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한 숙소 선택 】
평소에는 분당으로 갈 일이 있으면 모란 쪽에 있는 모텔을 잡았었다. 다른 사람들 평가를 참고해서 선택하곤 했는데 깨끗하다는 평가가 있는 곳의 커피 포트를 보고 기절할 뻘 했다. 더러워도, 더러워도, 그렇게 더러울 수가 없었다. 커피 포트에 양말 빠는 미친 AH 77I 들이 있다더니 정말이었다(밥 먹다 보면 구토할 정도의 퀄리티). 그 때의 충격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잡기로 하고 태평驛 근처로 잡은 건데... 대실패. 일단 태평驛에서 너무 멀다. 천천히 걸으면 10분 정도는 걸어야 한다. 좀 걷더라도 숙소 상태가 좋으면 모르겠는데 방도 허름하다. 좁기까지 하고. 리모컨도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 여자 머리카락도 발견했고. 내 돈 주고는 절대 다시 안 온다고 다짐했다.
그나마 빛 차단은 잘 되서 낮인지 밤인지 모르고 잘 수 있는 건 좋았다. 이 날은 낮에 예전의 제자를 만나기로 했다. 나는 방학이라 노는 몸이지만 그 녀석은 교대 근무하고 있었기에 내가 ○○으로 간다고 했다. 야탑에서 버스를 탔더니 한 시간만에 도착. 두 시간은 걸릴 줄 알았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기에 근처에 PC방이 있는지 어슬렁거렸다. 최신 사양 어쩌고 하는 곳에 들어갔는데 이용권을 자판기로 미리 구입하는 구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운터에 가서 플라스틱 카드 들고 가서 그 번호 찍고 사용했었는데 짧은 시간에 휙휙 바뀐다. 2000년에 PC방 알바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한 시간 선불 내고 자리 잡고 앉아서 간만에 '블레이드 & 소울' 실행했는데, 개판이다. 뭔가 막 바뀌긴 했는데 적응이 안 된다. 오랜만에 복귀했다고 아이템을 막 주는데 죄다 쓰레기. 인벤토리만 차지하고. 실행하기까지 시간 잡아먹고, 실행해서 이게 뭐야? 하고 멀뚱멀뚱 보다가 시간 잡아먹고. 퀘스트 하나 못 깼는데 제자 녀석에게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그냥 끄고 나갔다.
【 제자 녀석 만나서 밥 먹고 수다 】
뭐 먹겠냐고 물어보는데 딱히 끌리는 게 없다. 제자 녀석이 이끄는대로 가다보니 중국 집이 보여서 짬뽕 먹기로 했다. 매운 맛 1 / 2 / 3 단계 중 2단계를 선택했는데... 전혀 맵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3 단계 시키는 건데.
요즘 한국에서 매운 맛 타령하는 가게가 워낙 많다보니 단계로 나눠놓는다고 한들 어느 정도 매운지 예상할 수가 없다. 아무튼... 짬뽕 먹은 뒤 커피 마시려고 자리를 옮겼다.
이 녀석 생일이랑 내 생일이 이틀 차이 밖에 안 나는지라 이 녀석이 내 생일을 잊지 않고 꼬박꼬박 기프티콘을 선물해줬는데 당최 써먹을 일이 없어서 계속 연장하면서 못 쓰고 있었더랬다. 그걸 쓰러 간 거다.
같이 커피 마시면서 이런저런 수다 떠는데, 내년 4월에 시집 간단다. 고등학교 때가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시간이... 하긴, 진작에 시집 가서 애 낳고 사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그러고보니 제대로 축하한다는 말도 못 해줬네.
대충 ××시쯤이면 헤어지지 않을까? 라고 예상했는데 수다 타임이 의외로 길어졌다. 그만 일어서자고 말한 뒤 나갔는데 버스 타는 곳을 모르겠더라고. 나는 A가 맞다 하고, 제자 녀석은 B가 맞다 하고. 헤매고 다니다가 결국 A가 맞아서 그 쪽에 딱 갔는데... 헤매는 동안 버스가 가버렸다. 젠장. 왜 서 있는 버스를 못 봤을까. 아오. 다음 버스는 30분 뒤에나 있어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제자 녀석은 이 날 밤에 돈 벌러 가야 했으니까 먼저 집에 가라고 돌려 보낸 뒤 혼자 버스를 기다렸다. 한참 후 버스에 탔는데 이미 저녁 약속 시간에는 맞출 수 없는 상태. 올 때처럼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라 예상하고 30분 정도 늦겠다고, 죄송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퇴근 시간에 물려버리는 바람에 한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 저녁 술 약속에 지각 】
결국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반이나 늦어서야 도착. 선배가 잔뜩 화가 났을 거라 생각해서 긴장했는데 다행히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선배가 참은 거겠지. 몰랐는데 이 날 선배에게는 좋지 않은 일까지 있어서 내 지각이 더 짜증스러웠을 거라 생각한다. 무조건 내가 잘못한 거니까... 늦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그 뒤부터는 분위기 좋게 수다 떨면서 밥 먹고 술 마셨다. 이 날 소주 제법 마셨는데도 안 취하더라. 오랜만에 마셔서 금방 취할 줄 알았는데 안 마셔서 간 상태가 좋았던 덕분인지 평소보다 많이 마셨음에도 정신을 놓지 않았다.
2차로 스크린 야구장에 갔는데 한 번을 못 때렸다. 지난 번에는 혼자 점수 다 냈는데 이번에는 계속 헛스윙. 술이 과한 탓인지, 욕심이 많았는지, 투수 모션과 공 나올 때 약간의 딜레이가 있었기 때문인지, 아무튼 한 번을 못 쳤다. 결국 참패.
먼저 갈 사람들과 인사하고 헤어진 뒤 3차 마시러 갔다. 영풍 치킨에 가서 먹었는데 닭 맛이 영 별로다. 기대했던 한국의 치킨인데. 대책없이 달리려드는 일행들 말리면서 마시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가자고 판 깬 뒤 도망치듯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쓰러져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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