 건 무리. 어떻게 해야 하나 갈피를 못 잡겠다.
진짜... 어떻게 이렇게 꼬이냐.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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