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일기
2020년 02월 11일 화요일 맑음 (勉強しに行かないといけないのに...)
스틸러스
2020. 2. 11. 11:06
반응형
- 오늘은 일본의 건국 기념일이다. 공휴일. 제헌절이나 광복절에는 학교에 가고 일본의 건국 기념일에 쉬는 게 확실히 익숙한 일은 아니다.
- 예상대로 학교는 오늘 완전 휴무. 아예 문을 안 여니까 교실을 이용할 수 없다.
- 즐겨찾는 맥도날드에 가서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나는 옛날 사람이라서 까페나 패스트 푸드 점에서 몇 시간을 버티고 있는 게 너무 눈치 보인다. 한 시간이 넘어가면 마음이 불편해지더라.
- 결국 도서관이 유일한 장소. 그러나 일본의 도서관은 꽤나 불편하다. 일단 한국처럼 공부하기 위한 장소가 따로 없다. 책들이 즐비한 곳에 군데군데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빈 자리가 없을 때가 많다. 게다가 책장 넘기는 소리에도 눈 흘기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도서관은 소음에 굉장히 관대하다. 영감들이 신문지 넘기는 소리가 굉장히 요란한데다 콜록거리고 여기저기 탁탁 때리고. 애들 빽빽거리고 우는 소리도 수시로 난다. 나처럼 소음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굉장히 짜증스러운 공간이다.
- 하지만 도서관 아니면 달리 공부할 데가 없다. 내일 선택 과목은 N2 문법인데 개뿔 아는 게 없어서 반드시 예습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수업을 못 따라 간다. 그러니 도서관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도서관은 열 시부터. 아홉 시에 씼고 아홉 시 반에 나가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컴퓨터 켜서 뻘 짓 하다보니 벌써 열한 시가 넘어버렸다. 하...
- 그러고 있는 동안 인사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학교가 공립인지 사립인지 물어본다. 사립으로 알고 있댔더니 인가 받은 교육 기관 맞냐고 묻는다. 하... 저런 게 인사 담당자라니. 제대로 된 학교 법인의 교육 기관이 아니면 유학 휴직 자체가 안 되는데 저런 걸 묻고 있다. 참고하라고 학교 홈페이지 주소까지 첨부해줬건만 보지도 않고 저 할 말만 따박따박 하고 있다. 진짜... ○○ ○○○이다.
- 심의가 2월 13일이란다. 심의에서 바로 결과가 나오니까 학비 납부 기간 전에 휴직 연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마음 한 켠에 '심의에서 떨어져 귀국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는데, 정작 그렇게 되면 굉장히 후회할 것 같다. 꾹 참고 버텨서 졸업하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돈이 부족한 건... 일단 가지고 있는 돈으로 어떻게든 버텨 보고, 정 안 되면 알바를 찾... 지는 않을 거다. 내가 날 잘 안다. 차라리 이자 20% 넘어가는 신용 카드 현금 서비스를 받고 말지. -ㅅ-
- 개뿔 가진 것도 없는데 5,000만원 넘는 차를 덜컥 계약하고, 나이 마흔에 몇 푼 되지도 않는 거 탈탈 털어 유학 와서 홀랑 다 까먹고... 나도 참... 대책 없이 산다.
- 지금이라도 씻고 나가면 정오에는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다. 두 시간이 됐든, 세 시간이 됐든, 공부하고 와야겠다. 천 마스크 밖에 없어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하는데, 어쩔 수 없지.
- 일마존에서 맥주를 시키면 항상 가져다주는 아저씨가 계신데 이번에는 다른 분이 오셨다. 그런데 그 아저씨도 그렇고, 맥주 상자도 그렇고, 살짝 젖어 있었다. 밖을 보니 비가 제법 내리고 있더라. 강수 확률 20%였는데. 그래서 부랴부랴 빨래를 걷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밖을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몇 시간 만에 날씨가 이렇게 변한다는 게 참...
