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도의 꼰대 】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고모 집은 제대로 얼음골. 컨백션 히터 가지고는 집 안으로 휘몰아치는 냉기에 쨉조차 못 날린다. 하지만 전기 장판은 위대했다. 전기 장판 안 만큼은 괌이다. ㅋㅋㅋ 현실 세계에서는 괌 → 시베리아 직선 거리가 6,400㎞ 이상이지만 고모 집 거실 세계에서는 괌에서 한 뼘만 나가면 시베리아. 따뜻하긴 했지만 이 날도 새벽에 깼다. 시계를 보니 세시 반. 진짜... 지긋지긋하다. 세시 반 무렵 깼다가 다시 잔 역사가 무려 30년이다.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이불 속으로 슬라이딩. 순식간에 시베리아에서 괌으로 이동했다. ㅋ 뒤척거리다 다시 잠들었고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떠서 시계를 봤더니 여덟 시. 거실이 너무 추워서 이불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 난다. 두 시간 넘게 뒹굴거리다가 일단 손전화부터 정지시키자 싶어 고객 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27일 11시 05분 비행기라서 열한시부터 정지해달라고 했더니 자정 기준으로 반영이 된단다. 우리나라 땅에서야 전화 좀 안 터진들 어떠랴 싶긴 한데 그래도 스마트 폰 못 쓰면 심심할 것 같아 27일에서 28일 넘어가는 날 정지해달라 했다. 신분증이랑 비행기 표 사진 보내면 된다고 해서 보내고.
그러고나서 시계를 보니 열한 시가 넘었다. 이제는 진짜 나가야 한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언더 셔츠 위에 패딩만 입은 채 밖으로 나갔다.
실제로 저런 머리카락이 있었으면 좋겠다. ㅠ_ㅠ
은행에 가니 대기하는 사람이 열두 명. 예상 대기 시간은 15분. 앉아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데 저 쪽에서 언성이 높아진다. 뭔가 싶어 봤더니 영감탱이 하나가 왜 이렇게 대기 시간이 기냐고 질알 염병하는 중. 하~ 나이를 똥꾸멍으로 처먹었나. 그렇게 기다리는 게 싫으면 은행 문 열 시간에 맞춰서 온 뒤 번개 같이 번호표 뽑으면 될 것이지. 은행 직원들이 노는 것도 아니고, 계속 일하고 있더만은. 속으로 한심해하고 있는데 잠시 후 또다른 꼰대가 등장했다. 입금이나 출금할 때 한글로 금액을 써야 하는데 '만'을 빼고 썼나보더라고. 여직원이 그거 써달라고 했더니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면서 소리를 빽빽 지른다. 화가 난다기보다 어이가 없다. 저런 미친 것들은 대체 어떻게 사회 생활하는 거지?
젊은 꼰대도 많다고들 하지만 대부분 영감들이 많다. 저런 수컷 꼰대들은 질알하기 전에 상대가 나보다 강한지 약한지부터 파악하기 마련. 대부분 자기보다 약한 것들한테 질알하지만 간혹 쌘 상대에게 덤비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나이를 절대 반지나 타노스의 건틀렛처럼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암컷 꼰대들은 일단 저질러놓고 모른 척 하거나 몰라서 그랬는데 그냥 넘어가자는 식의 적반하장이 대부분이고. 아무튼... 은행에서 수컷 꼰대를 두 마리나 보게 되어 기분이 확 더러워졌다.
【 환전 】
한국 통장에서 일본 통장으로 송금하면 수수료가 엄청나다. 그래서 그냥 円으로 바꿔서 들고 가기로 했다. 학교 수업료도 내야 하고 월세 낼 돈도 있어야 하니 대략 큰 거 한 장 정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하루에 신청할 수 있는 금액은 100만원. 그래서 며칠 전부터 계속 환전 신청을 해왔다. 대략 일고여덟 번 정도 한 것 같다. 확인해보니 정확히는 여덟 번.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여덟 번씩 적어야 했다.
스스로 생각할 때 980원대 찍으면 그 때가 최적이라 생각했는데 야금야금 오르더니 1,000원 밑으로 떨어지지를 않는다. 결국 환전 수수료 80% 우대를 받아도 1,000원 훌쩍 넘는 금액에 바꿔야 했다.
