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장일기

2020년 03월 19일 목요일 맑음 (ゴロゴロするのも大変)

by 스틸러스 2020. 3. 19.
반응형
  • 이번 달은 어째 날씨도 그렇고, 영 엉망이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은 안 오고, 안 올 것 같은 날은 오고. 일기 예보 어플에서 비 올 확률이 10%라고 했는데 왕눈이 눈깔만한 빗방울이 떨어지지를 않나, 비 올 확률 60%라는데 시퍼런 하늘에 흰 구름만 동동 떠가지를 않나.

  • 오사카 쪽은 며칠 내내 강풍 주의보인데 한국은 오늘이라더라. 대전 쪽은 지붕도 뜯겨 나가고 그랬다는데, 아무튼 바람이 강하긴 오질라게 강하다.

  •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도 지친다. 시간 때울 거리가 없다. 오죽하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뭐, 정작 책을 펴면 5분도 안 되어 집어 던지게 되지만.

  • 일단 넷플릭스 이야기부터. 태블릿과 손전화 두 대에 어플을 다 깔아놨지만 화면 크기가 있으니 거의 대부분 태블릿으로 본다. 그냥 접속하면 일본으로 지역 인식을 하기 때문에 뜨는 영화가 한국과 다르다. 게다가 한글 자막도 볼 수 없고. 그래서 VPN으로 우회 접속을 한다. 그러면 가타가나로 뜨던 영화 제목도 한글로 뜨고, 자막도 한글로 잘 나온다. 안 나오던 지브리 작품들도 리스트에 올라오고. 문제는 인터넷 속도.

  • 일단 일본의 인터넷 인프라 자체가 우리나라보다 안 좋다. 이건 뭐, 우리나라 쪽이 말도 안 되게 훌륭한 편이라는 게 맞는 얘기지만 아무튼 일본은 오질라게 느리다. 그 중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인터넷은 정말 형편없이 느리다. 속도 측정 사이트에서 업로드, 다운로드 속도를 확인해보면 업로드는 60~100 Mbps 정도 나오는 것 같다, 꾸준히. 하지만 정작 중요한 다운로드 속도는 들쭉날쭉이다. 심할 경우에는 유선 인터넷이 3 Mbps 밖에 안 나오기도 하고, 공유기를 리셋하거나 껐다 켜도 40 Mbps가 채 안 나온다.
    유선이 저런 상태니까 Wi-Fi는 훨씬 심하다. 일단 기본 공유기 설정에 접속 제한이 걸려 있다. 세 대까지만 허용해놓은 것 같다. 이건 내가 설정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고심하다 한국에서 가지고 왔던 공유기를 물려 Wi-Fi를 두 개 띄웠는데 그렇게 하니까 해결이 되더라고. 그래서 한동안 잘 썼는데, 얼마 전부터 그마저도 막혔다. 그래서 소니 태블릿은 아예 못 쓰는 중.

  • 오사카 항에서 출항, 부산 항까지 가는 배는 열여덟 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배 안에서 Wi-Fi는 안 된다 하고. 시간을 보내야 할 거리가 필요하다. 넷플릭스의 영상을 다운로드 받아두려 했는데 다운로드 속도가 형편 없으니 1.5 GB 짜리 영화 한 편에 반나절이 걸린다. 무선 인터넷 속도 자체도 느린데 VPN까지 사용하니 더 그런 듯.

  • 결국 어제 낮 동안 달랑 『 스파이더 맨: 파 프롬 홈 』 한 편 받았다. 한참을 붙잡고 끙끙거리다가 새벽녘에 속도가 좀 나오기에 폭풍 다운! 지브리 작품 몇 개 받고, 『 응답하라, 1988 』 전 편 다운로드 받는 중이다. 배 안에서 덜 심심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배 타기 전에 VPN 켜서 한국으로 인식시킨 상태에서 어플 끄지 않고 타야 한다. 혹시라도 어플 꺼지면 골치 아파진다. 한국 계정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다운로드 받은 영상은 일본 계정으로 인식되어 버리면 재생이 안 되더라고.

