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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일기

2020년 03월 17일 화요일 맑음 (根気強いのが怖い、難しい)

by 스틸러스 2020.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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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끈기 있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것 같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긴 시간 동안 하다보면 굉장한 성과가 나오니까.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하지 못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는 거고.




  • 일주일에 5일,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면 일본어가 그나마 늘긴 는다고 스스로 느낄 수 있었는데, 2주 넘게 놀았더니 수 개월 동안 공부한 걸 순식간에 잊게 된다. 한국에 돌아가 1년 정도 지나면 히라가나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마음은 공부해야지, 해야지, 하고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 어린 시절에는 무모하고 용감했던 것 같다. 그게, 딱히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무식했기 때문인 듯.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정말 딱인 것 같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구 들이대고, 경험이 없는 일에도 망설임 없이 도전하곤 했는데, 그게 경험이 없어서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데다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나이를 좀 먹다보니 뭔가 시도하기 전에 걱정되는 것도 많아지고, 실패할까봐 지레 겁 먹는 것도 있고, 몸을 자꾸 사리게 된다. 그나마 나는 건사할 가족이 없으니 또래에 비하면 막 사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긴 하지만서도.

  • 코로나 19 때문에 무척이나 민감한 시기라서 여행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코로나 19 따위가 없었더라면 망설이지 않고 기말 고사가 끝난 뒤 여행을 떠났을 거다. 하지만 13일부터 무려 4일 동안을 갈까 말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 코로나 19의 치사율이 심각하지 않다 하고, 평소의 지병이 없으면 죽지는 않는다고 하니, 크게 걱정은 안 된다. 다만, 내가 감염되어 다른 사람에게 옮길까봐 걱정이 되는 거다. 노령의 고모한테 전염이라도 시키게 되면 큰 일이다. 게다가 회사에 가서 다른 사람에게 옮기기라도 하면... 상상하기도 싫다.
    그 뿐만 아니라 일본은 코로나 19 검사에 소극적이고 올림픽이 개최되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인 유학생이 코로나 19에 감염된 채 일본을 싸돌아다녔다는 뉴스라도 나오면 죄다 뒤집어쓰게 될 게 분명하다.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 하지만 회사로 돌아가면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살아 생전에 다시는 방학이 있는 삶을 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은퇴할 때까지 지금의 시기를 그리워하며 보낼 게 틀림없다. 그래, 떠나자. 방구석을 굴러다니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마스크 꼬박꼬박 착용하고, 어디를 가더라도 손 씻어가면서 조심히 다니자. 오사카에서도 감염자가 여럿 나왔는데, 걸릴 팔자라면 어떻게 해도 걸릴 거다.




  • 다른 글에서는 이 시국에 교회 가서 예배하네 어쩌네 했다고 극딜 넣고는 여행 갈 생각하고 있는 나는... 뭐, 굳이 변명을 하자면... 혼자 다니는 거고 사람 피해 다닐 계획인지라 괜찮다지만. 욕 먹을 수도 있는 짓이 될 수도 있겠다. T^T

  • 12,050円을 주고 청춘 18 티켓을 사면 5일 동안 JR 재래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12,050円을 5일로 나누면 하루에 2,410円이 된다. 1일 운임으로 그 이상을 사용하면 본전을 뽑는다는 얘기. 오사카에서 코마츠까지 4,000円 조금 더 드니까 이 경우에는 사용하는 게 이득이지만, 코마츠에서 카나자와까지는 510円 밖에 안 드니까 청춘 18 티켓을 이용하면 완전히 손해 보는 거다.
    오사카와 코마츠를 왕복하는 동안 티켓을 사용하면 3일이 남는다. 오카야마에 갈 때 하루를 사용하면 이틀이 남고. 남은 걸 팔 수도 있는데 번거롭다. 어떻게 할까?

  • 달랑 코마츠랑 카나자와만 다녀오기가 아쉬워서, 도쿄 쪽에 다녀올까? 라고 생각하는 중. 카나자와에서 ZARD의 에키메로가 나오는 시부사와 역까지는 열한 시간 반이 걸린다. 사실 상 하루종일 전철을 타야하는 강행군이다. 하지만 언제 해보겠나 싶어 도전할까 싶다. 그러면 또 하루 까먹는 셈이 된다.

  • 도쿄에서 하루만에 재래선만으로 오사카까지 올 수 있을까? 검색해보니 아홉 시간 정도 걸리는 걸로 나온다. 카나자와에서 시부사와 근처까지 가는 것보다 가깝고만. 하지만 뭔가 아쉬운데, 나고야에 들러서 하루 보내고 올까?

  • 원래의 계획은 규슈를 다녀오고, 그 다음에 도쿄 쪽을 여행하는 거였는데, 염병할 코로나 때문에 다 틀어졌다.

  • 해약할 거 다 예약했고, 딱히 할 게 없다. 우체국에서 상자 하나 사서 EMS 보내는 것 정도가 직접 할 일인데 이것도 24일 쯤에나 하면 될 것 같고. 그 때 우체국에 가서 우표 산 뒤 미리 준비했다가 오사카 항에서 배 타기 전에 USIM 부치면 땡이다. 집에서 미리 짐이나 싸놓고 빈둥거리는 게 최선이긴 한데, 너무 답답하다.

  • 원래는 오늘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뮝기적거리다 늦어버렸다. 카나자와에서 시부사와 근처까지 가는 계획만 없었더라면 아침에 출발했을텐데, 급하게 저렇게 움직일 계획을 세우다 보니 경로를 자세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 내일 출발하는 걸로 미뤘다.

