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 텐노지駅 】
집에서 텐노지駅까지 캐리어 끌고 가는 시간, 텐노지駅에서 간사이 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 지난 번에 오카야마 갈 때처럼 잘못 타거나 지연되어 헤매는 일이 생길 경우 대처할 시간, 공항에서 발권하고 짐 맡기는 시간, 이런저런 시간들을 따져보니 늦어도 여덟 시 반에는 나가야 될 것 같았다. 일곱 시 50분에 씻으러 들어가서 호다닥 샤워하고 마지막으로 짐 체크한 뒤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와 있었지만 문 잠그네 어쩌네 하는 동안 내려갈 거라 생각해서 느~ 긋~ 하게 할 거 다 하고 엘리베이터 앞에 갔는데... 키도 크고 잘 생긴 젊은이가 열림 버튼 누른 채 기다리고 있었다. 잘 생긴 녀석이 친절하기까지 하고만. 여자들이 줄을 서겠... 아니지. 나처럼 우수한 남자 사람도 싱글인데. 흠. -ㅅ-
헤드폰 딱 쓰고 노래를 들으려는데... 들으려는데... 손전화를 두고 나왔다. 에휴... 꼼꼼하게 잘 챙겼다 생각하며 내려온 게 불과 몇 초 전인데. '나이 먹으면 뇌가 닭처럼 된다' 는 가설을 살포시 제시해본다. ㅠ_ㅠ 캐리어는 엘리베이터 옆에 세워두고 다시 올라가 스마트 폰 두 개와 보조 배터리 챙겨서 다시 내려갔다. 노래 들으면서 역 쪽으로 걷기 시작.
한국은 엄~ 청~ 춥다고 하도 겁을 주기에 위에 입을 옷을 두고 고민을 했다. 하나는 보드 탈 때 입는 옷인데 7만원인가 주고 샀다. 편하고 따뜻해서 즐겨 입는 군복 스타일의 겉옷(내 세대는 '돗빠'라고 부르는 건데... ㅋㅋㅋ)이다. 다른 하나는 네파에서 60만원 주고 산 패딩. 뭐가 나을지 고민하다가 '그래도 7만원 짜리보다는 60만원 짜리가 따뜻하겠지.' 라 생각하고 패딩을 입었다.
몸에 착 붙는 얇~~~ 은 언더셔츠 위에 패딩 하나 걸쳐 입고 아래에는 반바지. 혹시라도 추우면 가방에 넣은 폴라 티셔츠 꺼내서 입으면 된다 생각했다. 그런데... 덥다. 두고 온 손전화 가지고 온다고 찔끔 움직였는데 그것 때문에 덥다. 네파... 옷 잘 만드는고만.
반바지는 오바였는지 학교 가는 학생들이 죄다 힐끗힐끗. 하긴 저들은 목도리에, 장갑에, 난리도 아닌데 나는 반바지니까. '훗! 아저씨는 한국에서 왔단다.' '아저씨가 개구리라면 이 정도 추위에는 졸지도 않아.'
역까지 천천히 걸어가는데 도저히 더워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길바닥에서 패딩 벗어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안에 폴라 티셔츠 입고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텐데 달랑 언더 셔츠 차림이라. ㅠ_ㅠ 역에 도착하자마자 벗어버리자는 생각만 하면서 드륵~ 드륵~ 걸어서 드디어 역에 도착! 중앙 출구까지 가는 것도 귀찮아서 화장실 안내 표지판 보고 곧장 동쪽 출구로 들어갔는데, 화장실 화살표 방향으로 갔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이 없다. 에라이! 산 채로 삶아질 것 같은데 화장실이고 나발이고. 그냥 플랫폼 맨 앞 쪽으로 갔더니 다행히도 사람이 거의 없더라고. 거기에서 패딩을 벗고 가방에 넣었던 폴라 티셔츠 꺼내 입으니 그나마 좀 살 것 같다. 춥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지난 번에 오카야마 갈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제 시각에 전철이 도착했다. 딱 올라탔더니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무리가 캐리어를 잔뜩 쌓아둔 채 앉아 있네. 24인치 캐리어도 제법 크다고 생각했는데 쟤네들 꺼 보니 내 캐리어는 스머프였다. ㅋㅋㅋ '공항까지 가는 게 확실하고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는 저렇게 민폐 끼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다행히 혼자 앉게 되어 있는 의자가 비어 있어서 거기 앉았다. 캐리어는 최대한 내 쪽으로 당겨 놓고.
