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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잡다

일본 가서 우동 먹고 온다는 된장×처럼 호다닥 다녀온 한국

by 스틸러스 2019.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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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다 쓰고 마무리하려 했는데, 글이 길어지다보니 쓰다가 지쳐서... 대충 써갈겨 놓고 수정하겠습니다요. 대개 이렇게 말만 하고 수정 안 하는 게 대부분인데 워낙 성급하게 막 휘갈긴 글이라서 손을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요. 시간 날때마다 손 봐서 읽을만한 글로 만들어놓겠습니다요.



【 프롤로그 】

한국에 다녀왔다. 금요일 오후에 가서 일요일 오후에 돌아왔는데 한국에 머문 시간을 따져보니 48시간이 채 안 된다. 뭔가 굉장한 용무가 있어서 간 건 아니고, 치과 치료 때문에.

지난 해 5월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금방 끝날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은 했다. 군것질 좋아하고 양치 귀찮아하며 살아온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그걸 한, 두 달만에 복구(?)할 수 있다 생각하는 건 현실 감각이 지독하게 결여된 거지. 하지만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다. 일본 유학을 온 이후까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지난 해 12월에 병원 갔을 때 5월 18일이랑 6월 1일에 오라고 하기에 두 번이면 치료가 다 끝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당장 6월에만 두 번, 7월에도 두 번은 와야 한단다. 그게 끝이 아닌 것 같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도 최소한 여섯 번 정도는 가야 할 것 같은데 한 번 갈 때 드는 비행기 표 값만 해도 대략 20만원 정도다. 여섯 번이면 120만원. 거기에다 숙소, 교통,... 돈이 엄청 깨진다. 환장하겠다. 미리 치료비 다 내버려서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고 사정을 말했지만 하루에 우르르~ 몰아서 치료할 수 없는 상태라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도 나가고 K 리그도 치러야 하고 FA컵 경기도 해야 해서 3일에 한 경기씩, 열흘 동안 세 경기를 해야 하는데 왔다갔다 이동하기 번거롭고 그러니까 월, 화, 수요일에 몰아서 세 번 경기하면 안 되냐고 했다가 미친 놈 소리 듣는 거나 마찬가지 상황인 거다.


아무튼, 지난 해 12월에 병원 일정이 잡혔으니까 미리 비행기 표도 끊어 놓고, 숙소도 잡아 놓고 그랬다. 모란 쪽 숙소는 엄청 꾸지리한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비싸지기에 근처에 다른 데 없나 알아보다가 결국 수원으로 잡았다. 참고로 모란과 수진 사이에 널리고 널린 모텔에서 자는 분들, 커피 포트 한 번씩 꼭 확인하시기를. 커피 포트로 양말 삶는 미친 ×이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 출  발 】

월요일에 미리 결석계를 제출했다. 피 같은 100% 출석이 깨져버리니 마음이 허~ 하다(실은 5월 7일에 술 처먹고 8일에 수업 다 째서 이미 100%는 깨어진 상태다. -_ㅡ;;;). 역시 나에게 개근 따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인가보다. 지금까지 그 어떤 학교에서도 개근한 적이 없다. 제기랄.

1교시 끝나니까 미사키 선생님이 오후 수업은 째냐고 물어본다. 모토조노 선생님이랑 담임 선생님한테만 말했는데, 역시 교무실에서 죄다 공유되는 모양이다. 더구나 미사키 선생님은 담인인 후쿠다 선생님의 절친이니까.

오전 수업까지 듣고 점심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대충 시간을 계산해보니 4교시 수업까지는 들어도 될 것 같긴 한데 그렇게 하려면 학교에서 역으로 곧장 이동해야 한다. 점심 시간에 집에서 옷 갈아입고 캐리어 질질 끌고 학교에 갈까 하다가 한 시간 더 들어서 뭐하겠냐 싶어 그냥 4, 5교시 다 쨌다.