- 열두 시까지는 도서관에 도착하고 싶었는데 우연히 집어든 갤럭시 S8이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하시겠단다. 하시라고 했더니 시간을 제법 잡아먹는다. 게다가 구글 플레이에서 업데이트 하겠다는 어플이 열세 개나 뜬다. 업데이트가 한나절 걸리는 바람에 기다리다가 시간 다 잡아먹었네.
- 푸마 트레이닝 복만 달랑 입고 나갔는데 전혀 안 춥다. 춥기는 커녕 땀이 날 지경. 결국 걸으면서 소매를 걷어야 했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12시 40분. 마침 빈 자리가 눈에 띄어 바로 자리 잡고 앉았다.
- 오늘은 유난히 공부가 잘 되는 날이어서 딴 짓은 거의 하지 않았다. 내일 수업할 부분을 예습하고, 목요일 오전 수업은 쨀 거니까 혼자 독학하고. 그리고 나서 선택 과목 수업을 했다.
- 그 와중에 역시나 이래저래 맘에 안 드는 일본 도서관. 챠락, 챠락, 신문지 넘겨대는 소리는 끊이지 않고 나는데다 영감들의 기침 소리나 코 훌쩍이는 소리도 계속 이어진다. 희한한 건 갈 때마다 혼잣말하는 ××가 있더라는 것. 환갑은 훨씬 더 되어 보이는데 혼자 뭐라 뭐라 중얼거린다. 다 들리게. 거기에다 걷는 게 불편한지 좀비처럼 걸어다니는 할아버지도 여럿이고, 애들은 애들대로 빽빽거린다. 우리나라 사람 기준에는 시장 수준의 소음이다.
- 그래도 모처럼 공부 잘 되는 날인지라 집중해서 책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청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안내 방송이 나온다. 오늘은 휴일이라 17시에 문 닫으니까 슬슬 갈 준비하라는 거다. 에? 19시까지인 줄 알았는데? 17시 40분까지 해서 다섯 시간 채우자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안내 방송 듣고 나서는 공부할 맘이 싹 사라져버렸다. 결국 짐 싸서 밖에 나왔다.
- ICOCA에 10,000円 조금 넘게 들어 있어서 남은 거 쓰고 10,000円 충전해서 20,000円 만들어두려고 했는데 남은 금액이 400円이 넘는다. 괜히 허튼 데 쓰지 말고 나중에 충전하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오아시스에 들러 버섯이랑 파, 달걀을 사고 자주 먹는 팝콘과 에비센, 컵라면도 사들고 왔다.
- 집으로 돌아와 히로바에서 샀던 우렁이 강된장을 요리했다. 애호박도 넣고 뭐도 넣고, 이래저래 넣으라는 게 많던데 나는 버섯이랑 파만 넣고 나중에 두부 썰어 넣은 게 전부. 하지만 그렇게 먹어도 엄청 맛있다. 간만에 된장찌개다운 된장찌개를 먹으니 살 것 같다.
-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세탁기에서 옷을 꺼내 널려고 베란다에 나갔다 들어오니... 된장 꾸린내가 난리도 아니다. 나야 한국 사람이니까 구수하게 느끼고 말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괴로울 수 있겠다 싶더라. 그리하여... 내일 먹으려고 남겨둔 강된장은 이따 늦은 저녁에 다 먹어치워야겠다고 생각한다. 남한테 해 끼치면 안 되지.
- 컴퓨터 켜고 빈둥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나카모토 선생님에게 메시지가 왔다. 괜찮냐고 걱정해주시는 거였다. 뭐, 그럭저럭 회복 중인 상태니까...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나에게 최강의 힐링 포션이 되어주시는 나카모토 선생님.
- 내일 선택 과목 수업의 예습을 아직 마치지 못한데다, 시험칠 부분도 공부하지 못했다. 한 시간 정도 바짝 보고, 맥주 일 잔 마시고, 퍼질러 자야겠다.
반응형