【 텐노지駅 → 간사이 공항 】
전철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바깥의 풍경 속 어딘가에 내가 우리 집이라 부르는 곳이 있고 날마다 걷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신기했다. 간사이 여행 숫하게 왔는데도 지난 해 전까지는 일본 와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앞으로 또 어떤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펼쳐질지. 진짜 사람 앞 날, 알 수가 없다.
슬슬 히네노가 가까워져서 헤드폰 벗고 안내 방송에 집중했다. 다음 역은 린쿠 타운이라고 하는 걸 보니 제대로 탔다. 하지만 혹시 몰라서 지도 앱 켠 뒤 맞게 가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딴 짓 할 수 있었다.
전철 내부의 자그마한 모니터를 통해 앞으로 거치게 될 역들을 볼 수 있습니다. 난바나 텐노지에서 JR 전철로 간사이 공항에 가는데 히네노 다음 역이 린쿠 타운이 아니라면 잘못 탄 겁니다. 히네노에서 내려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전철로 갈아타야 합니다.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고 있자니 3개월 전에 태풍으로 난리났던 게 생각나서 뭔가 아련하다. 유조선인가 컨테이너선인가 아무튼 거대한 배가 다리를 들이받는 사람에 운행 중단되서 이래저래 피곤했는데, 그게 벌써 3개월 전의 일이 되어버렸고나. 진짜 늙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간다더니... 아이고, 허리야.
【 면세점에서 쇼핑 】
전철에서 내려 바로 진에어 부스를 찾아갔다. 이른 시각인데도 사람이 제법 많다.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일본인 직원이 열한 시 5분 비행기 타는 사람들을 따로 빼더라. 시간이 없으니 먼저 수속해주려고 그러는 모양이다. 그걸 가지고 뒤에 있던 아줌마가 궁시렁거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열한 시 55분 비행기라 시간 많으니까, 뭐.
차례 기다렸다가 발권 받고, 캐리어 맡긴 뒤 바로 보안 검색 받으러 갔다. 딱히 특별한 일 없이 통과. 출국 심사 받으러 가서 유니폼 입은 아주머니께 일주일 후 돌아오는데 재입국 카드 어디에서 쓰냐고 물어봤다. 못 알아듣는다. '응? 내 발음이 그렇게나 엉망인가?' 다시 물어봐도 못 알아듣는다. 결국 그 아주머니가 근처의 남자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 그 남자는 바로 알아듣고는 저 쪽에서 쓰면 된다고 알려준다. 흐음... 뭐가 문제였을꼬?
일본에 워킹 홀리데이나 유학으로 오신 분들은 다시 입국할 예정 없이 영구 귀국하는 게 아닌 이상 반드시 재입국 카드를 작성해야 합니다. 만약 안 쓰고 나가면 다시 들어왔다가 강제 귀국 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출국 심사하는 곳 구석에 카드가 비치되어 있고, 모르면 직원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일본에서 나갈 때 쓰는 게 있고 다시 일본으로 들어올 때 쓰는 게 있는데 들어올 때의 경우는 미리 써도 되고 나중에 써도 됩니다. 아무튼 일본에서 나갈 때에 해당하는 란은 기록해야 됩니다. 카드를 작성한 뒤 재류 카드, 여권과 함께 심사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면 알아서 해주는데요. 일본에서 나갈 때에 해당하는 부분은 뜯어서 가져가고 일본으로 들어올 때에 해당하는 부분은 여권에 스테이플러로 찍어 줍니다.
인터넷에서 미리 알아본대로 카드 작성한 뒤 여권, 재류 카드랑 같이 제출했다. 뭐 물어보거나 하는 일 없이 그냥 끝.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서 면세품 쇼핑을 시작했다. 화장품 사달라는 부탁을 받은 게 있어서 그 매장이 어디 있는지 찾아다니는데 화장품 파는 가게는 죄다 비슷하게 생겨서 그냥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와야 했다. 여자 화장품의 세계는 나에게 있어 물리나 화학 교과서 같은, 당최 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무엇. 디올 매장 앞으로 가니 깔끔한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가 우리 말로 능숙하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라고 묻는다. 부탁 받은 제품을 달라고 했더니 바로 꺼내어 주시고. 계산하고 나오면서 방금의 그 직원에게 '가전 제품은 어디에서 사냐' 고 물어보니까 앞 쪽을 가리키며 저 안 쪽으로 가면 된다고.