구글 지도로 검색하니 12시 55분에 열차가 있는 걸로 나온다. 그런데 집에서 라면 먹고 나오느라 좀 늦었다. 성급하게 걷다보니 등으로 땀이 줄~ 줄~ 흐른다. 맘 같아서는 욕조에 데오드란트 채워놓고 밖에 나갈 때마다 한 번씩 담궜다 나왔음 좋겠다. 이 놈에 몸뚱이는 화력 발전소도 아닌데 왜 이리 열이 많은지. 남들 춥다고 난리인데 혼자 땀 흘리고 자빠졌지, 정수리에서는 초고온 핵발전 중이라 심어진 검은 잔디는 다 날아가고. ㅽ



걸어가면서 다시 검색해보니 12시 55분 이후에도 열차가 있다. 하긴. 텐노지가 나름 교통의 요지인데 한 시간에 한 대만 다닐 리가 없지. 걷는 속도를 줄였지만 이미 마음의 문을 활짝 연 땀구멍은 체온 조절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땀구멍에서는 땀이 뿜뿜뿜, 내 주둥이에서는 욕이 ㅽ ㅽ ㅽ. -ㅅ-

조만간 지구를 정복할 게 틀림없는 구글의 지도가 몇 번 플랫폼에서 타는지까지 알려줬기 때문에 곧장 그 쪽으로 갔다. 열차가 멈춰 있다. 어라? 지금 56분인데? 지연인가? 일단 올라탔다. 조금 여유가 있으니까 만약 잘못 탔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열차 안에는 이어 붙이면 롤러 코스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캐리어를 가진 사람들이 잔뜩 있어 마음이 좀 놓이기는 했다.

열차 안에서 넷플릭스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간사이 공항 역에 도착하니 14시도 안 됐다. 비행기 출발까지는 두 시간 넘게 남았다.


일찌감치 수속하자 싶어 체크인하러 갔더니 14시 15분부터 수속 시작한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10분이 되니 직원들이 와서 발권하기 시작. 거의 비어 있는 캐리어를 위탁 수하물로 맡겼는데 7㎏ 넘는 걸로 나온다. 안에는 갈아입을 옷과 컵라면 정도가 고작인데. '돌아올 때에는 100% 15㎏ 초과하겠고나.' 하는 생각을 했다.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 일찌감치 탑승구 앞으로 이동. 의자에 앉아 자다가 흔들려서 깼다. 반대 쪽에 앉아 있는 ㄴ이 등으로 의자 등받이를 쳐서 의자가 흔들린 거다. 한, 두 번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몇 번인지 셀 수도 없다. 발로 확 걷어 차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뒤 쪽에는 신발 벗은 ㄴ이 반대쪽, 그러니까 내 쪽 의자에 발 올려 놓고 있더라. 그저 저 편하면 남들 피해 따위는 신경도 안 쓰지. 젊은 ㄴ이나 늙은 ㄴ이나. 못 배워 처먹은 바가지들이 밖에서도 똥물을 질질질 흘리고 다닌다.



【 도  착 】

비행기 안에서도 졸려서 숨질 뻔 했다. 찔끔 찔끔 졸다가 깨고, 또 졸다가 깨고. 비행기는 제 시각에 도착했지만 지상에서만 10분 넘게 이동한다.

자리도 앞 쪽이고, 복도 쪽인데다 들고 간 짐이 없어서 빨리 내릴 수 있었다. 입국 심사하는 곳까지 걸어가면서 손전화부터 살렸다. 앱을 이용해서 장기 정지 풀까 하다가 이틀 후부터 다시 장기 정지해달라고 해야 하니까 그냥 114 눌러 전화를 했다. 정지 푸는 거야 당연히 되겠지만 다시 장기 정지 거는 건 안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바로 메일을 보내주면 처리해주겠다고 한다. 미리 준비해 간 비자 사진과 항공권 갈무리한 걸 보내주고 장기 정지 예약하는 것까지 마쳤다. 그리고 위탁 수하물 기다리는 동안 숙소에 전화해서 자정에나 체크인 하게 될 것 같다고 이야기 해뒀다.


    

미세 먼지를 보니 한국에 오긴 왔고나. -_ㅡ;;;


지난 겨울 방학 이후 5개월 만에 한국 땅 밟는 거지만 감회가 남 다르다거나 그런 건 없다. 그냥 별 생각이 없다. 공항 밖으로 나가 수원까지 가는 버스 표를 사려고 했더니 19시 버스는 매진. 다음 버스가 19시 20분인데 한 자리 남았다. 잽싸게 예약하려고 했는데 분명 한 자리 남았다고 했으면서 좌석 선택이 안 된다. 에? 설마?

