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일기

2018년 10월 13일 토요일 맑음 (녹지공원 다녀와서 방전)

스틸러스 2018. 10. 14. 08:46
반응형

일본 와서 술을 안 마시다보니 확실히 주량이 줄었다. 소주는 한 번도 먹지 않았고 맥주만 홀짝거리는 중인데 그나마도 집에서는 주말에만 마시자고 다짐한 상태. 한국 있을 때에는 날마다 편의점 가서 프리미엄 몰츠 네 캔씩 사다 마셨는데 정작 일본 와서는 일주일에 한 번, 그 것도 두 캔 정도가 고작이다. 어제도 두 캔 먹으니 이 정도면 딱 좋다 싶었는데 안주도 많이 남았고 뭔가 더 마셔도 괜찮겠다 싶어서 두 캔 더 마셨더니 꽐라가 됐다.


세상에나. 500㎖ 맥주 네 캔에 꽐라라니... 나름 헤비 드렁커라 생각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몸이 천근만근. 일어나기 싫어서 계속 뒹굴었다. 원래는 아침에 일어나서 도서관까지 걸어가면서 길을 익힌 뒤 운동장 가서 공 차는 걸 보고 올 계획이었다. 하지만 몸이 무거워서 누운 채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도서관과 운동장 중 하나만 선택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 도서관은 일요일에 일찍 출발해서 가자고 계획을 변경. 결국 후다닥 씻은 뒤 축구화와 갈아입을 옷 정도만 챙겨서 출발했다.


텐노지駅까지 걸어간 뒤 바로 미도스지線 탑승. 료쿠치코엔(緑地公園)駅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가니 바로 상점가 등장. 집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왔는데도 밥이 먹고 싶어졌다. 유혹을 이겨내고 길 따라 계속 걸어간다. 멋진 공원이다. 말 타는 곳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같은 반에 대만에서 온 처자인가가 취미를 승마라고 해서 깜딱! 놀랐더랬지. 월요일에 학교 가면 승마장 있는 곳에 다녀왔다고 얘기해봐야지. ㅋ



길 따라 걷다보니 공원이 나오는데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기 굽는 냄새가 확~ 나는 걸 보니 바비큐 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 일본인들, 주말에 쉬는 거 보면 서양 애들 쉬는 거랑 다를 게 없다. 텐트 치고 놀고 가족끼리 운동하고 뜰채로 개구리 잡고. 멋지다.




한참 헤매다가 인조 잔디 경기장을 찾아갔는데 잠시 쉬는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한국 유학생 팀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그 외에는 일본 팀인가? 유니폼 색을 보니 네 팀이 돌아가며 경기를 하는 모양이다. 바로 가서 인사를 할까 하다가 일단 바깥 쪽 그늘에서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이내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한 쪽 팀이 일방적으로 공격한다. 아무래도 개인기가 더 좋다. 다른 팀은 역습만 간간히 하는데 최전방 공격수의 발이 느려서 역습도 제대로 안 된다. 하지만 양 팀 모두 득점하지 못하고 끝. 잠시 후 한국 유학생 팀이 경기를 했다. 실력들이 다들 좋다. 한 골 넣는 데 성공. 딱 그 경기까지 보고 그냥 돌아왔다.


에? 같이 공 차러 간 거 아니냐고?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가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공지를 보니 매 주 공 차는 장소가 바뀌는 것 같아서 조금 망설여졌다. 일본은 한국처럼 학교 운동장에서 주말마다 고정적으로 운동하는 게 불가능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조금 더 알아보고 같이 운동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운동하는 거 보기만 하고 왔다. 하지만 오랜만에 필드에서 공 차는 사람들 보니까 운동하고 싶어서 좀이 쑤신다. 빨리 말 좀 늘어서 배드민턴 클럽도 알아보고 그랬으면 좋겠다.



왔던 길 되돌아가서 다시 전철 탑승. 원래는 난바에서 내려 전철 갈아타고 도서관 근처까지 간 뒤 도서관에서 집까지 걸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너무 피곤했다. 잠이 몰려왔다. 그래서 그냥 텐노지까지 앉아서 왔다. 내리기 전에 '551 호라이 들러 만두 사가자!'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게 앞에 줄이 엄청나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사들고 가자 생각해서 맨 뒤에 줄을 섰다. 안에서는 엄청난 속도로 부타만을 쪄대고 있었다. 그냥 보기만 해도 '극한 직업이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에비 슈라이, 교자, 부타만 샀더니 ¥2,500 정도 나왔다. 한 번에 다 못 먹을테니 두 끼라 치면... 그래도 한 끼에 13,000원 정도. 뭐, 한국에서도 치킨 시켜먹고 족발 시켜먹고 그랬으니까 한 끼 식사에 엄청나게 낭비한 건 아닌데 가난한 유학생이다 보니 무리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그렇게 만두가 든 종이 봉투 덜렁거리며 집까지 걸어왔다. 집에 오자마자 가방 내던지고 에비 슈라이부터 입에 쑤셔넣기 시작. 일본 애들은 새우 들어간 음식 진짜 잘 만든다. 우리나라 새우 튀김은 튀김 옷에 코딱지만한 새우가 잠시 담궜다 만 느낌인데 일본은 새우들이 죄다 실하다. 에비 슈라이도 마찬가지. 새우 향이 확~ 나고 탱글탱글한 식감도 제대로 느껴진다. 맛있다. 교자도 훌륭했다. 배 불렀는데 식으면 맛 없을 것 같아 꾸역꾸역 한 방에 다 먹고 부타만 네 개 남겼다. 이건 내일 아침. ㅋ



피곤해서 일찍 잔답시고 누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