과거에는 환전 우대 쿠폰을 인터넷으로 구해 은행에 가는 게 가장 저렴하게 환전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은행에서 만든 앱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일본 돈의 경우 신한은행의 SOL이 환전 수수료를 최대 90% 까지 해주고 있습니다. 원래는 국민은행의 LiiV 도 90% 까지 해줬는데 2018년부터 달러만 90%, 円화는 80%입니다. SOL은 오늘 환전 신청하고 오늘 찾는 건 안 됩니다. LiiV는 됩니다.
LiiV는 하루 100만원이라는 한도가 있습니다. 만약 1,000만원을 바꿔야 한다면 열흘 동안 날마다 100만원씩 환전 신청한 뒤 같은 날 찾는 방식으로 한꺼번에 찾으면 됩니다. 단, 그렇게 할 경우 창구에서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열 번 적어서 내야 합니다.
환전한 돈을 받은 뒤 궁금한 걸 물어보려는데 은행 직원이 볼 일 다 봤으면 가라는 식으로 등 떠미는 기분.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내색하지 않고 궁금한 걸 물어봤다. 첫번째는 '다음 귀국이 5개월 뒤 정도가 될텐데 그 때까지 통장 정리 안 해도 문제가 없느냐' 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통장 정리 안 하면 거래가 막혔었거든. 다행히 요즘은 그런 게 없단다. 두번째는 '왜 신용카드로는 해외에서 출금이 안 되냐' 는 것. 원래 그렇단다. -_ㅡ;;; 내가 볼 때에는 은행에서 전산으로 뭔가 처리하면 신용카드로도 외국에서 현금 인출이 가능하지 않을까(통장 현금 인출 겸용으로 쓰고 있었으니까) 싶은데... 아니란다.
1일 인출 한도는 얼마로 되어 있냐고 물어보니까 600만원이란다. 그래서 9월에는 10만円 인출했는데 11월에는 한도 초과라 뜨면서 안 되더라는 얘기를 했더니 잘 모르겠다네. 혹시 환율 때문에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한다. 별로 정성들여 답변해주는 것 같지 않아서 감사하다고 대충 인사하고 나왔다. 꼰대, 진상들 많이 상대하다보니 까칠해지신 건가. 친절하다던가 내가 궁금해하는 걸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느낌은 1도 없었다.
【 잡다한 것들 쇼핑 】
그대로 걸어서 홈플러스 쪽으러 갔다. 가다보니 제법 큰 다이소가 있네? 들릴까 하다가 '어차피 버스 표 사야 하니까 일단 홈플러스로 가자' 고 생각하고 계속 걸었다. 날씨가 제법 춥긴 했지만 패딩이 대단하다. 덥다.
홈플러스 들어갔는데 망해서 짐 싸는 줄 알았다. 보통은 1층에 화장품이랑 시계 같은 거 팔고 그러지 않나? 여긴 뭔 시장통도 아니고 엄청 어수선하다. 잠시 헤매다가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마우스는 마음에 드는 게 없고, 나머지도 딱히 살만한 게 없다. 다이소 가면 거기에도 마우스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한 층 내려갔다. 일본의 달디 단 김치에 질려 김치를 좀 사갔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비행기에서 터질까봐 걱정이 태산. 진공 포장하면 된다는데 마트에서 진공 포장해줄 리가 없고, 랩으로 칭칭 감으면 된다는데 그것도 귀찮고. 그러다가 김치 통조림을 발견했다. 한국에 있을 때 마사미 님께 보냈던 적이 있는 김치다. 이거다 싶어 볶음김치 네 개 한 묶음 집어들었다가 뭔가 아쉬워서 그냥 김치도 한 묶음 집어들었다. 점심 시간마다 찾아와서 항상 사탕 나눠주는 옆 반 처자에게 줄 한국 사탕도 몇 봉지 사고.
홈플러스에서 나와 터미널로 갔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데 포항 시외 버스 터미널은 세월을 이겨버리는 장사가 아닌가 싶다. 옛날에도 촌스러움의 지존이었는데 지금도 그 모양. 촌스럽고 지저분함의 양대 산맥 중 하나였던 죽도 시장은 말끔하게 변했는데 어째 시외 버스 터미널만 저렇게 변하지 않고 있을꼬?