아니나 다를까, 그 잠깐 사이에 누가 먼저 예약해버려서 20분 버스마저 매진되어 버렸다. ㅽ   다음 버스는 19시 40분인데, 50분만에 수원에 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왜 수원에 20시 30분까지 가려 하냐고?

20시 30분에 수원 CGV의 IMAX에서 『 어벤져스: 엔드 게임 』 보려고 예약해놨거든. 하지만 버스로는 절대 그 때까지 못 간다. 지하철을 알아보니 두 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나온다. 환장하겠네.


결국 어쩔 수 없이 영화 표는 취소했다. ㅽㅽ   『 트랜스포머 2 』 보고 질질 짜고 나온 나인데. 어지간한 마블 팬들은 다 울고 나왔다는 걸 보면 나는 100% 울 수 있는데. (응?)

이렇게 된 거, 서울 역으로 가서 환전이나 한 뒤에 숙소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천 공항에서 서울 역까지 가는 직통 열차가 있기에 타려고 보니 교통 카드로 못 타는 모양이네? 항공기 편명 입력하면 할인 된다고 해서 8,000원 주고 직통 열차 표를 끊었다.


    

기다리는 동안 모바일 속도 측정을 해봤다. 응? 으응? 에에에? 450Mbps가 넘는다고?

└ 이거 제대로 된 거 맞나? 나 5G 아닌데. LTE 쓰는데. 손전화도, 이동전화 상품도.


처음 타봤는데, 엄청 좋더만. 순식간에 서울 역까지 간다. 어영부영 발길 닿는대로 갔더니 국민은행 환전 센터가 바로 보인다. 럭키~ 이용하거나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서 번호표 뽑자마자 내 차례다. 내국인은 하루에 500만원이 환전 한도인데, 혹~ 시나 했지만 역시나 봐주고 어쩌고 하는 건 없었다. 환율이 오질라게 올라서 500만원 환전하니까 45만円 밖에 안 된다. 제기랄...




환전하고 나니 달리 할 게 없다. 바로 1호선을 타고 수원으로 향했다. 수원으로 가는 사람이 많을텐데 죄다 천안, 병점으로 표기해놔서 헷갈리긴 하더라.


맨 앞 열차에 탔는데 타자마자 빈 자리가 보인다. 얼씨구나~ 하고 앉으려고 보니 임산부 보호석. 오~ 비어 있는 거 엄청 오랜만에 보는 거 같은데? 당연히 앉지 않고 옆에 서서 갔다. 나 말고도 서서 가는 사람이 꽤 있었지만 누구도 임산부 보호석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이야~ 우리나라도 제법인데?' 라 생각하는 순간... 아줌마가 와서 앉아 버린다. 그래도 눈치가 보였는지 맞은 편에 빈 자리가 생기니까 잽싸게 옮겨 앉는다. 그렇게 비워져서 가는가 했는데 바로 젊은 처자가 와서 앉아 버리네.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하여간.

임산부 보호석은 비워 놓는 게 맞다. 왜 멀쩡한 자리 비워 놓냐고? 오면 비켜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임산부가 거기 앉으려고 했는데 누가 앉아 있으면 어떻게 해야 되겠냐? 임산부인데 자리 좀 양보해달라고 해야 하지 않겠냐? 그런 얘기 하는 걸 껄끄러워 하는 사람이면? 말 못 하고 서서 가겠지. 그러니까 언제든 앉을 수 있게 비워둬야 하는 거다. 임신이 벼슬이냐고? 출산율이 형편없는 요즘 세상에서는 벼슬 맞다. 임산부가 오면 비켜주겠다는 둥, 임산부인 척 하는 여자도 있다는 둥, 개소리 작작하고 그냥 좀 비워놔라. 쯧.