쫄랑쫄랑 가서 소니 헤드폰 있나~ 하고 봤더니... 있다! 얼마인가 봤더니... 40,000円이 채 안 된다. 롯데 면세점에서 45만원 정도에 팔고 있고 네×버에서 검색한 최저가가 41만원 넘었으니까 일본에서 사는 쪽이 더 싸다. 그리하여 하나 끄집어내려고 했더니만 못 빼게 되어 있네. 직원 불러서 빼달라고 했다. 당연히 까만 거 살 생각이었는데 까만 거 맞냐면서 물어볼 때 뒤 쪽의 진한 아이보리 색을 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 1000X M1이 까만 거니까 M3는 다른 색 사자 싶어 아이보리를 골랐다. 금색이라 촌스러울 줄 알았는데 상자를 보니까 괜찮아보이더라고.
계산하러 갔더니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기에 여권을 보여줬다(태극기 문양 케이스). 그러니 옆 쪽에서 계산하라고. 계산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이 이거 안내해주라며 손짓 발짓 난리다. 뭐라고 쓰여 있나 봤더니 반품, 환불 불가라고. 직원이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일본어로 해도 이 자식이 알아 먹으려나 고민하는 눈치기에 "와까리마스. 와까리마스." 했더니 씨익 웃는다. ㅋ
【 비행기 타기 】
슬슬 가자 싶어 탑승구 근처로 이동했다. 예전에 우동 먹었던 게 생각나서 그 가게 쪽으로 걸어갔는데 나올 때가 됐다 싶은데도 안 보인다. 천천히 둘러보니... 그 가게가 없어졌다. -_ㅡ;;; 대신 까페 옆에 빈대 붙어서 우동이랑 라면 팔고 있더라. 뭔가 불쌍해 보이긴 하는데 사먹고 싶다는 생각이 싸악~ 가셔서 바로 포기. 그냥 자판기에서 커피 하나 사먹고 끝.
탑승구 앞 의자에 앉아 빈둥거리다가 결국 담배를 샀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 한 갑씩 선물로 주려고. 술도 샀음 싶은데 양주 쪽은 완전 문외한인지라 뭘 사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시간이 되어 탑승. 비행기 표 받을 때 직원이 창 쪽 자리가 없어서 복도 쪽으로 주겠다기에 그러라고 했는데, 이 처자가 세상에나, 맨 앞 자리를 줬다. 좌석 번호가 28C라서 '표 주는 처자한테 미움 샀나?' 싶긴 했지만 맨~ 앞이라니. '날개 근처일까나' 하고 들어가면서 위 쪽의 좌석 번호를 보니 31번. 응? 이게 뭐야? 화들짝 놀라 들어오는 사람들을 헤치고 역주행(대민폐!!!). 알고 보니 맨 앞이 28번이었다. 뭔 좌석 번호가 이 모양이냐. 아무튼... 맨 앞이라 다리 쭉 뻗을 수 있어서 편하긴 했는데, 짐 넣을 곳이 없어서 31번 좌석 위쪽에 가방을 넣어야 했다.
비상 시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거 설명할 때부터 잠이 쏟아져서 이륙할 무렵 그대로 잠이 들었다. 꽤나 잔 것 같은데 일어나보니 한 20분 잤나? 세관 신고서 있기에 그거 썼다. 옆 좌석에는 전라도 사투리 엄청나게 써대는 처자 두 명이 앉았는데 그 쪽도 자다 깨서 세관 신고서 쓰더니 폭풍 수다. 간만에 오리지널 전라도 사투리 듣는 거라 재미있었다. ㅋㅋㅋ
【 도착! 】
수십 번 비행기 탔던 것 중 열 손가락 안에 꼽을만큼 부드럽게 비행기가 착륙했고,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 비행기에서 1등으로 내리기는 이미 깬 퀘스트라서 욕심내지 않았다. 뒤 쪽의 선반에 넣어둔 가방을 꺼내야 해서 바로 내릴 수도 없었고.