  • 뭐, 넷플릭스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그러고보니 제대하고 학원에서 일할 때에도 그렇고 20대에는 CSI를 비롯한 각종 미국 드라마를 몰아서 보곤 했는데(아직도 수백 장의 CD가 어딘가에 있을 거다. -ㅅ-) 대체 어떻게 봤나 싶다. 지금은 에피소드 한 편만 봐도 피곤한데.

  •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닌텐도 스위치 샀을 걸 그랬다고 후회한다. 지금이라도 살까 싶다가도 곧 신형 나온다는데 가격 올랐을 때 살 이유가 있나 싶어 포기하게 된다. 저렴한 라이트를 살까 하다가도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건 『 스플레툰 2 』 인지라 그것도 망설여진다. 내일이 핑크 발매일인데, 일단 비쿠 카메라 한 번 가볼까 싶기는 하다.

  • 『 골목 식당 』에서 인기를 얻었던 원주의 팥죽 가게. 주인 할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방송 클립을 봤다. 백종원 대표 말대로, 참 거지 같네. 실제로 어떤 분인지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방송 이미지는 참 좋은 분이잖아. 설령 그게 가공된 것이라 해도 대놓고 빌런 짓 하는 것들도 많으니 일단은 좋은 분이라 판단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들 잃고, 아들내미 가게는 불 나서 날아가고, 그 와중에 잘 풀리나 했더니 암이라니. 에휴...

  • 한 때 '카오스 이론' 이라 부르며 신봉했던 것이 있더랬다.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카오스 이론이라 부르곤 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안다. 아마도 여기저기에서 주워 들은 게 머리 속에서 섞인 모양이지. 아무튼, 그 내용이 뭐냐면. 인생에서 +와 -가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0이 된다는 거다.

  • 수백 억을 가진 재벌이라 해도 죽으면 땡 아니겠는가. 돈 많은 부자가 죽었다고 해서 죽고 난 후 행복을 느끼지는 않을테니까.

  •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길 가다 500원을 주웠다고 하자. 그 500원은 예~ 전에 내가 잃어버렸던 500원일 수도 있고, 앞으로 잃어버릴 500원일 수도 있다. 결국 인생의 마지막에 따져보면 0원이 되는 거다.
    내가 여자 친구 몰래 바람을 피웠다고 하자. 내가 과거에 만났던 여자 친구가 나 몰래 바람을 피웠을 수도 있고, 내가 앞으로 만날 여자 친구가 바람을 피울 수도 있는 거다. 결국 또이또이. 뭐, 그런 개똥 같은 이론이다.

  • 한 때 절대라고 할 만큼 믿었고, 사실은 지금도 조금은 믿고 있다. 아무튼. 저 이론대로라면 좋은 사람들이 고난을 겪는 건, 과거에 저지른 잘못 때문일 수도 있고, 앞으로 저지를 잘못 때문일 수도 있는 거다. 반대로 생각하면 과거에 즐거웠던, 행복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반대 급부로 불행한 일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지금 좋은 일이 있거나 즐거운 일이 있다고 해서 마냥 그게 이어질 거라 생각하고 건방 떨면 안 된다는 거다.

  • 뭔 소리하다 이렇게 됐나? 뭐, 아무튼. 사람 일이라는 게 참... 자기가 의도한대로 안 굴러 간다. 앞 일을 미리 알면 무슨 재미냐는 노래 가사도 있지만, 미리 알면 싫은 일은 피해갈 수 있으니까 나름 즐겁지 않을까?

  • 오카야마에는 꼭 들리고 싶은데, 나는 대중 교통이 아니면 이동할 방법이 없으니 걱정이 된다. 마사미 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가겠다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에휴...

  • 일본 국민들은 아베 정부의 대처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단다. 정말 그럴까? 기를 쓰고 감추는 게? 하긴 그렇게 살아온 과거가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을까? 싶기도 하지만서도. 아무튼, 내가 조심한다고 100% 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언제, 어디에서 전염될지 모르니까.

