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일기

2018년 10월 12일 금요일 흐림 (역시 인간은 적응의 생물)

스틸러스 2018. 10. 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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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니 몹시 피곤했다. 화, 수, 목요일 고작 3일 공부했을 뿐인데 지쳐버린 거다. 배는 고프지, 잠은 오지, 정신을 못 차리겠다. 일단 물부터 끓여 불닭 볶음면 세 개를 넣었다. 두 개만 넣을까 하다가 세 개 넣었는데, 확실히 일본에 온 뒤 식사량이 줄었다. 두 개면 충분했는데.

  • 인간은 적응의 생물이고나~ 하고 느낀 게, 한국 음식 안 먹은지 고작 3주 밖에 안 됐는데 불닭 볶음면 세 개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 핵불닭 볶음면 사들고 왔으면 죽었을지도. 불과 몇 달 전에 청양 고추까지 썰어넣고 1분만에 컵 불닭 볶음면 하나를 다 해치워버린 나였는데...




  • 딱히 한국 음식이 생각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물론 먹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그냥 아무 때 갑자기 순대 국밥이 먹고 싶다거나 삼겹살에 소주 일 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막 간절하고 그렇지는 않다. 일본 와서 돈카츠도 아직 안 먹었고, 제대로 된 카레 먹은 적도 없다. 스시도 먹은 적이 전혀 없고 타코야키나 오코노미야키도 마찬가지다. 그러고보니 일본 와서 죄다 편의점의 인스턴트 음식으로 연명하고 있네. 뭐, 그래도 괜찮다. 맛도 다양하고 아직 못 먹은 게 수두룩하니까.

  • 아무튼, 간만에 매운 음식 먹고 나서 할딱거렸다. 매운 게 좀 가실 즈음 밖이 어두워졌고 슬슬 자야겠다 싶어 컴퓨터를 끄고 누웠다. 잠이 마구 쏟아져서 금방 잠들었다. 꽤 잔 줄 알았더니 한 시간 반도 채 지나지 않았더라.

  • 그렇게 일어나서 잠시 딴 짓 하고 있다가 공부해야겠다 싶어 책을 펼쳤다. 각 잡고 공부해야 하는데 숙제가 얼마 안 되다보니 적당히 하고 자야겠다 싶은 거다.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데... 이 정도면 됐다 싶어 자정 쯤 다시 누웠다. 태블릿 꺼내어 유튜브 영상 보다가 한 시 쯤 잤다.

  • 그리고... 세 시에 깼다. 뱃 속에서 꾸륵꾸륵. 간만에 먹은 매운 음식에 내장이 적응하지 못한다. 화장실 갔다가 와서 다시 자려는데 이내 또 신호가 와서 다시 화장실로. 잠시 후 다시 자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잠이 깬 상태라 다시 자는 게 어렵다.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겨우 잠이 들었고 잠시 후 눈 뜨니 여섯 시다.




  • 아침 일찍 일어나 공부해야 하는데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안 나가려고 버텼다. 그렇게 한 시간을 까먹은 뒤 텔레비전 켜고 때리던 멍을 마저 때렸다. -_ㅡ;;;   밥 생각은 없어서 커피만 한 잔 마시고, 샤워한 뒤 옷 입고 학교로 출발.

  • 비 오고 나서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나한테는 기쁜 일. 아침에 조금 쌀쌀하다 싶어 긴 팔 입고 갔더니, 결국 학교 도착하니까 땀이 난다.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이 없어서 타고 올라갔고. 그렇게 금요일이 시작.

  • 수업 듣고 바로 집에 왔다. 오기 전에 2층 사무실 들러 교통 할인 신청했다. 다음 주에 오카야마 다녀와야 하니까. 갈 때 20%, 올 때 20% 할인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신칸센 왕복 요금이 10만원 넘는데 할인 받으면 아슬아슬하게 10만에 걸치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보니 오카야마 숙소도 예약해야 한다. 마사미 님 드릴 오미야게도 준비해야 하고. 뭐 사가면 좋으려나? 달랑 홍차 하나 가지고 가는 건 양심 없는 짓인데.

  • 아무튼... 야구 시작하면 중계 보다가 축구 보고 자면 될 것 같다. 내일은 도서관 가볼까 하는데 오늘 술 마시고 자서 귀찮다고 또 못 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 그러고보니 오늘 또다른 한국 학생이랑 처음 대화다운 대화를 해봤다. 일본 온 지 9개월째란다. 워킹 홀리데이로 와서 유학으로 바꾼 뒤 공부하는 거란다. 아르바이트 해서 학비 낸다고. 대단하다. 거기에다 반에 유일한 미국 학생은 알고 보니 미 육군 출신이었다. 그냥 미군 만난 것도 반가운 마당에, 군에서 동영상 찍을 걸 보여줬는데 무인기 조종사였다! 하... 이런 우연이 있나. 세상이 진짜 좁구나~ 라 생각했다. 빨리 일본어 배워서 하고 싶은 말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 할 말은 많은데 딱히 정리가 안 된다. 이것도 공부해야지, 저것도 공부해야지, 욕심나는 게 많다. 일단 오늘은 지도에서 도서관부터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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