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일기
2020년 03월 16일 월요일 맑음 (また一日遠くなって行く)
스틸러스
2020. 3.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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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 다닐 때에는 어찌 되었든 일곱 시에는 일어나야 하니까, 자정 전에 자려 했었고 술도 평일에는 될 수 있으면 마시지 않으려 했더랬다. 그러다가 방학이 되면 '오늘 하루 빈둥거려도 내일, 모레,... 뭐, 괜찮아.' 이런 마인드가 되니까 일단 잠자는 시간부터가 엉망이 된다. 밤에 못 자도 낮에 자면 된다고 생각해버리니까. 그러다가 실제로 낮에 한, 두 시간 정도 자게 되면 또 밤에 못 자고. 악순환이다.
- 요즘도 그렇다. 일단 잠 자는 게 엉망이 됐고, 공부도 안 하는데 늘 피곤하다. 이러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맘처럼 안 되네.
- 오늘 역시 새벽 늦게 잠이 들었고, 아침에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 그러다 눈을 뜬 게 아홉 시 반. 뮝기적거리다가 간신이 이불 밖으로 나가 샤워를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회사에 서류를 보냈더니 번역 공증 받은 게 필요하다고 해서 영사관에 가야 했기 때문에.
- 반바지를 입을까 하다가 바깥 날씨를 보니 그 꼴로 나가면 주위에서 힐끗거리고 보겠고나 싶어 그냥 긴 바지를 입었다. 텐노지駅까지 걸어가서 미도스지線을 타고 혼마치駅에서 내렸다. 12번 출구로 나가 영사관에 도착. 세 번인가 네 번인가 가봐서 익숙하다.
- 예전에는 그냥 2층으로 올라가면 됐는데 한일 관계가 악화된 뒤로는 1층에서 왜 왔는지 써야 한다. 신분증을 보여줘야 하고. 이번에 갔더니 하나가 더 추가됐더라. 코로나 19 때문에 체온을 측정해야 한다.
- 왜 왔냐고 물어보는데 번역은 일본어로 알겠는데 공증을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2층에 용무가 있다고 했다. 체온을 측정한다면서 관자놀이 쪽에 체온계를 들이대는데 Lo라고 나오더라. 에? 귀 뒤 쪽에 갖다 대는데 마찬가지. 손목에 들이대지만 여전히 Lo로 뜬다. 결국 포기하더라. ㅋ
- 위에 올라가서 번호표 받고 앉아서 대기. 204번 번호표를 받았는데 201번이 떠 있더라. 얼마 차이 안 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 비하면 일 처리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꽤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2번, 203번을 불러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서 금방 내 차례가 됐다. 몇 번 뵈었던, 무척이나 친절한 분이 차근차근 알려주셔서 440円 짜리 인지 내고 기다렸다. 2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그 정도 걸린 것 같다. 서류를 받아들고 밖으로 나왔다.
- 신사이바시 근처니까, 히로바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구글 지도를 보면서 히로바까지 걸어가 먹을 것을 적당히 샀다. 얼마 전 같으면 가장 큰 가방을 들고 가서 잔뜩 싸짊어지고 왔을텐데, 이제는 조금만 있으면 돌아간다 생각하니까 그렇게 안 되더라. 라면 두 팩, 컵라면 하나, 번데기 통조림 셋, 떡볶이 떡 하나, 뭐 그 정도?
- 라인 머니가 18,000円 정도 있는데 비행기 표를 사면서 11,000円을 썼었더랬다. 그런데 비행기 표가 취소 되면서 그 돈이 다시 들어왔다. 손전화 요금 내고 나도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술 쳐먹고 국제 전화 한 시간 이상 한 덕분인지 이번 달 요금이 20,000円 넘는다고 메시지가 왔더라. 에?
- 지금 있는 돈으로는 요금을 다 못 내게 되었으니 충전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우체국에 있는 돈을 자동으로 이체해서 충전을 했는데, 우체국 예금은 다 찾은 상태. 몇 달 전이었다면 혹시 모르니까 100만원 정도는 남겨두자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환율도 비싸고 아무래도 일본 경제에 비전이 없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다른 충전 방법을 알아보니 세븐 일레븐에서 가능하더라고. 라인 카드를 넣고 충전을 누르니 바로 돈 넣으라고 나온다. 돈 넣고 나니 끝. 정말 간단하다.