'15시 정도에 버스 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15시 40분 버스가 있기에 그걸로 샀다. 자동 판매기에서 표를 사고 있는데 옆에서 아줌마가 이거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본다. 못 들은 척 했다. 내 표 사느라 바쁘다. 그런데 잠시 후 또 물어본다. 하아~
아니. 그래. 도와달라고 할 수 있다. 잘 몰라서 헤매고 있는데 옆을 보니 잘하는 것 같아서 물어볼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나라면 말이야. '잘 몰라서 그러는데 하시는 거 끝나면 좀 도와주시겠어요?' 라고 물어보겠다. 내가 옆에서 표 사는 거 구경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표 사느라 이것저것 눌러대고 있는데 내 말 못 들었냐는 식으로 짜증내면서 어떻게 하느냐고 윽박지르듯 물어보면, 내가 무조건 녜~ 녜~ 하고 도와줘야 하는 거야?
인천 공항에 내렸을 때의 기억도 있고 해서 굉장히 짜증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왜 도와달라는 얘기를 죄다 까칠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어서 결국 도와드렸다. (다시 생각해봤지만 두 아줌마 모두 내 기준에 예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다가 아까 봤던 다이소에 들렀는데 여기가 천국이다. 일본에도 다이소가 있긴 하지만 한국보다 비싼 것 같더라고. 여기는 가격도 싸고 필요한 게 다 있다. 마우스는 딱 이거다 싶은 게 없어서, '굳이 맘에 안 드는 거 억지로 사지 말고 일본 가서 사자' 고 생각해서 안 샀다. 다른 필요한 것들 잔뜩 산 뒤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식당에서 밥 먹을 생각이었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서 그냥 와버렸네. 배가 고팠기에 배달 앱 실행해서 밥부터 시켜놓고 부랴부랴 짐 정리하기 시작. 빨아놓은 옷들 걷어서 정리하고, 이불이랑 다 전기 장판 다 원래 자리에 돌려놨다. 그러고 있는 사이 밥 도착. 진짜 빨리 왔다.
응? 혼자인데 왜 두 개냐고요? 1인분 시키기 미안해서 두 개 시켜 혼자 다 먹은 지 오래 됐습니다요. ㅋㅋㅋ
【 포항 → 부산 】
밥 먹은 뒤 마저 정리를 마치고 고모와 통화한 뒤 밖으로 나갔다. 빈 택시 자주 보이는 동네라서 바로 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택시가 안 오네. 지나다니는 차 보는 데 지쳐 잠시 멍 때리고 있는데 저 멀리에서 택시가 먼저 돈이다! 라고 느꼈는지 접근해온다. ㅋㅋㅋ 어제 캐리어 끌고 고모 집에 갈 때에도 지나다니는 택시들이 몇 번이나 빵빵거리고, 근처에서 속도 줄이고,... 아무튼, 트렁크에 짐 싣고 터미널에 내렸다. 포항 택시 기본 요금이 2,800원이네. 멈춘 뒤 100원 올라갔는데 그냥 2,900원 냈다.
아직 시간이 많아서 캐리어를 끌고 이리저리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승차장으로 들어오는 버스 앞에 '부산 사상' 이라고 적혀 있다. 응? 사상? 사상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 부랴부랴 확인해보니... 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15시 20분. 5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기에 김해 공항까지 가는 버스 표를 사상으로 가는 버스 표로 바꿀 수 있나 물어보려고 갔는데... 하나 뿐인 창구 앞에 영감탱이들이 바글바글하다. 한 줄로 서 있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거기에다 맨 앞에 있는 영감탱이는 돈을 제대로 안 내서 창구 안 직원과 뭐라 뭐라 얘기하는 중. 일단 기다리자 싶어 뒤로 섰는데... 옆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더니 당연하다는 듯 내 앞으로 스윽~ 들어온다. 하! 어이가 없어서 짝다리 집고 뭐라 해야 하나 망설이는데 또 다른 영감 하나가 오더니 또 새치기. 아니, ㅆㅂ 뭔... 아오, ㄱ...