수원 역에 도착했고 분당선으로 갈아 타서 수원시청 역까지 갔다. 달랑 두 정거장인데 사람들이 많더라. 젊은 애들이 유난히 많아 보였는데, 예전에는 '쟤들이나 나나...' 라 생각했다면, 이제는 확실히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 이라고 느껴진다. 아저씨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ㅽ

그냥 딱 봐도 중학생, 절대로 고등학생은 아니라는 확신이 드는 여자 애들 세 명이 내 앞에 서 있었는데 '어제 술 마셨지?' 뭐, 이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더라. 그렇게 일찌감치부터 어른 흉내 내지 않아도 술, 담배, 화장,... 하기 싫어도 해야 되는 상황이 수두룩 할텐데.


아무튼.

일본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한 빤쓰와 책이 있는데 숙소 근처의 편의점으로 보내놨다. 그래서 편의점으로 택배를 찾으러 갔다. 찾는 과정에서 주문 여부나 본인 확인 같은 거 할까봐 주문한 쇼핑몰 고객 센터에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랬는데, 아~ 무 확인도 안 하고 그 내어주더라. 시스템이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거니까. 사람이 제대로 안 하면 어떤 시스템이라도 구멍이 나기 마련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은하영웅전설에 나오는 얘기다. ㅋ).




숙소에 가면서 쵸큼 놀랐다. 모텔 촌이다. 수원시청 바로 앞인데, 완전 유흥가다. 거기에다 호텔이라 되어 있던 숙소는 그냥 모텔 수준이었다. 에휴.

이름만 호텔이고 여기어때 모텔보다 못한 시설이다. 모텔 리모델링하면서 호텔이라 이름 붙여 장사하는 게 아닐까 싶더라. 유리에 주먹만한 구멍 내놓고 빼꼼~ 히 사람 쳐다보는 모텔과 달리 유니폼 입은 직원이 딱 앉아 있는 프론트였지만, 내부의 다기능 리모컨도, 세면도구 담긴 지퍼백도, 침구도, 다 모텔의 그것과 같았다.


비행기 타러 공항에 가기 전에 라면 먹은 거 말고는 아무 것도 먹은 게 없어서 배가 엄청 고팠다. 교촌 레드 콤보가 엄청나게 먹고 싶었기에 그걸 주문하려고 했는데, 맥주를 안 판다. 힘들어 숨질 거 같은데 맥주 사러 나가는 것도 귀찮고. 한 잔 안 하기는 아쉽고. 그러다가 찜/탕 메뉴가 눈에 들어와 눌러 봤더니 김치찜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거다!


메뉴에 맥주 없다는 이유로 다른 거 찾아놓고 정작 김치찜은 보는 순간 눈이 돌아가서 맥주고 나발이고 없어도 그냥 주문해버렸다. 한숨 돌리고 있자니 이내 음식이 배달되어 왔다. 텔레비전 보면서 신나게 먹기 시작. 간만에 먹어서 그런지 말도 못하게 맛있다. 어느 정도 먹다보니 배가 빵빵하게 차오른다. 좀 쉬어야겠다 싶어 침대에 드러누웠는데 배가 터질 것 같다.

많이 먹는 걸로 유명한 일본의 유튜버 키노시타 유우카의 내장을 엑스레이로 촬영한 적이 있는데 음식이 들어가면서 위가 커져서 다른 장기들을 막 밀어내더라고. 내가 딱 그 꼴이었다. 얼마나 먹었는지 조금만 움직이면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하지만 한 30분 쉬다가 배가 좀 꺼진 것 같아 또 먹었다. 그리고 이내 또 배가 터질 것 같아 침대에 퍼져 버렸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간만에 에어컨 켜놓고 이불 덮고 있으니 뭔가 행복하다.



【 그다음날 】

다섯 시에 깼다. 스마트 폰 붙잡고 한 시간 넘게 빈둥거리다가 다시 잤다. 눈 뜨니 여덟 시. 슬슬 준비해서 나가야 한다. 호다닥 씻고 밖으로 나가 지하철을 타고 양재까지 갔다. 조금 늦을 것 같아 양재에서 택시를 타려고 했다. 빈 택시가 아닌데 내 앞에 서기에 뭔 일인가 했더니 거기에 내리는 손님이었다. 바로 그 택시에 탔다. 기사님 땡 잡았네.

