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03일 토요일 맑음 (생일 / 동양 도자 미술관 / 오사카 성)
私(わたし)の誕生日(たんじょうび)だよ。 ㅇㅇ 생일이다.
뭐, 별로 '특별하다' 거나 '사람들의 축하에 정신을 못 차리고 싶다' 는 생각 같은 건 없다. 원래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도 했고, 오히려 챙겨주면 쪽 팔린다. 아무튼, 일본에서 보내는 두 번째 생일이다. 2016년에 '돈 번다고 고생하는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는 생각으로 생일을 끼고 요나고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이후 두 번째.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달리 할 게 없다. 한국에 있었다면 생일 전후에 공짜로 주는 팝콘 세트 먹으러 CGV 갔을텐데 일본에서는 그럴 수도 없고. 예전에는 가입한 사이트에서 생일 축하한다는 메일 엄청나게 보내더니, 이제는 그런 것도 없다. 귀찮지 않아서 좋긴 한데 뭔가 서운한 기분. ㅋ
몇 몇 지인들이 카톡과 카스로 생일 축하해줘서 고맙다고 댓글 달고. 딱히 할 것도 없지만 집에 있기 싫어서 나갈 준비를 했다. 머리 깎을 때가 되었다 싶어 혼자 슥~ 슥~ 밀고 대충 샤워한 뒤 출발.
첫 목적지는 오사카 시립 동양 도자 미술관(한글 홈페이지 → http://www.moco.or.jp/ko/). 뭔가 이름이 어려워서 나는 그냥 도자기 박물관이라 부른다. 고려 자기 특별전 중이라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요도야바시에서 내리면 되는데 일본 처음 왔을 때 오사카 성 가는 수상 버스 타러 갔던 그 곳이다.
봄에는 벚꽃 보러 많이 오는 곳이고, 넓은 장소가 여러 군데 있어서 다양한 행사가 많이 펼쳐지는 곳이다.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 그 길의 끄트머리에 미술관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는 곳이다. 성인 기준 관람료는 ¥1,200.
이런저런 할인 혜택이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해당하는 게 전혀 없다. 학생증 냈으면 조금 할인 받을 수 있었을까? 뭔가 리스트가 잔뜩 있지만 딱히 해당되는 게 없는 것 같아 앞에서 할인 안내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듯 보이는 나이 지긋한 직원 분께 "강코쿠진데스~" 라 말하고 표 사러 갔다. 표 사는데도 할인 혜택 보여주면서 해당 없냐고 해서 없다고 했다. -ㅅ- 이번 주에 배운 "~모 이이데스까" 써먹으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하도 물어보는지 사진 찍어도 된다고 미리 안내해준다. 안내 표지판도 있고.
찍으면 안 되는 전시물은 따로 표시가 되어 있으니 그것만 잘 지키면 된다. 찍어도 된다 하는 경우에도 플래시는 안 쓰는 게 예의.
표 구입한 후 바로 3층으로 올라갔는데 사람들이 제법 있다. 나는 도자기 쪽에 아무 지식이 없으니까 봐도 잘 모른다. 그래도 설명이나마 천천히 읽어보려고 했는데... 일본어와 영어 뿐이다. 오디오 가이드 역시 영어와 일본어 뿐.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아는 게 없으니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막대한' 지원금을 줬다는데, 왜 한글 안내나 오디오 가이드가 없는지. ㅠ_ㅠ
아는 게 없으니까... 그냥 좀 인상적이다 싶은 작품들 위주로 사진 찍으면서 천천히 구경했다.
역시... 덩그러니 병만 있는 것보다는 꽃이 있는 쪽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중국의 작품도 예쁘긴 하지만, 고려 자기를 보다가 중국 자기를 보면 투 머치... 라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보고 있다가 4층으로 가서 마저 보는데... 경상도 사투리 쓰는 아줌마, 아저씨가 떠든다. 하아~ -_ㅡ;;; 할머니, 아저씨, 아줌마, 세 명으로 구성된 일행인 것 같다. 떠드는 거 들어보니 어디 가면 배울 만큼 배웠다고 어깨에 힘줄 사람들처럼 보였는데, 다들 소근소근 말하는 분위기 속에서 경상도 사투리 쌔~ 게 뱉어가며 일상 톤으로 말한다. '외국 나와서 참~ 몰상식하다' 라 생각하고 다른 전시관으로 옮겨 갔는데 뒤따라 와서 계속 떠든다.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되는 줄 알았는지 목소리도 더 커졌다. 하도 짜증이 나서 "저기, 목소리 좀 낮추시지요. 굉장히 실례인데요." 했더니 "아, 네..." 한다. 기본 상식도 없는 것들이 전시물 보면서 대단한 지식이나 있는 것처럼 발이 셋 있는 게 어쩌고 저쩌고. 기본 상식이나 갖춰라. 쯧.