안전 벨트 표시등이 꺼지자마자 비 온 뒤 죽순 솟아나듯 벌떡!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 그리고는 통로를 꽉 채워버린다. 저 사람들을 헤치고 뒤로 가서 가방 가져오려했다가는 모세 쫓아가던 로마군 꼴 날 것 같아 바로 포기. 잠시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몰려나오는 사람들이 좀 뜸해졌다 싶어 잽싸게 뒤로 갔다. '다들 내리는데 너는 왜 안으로 들어오냐?' 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을 가볍게 무시하며 가방 꺼내는 데 성공.
걸어나가면서 바로 비행기 모드 풀고 정지시켰던 손전화부터 살렸다. 유학 가기 전에 데이터 6.5GB 주는 요금제를 쓰고 있었는데 100GB 짜리 상품이 막 나왔었다. 그 때에도 바꿀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이번에 과감하게 바꿨다. 더 궁금한 거 없냐고 하기에 SKT 통해 SKB 가입한 게 있는데 미납 요금 있는지 확인하고 싶댔더니 전화를 돌려준다. 한참만에 상담원과 통화가 되었는데 역시나 미납 요금이 있었다.
이 미납 요금이 뭐냐면, ○○ 엄마가 쓰는 인터넷과 IPTV 요금이다. 내가 더 이상 요금을 내줄 수 없지만 해지하기가 미안해서 요금 납부 방법만 지로로 바꿔놨었다. 그런데 그걸 안 내고 있는 거다. 11월에 그걸 알게 되어 해지 신청했는데 그 이후로도 돈 안 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당신한테 빌려간 돈은 내놓으라고 그렇게 난리더니 내가 냈던 이런저런 공과금과 서비스 비용에, 매달 드렸던 용돈은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에게는 가족이 아니라 그냥 족이다. ㅆㅂ
아무튼... 7만원 조금 안 되는 돈이 미납되어 있다기에 카드로 그거 냈다. 그렇게 전화 살리고 미납 요금 내면서 걷다보니 입국 심사장에 도착.
입국 심사를 마치고 캐리어 찾는 곳에 갔더니 사람이 너무 많다. 캐리어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건너 편을 보니 거기는 한산하기에 그 쪽으로 이동. 쏟아져나오는 캐리어를 멍~ 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웬 아줌마가 오더니 자기 짐은 어디에서 찾냐고 물어본다. 아니, 아줌마... 그걸 제가 어찌 압니까요. 비행기 뭐 타고 오셨냐고 물어보니 표를 슥~ 내민다. 아시아나. 내가 서 있던 곳은 아시아나와 전혀 관계 없는 곳이라서 여기는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어디로 가냐고 또 물어본다. 말하는 투가 '당연히 네 놈이 찾아줘야지' 로 들린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느냐는 감정을 최대한 담아 비행기 표 가지고는 어디서 찾는지 모른다고 하니까 그럼 어떻게 하냐네. ㅆㅂ 내가 공항 직원이냐, 씨앙. 모니터 보고 알아서 찾으시라고 했다. 뭔가 예의를 갖춰 물어보는 게 아니라 아랫 사람 대하듯이 하면서 내가 당연히 찾아줘야 하는 것처럼 말해서 엄청 띠꺼웠다.
밖에 나가 자동 판매기로 버스 표 구입하는데 14시 50분에 × 표시가 되어 있다. 시계를 보니 딱 14시 50분. 조금만 더 빨리 왔음 버스 탈 수 있었을텐데. 어쩔 수 없이 다음 버스인 15시 20분 표를 구입하고, 햄버거나 먹고 올까 하다가 귀찮아서 참았다. 버스 타는 곳에 아무도 없기에 맨 앞에 서 있다가 버스 와서 캐리어 싣고 자리에 앉았다.
【 누나들 만나서 같이 밥 먹고 가볍게 일 잔 】
잠도 별로 안 오고 그래서 스마트 폰 만지작거리고 있다가 서현 도착. 다음이 이매. 다음이 야탑. 야탑에서 내려 누나들이랑 통화하고 잠시 후에 만났다. 숙소에 체크인부터 하라고 해서 숙소에 갔는데, 위치도 그렇고 방 꼬라지도 그렇고, 전부 엉망진창. 망했다.