보통은 병원에서 몇 시 진료라고 메시지도 오고 그러는데 외국에 있다 보니 문자가 안 들어온다. 장기 정지 기간 동안 들어온 문자가 몰려들어오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래서 정확한 예약 시간을 몰랐지만 열 시일 거라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서 갔다.

분명 석이라 발음했는데 턱이요? 턱? 이라고 되묻는다. 발음이 그 정도로 엉망진창인가? 병원을 모르는 것 같아 도산 사거리라고 했는데 나중에 내비게이션 찍고 출발하시더라.

택시 타고 병원까지 가서 치료를 받고, 6월에만 두 번, 7월에도 두 번 와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해외 사는데 어떻게 좀 안 되겠냐고 징징거리다가 밖으로 나왔다. 약국에 들러 약을 사고, 지하철을 타고 서울 역으로 갔다.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집회랍시고 개질알을 떨고 있더라. 다 뒈져버렸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나쳤다. 어제 갔던 곳으로 가서 추가로 환전을 하고, 다시 수원에 가려고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서울 역이면 기차를 타도 되겠다 싶은 거라.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게 새마을호였기에 호다닥 예매를 하고 잠시 후 열차에 올라탔다.


앉아서 졸다가 수원에 도착. 수원시청 옆의 집더하기에 가서 이것저것 장을 봤다. 맘 같아서는 이것도 사들고 가고프고 저것도 사들고 가고픈데 차도 없고 캐리어 무게도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최대한 줄이고 줄인다고 샀는데도 10만원 가까이 나왔다.

차가 없으니 들고 갈 일이 걱정. 재활용 봉투 달라고 해서 거기에 꾸역꾸역 담았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봉다리 들고 땀 뻘뻘 흘리며 숙소로 가고 있는데 길가에 주차된 차들로 좁아터진 길을, 흰 색 K5 한 대가 미친 듯 달려온다. 제 정신인가? 싶더라. 길을 건너야 하는데 아직은 멀찌감치에서 달려오고 있었기에 나 때문에 브레이크 밟을 일은 없겠다 싶어 길을 건넜더니 발끈! 했는지 내 쪽으로 휙! 꺾어 위협 운전을 하고 지나간다. 길가의 차들 때문에 상당히 거리가 있어서 전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뭐 저런 ㅽㅺ가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쫓아가서 차 세우고 질알 염병을 했을 건데, 그냥 어딘가에서 사고로 고통스러워 하다 뒈지길 바라며 지나갔다. 저런 것들은 하루라도 빨리 혼자 뒈져주는 게 사회 공헌하는 거다.


여러 번 썼지만 옥탄의 원소 기호는 C8H18



숙소에 사들고 간 걸 던져놓고, 누나들 주려고 가지고 간 컵라면이랑 커피 챙겨 다시 나갔다. 지하철 타고 야탑에 내려 누나들 만났다. 치킨이랑 맥주 먹으면서 수다 떨고, M 누나랑 국수 먹고 커피 마신 뒤 헤어졌다. 번갯불에 콩 볶는 일정인지라 여기저기 연락할 수 없어 딱 누나들만 만나고 왔다. 형편없는 사회성 때문에 오래 만나는 사람이 없는데 그런 나를 사람 대접해주는 고마운 누나들이다. 아무튼.


다시 지하철 타고 수원으로 돌아갔다.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랑 안주를 조금 샀다. 편순이와 건들건들한 남자 하나가 뭔가 얘기를 하다가 내가 들어가니까 대화가 뚝! 끊긴다. 남자 놈에게서 적의가 느껴진다. 편의점에 물건 사러 들어가는 것도 눈치 봐야 되냐, ㅽ




방금 전까지 엄청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배가 고프다. 마침 콩나물 국밥 가게가 보여서 들어갔다. 마감했다고 할까봐 쫄았는데 다행히 주문을 받더라. 콩나물 비린내 전혀 안 나는 맛있는 국밥이었다. 그러고도 5,000원 밖에 안 한다. 훌륭한 가게다.

숙소로 돌아가 옷 갈아입고 멍 때리고 있다가 잠들고 말았다. 자다가 깨서 시계를 보니 22시. 응? 얼마 안 됐네?   아니었다. 새벽 두 시인데 제대로 못 본 거였다. 사들고 간 맥주는 마시지 않으면 무게 때문에 챙겨가지 않을 게 분명했다. 아까워서 그 새벽에 맥주를 마셨다. 텔레비전 보면서. 그러다보니 시간이 훌쩍 간다.