정나미가 확! 떨어졌다. 사상이고 나발이고. 짜증나서 혼자 투덜거리며 승차장 쪽으로 돌아가버렸다. 태어나서 자란 시간만큼 외지에서 살아왔기에 많이 어색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내 고향인데... 뭔 꼰대들만 바글거리고... 아, 짜증나.
앉아서 시간 보내다가 버스 왔기에 올라탔다. 밤에 잠을 설쳐서인지 버스에 타자마자 딥 슬립. 잠꼬대까지 해가며 자다가 도착 한 시간 전에 깼다. 국제선 터미널에 내리긴 했는데 경전철 타는 곳이 안 보이네. 결국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물어봤다. 한 층 내려가야 된다네.
캐리어도 번거롭고 해서 '택시 탈까?' 잠시 고민했는데, 모범 택시 기사가 다가오더니 어디 가냐고 귀찮게 자꾸 물어서 그 자리 벗어나려고 그냥 경전철 역 쪽으로 걸어갔다. 누가 봐도 한국인인데 '웨얼 아유 고잉' 이 웬 말이냐고.
부산 경전철은 처음 타봤는데, 오~ 좋네. 깔끔하고. 사상까지는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지나가면서 내가 예약한 모텔이 딱 보이기에 대략 위치 파악한 뒤 내려서 그 쪽으로 걸어갔다. 5,000원 할인 받아서 30,000원에 예약한 숙소인데 성남에서 묵었던 모텔에 비하면 스위트 룸 수준이다. 넓고 깨끗하다. 거기에다 보일러까지 빵~ 빵~ 하다. 안에 들어갔다가 사우나인 줄. ㅋㅋㅋ 캐리어만 던져 놓고 바로 나왔다. 잠시 헤매다가 PC방 발견하여 입성!
【 간만에 블레이드 & 소울 】
세 시간 반인가? 뭐 그 정도를 선불로 결제하고 사양이 좋다는 자리로 갔는데... 청소가 안 되어 있다. 알바한테 가서 청소 좀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스윽~ 와서는 대충 닦는 시늉만 하고는 쓰레기 들고 사라진다.
지난 9월 이후 3개월만에 블소 접속. 5일 전에 접속하긴 했지만 그 때에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이제는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는데 뭔가 많이 바뀌어서 적응이 안 된다. 특히나 스킬이 확 바뀌어서 엄청 짜증스러웠다. 예전에도 스킬 확 바뀌는 바람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는데 또 그 짓을 한 것이다.
예전에 나는 만월베기 남발하며 잡몹들 몰아서 잡는 걸 즐겼는데 만월베기에 쿨 타임이 생긴 거지. 그래서 엄청 짜증났는데, 이번에는 비연검 때문에 짜증 대폭발. 원래 비연검에 끌어들이기 기술 선택해서 사용했거든. 그래서 잡몹들 몰려 있을 때 한꺼번에 끌어들여서 학살하는 걸 즐겼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 기술 선택하는 것도 안 보이고. 한참을 헤매도 안 된다. 그래서 포기하고... 이벤트로 준 템 쓰려고 봤더니 60 렙이 아니라서 안 된대. '뭔 개소리야, 만렙이 55인데...' 하고 봤더니 60 렙으로 바뀌어 있네. 메인 퀘스트만 하면 만렙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퀘스트 했다. 어지간하면 동영상도 스킵 안 하고 다 보고 스토리도 다 보는 성격인데 도저히 제대로 못 보겠더라. 스토리 참 좋은 게임인데 어쩌다 망테크를 타서...