×× 것들 때문에 기분이 확 나빠져서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밖으로 나갔는데 날씨가 엄청 좋다. 화창한 날씨 속에 광장에서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었는데... 마땅히 앉을 자리가 안 보여서 먹고 싶은 게 있었지만 참았다. 올 때 지하철 안에서 모터 보트 경주를 홍보하는 걸 봐서, 거기 가볼까 하다가... 오늘 오사카 성에서 행사 있다 하니까 거기 가자 생각해서 발길을 돌렸다.
오사카 성까지 얼마 안 걸린다 하니까 구글 지도 참고해서 걷기 시작. 얼마 걸리지 않아 오사카 성에 도착했다.
오늘 행사는 사이고 다카모리가 주인공인 모양이다. 일본 가극단의 유명한 사람이 나온다고 하는데 마침 시간이 딱 맞아서 10분 넘게 지켜봤다. 배우는 딱히 대사 없이 연기만 하고 연사가 구수하게 해설하는 식의 공연이었다. 일본어가 들릴 정도의 수준이 아니니까 대충 분위기만 봤다. 일본에서야 유신 삼걸 중 한 명이지만 우리에게는 정한론 주장한 나쁜 ×일 뿐이니까.
사이고 다카모리에 대한 내용은 여기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352408&cid=62070&categoryId=62076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참고 삼아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352981&ref=y&cid=62070&categoryId=62088 ← 여기도 보고.
연주한 음악을 틀지 않고 아코디언을 실제로 연주한다. 저 아코디언도 예전의 아코디언이었다고 하던데, 잘 모르겠다.
유명한 분인 것 같다. 노래도 잘 하고 목소리도 쩌렁쩌렁.
사이고 다카모리 역의 배우. 일본인이 사이고 다카모리라고 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이미지다.
노래하고 연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변사(?) 역할도 하더라.
꽤 보다가 집에나 가자 싶어 지하철 역 쪽으로 향하는데 사람들이 몰려있다. 뭔가 싶어 보니 검은 옷 입은 남자가 뭔가를 쌓아놓고 그 위에 서 있네. 영어로 얘기하는데, 캐나다에서 왔단다. 위험한 공연하는 거니까, 보고 모자에다 돈 넣고 가라고. ㅋㅋㅋ 중간에 일본어도 섞어서 말하고. 리액션 좋은 사람한테 고맙다고 인사하고.
돈 내라 해서 그런지 칼 저글링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갔고, 공연한 사람은 "어디 가!" 라고 비명을. ㅋㅋㅋ 익숙하겠지. 한, 두 번 공연한 게 아니었을테니. 나도 공짜로 봤다. ¥500 이라도 모자에 넣을까 하다가 난 가난한 유학생이라 생각하면서.
근처에 가라아게와 맥주 파는 곳 있어서 ¥1,000 주고 샀다. 잔디밭에 앉아 먹다가... 전철 타러 가는데 뭔가 요란해서 봤더니 산거라 하나? 뭐, 그런 수레가 여러 대 지나간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데서 봤다. 마을마다 수레 같은 게 따로 있어서 그거 끌면서 지나가는 거. 책으로 볼 때에는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요란하게 징 치면서 지나간다. 정신 없는데 재미있네.
이 멋진 강 옆으로 난 길을 지나간다.
동네마다 입고 있는 옷도 각양각색.
안에서 북치는 애들이 제일 편한 거 아니냐고 하던데, 엄청 좁아서 나 같음 절대 안 한다 했을 거 같더라.
선두는 항상 아이들이었다. 역시나... 에너자이저들. ㅋㅋㅋ
다양한 연령대가 참가.
수레 여기저기 요란하게도 꾸며놨다.
한참을 구경하면서 사진 찍었다. 동영상으로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영상 촬영하려는데 마지막 팀이었어. -ㅅ-
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분수에서 무지개 나오게 몇 장 찍고 지하철 탔다. 집으로 가는 중에 츠루하시 지나기에 내려서 먹을 것 좀 사갈까 하다가 힘들어서 그냥 지나쳤다. 편의점에 들러 먹을 거 잔뜩 사고, 집에 와서 바로 입에 쑤셔넣었다.
아침에 주문한 『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 리마스터 버전의 코드가 도착했기에 다운받아서 설치하고... 그거 하느라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버려서 맥주 한 캔 정도만 마시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