다시 퍼질러 잤다.



【 마지막날 】

체크 아웃이 열두 시라서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가 짐 싸들고 밖으로 나갔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다행히 밖으로 나갔을 때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있었다. 무거워진 캐리어 때문에 걷는 게 불편하다. 지하철을 타고 수원으로 간 뒤 기차를 타고 서울 역으로 갔다. 서울 역에서 다시 직통 열차를 타 인천 공항에 도착.

캐리어는 예상대로 15㎏를 넘어갔다. 19㎏ 조금 넘던데 초과 무게 1㎏당 만 원이라더라. 4만원 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2㎏ 초과분만 받겠다고 배려해주셨다. 만약 다음에 똑같은 경우가 생겼는데 4만원 달라고 한다면? 예전에는 2만원만 받았는데 지금은 왜 다 받냐고 질알하면 꼰대다. 50% 깎아준 게 고마운 일인 거지, 그게 당연한 일은 아닌 거다. 꼰대가 되지 말자.

짬뽕 생각이 간절했는데 공항에 중국 음식 파는 곳이 있기에 잡채밥 + 짬뽕 세트를 시켰다. 나름 맛있었어. ㅋ   거기에다 어플 할인이 되는 곳이라서 10% 할인 받았다. 뭔가 엄청 크게 이득 본 기분. ㅋㅋㅋ

보안 검사를 받고 나서 주문한 면세품을 찾으러 갔다. 11번 게이트 옆이었는데 탑승구는 36번이라서 한~~~ 참을 걸어 가야 했다. 탑승구 앞에 앉아 멍 때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줄 서기 시작. 창 쪽 자리였기 때문에 나도 줄을 섰다. 늦게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 비집고 앉으려 들면 민폐니까.

자리 잡고 앉아 있다가 또 졸았다. 열심히 졸고 있는데 옆에서 툭툭 치기에 눈을 떠보니 입국 심사 카드를 주더라고.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보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카드를 주려 한다. 재입국이라 안 써도 된다고 했더니 못 알아들었는지 "일본 분이세요?" 하고 다시 물어본다. "아니요. 재입국이라고요." 라고 했다.


그러고나서 다시 졸기 시작. 정신 없이 졸다보니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에도 집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일본 땅을 밟고서도 집에 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이 더 집 같다고 생각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 도  착 】

간사이 공항에서 JR 탔더니 빈 자리가 있더라. 냉큼 앉아 멍 때리고 있다가 텐노지 역에 도착. 캐리어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 무선 인터넷 속도를 보니 일본에 돌아온 걸 알겠고나. -ㅅ-


집에 도착하니 정리할 일이 걱정. 일단 캐리어 뒤집어 안에 들어 있는 것부터 정리하고, 면세품은 선물할 것만 빼놓고 나머지는 내팽개쳤다. 오죽하면 새로 산 태블릿도 사진만 찍고 집어던졌을까.



【 에필로그 】

간만에 한국 갔다 와서 좋았다. 뭔가 어색하고 그런 건 없었다. 김치 찜 먹어서 좋았고, 짬뽕도 좋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가야 한다 생각하면 걱정이 앞 선다. 당장 5월 마지막 날에 또 수업 빠져야 한다.

다음에는 더 늦은 비행기로 수화물 없이 몸만 달랑 갔다가 치료 받고 그 날 바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동 먹으러 일본 갔다가 우동 먹은 뒤 한국 돌아온다는 된장녀 꼴이다. 돈도 없는데, 배 탈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배는 시간도 안 맞는데다가, 싸지도 않다. 그냥 항공사에서 이벤트 할 때 표 사서 최대한 싸게 다녀와야겠다. 피치에서 이벤트하긴 하는데, 주말에 왔다갔다 해야 하니 그닥 싸게 표 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7월에는 인천으로 들어가서 병원 치료 받고, 포항 갔다가 김해에서 비행기 탈까 싶다. 아무튼... 앞으로도 몇~ 번을 더 가야 한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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