  • 오늘도 딱히 할 일이 없다. 13시 넘으면 슬렁슬렁 텐노지 공원에나 다녀올까 싶다. 최근 집에만 있다가 답답하면 빠른 걸음으로 휙~ 다녀온다. 공원에서 공 차는 사람들, 잔디에 누워 있는 사람들을 보면 코로나 19는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일본 정부의 거짓말 덕분인지 사람들이 별로 걱정 안 하는 것 같다.

  • 2년을 예상했지만 1년 6개월만에 끝난 유학. 이 서브 블로그에 글이 올라오는 것도 며칠 뒤면 끝나게 된다. 한국에 돌아가면 메인 블로그 위주로 포스팅하고, 여기 있는 글은 추억을 되새김질 할 때나 읽게 될테니까.
    혹시라도 일본어가 더 늘면 한글로 쓴 일기를 일본어로 번역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한데, 가능할지 의문이다. 의욕이 앞서긴 하는데 포기는 그보다 저~ 만치 앞을 달려가는 사람이라서. -ㅅ-



  • 하루종일 집에만 있자니 너무 답답하다. 텐노지 공원까지 산책이나 다녀와야지. 해가 쨍쨍하니 그냥 보내기가 아쉽네. 물에 녹는 투명한 비닐 같은 데 들어있는 세제를 쓰고 있는데 네 개 남았었거든. 일본 떠나기 전까지 쓸 수 있을까 생각해봤더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부족할 것 같더라고. 편의점에 가서 액체 세제 하나 사들고 왔는데, 그러고 나서부터 정작 빨래 할 일이 없어. -_ㅡ;;;
    세제도 쓸 겸 해서 빨랫감이 거의 없지만 억지로 세탁기 돌린다. 빨래 널면 16시 30분 쯤 될 것 같고. 텐노지 공원까지 어슬렁거리고 산책 갔다가, 큐즈몰 도큐핸즈에 들러 방향제 좀 사들고 와야겠다. 찾아보면 한국에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 없는 방향제가 맘에 들어버려가지고. (찾아보니 없네. 같은 향의 제품은 있는데 똑같은 제품은 없다. 몇 개 사둬야지. ㅋ)

  • KFC 들러 코울슬로만 사들고 올까나? -ㅅ-



  • 학기가 끝나고 돌아갈 때까지 꽤나 긴 시간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음에도 시간은 잘도 간다. 이제 돌아가는 날까지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 ← 이렇게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뭔가 아련해져서 근처의 모든 것을 사진으로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걸어서 텐노지 일대를 한 바퀴 돌고 왔다. 항상 텐노지 공원만 한 바퀴 돌고 오곤 했는데 오늘은 텐노지 동물원을 지나 신세카이까지 갔다 왔다. 마사미 님과 통화하면서 걸어다녔더니 먼 것 같지도 않더라.

  • 텐노지 공원에는 젊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아무 것도 깔지 않고 잔디 위에 그냥 털푸덕 주저 앉아 비누 방울 불면서 놀고 있다. 풋살 하는 사람들도 있고. 유행성 출혈열이나 코로나에 대한 걱정은 1도 없어 보인다. 마사미 님에게 한국에서는 쥐 똥 때문에 잔디 위에 그냥 앉는 것을 주의한다고 했더니 놀라시더라.

  • 코로나 19의 여파 때문인지 텐노지 동물원도 쉬는 것 같고, 오사카 시립 미술관 역시 2월 29일 이후로 문을 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학교로부터 받은 이런저런 관광지 무료 입장의 혜택은 결국 다 써보지 못하고 돌아가게 되는가보다.

  • 큐즈몰에 들러 도큐핸즈에 갔다. 종이 방향제를 여섯 개 사고, 슈퍼 마켓에 들러 과자를 샀다. 그리고 나서 KFC에 가는데... 치킨을 사려고 보니 여기에서 치킨을 사버리면 결국 오늘 본격적으로 마신다는 얘기고, 그렇게 되면 내일 여행 가는 건 물 건너 간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래서 코울슬로만 M 사이즈로 세 개 달라고 했는데 두 개 밖에 없다네? 그래서 작은 거 두 개, 중간 거 두 개 사들고 왔다.

  • 종종종종 걸어서 집으로 오다가 간만에 코크-온 어플로 콜라 하나 샀다. 한국에서 코크 플레이로 자판기 이용하게 될까?

  • 결국 오늘도 청춘 18 티켓을 못 샀다. 집에서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티켓을 사는 걸로 마음을 정한 상태였는데, 지금은 또 마음이 바뀌어 안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이런 시기에, 여행 가는 게 맞는 건가 싶다. 교토로 가는 하루카를 보니 안이 텅텅 비어 있더라. 신세카이에는 관광객이 꽤나 많아 보였지만 외국인보다 내국인이 많이 보였다.

  • 코마츠와 카나자와에 가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니 교토나 나라에 다녀오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와카야마에도 간 적 없으니 당일 치기로 다녀와볼까 싶기도 하고. 그냥 집에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건 우유부단의 문제가 아니다. 후회라는 걸 하는 이유는 뭔가를 했기 때문이고, 결국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해결책이 된다. 그런 이유로 여행을 무척 망설이고 있는 거다.

  • 참 소중한 시기인데... 뭘 해야 할지 이렇게 망설이며 보내다니. 아무튼 코마츠와 카나자와는 무리. 내일 교토에라도 다녀와야겠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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