밖에서 누나들 기다리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나가 태평에서 모란 쪽으로 가던 중에 미친 영감탱이 때문에 큰 사고 날 뻔 했다. 1차로에 대기하고 있다가 갑자기 2차로로 확! 튀어나왔는데 누나가 잽싸게 옆 차로로 넘어가면서 피했다. 조금만 늦었거나 옆 차로에 다른 차라도 있었으면 대형 사고 났을 거다. 속도로 보건데 그냥 접촉 사고 수준이 아니라 죄다 입원할 사고였을 거다. 빡 쳐서 뒤를 보니 영감탱이가 꿈척꿈척 달라 붙는다. 나 같음 내려서 개질알을 했을 건데 누나는 너무 놀랐다고 하면서도 내려서 언성 높이고 하지는 않더라. 역시 배우신 분. ㅋㅋㅋ
다른 누나들 만난 뒤 같이 김치 찌개를 먹으러 갔다. 원래는 간장 게장 사주겠다고 했는데 너무 머니까 안 가도 된다고 말렸다. 괜히 나 때문에 여럿이 고생하는 것 같아서. 어디가 맛있는지를 두고 잠시 아웅다웅 하더니 식당을 선택했는데 하필이면 돼지 고기가 든 김치 찌개. 나는 김치 찌개에는 무조건 참치인데. 하지만 그런 티 내면 누나들한테 미안하니까 맛있게 먹었다. 일본에서 먹은 김치 찌개에 비하면 훨씬 맛있기도 했고.
밥 먹고 나서 장소 옮겨 술 한 잔 더 마셨다. 사들고 간 거 누나들한테 나눠주고, 이런저런 수다 떨었다(일본에서 고작 3개월 살았는데 3년은 살다 온 사람처럼 떠들어대서 다음 날 후회했더랬다.).
누나들의 최애템 바셀린. 네 가지 종류를 묶어 2,750円에 팔더라. 같은 색 세 개 묶음이 1,050円인데. 싸게 사려고 나름 노력했다.
비싸게 파는 곳에서는 700円 넘게 받던 한정판 바셀린. 이것도 넉넉하게 사간다고 사갔는데 핑크 하나 남기고 누나들이 다 가져갔다.
나름 정리한답시고 상자 하나에 잘 담아서 가지고 갔다. 뭔가 잔뜩 사들고 간 기분이었는데 나눠주다보니 별 거 없네 싶더라.
바셀린 못지 않게 인기 있었던 게 곤약 젤리인데... 곤약 젤리는 통관 금지 품목이다. 즉, 한국에 가지고 가면 안 된다.
└ 알고 있었지만 지금쯤이면 풀리지 않았을까? 하고 확인도 안 한 채 복숭아, 사과, 포도 각 한 상자씩 샀다.
└ 심심할 때마다 까서 먹고 있는데 그렇게 먹어도 아직 잔뜩 남았다.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걱정이다. 휴.
부지런히 먹고 있지만... 아직도 잔~~~ 뜩 남아 있다. -_ㅡ;;;
곤약 젤리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만,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건 하트 모양의 컵에 든 녀석입니다. 문제는... 통관 금지 품목으로 지정되어 한국에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럼 곤약 젤리는 아예 못 사들고 가느냐? 그건 아닙니다. 튜브형 제품은 괜찮습니다. 컵에 든 제품(위 사진)만 안 됩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자기는 가지고 왔다, 친구는 몇 봉지 사들고 왔는데 괜찮았다, 여러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세관에서 꼼꼼하게 검사해서 압수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봉지 정도는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것 같고요. 하지만 원. 칙. 적. 으로는 한국에 가지고 들어가면 안 되는 제품입니다. 압수 당해도 할 말 없는 거고요.
누나들이 피곤해하는 것 같아서 그만 가자고 했다. 차 얻어 타고 숙소 근처에 내린 뒤 마트에서 맥주 샀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당연하다는 듯 일본 맥주 사먹었는데 오랜만에 하이트 보니까 그렇게 반갑더라. ㅋㅋㅋ 하이트 슈퍼 드라이 d 세 캔 사들고 방에 들어가서 텔레비전 보면서 마시는데... 아무 맛도 안 난다. 이게 뭐냐... 맥주가 왜 이 모양이냐... 뭐, 그런 생각하면서도 세 캔 다 마시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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