아무튼 두 시간 조금 넘게 해서 퀘스트 다 하고 만렙 찍었다. 키우는 녀석이 16성 정도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19성이나 되네. 그러면서도 템은 엉망진창. ㅋㅋㅋ 뭐, 고급 던전은 근처에도 안 가니까 상관 없다. 쪼렙들 버스나 해줄까 싶어 쪼렙 던전에 갔는데 사람도 없다. 블소는 이렇게 망해서 없어지나요~
한 30분 남았지만 그냥 나왔다. 마침 근처에 국민은행이 있기에 자동화 코너에서 20만원 입금. 일주일 전에 한국 들어올 때 6만원 정도 있었는데 누나들한테 물건 값(?) 받고 고모한테 용돈 받아서 돈이 확 늘었다. 카드 안 쓰고 현금 쓰려고 기를 썼음에도 그렇다. 원래는 고모 집에 두고 오려고 했는데 20만원 받아서 20만원 그대로 두고 오면 그것도 참... 그러고보니 지난 번에도 이랬는데. 아파서 병원 다니느라 모아둔 돈 다 쓰고 힘들다 소리하면서도 나 볼 때마다 돈 못 쥐어줘서 안달인 고모한테 너무 미안하다. 봄에 놀러오실 때 비행기 표 값은 내가 내는 걸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배가 살짝 고팠는데 숙소에서 눈치 안 보고 와구와구 햄버거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햄버거 사러 갔다. 나이키 매장이 보여서 모자나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신호 기다리는 사이 문 닫아버리네. ㅋㅋㅋ
가는 길에 롯데리아가 있었지만 롯데리아는 일본에도 많으니까, 다른 햄버거 먹고 싶어 계속 걸어갔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가 안 보인다. 왔던 길 되돌아가서 버거킹 발견! 사상 터미널 바로 앞에 있네.
【 모처럼 착한 일 】
매장이 좀 이상하게 생기긴 했다. 햄버거 파는 가게가 살짝 지하에 있는데 내려가고 올라오는 길이 에스컬레이터. 운행도 안 하는. ㅋㅋㅋ 안에 들어가서 급하게 쿠폰을 다운 받았다. 그리고 햄버거 세트를 시키려고 하는데 쿠폰은 한 번 밖에 못 쓴단다. 세트는 두 개 사는데. 그래서 주문한 거 취소. 다른 게 더 비싸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거였는데 취소하고 다시 주문한 뒤 확인해보니 원래 쿠폰 적용했던 세트가 더 비싸네. -ㅅ- 돈 아낀다고 머리 굴려 삽질하고 600원 손해봤다. 바보다.
자동화 기기로 주문 마친 뒤 창 쪽에 가서 기다리는데... 응? 손전화 한 대가 외로이 놓여있다. 뭐야 이게? 혹시 근처에 주인이 있나 싶어 둘러봤지만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하지? 주워서 카운터 가져다 줄까? 딱 집어들었는데 '뭐하시는 거예요?' 라고 누가 뭐라 그러면 어떻게 하지? 그런 고민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누나몬'이라 찍혀 있다. ㅋㅋㅋ 전화를 받았더니 처자의 목소리. 버거킹인데 전화기 두고 가신 것 같다고 하니까 직원이냐고 물어본다. 아니라고, 앉았는데 핸드폰이 있었다고 했다. '카운터에 맡길까요?' 라고 물어보니 그렇게 해달라고 해서 갖다줬다. 그리고 바로 주문한 햄버거 세트가 나와서 받아들고 나왔다.
실로 오랜만에 착한 일 했다고 뿌듯해하면서 나왔다. 갤럭시 S8이었던 것 같은데, 노트 9이나 아이폰 XS, XR이라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현금 수십 억이라도 마찬가지. 물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욕심보다 내 것 아니면 건드리지 말자가 먼저다. 남이 보거나 말거나다. 길바닥에 뭐가 떨어져 있건 며칠 지나서 찾으러 가도 찾을 수 있는 나라가 됐음 좋겠다. 일본은 그런 게 한국보다는 조금 낫고. 뭐, 그렇다고 해서 일본에서는 모든 분실물이 주인 찾아간다는 건 아니지만.
숙소로 돌아와 텔레비전 보면서 햄버거 먹고, 캐리어 열어서 짐 정리를 다시 했다. 고모 집에서 나올 때 배드민턴 라켓도 안 가지고 나왔고 플레이 스테이션도 두고 왔다. 면세점에서 산 게 많아서 그게 한 짐일 것 같았다. 『 에이스 컴뱃 』 때문에 플레이 스테이션 가지고 오고 싶다는 마음이 컸지만 있으면 공부 안 할 게 분명하니까. 배드민턴 라켓 같은 경우는 당장 클럽에서 운동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 다음에 가지고 오자고 생각했다.
노트북 켜서 일기 대충 적어놓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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