  • 돌아가기 전에 S쨩, M쨩과는 간단하게라도 일 잔 더 했음 싶었고, Hさん이랑 Lさん과도 한 잔 마셨음 했는데, 아무래도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위기도 그렇고, 남은 시간도 그렇고. 뭐, 인연이 있으면 어디서든 다시 보겠지.

  • 6월까지 개별 소비세 감면이라고 했는데 저 때까지 차가 나올랑가 싶다. 세금 감면 폭이 꽤 커서 저 때까지 받아야 할텐데. 대기 번호가 20번대라서 금방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다행인 건 가장 인기 있는 색상이 아니라는 거지만, 그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더라.
    아무튼, 예상한대로 흘러가면 한국에 돌아가 바로 일하게 될텐데 차가 없으면 다니기 어렵다더라. 월 단위로 계약하는 렌트 카를 이용해야겠다 싶은데 쏘카가 조금 쌀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알 수 없으니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확인해봐야지.

  • 차 나와서 쉬는 날 여기저기 뽈뽈거리고 싸돌아다닐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하루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 돌아가는 것과 관련해서, 배 표 값은 이미 냈고 홈페이지에도 낸 걸로 뜨는데 희한하게 예약 확인 메인 페이지에서는 미납이라고 나온다. 예약 번호를 눌러 세부 정보를 보면 돈 낸 걸로 나오는데 말이다. 예약 확인증 인쇄도 되고. 혹시나 해서 전화해볼까 하다가 일단 좀 알아보자 싶어 검색을 했더니... 내 걱정과는 달리 배 표는 여유가 있어도 엄청나게 있는 편인 것 같다.

  • 비행기 표가 없어지는 바람에 죄다 배로 몰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일단 일본에서 한국으로 배를 타고 가는 관광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오사카 → 부산' 배 편의 경우 일본인은 거의 없다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서 500명 넘게 타는 배에 달랑 한 명 타기도 했단다. ㄷㄷㄷ

  • 한 달에 2억 가까이 적자라는데 운항을 계속하겠다고 발표한 사장님. 클라스 보소. 관련 기사는 여기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9748353

  • 인터넷으로 예약은 했는데, 운항이 취소될 수도 있었던 환경이었나보다.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긴, 500명 태우는 배에 달랑 한 명 타면 그게 무슨...
    아무튼, 공지(http://www.panstar.co.kr/m/customer/notice_view.php?idx=345)를 보니까 내가 타고 나가는 날까지는 정상 운항이다. 정기 점검이 밀려 있었는데 저 날 이후로 점검을 받는다고 하네. 배 표 떨어질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 며칠 내내 바람이 엄청 강해서 오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바람이 거의 안 분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은 그나마 좀 빨리 움직이는 것 같지만 체감하는 바람은 거의 없는 편. 햇볕이 너무 좋다. 이런 날 방구석에서 뒹굴거리고 있다니.

  • 전자 레인지를 팔아버리는 바람에 즉석 밥도 먹을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려 만날 라면만 먹고 있다. 오늘도 아침에 한국 마트에서 사들고 온 냉면 먹고, 그걸로 부족할 것 같아 컵라면 하나 더 먹고. 커피 마시고. 예~ 전에 샀던 계란의 유통 기한이 오늘까지기에 죄다 삶고. 저녁은 저걸로 때우면 되겠다.

  • 아... 날씨가 너무 좋은데. 슬렁슬렁 신세카이까지 걸어갔다 올까나? 밀폐된 곳이 아니면 괜찮다고 하는 것 같으니까. 그냥 일찌감치 술이나 마시고 퍼질러 잘까? 마사미 님이 주신 사케 마실까 싶다. 그나저나... 한국 왔다갔다 하면서 산 술이 문제네. 저거 가지고 갈 수도 없고, 부칠 수도 없는데 말이다. 아, 선생님께 선물로 드릴까? 그게 나으려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