- 집에 와서 사들고 온 걸 내팽개치고 어제 먹다 남은 부타망으로 배를 채웠다. 컴퓨터 앞에 앉아 멍 때리고 있다가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었는데... 또 비가 온다. 하!
- 비 올 확률이 10%라 하는데다 날씨도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기에 세탁기 돌린 건데 널자마자 비가 오더라. 빨래는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다시 널고, 밖에는 수건과 속옷, 양말 정도만 그냥 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뜬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계속 호랑이 장가 가네.
- 오후에는 공부도 좀 하고 그러려 했는데, 오전의 짧은 외출로 지쳤는지 아무 것도 하기가 싫어 빈둥거리며 시간을 까먹고 있다. 여행을 갈까 말까 며칠째 망설이는 중인데, 다녀올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집에서 이렇게 빈둥거릴 것 같아서.
- 오늘 저녁 남은 시간 동안은 코마츠랑 가나자와 쪽에 가볼만 한 곳을 찾아보고, 내일 아침 일찍 청춘 18 티켓 사서 출발해야겠다. 코마츠에서 하루, 가나자와에서 이틀 정도 보내고 오면 되지 않을까 싶다. 여유가 있으면 도쿄에 잠깐 다녀올까 싶기도 하고. 청춘 18 티켓을 다 쓰면 오카야마 갈 때에는 버스로 다녀오고, 남으면 JR로 다녀오고.
- 어영부영 계획한대로 흘러 간다. 가스, 전기 해약 신청도 마쳤고... 라인 해약 후 USIM 카드 반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물어봐서 확인했다(반환해야 한단다.). 남아있는 가전 제품 수거에 대해서도 업체 쪽에 문의해놓은 상황이고. 이제 남은 건 우체국 박스 하나 사서 EMS 보내는 게 전부 아닐까 싶다. 가전 제품은 팔 거 팔고, 24일에 사러 온다는 사람한테 넘길 거 넘기고. 그럼 끝.
- 시간이 참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16일이 다 지나간다. 돌아갈 날까지 열흘 남았네.
- 가전 제품 수거 업체에서 연락 왔다. 냉장고는 3,000円에 사 간단다. 텔레비전은 8,000円에 사 간다 그러고. 책상이랑 의자는 3,000円 내고 수거하는 걸로. 책장은 1,000円에 처분하고 접이식 간이 책상은 500円이란다. 책상이랑 의자 처분하는 비용이 너무 비싼데. 그냥 내가 분해해서 버리면 200円이면 충분할 거 같은데. 좀 알아봐야겠다. 저렇게 헐 값에 사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팔 게 분명한지라 이용하고 싶지 않은데, 달리 방법이 없다. 차가 없으니 누가 더 좋은 조건으로 사간다고 해도 배송할 수가 없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인데 별로 맘에 안 드네. 해외에서는 같은 나라 사람 조심하라는 말이 딱 맞다. 게다가 세탁기는 3.8㎏ 짜리를 왜 샀냐고 타박한다. 애들 옷이나 속옷 빠는 건데 왜 샀냐면서. 자기들은 4.2㎏짜리부터 취급한다고. 난 1년 6개월 동안 잘 써왔는데, 뭐. 아무튼 세탁기는 내가 돈 내고 처분해야 한단다. 일단 중고로 팔아보고 안 팔리면 그렇게 하기로 했다. 멀쩡한 건데 설마 가져가서 버릴까 싶다. 내가 3,000円 내고 처분해달라고 하면 그러마하고 가져가서 되팔던가 하겠지. 자국 사람들 상대로 리사이클 샵 운영하면 돈 벌기 쉽겠네. 쯧.
- 선배한테 내가 갈지도 모를 곳에 대해 물어봤는데 차는 일단 있어야 한단다. 계약한 차가 언제 나올지 모르니 당분간은 렌트 카 신세를 져야 할 것 같다. 다행인 것은 회사 숙소가 있다는 것. 두 명이 한 집 쓴다는데 방도 따로 있고, 거실도 널찍하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저 곳을 이용한다면 월세가 안 들어가게 되니 크게 이득이다. 문제는 저 곳에서 일할 수 있느냐는 건데... 뭐, 내가 조바심 낸다고 어찌 되는 것도 아니고. 잘 되길 바라는 수밖에.
- 여행 계획 짜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슬슬 드러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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